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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돼, 됐어요!”

         

       “어디 봐봐!”

         

       …차트 진입에 성공했다.

         

       [73위 비밀소녀 – 루키즈(Rookies)] New!

         

       그것도 무려 73위에…!

         

       이는 언뜻 봤을 때 대단하지 않아 보일 수 있긴 해도 사실은 엄청 대단한 것이었다.

         

       Top 100 차트의 다른 곡들은 모두 24시간 조회수로 그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우리 루키즈의 <비밀소녀>는 단 1시간 조회수만으로 차트인을 한 거니까.

         

       처음 순위가 73위이니 앞으로는 더 오를 게 분명하리라.

         

       “꺄아-!”

         

       “대박!! 완전 대박!!”

         

       덕분에 우리 루키즈는 곧바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서유진, 박유정, 나한나 같은 루키즈 YB들은 거실을 방방 뛰어다니며 소리쳤고 이혜정, 유 설도 오버하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한차례 소란을 떨어댄 후 허수아비지만 리더인 내가 멤버들에게 제안했다.

         

       “자, 이제 차트인한 것도 확인했으니 자는 건 어떨까요? 지금 시간이 새벽 1시고 저희 내일도 6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모두들 잊은 것 같아 말해주자면 우리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오늘부로 끝난 채였다.

         

       내일부터는 다시 고된 일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

         

       다른 멤버들도 내 말을 듣고 그제서야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맞아요…. 내일부터 지옥의 쳇바퀴 또 시작이에요….”

         

       다음 주부터는 각 방송사를 돌며 음방에도 출연해야 했기에 앞으로의 일정은 지금 보다 더욱 힘들 것이 분명했다.

         

       지금이라도 충분히 쉬어둬야함을 깨달은 우리는 차트인의 흥분을 잠시 내려놓고 서둘러 각자 방으로 가 자기로 결정했다.

         

       이에 나도 룸메이트인 서유진을 데리고 방으로 가 침대에 누웠다.

         

       당연하다는 듯 내 옆에 누운 서유진은 여전히 싱글벙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좋아, 유진아?”

         

       “그럼요! 1시간 만에 차트인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저희 SAV 현역 선배님들도 1시간 만에 73위는 절대 못할 걸요? 우리 루키즈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러워요!”

         

       확실히…, 음원 사이트 ‘수박’이 실시간 차트에서 Top 100 차트로 바뀐 후 이렇게 단기간에 차트인을 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루키즈는 그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냈다.

         

       그 이유를 대충 뽑자면….

         

       첫 번째로 <비밀소녀>라는 곡이 너무 좋았고.

         

       두 번째로 나아아의 국민적 인기가 생각보다 상상 초월이었으며.

         

       마지막으로 현재 아이돌판에는 그렇다 할 초인들이 없는 무주공산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걸그룹 중 3대 기획사 간판을 달고 활동하는 그룹은 아무 곳도 없고 보이그룹들도 대부분의 메이저 그룹들이 활동기 끝물에 접어 들었기에 화력이 약했다.

         

       그야말로 아이돌 판이라는 비어 있는 거대한 성에 루키즈가 문을 두드리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마 내일이 되면 순위는 더 올라 있을 거야. 그러니까 어서 자자.”

         

       “네, 헤헤.”

         

       그렇게 서유진은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억지로 눈을 감았다.

         

       서유진이 눈을 감자마자 나도 감았다.

         

       잠이 안 오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73위라니…, 생각보다 차트인 순위가 높아서 더 큰 기대감이 들었다.

         

       나는 심지어….

         

       ‘이러다 내일 내로 <비밀소녀>가 Top 100에서 1등하는 거 아니야?’

         

       그런 조금은 허황된 기대까지 마음속에 품게 되었다.

         

       우리 루키즈의 앞길을 막는 방해물은 없었기에 아예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비밀소녀>가 차트에서 1등을 하는 꿈을 꾸며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언니! 얼른 일어나 보세요!”

         

       “우음…, 유진아…? 왜애…?”

