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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1

       * * *

       

       

       

       하지만 원래 역사와 다를 수도 있으니 법 내용을 한번 훑었다.

       

       

       “흠, 어디 봅시다. 1조 1항 동물을 학대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금지한다. 2항-”

       

       

       점점 읽어내려가 보니, 나치 독일의 동물보호법과 완전히 똑같다.

       

       나치 독일의 동물 보호법은 뭐 참고할 만하지.

       

       자, 그럼 다음인데.

       

       다음 서류를 보니 최근 러시아에서는 담배가 잘 팔린다더라. 흡연자가 너무 많아 걱정이라고.

       

       잠깐, 그러고 보니 히틀러 그놈 흡연도 금지하지 않던가?

       

       동물보호법과 함께 내가 히틀러가 한 짓 중 마음에 드는 정책인데.

       

       

       “혹시 히틀러가 금연 관련해서도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까?”

       

       

       히틀러의 금연 운동에 대해 떠오른 나는 흡연 관련 서류를 훑어보면서 총리에게 물었다.

       

       

       “금연 운동이라 하시면?”

       “아, 별거 아니고. 담배세를 더 높게 부과하거나 공공장소에서 흡연의 금지나 담배 홍보의 규제 등 다양하게 벌이고 있는다거나.”

       

       

       히틀러가 그런 것을 벌이는 것으로 알거든.

       

       원래 역사를 생각하면 좀 미래까지 벌일 일이기는 한데.

       

       

       “흠, 아직 그런 이야기는 없는 것을 보면 그런 법은 나오지 않은 거 같습니다.”

       

       

       히틀러가 벌써 그런 법을 제정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기야 30년대 말까지 반담배법을 강화하려고 열심히 애를 썼다던데. 이왕 이야기를 꺼낸 김에 제정해볼까?

       

       흠, 그럼 우리가 먼저 해 봐?

       

       

       “우리 러시아에도 흡연자가 많은가요?”

       “네. 특히 내전 이후로 여성 흡연자는 꽤 늘어난 편입니다.”

       “왜죠?”

       

       

       내전으로 피폐해졌으니 담배의존하겠다 그런 건가?

       

       그래도 그런 논리면 내전하는 모든 국가는 나라규모로 흡연자만 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할 무렵. 두마에 침묵이 흐르고 있다.

       

       

       “그, 폐하께서 흡연자이시다 보니, 폐하를 따라 하려는 여성들이 흡연까지 배웠습니다.”

       

       

       그런 것은 좀 따라 하지 말지.

       

       원래 아나스타샤는 니콜라이2세와 맞담할 정도의 흡연자지만, 그걸 그대로 국민들이 따라 하면 곤란하다.

       

       애초에 나는 탕후루라 흡연 정도는 끄떡없다고.

       

       하지만 나를 제외한 러시아인들은 다르지. 괜히 흡연으로 임산부에게 문제가 생기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냐?

       

       그렇다면 이왕 동물보호법을 참고한 김에, 반담배법을 제정하는 것도 좋겠다.

       

       나 때문에 흡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곧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니까.

       

       히틀러가 내가 잊고 있던 것을 일찌감치 해 줘서 다행이다.

       

       동물 보호법 덕에 이렇게 떠오를 줄 누가 알았을까?

       

       

       “우리도 들이죠.”

       “예?”

       

       

       뭔가 다들 얼굴이 멍청한 표정을 짓는데. 왜 그래.

       

       아, 내가 담배를 피워서 그렇구나. 뭐 나라고 자주 피우는 것도 아니고.

       

       아나스타샤의 손맛에 익숙해져서 어쩔 수 없지.

       

       

       “제가 흡연한다고 필요한 것을 들이지 않을 수는 없죠. 물론 내가 흡연자니 피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담배값은 인상시키는 것이 좋겠죠. 그리고 흡연은 임산부에게 좋지 않다는 것도 가르치고요. 물론 저도 금연하는 모습이라도 보이긴 하겠지만.”

       

       

       이 시대에는 담배에 대해 너무 무감각하다.

       

       몸에 해로운 줄도 모르고 그냥 막 피워대거든.

       

       니콜라이 2세도 담배가 몸에 안 좋은 것을 알면 어린 자식들과 맞담을 할까?

       

       

       “알겠습니다.”

       

       

       히틀러 이 양반이 그래도 쓸모 있는 걸 몇 개 만들어둬서 다행이란 말이지.

       

       러시아로서도 참고할 만한 것이 생긴 것이니까.

       

       금연운동은 그중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

       

       나 따라하겠다고 여자들이, 임산부가 흡연 배우면 곤란하다.

