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70

       ……그리고 바로 얼마 뒤에 간호사가 달려오더니, 조용히 해달라고 주의를 시키는 바람에 조금 뻘쭘해졌다.

        

       하긴, 병원에서, 그것도 한밤중에 떠들고 있는 것도 안 될 일이다.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이고, 환자들이라면 다들 회복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일단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래도 병원 복도의 불까지 전부 꺼져있는 것은 아니라, 나가면서 길을 헷갈리거나 할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사라’가 납치된 직후에 거의 바로 따라올 수 있었다는 말이지?”

        

       내 질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대비해둔 덕이다.

        

       최나경이 계속 몰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학교 정문 앞에서 양혜인이 기다리고 있었고, 사라가 납치되자마자 바로 쫓을 수 있었다.

        

       양혜인과 소희는 직원용 전화를 따로 가지고 있었고, 그 덕분에 소희가 바로 양혜인을 따라올 수 있었다.

        

       “……이 사람의 차를 타고?”

        

       나는 여기서 유일하게 내 눈에 익지 않은 사람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 그렇, 죠?”

        

       나와 눈이 마주친 그 사람이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의 이름이 이유경이라고 했나?

        

       학기 초부터 나를 줄기차게 쫓아다니던 기자 양반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모양이었다.

        

       아니, 이제는 기자도 아니고 개인이 고용한 사진작가에 가까운 모양이지만.

        

       나는 시선을 돌려서 수아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수아는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아니, 뭐, 탓하려는 건 아니다. 수아가 이 사람을 대기시켜두었던 덕분에 온갖 증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사라가 납치되던 순간을 촬영한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할 것이다. 차를 운전하고 있는 최나경과 그 차의 뒷좌석에 몸이 묶인 채로 있던 나의 사진은 각도가 아주 절묘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터넷에 공개되면 사람들이 짤방으로 많이 쓸 것 같은 각도였다.

        

       ……짤방으로 쓰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나게 논란이 일어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 저 사람은, 뭐랄까, 나랑 하늘이가 같이 있는 사진을 오해할만하게 찍어서 당당하게 신문사에 넘긴 것 치고는 나를 똑바로 못 보네.

        

       나이도 사라보다 한참 많아 보이는데 존댓말이고.

        

       “지금까지 찍은 사진들은 다 어디 있어요? 보관 중?”

        

       혹시나 해서 그렇게 물어봤더니,

        

       “히, 히익!”

        

       그렇게 기겁했다.

        

       내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로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있으니, 그 사람의 고용주인 수아 쪽이 입을 열었다.

        

       “……일단은 전부 내가 맡아서 보관 중이야. 저작권이나 사용권까지 넘기는 게 계약이거든.”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아가 사라 수준으로 돈이 많은 것은 아니더라도, 일단 이 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기업을 물려받을 아이였다.

        

       사진가 한 명 고용할 돈 정도는 있겠지.

        

       “혹시, 그 사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물어도 될까?”

        

       나나 사라의 사진을 찍은 것을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수아는 수아대로 우리 둘을 생각해서 한 일일 테니까. 수아가 내 엄한 사진을 찍어서 이상한 곳에 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건…….”

        

       내 질문에, 수아는 잠시 고민하는듯했다.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나를 보던 수아는,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건, 유진 그룹 이사들한테 보냈어.”

        

       “……어?”

        

       순간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나는 조금 멍청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아니, 이 자리에 있던 모두가, 심지어 사진을 찍는다던 그 사람마저도 멍한 표정이 되었다.

        

       수아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응.”

        

       내 질문에, 수아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

        

       “아, 그래서…….”

        

       최나경이 갑자기 사라를 납치하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수아는 ‘사라가 학대당하는 사실’을 정리해서 유진 그룹 중추에 넘긴 것이다.

        

       최나경이 아무리 꽤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회사를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사들 한 명 한 명의 지분은 최나경보다 적지만, 그들의 지분을 다 합치면 당연히 최나경의 지분보다 많다.

