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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끄으윽..!”

         

       사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마에서 올라오는 물리적인 고통도 있었지만 혼신의 수가 한번에 파훼당했다는 것에서 오는 정신적 충격 역시 사적의 머리를 강타했다.

         

       내적인 충격과 외적인 충격을 한번에 받은 사적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휘청였다.

         

       호천안은 그런 사적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거, 도박 실력은 쓸만한데 상성이 영…’

         

       열정.

         

       어떤 위치든 정점에 오르기 위해서는 열정이 필수적이다. 도박사 역시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아무런 열정이 없는 것처럼 여상하게 굴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도박사라면 마음 속에 남다른 열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도박사의 사회적 위치는 어떠한가? 도박사는 과연 부귀와 명예가 따라오는 직종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저을 일이었다. 누구나 선망하거나 보상이 두둑하게 따라오는 직업은 열정 없이 조건만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도박사는 그런 직종과는 거리가 먼 직업이니 필연적으로 가슴에 열정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사적은 그런 도박의 열정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자였다. 높은 경지에 오른 도박사일수록 대저 열의가 있기 마련이니 사적은 높은 수준으로 가면 갈수록 더욱더 큰 효과를 발휘하는 기질을 가진 도박사라 할 수 있었다.

         

       높은 경지에 오른 자를 상대할수록 더욱더 강해진다니 듣기만 해도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상성이 좋지 않았다.

         

       호천안은 자기자신을 돌아보았다. 도박이 즐거운가? 즐겁기는 하다. 5년간 오직 도박만을 붙잡고 지지고 볶았으니 애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누군가 도박에 대한 열정이 있느냐 물으면 호천안은 고개를 좌우로 저을 일이었다.

         

       누군가 정말로 도박에 대한 열정이 없었냐 묻는다면 호천안은 과거에는 있었노라고 대답하겠지.

         

       호천안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대성했는데 무슨 열정이야.’

         

       도박의 ‘끝’에 도달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어떻게 열정이 샘솟을 수 있을까. 도박에 대해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는 있을지언정 다시 열정이라는 불을 지필 수는 없는 자가 바로 호천안이었으니…

         

       호천안은 사적의 극상성이라 할 수 있었다.

         

       “다시.”

         

       호천안이 생각에 잠기고 도박사들이 단 한번에 사적의 기술을 간파한 호천안을 보며 웅성이고 있을 때 사적은 눈을 부릅뜨며 도박판에 손을 얹었다.

         

       “억지 부리지 말지. 이미 졌지 않나.”

         

       “아니, 이제부터다! 무엇보다 한 사람이 한번만 도전하리라는 규칙이 있었나? 그런 걸 들어 본 적은 없는데!”

         

       사적이 소리 높여 외쳤다.

         

       “물론! 다른 자가 도전하겠다면 순번을 양보하겠다!”

         

       도박사들은 웅성이기는 했지만 도전하는 자는 없었다. 호천안의 실력을 보고 나니 승산이 없다 판단한 것이다.

         

       “어휴.”

         

       호천안은 어쩔 수 없이 승낙의 손짓을 할 수밖에 없었고 사적은 다시 잔을 쥐었다.

         

       “차하아아아아아아아앗!!”

         

       파바바박!

         

       사적의 손짓은 더욱더 격렬해졌다. 마치 방금의 패배를 원동력으로 불태우는 것만 같은 뜨거움이 사적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왔다. 방금전에 사적이 호천안에게 단숨에 거꾸러졌다는 것을 목도한 도박사들도 다시 기대감을 품게 만들 정도의 기술이었다.

         

       ‘확실히 나아지기는 했군.’

         

       기본적으로 사적의 기술 수준은 상당했다. 아니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호천안 역시 사적의 모든 손기술을 파악하는 건 아니었다. 사각이란 사람이라면 모두 존재할 수밖에 없고 사적의 기술 역시 사각의 영역을 넘나들었으니까.

         

       그러나 의도가 너무나 훤히 보였다.

         

       방금 전보다 역량이 올랐으나, 역량이 오른 원동력인 불길이 더욱이 거세지며 더 정확히 그 의도가 보였다.

         

       잔을 섞던 사적의 손이 멈추었다. 

         

       더욱더 올라간 열기 더욱더 정교해진 손놀림을 목도한 도박사들. 도박사들은 이번에는 사적이 호천안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까의 전판보다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호천안은 도박사들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가전의 전부를 밀어넣었다.

         

       “오른쪽.”

