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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1

        

       지독한 악취가 나는 감옥 안에 있는 사비넬리를 보며 애써 무표정으로 입을 연다.

         

       “이렇게 다시 뵙게 돼서 유감입니다.”

         

       내 말에 깊이 한숨을 내쉬는 사비넬리.

         

       “패자의 말로를 조롱하러 오셨습니까?”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럴 의도로 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평소 사비넬리 백작님을 흠모해 왔습니다.”

         

       내 스스로 자화자찬하는 것 같아 조금 낯 뜨겁지만 나 스스로 계책이나 기책에 어느 정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능수능란하게 조리하며 상대가 눈치를 챌 때, 이미 손을 쓸 수 없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런 나와 동수로 높을 수 있는 인물은…

         

       사비넬리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가 제국을 떠나면 그가 테오도라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한다.

         

       그래야 안심하고 제국을 떠날 테니까.

         

       “후후… 과찬이 심하시군요. 오히려 저는 주군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한 불충한 신하일 뿐입니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젓는다.

         

       “그건…”

         

       “아마 메리 공녀의 결혼식 때였을 테지요.”

         

       내 말을 끊으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사비넬리.

         

       그의 눈에는 깊은 한탄이 숨기며 말을 잇는다.

         

       “연합왕국과 밀약을 맺은 시기 말입니다.”

         

       “맞습니다.”

         

       “그때 저나 요아네스 전하 모두… 대공 전하께서 대공국을 살피러 간 줄 알았습니다. 아마 우리의 전쟁은 오래 지속될 거라 예상했지요. 하지만 외부의 세력을 끌어들여 우리의 해군을 참패시키기 위한 술책인지 몰랐습니다. 그 자존심 강한 제국이 설마 그런 반칙을 할 줄은 몰랐지요.”

         

       확실히 외부 세력을 불러들이는 일은 나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내 정치적 위상과 분명 제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자들에게 반발을 살 게 뻔하니까.

         

       하지만 다급한 황제파와 내 세력이 연합하여 흐지부지 통과시켰다.

         

       “그리고 또 윌리엄 경과 황금기사단을 감옥에 보냈지요, 그렇게 우리의 방심을 유도하고 윌리엄 경과 황금기사단을 아드리아에 상륙했습니다. 저희는 그걸로 끝인 줄 알았지요.”

         

       이름 높은 윌리엄과 황금기사단, 그 휘하 많은 병력을 상륙시키면 보급을 위해 비잔티온의 방비가 허술해질 거로 생각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윌리엄을 몰아붙이는 데 성공한 니케아.

         

       “하지만 비장의 한 수는 비잔티온에 상륙을 한 것이겠지요. 어쩌면 대공께서는 전쟁 전부터 아니… 우리와 강화를 한 순간부터 이 계획을 준비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말에 내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미래의 지식을 알고 발로랑의 반란을 이용한다.

         

       이 방법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그려왔던 계획이다.

         

       그 후에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정국을 이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솔직히 놀랍습니다. 저도 살면서 머리가 꽤 좋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전쟁을 벌이실 줄 몰랐습니다.”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잇는 사비넬리.

         

       “그대는 참으로 무섭습니다. 제 짐작건대. 당신은 발로랑이 반역을 일으킬 낌새를 보고 이 모든 걸 그렸겠지요. 제국을 온전히 그대의 손에 넣기 위해서 말이지요.”

         

       길어지는 사비넬리의 말을 차근차근 들으며 기분이 조금씩 나빠진다.

         

       후우… 참자. 인재를 얻는데, 이 정도는 감수해야지.

         

       아마 그가 충직하게 모시던 요아네스가 죽어서 나에게 화풀이하는 걸 거야.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 이 정도 화풀이는 웃으며 넘길 수 있다.

         

       “그대의 목숨을 구해준 선황제가 죽게 내버려 두었고, 그대를 믿는 황제를 기만했습니다. 모두 당신의 권력을 위해서겠지요.”

         

       점점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는 사비넬리의 말이 이어진다.

         

       “그대는 감정이 없는 괴물과 같다는 걸 아십니까?”

         

       나를 노려보는 사비넬리를 보며 말한다.

         

       “저도 감정이 있습니다.”

         

       나도 감정이 있다.

         

       “하하, 감정이 있고 정이 있는 사람이 자기 생명의 은인이 모욕적으로 죽는 걸 지켜만 보고 있단 말입니까? 훌륭하군요! 암 훌륭해요!”

         

       그 말에 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말 하고 싶은 요지가 무엇입니까? 저를 비난하고 험담하고 싶으시면 마음껏 하시지요. 백번이고 천 번이고 들어드리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비넬리가 크게 웃으며 말한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미천한 제가 바쁘신 대공 전하를 이리 붙잡고 있으면 안 되겠지요. 결론은 대공 전하께 저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저으며 답한다.

         

       “아닙니다. 저한테는 그대 같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대공께서는 저보다 훨씬 뛰어나십니다. 저까짓게 어떻게 대공을 보필하겠습니까? 저는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분을 모시고 싶습니다.”

         

       사비넬리가 돌려서 거절을 표하자…

         

       “백작…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실 수는 없습니까?”

         

       희미한 횃불에 비치는 사비넬리의 눈.

         

       그 눈이 환하게 웃으며 속삭이듯 작게 말한다.

         

       “나는 괴물의 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으니, 차라리 죽여라.”

         

       이내 표정을 바꾸며…

         

       “저는 이만 쉬고 싶군요. 이만 물러가 주시길 바랍니다.”

         

       감옥을 자기 집 안방처럼 말하는 사비넬리를 보며 고심한다.

         

       어쩌지? 그럼 죽여야 하나?

         

       그의 눈빛과 말투를 보니.