        

       그리고 이사가 아니더라도, 유진 전자 내의 대주주들까지 다 한다면, 최나경 혼자서는 결코 대적할 수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최나경에게는 사라의 지분이 필요하다. 단순히 주식으로서의 지분뿐만이 아니라, 사라가 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는 지분들도.

        

       게다가, 아직 제대로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미 한가람 팀장에게 주식을 사모아 달라고 요청까지 한 상태였다. 그렇게 긴 기간이 아니라서 대단히 유의미한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지분은 지금 착실하게 불어나는 중이다. 길게 보면 충분히 위협적이지.

        

       지금까지는 ‘당연히’ 최나경과 나의 지분이 사실상 같은 지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다른 이사들과 만난 적이 없고, 최나경이 일부러 만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으니까. 사라를 설득하여 자신들의 편을 들게 만들 방법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긴, 지금까지 사라가 최나경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사랑이라는 표현은 좀…….

        

       ……그럼, 그냥 딸로서 가진 정이라고 해 둘까.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사라가 학대당한다’라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아니, 알려지지 않더라도 이미 이사들 사이에서 ‘그렇게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면.

        

       최나경 입장에선 엄청나게 절박해지는 것이다.

        

       그래, ‘돈’에 한해서는.

        

       문제는, 최나경이 ‘돈’을 노리고 사라의 어머니로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거였지만.

        

       “그러니까, ‘이제는 진짜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네. 그 사람은.”

        

       그렇다.

        

       여기서 더 몰렸다가는, 사라와 진짜로 헤어지게 될지 모른다. 마침 요즘에는 이런 사실에 언론들이 엄청나게 민감하게 반응하니까.

        

       ……사라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그 아버지의 친척들이 없으리란 법은 없다.

        

       법적으로 최나경에게서 친권만 박탈할 수 있다면, 사라를 맡아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거기에 더불어서 사라는 최나경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중이었고.

        

       그런 상황이 겹치고 겹쳐서, 최나경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음, 별로 동정이 가지는 않는다.

        

       내가 진짜로 당해본 입장이니까.

        

       “응, 그러니까…….”

        

       “그게 너의 잘못은 아니지.”

        

       수아가 나에게 사과하기 전에,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나의 말에 수아가 화들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대체 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어?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고 해도, 엄마와 딸 관계잖아.”

        

       ……게다가, 그때 최나경은 내가 알지 못할 소리를 몇 번이나 했다. 사라와 최나경 사이에 있었던 적 없는 과거 이야기한다거나, 아직은 아니라고 한다던가.

        

       아직 숨겨진 무언가가 더 있는 것 같다.

        

       그게 뭔지는, 최나경을 잡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그런 생각은 일단 숨겨두고, 나는 수아에게 계속 말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돼. 너가 아니라도 언젠가 터질 일이었어.”

        

       그래. ‘당장’ 터지지 않았을 뿐이었다.

        

       몇 년이고 시간이 지나서, 최나경이 말하는 ‘때’가 되었을 때, 반드시 최나경은 사라에게 못된 짓을 했을 것이다.

        

       그 전에 이미 몇 번이고 웨딩드레스를 입히고 자신을 만나게 했으니까.

        

       …….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는 그저 미묘하게 짐작만 해봤을 뿐이지만, 이제는 그게 진심이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자칫 잘못했으면 내 첫 키스 상대는 사라가 아니라 최나경이 될 뻔했다. 그것도 강제로.

        

       그런 건 별로 원하는 미래가 아니다.

        

       “그리고, 어…… 이유경 씨도.”

        

       “네!?”

        

       내가 자기 이름을 부르자, 그 사람은 기겁했다.

        

       ……아, 그러고 보니 사라의 얼굴은 처음 보는 사람이 긴장할 만큼 무서운 얼굴이었지.

        

       ……표현이 너무하잖아.

        

       아니, 못생겼다는 말이 아니야.

        

       사라는 분명히 예쁘다.

        

       ……헤헷.

       

       ……사라의 저 반응은 일단 좀 미뤄 두기로 하고.

        

       이건 누가 어떻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사람은 예쁘더라도 무서울 수 있다는 말이다. 사라의 눈매는 노려보는 표정만으로 상대가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사라의 뒤에 있는 돈을 생각한다면.

