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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0

       “……흠. 고작 이 정도인가?”

       

       저 멀리,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선박들을 보며 무왕이 중얼거렸다. 놀랍게도 그는 물 위에 두 발을 딛고 서 있었다.

         

       지난 5년간 적지 않은 성취를 이뤘다는 증거였다.

         

       “미쳤군……완전히……미쳤어! 제국이……이런 행동을 묵과할 것 같으냐!”

         

       무왕은 그제서야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아귀에는 값비싼 갑주를 입은 기사가 멱을 잡힌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으하하하! 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그럼 네놈들이 이카일에 집결하는 것을 보고만 있으라는 소리더냐?”

        “우리는……상단의 호위를 맡았을 뿐이다!”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무왕의 눈동자가 일순 서늘해졌다. 동시에 멱을 틀어쥔 손아귀의 힘 또한 억세진다.

         

       “끄……윽!”

         

       파츠츠츠츠……!

         

       그 또한 평범한 인간은 아니었는지, 몸에서 흘러나온 사나운 오러를 유형화시켜 저항했다.

         

       날카로운 창의 형상을 띈 오러.

         

       무왕은 흥미로운 얼굴로 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어디 한 번 쏴볼테면 쏴보라는 얼굴.

         

       “……!!!”

         

       그것을 모욕으로 여긴 기사가 눈을 부릅떴다.

         

       폭발하듯 가속하는 창.

         

       “……죽어!”

         

       쐐애애액!

         

       기사가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강대한 오러의 기운이 무왕의 피부 위를 쑤시고 들어간다.

         

       기사의 얼굴에 안도감이 차오르는 것도 잠시, 아직도 제 멱이 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무식한 놈.”

         

       멀리서 남은 선박들을 마저 침몰시키던 에스티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고위 기사가 전력을 다한 공격은, 무왕의 근육에 막혀 더 나아가지 못했다.

         

       “더 볼 것도 없군.”

       “마, 말도 안…….”

         

       콰직!

         

       무왕의 손짓 한 번에 기사의 목이 꺾여 부러진다.

         

       “꺼어어억…….”

         

       무왕은 점점 빛이 꺼져가는 기사에게서 미련없이 시선을 치웠다.

         

       “……진짜 무식해. 적어도 난 그렇게 잔인하게 죽이지는 않았는데.”

       “하지만 너는 본좌보다 더 많이 죽였지. 게다가 이 일을 먼저 시작한 것도 네가 아니었던가?”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이었다. 황녀와 암주가 보낸 정보원들이 에스티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 화근이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 년 내내 감시당하던 에스티는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고, 이카일 해역 내에 제국의 선박이 나타나면 그 즉시 침몰시키는 방식으로 화풀이했다.

         

       물론 에스티라고 아무 생각없이 제국민들을 죽인 것은 아니었다. 허가를 받은 상선은 통과시켰고, 설령 군선이라도 전투 의지가 없는 놈들은 해류에 태워 적당히 살려 보냈다. 방금 침몰시킨 선박은……그런 예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분쟁 지대를 허가 없이 건넌 순간, 명분은 이 쪽에 있었다.

         

       물론 제국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올리비아도 보나마나 성녀랑 황녀 사이에서 뼈빠지게 구르고 있을거야. 각 나라의 수장들이 어디 싸울 때 평범하게 싸우겠어? 달래는 것도 일이겠지.”

       

       에스티는 대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거라곤 신성 왕국과 제국이 척을 졌다는 것과, 올리비아가 5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는 것 뿐이다.

         

       완전히 가라앉은 선박을 지켜보던 에스티가 해류에 몸을 맡기려는 순간.

         

       “……음?”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

         

         

       “거기, 잠시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요 근래, 이카일 왕국의 분위기는 엄중하다 못해 살벌했다. 제국과 원래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던 동부 연합에서야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검문관들의 신분이 문제였다.

         

       신성 왕국 소속 성기사들.

         

       그들은 치안대를 따라다니며 제국의 간자들을 솎아내는 작업을 돕고 있었다.

         

       “실례지만, 검문에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전문적인 간자들이 이런 형식상의 검문에 발각될 가능성은 낮았다. 그 사실을 성기사들도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행위 자체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제국과 동부의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것을 평범한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함이었다.

         

       “감자가 왜 이렇게 비싸요!”

        “그런 말 하지 마쇼. 몇 달 뒤에 전쟁이 벌어지면 더 비싸질테니까.”

         

       작금의 평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이제 모두가 알았다.

         

       시민들은 생필품들을 사재기하기 시작했고, 국경 인근에서는 대피 행렬이 일었다. 제국에서도, 신성 왕국에서도 그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피를 권장하는 듯한 태도에, 시민들은 질세라 국경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올리비아의 눈 앞에 보이는 대피 행렬 또한 그 일환인 것으로 보였다.

         

       “저, 스승님? 굳이 여기까지 따라오실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요?”

       “또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널 혼자 보내겠느냐.”

        “…….”