         

       사적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고 그 표정을 본 도박사들은 결과를 짐작했다. 호천안은 잔을 쓰러트렸고 오른쪽 잔에는 주사위가 들어 있었다.

         

       따악!

         

       곧 또다시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적은 온몸을 비틀며 고통을 감내하고는 몸을 곧추세웠다. 호천안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사적의 눈빛이 더욱더 불타오르고 있었으니까.

         

       “다시!”

         

       결과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사적은 더욱더 격렬하게 타올랐지만 이마에는 혹이 하나 더 생겨났을 뿐이었다.

         

       도박장의 도박사들과 흑묘 그리고 혁기린의 머릿속에서는 한 단어가 떠올랐다.

         

       절대자!

         

       사적의 기량은 패배하면 패배할수록 더욱더 올라갔고 그 기세는 더 뜨겁게 불타올랐으나 호천안은 흔들림조차 없었다. 마치 아무리 지상의 존재가 용을 써 봐야 하늘에는 닿지 않는다는 듯이 오연한 태도로 사적의 야바위를 간파할 뿐이었다.

         

       낙양의 도박사들은 침묵했다. 판이 거듭할수록 사적의 기세는 더욱더 거세어졌지만 더이상 사적이 이기리라는 기대감을 품는 자는 없었다.

         

       따악!

         

       사적은 도전했고 또 딱밤을 맞았다. 사적은 머리를 관통하는 충격을 이겨내며 잔을 잡았지만…

         

       “….”

         

       차마 다시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잔을 당장이라도 부숴버릴 듯이 손아귀에 힘이 잔뜩 들어갔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몸 속에는 아직도 분함과 열기가 가시지 않았지만 사적 역시 알고 있었다.

         

       호천안에게 이기지 못하리라는 것을.

         

       사적의 고개가 떨구어지고 그 모습을 보며 도박사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온 힘을 다해 잔을 잡고 있던 사적의 손이 천천히 잔에서 떨어졌다.

         

       ‘여기서 끝인가.’

         

       흑묘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호천안의 진면목을 보려고 했는데 정작 본 것은 호천안의 절대적인 도박 실력뿐이었다.

         

       ‘도박판에서의 호 선배는 꽤나 냉혹한 승부사네. 그렇지만…알고 싶었던 건 이런 면이 아니었는데.’

         

       이 도박장에서 더 이상 나설 자는 없는 듯 보였다. 사적은 흑묘가 보기에도 이 도박장을 대표할 만한 실력자였고 그런 실력자가 처참하게 꺾인 것을 본 이상 호천안에게 도전할 도박사는…

         

       “그럼, 본인이 나서도 되겠소.”

         

       모두의 시선이 한 도박사에게 쏠렸다. 도박사들이 길을 터 주면서도 웅성거렸다.

         

       “저 자는…?”

         

       “도박장을 드나든지 일주일도 안 된 자인데?”

         

       “요 근래 사적이 어울려 주던 자 아닌가?”

         

       흑묘의 눈에 이채가 서렸고 호천안의 얼굴색이 미묘해졌다.

         

       ‘그때 받은 용모파기…확실해.’

       

       도귀.

         

       여일예에게 깨달음을 준 직후 호천안이 벌인 큰 판에서 영상루의 해결사로 나섰던 도귀가 낙양의 도박판에 나타났다.

         

       “오래간만이로구려.”

         

       “…그렇군.”

         

       호천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귀의 기도는 영상루에서 만날 때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고작해야 몇 달 사이에 이렇게까지 발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였다.

         

       본인이 사천제일이라는 자신만의 자부심에 취해 있었던 도귀. 호천안에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두들겨 맞던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다. 호천안은 그런 도귀의 눈을 보면서 철을 떠올렸다.

         

       열과 망치에 의해 단련된 쇳덩이.

         

       “소문 정도는 들었소이다.”

         

       “…무슨 소문?”

         

       “성락루의 일 말이오. 듣자마자 그대인 것을 알았소. 성락루의 특별고객들은 도박에 문외한이지만 그들이 고용한 도박사들의 실력조차 일천한 것은 아니었으니 이 천하가 넓다 한들 그들을 그리 농락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소.”

         

       도귀는 품에서 잔과 주사위를 꺼내며 자리에 앉았다.

         

       “바로 그대를 수소문했지만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흔적을 찾을 수가 없더구려. 아쉬운 마음에 도박사들을 찾아가 그때의 증언을 들으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들더군. 견문을 넓히고자 이 도시 저 도시 떠돌다가 낙양까지 흘러 들어왔거늘 이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참 사람의 인연이라는 것은 알 수가 없소.”