       

       특히 대전쟁을 앞두고 있다면 인력은 소중히 해야 하니까.

       

       

       

       * * *

       

       미국 백악관

       

       

       미군사정부의 백악관은 최근에는 체제정비를 하느라 꽤 바쁘게 돌아갔다.

       

       특히 주변국의 상황을 주시하는 것이 최근 정부의 주요 업무였고,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빌어먹을. 영국 놈들이 KFC에 지원을 보낸다고?”

       “아직 정확히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만. 정황상 그렇습니다.”

       “확인된 바가 없다고? 당장 유사 빨갱이 휴이 롱을 지지하는 놈들이네. 그놈들 역사를 봐! 어디든 참견질하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놈들이 바로 그 영국놈들이지. 휴이 롱 만이 아니라 KFC도 지원하면서 미국을 분열시키려는 거야!”

       

       

       맥아더는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다.

       

       볼셰비키도, 공산 독일을 비롯한 프랑스 내에 퍼지는 코뮌도.

       

       그 모든 것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 유럽에서 무슨 일이 터져도 무시할 생각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선동하여 체제 전복을 노리는 것은 세계 악의 축으로까지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반공주의는 최근에 KFC와 휴이 롱 정부를 지지하는 영국과 프랑스 탓에 더 심해졌다.

       

       

       “소문의 진위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는 지금 고립된 처지입니다. 다들 불안 하니 그런 소문이라도 난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책은 세워야 합니다.”

       “그렇군. 위로는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캐나다가, 옆에는 치킨에 미친 빨갱이들이, 아래에도 유사 빨갱이가 있지.”

       “그나마 러시아가 우리에게 호의적이라서 다행입니다. 우리를 북미의 공식 정부로 가장 처음 인정한 국가이니까요. 특히 차리나도 우리를 직접 지지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지. 우리가 지원해줬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그간 지원해 준 것이 얼마인가.

       

       물론 그렇게 따지기에는 미국에 정부가 셋이나 있으니, 어디를 지원하든 그게 그것이었지만.

       

       

       “더군다나 정보부를 이용해 미서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서부가 지금 중립이 확실한가?”

       

       

       아이젠하워의 말에 맥아더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지금 서부가 어디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이 분열된 미국이 파국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중립이지만, KFC를 지지하는 주지사들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빨갱이놈의 새끼들. 모조리 처단 해야 하는데.”

       

       

       이거 내전을 오래 끌면 큰일 날 것 같다.

       

       그러자면 역시 내전을 위해서라도 군사력을 빨리 키워야 할 터인데.

       

       

       “러시아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은 어떤지요?”

       “러시아의 지원?”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다.

       

       그래. 러시아도 이 군사정부가 괜히 빨갱이들에게 당하는 건 보기 싫을 터다.

       

       애초에 그쪽은 미국의 막대한 지원 덕에 살아남은 거 아닌가?

       

       그러니 도움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아나스타샤가 치밀하게 작업해야 한다는 생각과 다르게, 맥아더 군사정부는 적당한 명분만 갖추면 누구든 지원해주기를 원했다.

       

       특히 러시아라면 지금 상황에서 저 영국이나 프랑스와 달리 군대를 내기에도 딱 맞은 국가가 아닌가.

       

       

       “러시아에는 우리 미국의 육군 대령이자 러시아에서 특별 무관으로 임명된 조지 패튼 대령이 있습니다. 러시아 내전에서 기동전으로 활약했다더군요.”

       

       

       그랬었지. 패튼이 지금 러시아에 있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는데, 분명 기동전에 관해 교류를 위해 러시아에 남았다고 했지. 이참에 준장으로 진급시켜도 될 것이다.

       

       

       “그런가. 흐음.”

       

       

       지금 맥아더의 미군사정부는 한계가 명확했다.

       

       위, 아래, 옆, 사방에서 고립된 처지였다.

       

       서부가 그나마 옆에서 둘을 찔러준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리가 없을 테고. 그러면 누군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어쩔 수 없지. 이대로 가다가는 빨갱이들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는 노릇.”

       

       

       이미 군정으로 시작하면서 연설할 때, 아나스타샤에 대해 언급하며 대공황을 타개하겠다고 밝힌 맥아더 정부였다.

       

       실제로 무력을 이용해, 현시점에서 필요한 각종 정책을 통과시켰다.

       

       이점은 휴이 롱 정부보다 더욱 빠르고, 무엇보다 빨갱이향이 아닌 아나스타샤 주의에 가까워서 적어도 맥아더 세력권에서는 맥아더에 대한 지지율이 폭발적이었다.