         

       찔리는 점이 있었는지 올리비아는 반박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조용히 피난 행렬을 바라보던 멜리나가 말했다.

         

       “그래도 황녀가 아예 생각이 없지는 않았나보구나.”

       “시민들을 대피시킨거요?”

        “아마 리브가 그 아이와 암중에 상의라도 한 것일테지.”

       

       이곳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멜리나는 올리비아를 데리고서 항구 쪽으로 향했다.

         

       어느새 조용한 뒷골목에 도착한 멜리나가 입을 열었다.

         

       “솔직히 모르겠구나.”

       “……뭐를요?”

        “황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멜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거침없이 뒷골목을 나아갔다. 그 모습이 꽤나 익숙해 보였다.

         

       “전쟁을 원하는 것까지는 확실하지만……그렇다고 승리를 바라는 것 같지도 않구나. 만약 그랬더라면 우리가 집결하기 전에 전쟁을 일으켰을 테니 말이다. 5년 동안 전쟁을 일으킬 명분이야 수도 없이 많았으니. 하지만 황녀는 그러지 않았지.”

       “…….”

       “뭔가 떠오르는 것이라도 있느냐?”

       “……아뇨.”

         

       멜리나는 그런 올리비아를 잠시 쳐다보다가 아공간에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두 장 꺼냈다.

         

       멜리나가 손가락을 죽죽 긋자, 스크롤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신성 왕국의 좌표가 입력됐다.

         

       “가서 두 모지리에게 전해 주고 오거라.”

       “스승님은요?”

       “나는 이 도시에서 따로 만날 사람이 있단다.”

        “……네.”

         

       올리비아는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길을 걷는 게 뭔가 익숙하다 싶었는데, 이카일에 몇 번 와봤던 모양이었다.

         

       “삼십 분 뒤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꾸나.”

         

       파아앗!

         

       그 말을 끝으로 멜리나의 신형이 사라졌다.

         

       올리비아 또한 텔레포트 스크롤을 만지작거리다가, 에스티의 기척이 느껴지는 방향을 향해 이동했다.

         

       [스킬, ‘레비테이션’을 사용합니다.]

         

       ‘강물을 타고 올라가는 중인건가?’

         

       에스티의 기척은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무왕의 기척 또한 느껴졌다.

         

       전생에서도 둘이 같이 다녔던 것도 그렇고, 나름대로 맞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었다.

         

       따로 위장을 할 필요는 없었다.

         

       리브가와는 다르게 에스티와 무왕의 경우는 조금 특별해서, 모습을 드러내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내가 납치됐었다는 것 자체를 모르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둘을 당장 데려갈 생각은 없었다. 몇 년 동안 제멋대로 살던 그들이 갑자기 신성 왕국 진영에 합류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개입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사게 될 테니까.

         

       괜히 멜리나가 텔레포트 스크롤을 건네준 것이 아니다.

         

       나중에 상황이 위급해지면 그 때 따로 연락해서 스크롤을 사용하게 만들면 그만이다.

         

       지금은 스크롤을 건네주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그 순간.

         

       푸확!

         

       어디선가 물이 솟구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공기를 가르며 누군가가 올리비아를 덮쳐왔다.

         

       올리비아의 눈이 가늘게 뜨여졌다. 지금 그녀가 있는 곳은 상공 수백 미터.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나 올 수 있는 높이는 아니다.

         

       드래곤은 아니다. 마법 또한 아니다. 상대가 마법사였다면 올리비아가 사방에 펼쳐놓은 마력 역장에 닿은 순간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붉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환각일까. 아니, 저건 환각 같은 게 아니다. 이쪽으로 날아오는 저건 분명…….

         

       “……에스티?”

         

       엄청나게 먼 거리임에도, 그녀가 입모양으로 뭐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젠장. 짧아……?’

         

       올리비아는 곧바로 에스티가 어떻게 이 높이까지 날아왔는지를 알아냈다. 바닷물을 분수처럼 솟구치게 만든 다음, 그 반발력에 몸을 맡긴 것이다.

         

       후욱……!

         

       에스티는 올리비아와 가까워지는 듯 보였지만, 곧 중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다.

         

       떨어지는 와중에도 높이를 두려워하기는 커녕 눈을 부릅뜨고 올리비아를 노려보기까지 한다. 이 높이에서 떨어진다면 아무리 에스티라고 한들 꽤나 심각한 상처를 입을 텐데.

         

       올리비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마력사를 쏘아보내 에스티의 몸을 붙잡았다.

         

       무모한건지, 아니면 그만큼이나 자신을 믿는 건지. 잘 모르겠다.

         

       못본 와중에 더……뭐랄까.

         

       ‘일차원적으로 변했네.’

         

       올리비아는 헛웃음을 지으며 하늘에서 내려왔다. 지면에서는 에스티를 이렇게 만들었을 장본인이 이죽거리고 있었다.

         

       ……모지리들.

         

       올리비아는 진심으로 멜리나의 심정을 이해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 : 애가 머리는 나빠도, 착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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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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