        

       ‘저 사람이 나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라는 생각을 해보면, 충분히 기겁할만했다.

        

       게다가 수아의 의뢰를 받긴 했어도 일단은 ‘나 몰래’ 사진을 찍었으니까. 내가 기분 나쁘게 생각하면, 뭐.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십 대 사진을 찍던 것 치고는 좀 겁이 많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눈치를 못 챈 건가? 너무 멀리서 몰래 찍어서?

        

       “너무 겁먹을 거 없어요. 덕분에 살았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이런 상황이 되어서 명확해진 것도 있고.”

        

       “네, 네…….”

        

       이유경이 눈에 띄게 안도한 표정이 되었다.

        

       그래, 덕분에 회사의 이사들이 내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게 되었다는 소리지.

        

       사라는 아직 미성년자고, 보호자가 필요하다. 아마 최나경이 사라진 지금, 나에게 어떻게든 접근하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사라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까?

        

       뭐, 그건 차차 알아가면 될 일이고.

        

       나는 이유경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씨익 웃었다.

        

       그녀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것은, 아마 더워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후원 감사합니다!

    전작부터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독자님 덕분에 저는 지금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새로운 글을 쓰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은 무척 보람있고 즐거운 일입니다. 사실, 소설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설정놀음만 하거나 스토리에 대한 망상만 해도 즐거워요. 그걸 글로 쓰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작가가 되는 거겠죠.

    하지만 그런 모든 과정을 거쳐서 글을 써내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합니다. 망상이라는 것은 늘 구체적이지 못한 법이고, 그걸 천천히 빚어내면서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가는 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그러니, 저에게는 독자 여러분이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 길고 지루한 길을 함께 걸어주시며, 제 이야기를 읽고 즐거워해주시니까요. 작가는 독자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저의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시는 모든 분들 덕분에, 오늘도 이 글은 한편씩 계속 써질 수 있었습니다.

    저에게 이렇게 힘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최선을 다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따라랏쥐님, 이렇게 몇 번이나 후원을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것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매일같이 저의 글을 읽고 즐거워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저는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오늘도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은 제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작가라는 꿈을, 글을 쓰는 것과 거리가 먼 학과로 가 글쓰기와는 상관 없는 직장을 가지게 되면서 거의 접었었습니다. 사실 전작을 쓰기 시작했던 것도 본격적으로 연재를 하고 싶었다기 보단, 그저 갑자기 떠오른 전개를 써보고 싶었기 때문이 큽니다. 아마 아무도 읽어주지 않았다면, 저는 글을 끝까지 써내지 못했겠죠.

    하지만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매일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시고, 오타를 알려주시고, 저의 글을 읽고 기대를 하고 후원을 해주시고 응원해주시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모든 분들 덕분에 저는 책임감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저는 소설이 완결날 때까지 꾸준히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데 투자해주신 시간, 그리고 금액이 아깝지 않도록, 언제나 여러분께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며 느끼는 기대감과 즐거움을, 여러분도 저의 글을 읽으시며 느끼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엔마라자님, 후원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쓴 글, 그리고 그 글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저의 소설을 읽는 독자님이 생길거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매일 글을 쓰면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길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제 후속작을 읽어주시고, 저의 소설을 따라와주시는 분들이 계실거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을 쓸 때마다, 늘 꿈을 꾸고 있는 기분입니다.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그러니까 저의 글을 읽고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으니까요. 매일같이 저의 글에 댓글이 수십개씩 달리고, 제 글의 캐릭터가 나오는 이모티콘을 사용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글이라는 것이 언제나 쉽게 써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떨 때는 평소보다 훨씬 더 시간이 들어가기도 하고, 시작을 하지 못해서 예상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서야 쓰기 시작할 때도 있고, 너무 바빠서 일정이 밀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때마다, 저의 소설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이 납니다. 제가 매일같이 연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나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이대로 완결, 아니, 완결 후에 연재될 외전에서도, 언제나 지각 없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휴재 없이 꾸준히 글을 써내려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매일같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