         

       나는 내 품에서 자던 서유진이 어느새 일어나 나를 깨우는 소리에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잔뜩 흥분한 서유진이 막 일어나 내게 보여 준 화면에는….

         

       [11위 비밀소녀 – 루키즈(Rookies)] New!

         

       5시간 만에 무려 11위까지 파멸적인 상승을 보인 <비밀소녀>의 순위가 보였다.

         

       이를 보고 서유진은 다시 한 번 방을 방방 뛰며 좋아했지만….

         

       “…….”

         

       나는 정작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루키즈가…, 이 정도였던가?

         

       전생에서도 나는 루키즈의 존재를 알았다.

         

       아이돌에 아예 관심이 없었던 내가 루키즈의 이름을 알았으니 전생에서도 루키즈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라고…?

         

       그렇게 나는 그날 하루 스케줄을 조금 얼떨떨한 기분으로 마쳤다.

         

       그리고 그날 밤이 되어서는….

         

       “…….”

         

       “…….”

         

       “…….”

         

       <비밀소녀>의 예상보다 큰 선전에 좋아하던 다른 멤버들도 나와 같은 얼굴이 되어 입을 쩍 벌렸다.

         

       그도 그럴게….

         

       [1위 비밀소녀 – 루키즈(Rookies)] New!

         

       아직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그래서 옆에 new 딱지를 떼지도 못한 <비밀소녀>가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1등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24시간도 되기 전에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1위….

         

       그것도 신인…, 그것도 걸그룹이….

         

       아마도 지금 우리 루키즈는 다른 걸그룹들은 못한 대기록을 새기고 있는 중일 것이었다.

         

       그때 나한나가 홀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 다음 주 수요일부터 음방 가잖아요.”

         

       “…그렇지.”

         

       “…혹시 저희 음방 첫 주차부터 1등하는 거 아니에요?”

         

       “……!”

         

       음방에서 순위를 매기는 기준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적용된다.

         

       웬만한 탑급 보이그룹이 아닌 이상 첫 주차에 음방에서 1위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위 비밀소녀 – 루키즈(Rookies)] New!

         

       눈앞의 결과가….

         

       우리 루키즈가 첫 주차 만에 음방에서 1등을 하는 게 단지 꿈일 뿐은 아니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이에 우리의 마음속에선…, 기대감이라는 감정이 퍼져나갔다.

         

         

         

         

       **

       

         

         

         

       한편 루키즈가 모든 음원 차트에서 1위를 한 그때.

         

       “하아아아암~”

         

       본인의 작업실에서 루키즈에게 줄 곡을 준비하고 있던 한시우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지금 못 잔 게 몇 시간째지? …대충 26시간쯤 되나.”

         

       루키즈는 수명이 1년으로 정해진 프로젝트 그룹이기 때문에…, 멤버들은 그 1년 동안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바쁜 것은 멤버들 뿐만이 아니었다.

         

       1년 안에 두 개의 미니 앨범 그리고 두 개의 디지털 싱글을 제작한다는 것은 아무리 프로듀서의 능력이 뛰어나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심지어 한시우는 이를 혼자서 독박으로 작업했기에 더욱 죽을 노릇.

         

       한시우는 에너지 드링크를 물처럼 마시며 루키즈의 다음 음원을 제작하다가 잠시 리프레시라도 할 생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그그….”

         

       한시우의 작업실은 서울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초고층 빌딩에 위치해 있었다.

         

       이에 그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물 한 컵을 마시며 창 밖 야경을 보다가….

         

       “아….”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다시 컴퓨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우리 애들 음원 발매일이구나.”

         

       오늘은 루키즈의 음원 발매일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음원이 발매된 지는 벌써 23시간이 지났다.

         

       한시우는 미리 신경 쓰지 못하고 제때 확인 못한 자신을 탓하며 음원 사이트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1위 비밀소녀 – 루키즈(Rookies)] New!

         

       Top 100 차트에서 당당하게 1위.