         

       그가 쉽게 등용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쓰읍… 어쩔 수 없지.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두기에는 너무 아쉽고…

         

       그렇게 허탈한 생각에 내가 쓰게 웃으며 말한다.

         

       “다음에 다시 뵙길 바랍니다.”

         

         

         

       ***

         

         

       개선식이 끝난 며칠 뒤.

         

       테오도라의 암살 기도 관련 증거를 모두 수집했다.

         

       에렌 왕국, 보헤미 왕국, 네오플 백작령, 그 외에 황제파 대다수가 테오도라를 암살시도 하려 했던 증거품과 기록 정리가 끝난 자료를 최종 검토를 마친다.

         

       -턱… 턱.

         

       서류 뭉텅이를 곧게 세워 책상을 몇 번 치며 생각에 잠긴다.

         

       이거면 테오도라가 황제파 관리하기 편하겠지?

         

       황제 암살 시도는 엄청난 중범죄.

         

       관련자들 모두 사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죄목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밝혀 그들을 처벌하려 하는 건 바보짓이나 다름없다.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잘못이 없는 귀족을 죽이는 건 쉽지 않다.

         

       황제파나 반황제파, 중립파를 떠나서 그 누구도 황제가 그런 폭정을 휘두르는 걸 지켜볼 리 없다.

         

       다음 황제의 칼끝이 자신을 향하지 않을 보장이 없으니까.

         

       하지만 정당한 사유와 명분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황제를 독살하려 했던 정황과 증거, 증인들을 완벽하게 확보했기에 그들은 쉬이 벗어나질 못할 것이다.

         

       즉… 그들은 정말 테오도라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

         

       그녀가 그들을 황제 암살 시도범으로 발표하면 그들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을 테니까.

         

       -스륵…

         

       서류를 정리하고 서류 가방에 챙긴다.

         

       “후우… 이제 장모님을 뵈러 갈까?”

         

       이 자료를, 장모님을 통해 테오도라에게 전달 할 생각이다.

         

       괜히 내가 주면 못 믿을 수도 있으니까.

         

       최근 그녀는 나를 피하는 거 같다.

         

       퇴근하고 방으로 돌아가면 자는척하는 행동을 하는 그녀.

         

       아마 그날 키스 때문에 그런 걸까?

         

       그 날밤 이후 나와 눈을 못 마주치는 테오도라.

         

       내 얼굴만 보면 얼굴을 붉히는 그녀가 조금 불편하게 느낀다.

         

       “뭐…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

         

       그러고 보니 다음 달이 테오도라의 생일이고, 그다음 달에는 우리의 결혼 1주년이라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진다.

         

       선물 사야겠지?

         

       나중에 백화점에 가서 선물을 대충 골라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골드 에어리어로 향한다.

         

       익숙한 장모님의 문 앞을 지키는 경비병이 나에게 예를 표하고 이내 문을 두들긴다.

         

       -똑똑.

         

       -누군가?

         

       “대공 전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황태후 마마.”

         

       -들어오라고 해라.

         

       장모님의 말에 문이 열리며 내가 가볍게 목인사를 건넨다.

         

       “그래. 오늘은 무슨 일인가?”

         

       저번과 달리 조금 기분 좋아 보이시는 거 같으신 장모님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지만.

         

       “하하… 장모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이리 왔습니다.”

         

       내 말에 장모님이 환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 내 사위를 위해 뭐를 못 해주겠는가? 편히 말해보게.”

         

       그 말에 내가 품에서 서류를 꺼낸다.

         

       “이걸 제가 줬다 하지 마시고 테오도라에게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내가 서류를 꺼내어 티테이블에 올려두자, 장모님이 의아한 얼굴로 말한다.

         

       “이게 뭔가?”

         

       “개선식 때 테오도라를 암살하려던 황제파 의원들이 본국의 왕과 주고받은 서신 일부분과 암살자의 자백, 그리고 약을 구매했다는 영수증과 증인 자료입니다.”

         

       내 말에 장모님의 인상이 한껏 찡그려진다.

         

       “뭣이?! 누구를 암살하려 했다고?”

         

       -스륵! 찌익!

         

       장모님이 서류 봉투를 거칠게 찢으며 서류를 확인한다.

         

       “이… 이럴 수가…”

         

       흔들리는 푸른빛 눈동자.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한 장씩 넘기는 모습을 보며 말한다.

         

       “그녀에게 제 이름을 빼고 전해주시고, 그들을 체포하지 말고 이걸로 황제파를 확고하게 장악하게끔 장모님께서 그녀를 도와주시지요.”

         

       내가 차분하게 말하자 장모님이 서류를 티테이블에 올려두며 말한다.

         

       “하아… 왜 그이가 매일 한숨을 늘어놓는지 이제야 알겠네. 근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자네가 직접 그 아이한테 전해주질 않는 이유가 뭔가?”

         

       장모님이 이상하다는 듯 말을 이으신다.

         

       “자네가 직접 그 아이한테 전해주면 둘 사이가 더 좋아지는 게 아닌가 해서 말이네.”

         

       “그녀는… 저를 믿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에피루스와 에집을 요아네스에게 건네주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 테오도라는 나를 실각시키기 위해 지금도 여러 의원과 귀족들을 만나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그런 그녀가 정치적으로 적이 내가 내미는 정보를 받는다면 당연히 믿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자세한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네. 아마 그 아이가 어디서 이걸 얻었냐고 추궁하면 나로서는 할 말이 많지 않네.”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대공부의 제 집무실을 청소하는 건 황실 시종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황제 암살 기도 서류 파일을 본 시종이 장모님께 전해준 거로 하면 될 겁니다.”

         

       이러면 추후 장모님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면 좀 더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흐음… 우선 내가 그리 일러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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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랑해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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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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