       

       호천안은 직감했다. 도귀에게서는 위험한 냄새가 풍겼다.

         

       호천안이 사적의 상성관계였던 것처럼 호천안은 도귀에게서  그런 상성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건 기질이나 성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주 칼을 갈았군.’

         

       도귀는 호천안을 이기기 위한 방법만을 철저하게 단련했다. 영상루에서 보인 호천안의 모습을 복기하고 성락루에서 보인 호천안의 모습과 기술에 대한 증언을 토대로 대책을 마련했겠지.

         

       저격수.

         

       오직 호천안에게 승리를 거두기 위해 분석과 단련을 거듭해온 저격수 도귀가 호천안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종목은 주사위 맞추기를 제안하오. 판돈은 가전 156개를 나누어 가지는 것이 어떻겠소?”

         

       호천안의 쓴웃음을 지었다. 영상루의 마지막 날의 재현인가. 호천안이 도박 숙련작을 끝내는 순간 마지막으로 돈을 잃어 주기 위해 128냥을 걸고 28냥을 먹는 척을 했었지.

         

       도귀가 제안한 156개의 가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파악한 호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판돈이란 너무 적지만 않다면 얼마를 설정하든지 큰 의미가 없었다.

         

       “주사위를 놓으시겠소? 잔을 드시겠소?”

         

       “주사위를 놓지.”

         

       주사위 맞추기.

         

       주사위를 잔에 넣고 흔든 뒤 주사위의 눈이 몇인지를 예측하고 배팅을 하는 도박이다. 사실 잔에 주사위를 넣고 원하는 눈을 만드는 것은 숙달된 도박사라면 손쉽게 부릴 수 있는 재주.

         

       그렇기에 눈에 대한 결정권은 상대방이 가진다.

         

       주사위를 놓는 자는 잔을 흔드는 자의 기술을 간파하여 눈을 맞추고. 잔을 흔드는 자는 주사위를 놓은 자의 심리를 파악하여 눈을 조작한다.

         

       선 배팅은 잔을 흔든 자로부터 시작해 양쪽이 합의될 때까지 배팅을 주고 받는다.

         

       기본 배팅으로 양쪽의 가전이 하나씩 판에 올랐다.

         

       호천안이 잔 속에 주사위를 놓았다. 그리고 도귀는 그 잔을 단 한번 흔들었다.

         

       달그락!

         

       호천안의 눈이 꿈틀거리고 주변의 도박사들이 도귀의 의중을 살피는 와중 도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육에 여섯 개.”

         

       “하.”

         

       호천안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도귀와의 첫 만남때 금자 일곱 냥씩 걸어가며 대항사위의 판을 돌렸던 기억이 났다. 도귀의 실력을 잘못 판단해서 직감 수련이고 뭐고 다 말아먹고 다음 날 아침에 여일예를 맞이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랬던 도박사가 지금 자신을 도발하고 있다.

         

       호천안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죽어.”

         

       이 판을 구경하고 있던 도박사들과 흑묘 그리고 혁기린은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호천안은 이 도박장에 입장한 이래 단 하나의 가전조차 잃지 않았다는 사실을.

         

       여섯 명의 도박사와 열 판의 도박을 치르는 동안 사소한 패배조차 용납하지 않았던 호천안의 압도적인 무결성에 도귀가 흠집을 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흑묘의 눈에 희망이 깃들었다.

         

       ‘저 자라면…’

         

       도귀라면 도박사 호천안의 진짜 모습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도귀는 기뻐하는 기색 하나 없이 담담하게 호천안의 가전을 자신의 쪽으로 돌리고 새로이 판돈을 걸었다. 호천안 역시 그런 도귀의 태도에 신경쓰지 않으며 가전을 걸었다.

         

       도박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작에 불과했지만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 그저 그런 간단한 동작에서도 두 사람의 기백이 배어 나왔고 그 기백은 순식간에 도박장의 공기를 장악했기에.

         

       도신 호천안. 그리고 호천안을 잡아내기 위해 준비해 온 철의 저격수, 도귀.

         

       두 사람의 승부가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저는 도박이라고는 가챠밖에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감우대신 치치를 뽑는 똥손이죠.

    *[미공개]님께서 [10코인]을 후원해주셨습니다.

    늘 꾸준하고 묵묵한 후원. 오늘도 페이스를 유지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힘내겠습니다.

    후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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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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