         

       이에 한시우는 눈을 깜박이며 다른 음원 사이트들도 확인해 보았다.

         

       “와….”

         

       그리고 모든 음원 사이트에서 <비밀소녀>가 1위인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짜 미쳤네….”

         

       그의 입에서 탄성이 나왔다.

         

       사실 그가 만들긴 했어도 <비밀소녀>는 정말 잘 뽑힌 곡이 맞았다.

         

       때문에 한시우는 언젠가 루키즈가 차트에서 당당하게 1위를 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긴 했었다.

         

       그래도 이렇게 빨리 1위를 할 줄은 몰랐는데….

         

       한시우는 이 돌풍의 주역으로 당연히 하예린을 뽑았다.

         

       전에 나아아 시절 한시우는 신PD에게 하예린이 낙하산 출신이라는 것을 들었었다.

         

       원래 출연 예정이 아니었는데 광고주가 빈 자리에 하예린을 욱여 넣었다나.

         

       그 말은 곧 하예린이 루키즈에 없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예린 없는 루키즈라….

         

       물론 루키즈의 다른 멤버들도 모두 매력 있는 친구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예린 양은 거의 신의 한수지.”

         

       하예린이라는 존재가 있기에 루키즈가 이렇게 더욱 빛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시우는 그런 하예린이 있는 루키즈를…, 1년 안에 최고의 아이돌 반열에 올릴 수 있다고 거의 확신했다.

         

       “이 정도면 이번 주 음방 올킬도 가능하겠네.”

         

       그렇게 그는 <비밀소녀>의 성적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드래그를 내렸다.

         

       루키즈의 경쟁자들에 누가 있나 확인할 겸 음원 사이트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드래그를 꽤 많이 내렸을 때쯤….

         

       “…음?”

         

       [32위 Python(파이톤) – Poison Heart] New!

         

       그는 루키즈의 <비밀소녀>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발매된 한 음원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그의 전 직장 YW의 신인 걸그룹 파이톤의 음원이었다.

         

       “32위라…, 시작이 괜찮네.”

         

       사실 24시간도 되기 전에 1위를 한 루키즈가 이상한 거지 지금 이 시점에 32위를 한 것도 무척이나 성공한 것이라 볼 수 있었다.

         

       한시우는 파이톤의 순위를 보며 그의 전 직장 동료이자 파이톤의 프로듀서인 수아가 한 말을 떠올렸다.

         

       ‘지금 내가 프로듀싱하고 있는 걸그룹 애들이 데뷔하면…, 앞으로 3대 기획사란 말은 사라질 거야. 우리 YW의 독주 체제가 시작될 거니까.’

         

       수아는 원래 그렇게 오만한 스타일이 아닌데…, 파이톤 이 애들이 뭐라고 수아가 그렇게까지 단언했던 걸까.

         

       하지만 수아가 거창하게 말한 것치고 파이톤의 순위는 루키즈 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이에 한시우는 가벼운 마음으로….

         

       “직접 들어 보면 알겠지.”

         

       파이톤의 음원을 재생하고 의자를 뒤로 누운 채 눈을 감았다.

         

       오랜 작업으로 그는 너무나도 피곤한 상태였기에 대충 눈을 감고 가볍게 들을 생각이었다.

         

       ♪♬♬-!

         

       “…….”

         

       하지만 인트로가 흐르고…, 파이톤 멤버들의 목소리가 나오자….

         

       “……어라.”

         

       그는 잠이 확 깨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

         

       이번에는 절대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노래를 다시 처음부터 틀어보았다.

         

       “……!”

         

       결과는 같았다.

         

       노래를 듣는 순간 그의 머리에서 피곤은 가시고 신선한 충격이 터져 나왔다.

         

       ‘이 느낌….’

         

       한 번 느껴본 적 있는 감정이었다.

         

       바로 하예린의 무대를 처음 봤을 때 그 충격과 감동.

         

       감히 쉽게 느낄 수 없는 그 감정들이 지금 파이톤의 곡을 들으며 그의 가슴에서 샘솟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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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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