       

       즉, 미국 사회에서도 경제 불황이 시작되면서 아나스타샤의 연설로 반공주의자와 아나스타샤 주의자들이 늘어난 탓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겠나.

       

       이런 맥아더 정부를 러시아가 돕는 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그저 도움을 받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조약으로 묶어둬야 그나마 있어 보이지 않겠나.

       

       

       “러시아와 긴밀한 군사협정을 맺지. 상호방위 조약 어떤가?”

       “군사의회에서도 그렇게 통과시켜보겠습니다.”

       “그래. 어떻게든 해 봐야지. 반드시 이 내전에서 우리가 승리해야 해. 러시아가 백러시아와 적러시아로 나뉜 것처럼. 우리도 지금 백미국과 빨갱이 미국들로 나뉜 것이니. 공감대도 형성하고.”

       “예. 각하.”

       

       

       아이젠하워가 물러나고 맥아더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 청명한 하늘과 햇볕 아래에서 결국 같은 미국인끼리 싸우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러시아의 손을 잡는 건 당연하다.

       

       그럼 적어도 이쪽이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대등하게 손을 붙잡는 것이 좋다.

       

       

       “각하. 러시아 합중국의 차리나가 우리의 동물보호법을 극찬하면서 러시아에서도 통과시켰습니다.”

       

       

       오스트리아의 내무장관 헤르만 괴링이 히틀러에게 보고했다.

       

       

       “호오. 그런가?”

       “최근에는 차리나가 직접 앞장서서 금연운동을 펼치고 있다는군요.”

       

       

       금연운동.

       

       최근 늘어나는 흡연자들 때문에 히틀러가 노리고 있는 것 중 하나였다.

       

       금연운동을 위해서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으니, 연구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차리나는 자기 권위를 이용해서 히틀러가 하고 싶은 금연운동을 밀어붙였다.

       

       히틀러가 여기에 감탄을 아낄 리 없다.

       

       

       “역시 러시아의 차리나는 대단하군. 내가 생각하고 있던 금연운동을 시작하다니! 으음, 아쉽군. 아쉬워. 역시 오스트리아의 카이제린이 되었어야 했어.”

       

       

       원래 역사와 달리 독일의 공산 혁명, 러시아 내전, 아나스타샤의 만남을 통해 가치관에 영향을 받은 히틀러는 아나스타샤에 무한한 존경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도 러시아의 영웅이 된 아나스타샤와 같이 독일의 영웅이 되어 저 공산주의자들로부터 독일을 해방하고 오스트리아 주도로 다시 독일을 통일하는 꿈을 꿨다.

       

       

       ‘저 러시아까지 아리아인의 생존권을 확보하면 좋겠지만.’

       

       

       만일 멀쩡한 독일을 다스렸다면 한 번쯤 노려봤을 테지만, 그 차리나가 다스리는 러시아고 지금 오스트리아 처지에서는 독일 통일도 힘이 든다.

       

       당장 독일에서 건너와 오스트리아의 내무장관이 된 헤르만 괴링이 공산주의자들을 때려잡는 처지가 아닌가. 할 일이 태산같았다.

       

       

       “각하.”

       “전쟁부 장관. 무슨 일이십니까?”

       

       

       오랫동안 가이다와 함께 하면서 정치적 동반자로 여긴 히틀러는 다른 자라면 몰라도 전쟁부 장관의 가이다에게는 예우를 갖췄다.

       

       물론 이는 체코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한 것도 있었다.

       

       실제로 가이다가 전쟁부 장관에 오르면서 체코인들의 히틀러에 대한 지지율도 오르고 있었으니까.

       

       

       “공산 독일이 군대를 키우기 전에 우리도 프랑스의 마지노선처럼 국경지대에 요새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데텐란트의 요새화가 절실합니다.”

       

       

       공산독일과의 전쟁이 터진다면, 1차대전의 배신자 이탈리아도 참전할 것이니, 오스트리아는 결국 한동안 방어에 치중해야 한다.

       

       그러면 역시 국경지대의 요새화가 절실하다.

       

       

       “음 그리하시지요. 예산을 분배합시다.”

       

       

       히틀러의 오스트리아는 주데텐란트를 거쳐 독일과의 국경지대의 요새화를 시작했다.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은 없지 않아 있었으나, 기존에 요새화한 것도 있어서 마지노선급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방어효과를 보일 수 있었다.

       

       

       * * *

       

       

       맥아더의 미군사정부가 상호방위조약을 요청했다.

       

       한마디로 서로 공격받으면 참전하는 방식이다. 흠, 생각보다 이런 게 당연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긴, 21세기의 한국도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미국과도 동맹이니 상관없긴 하지만.

       

       생각보다 미군사정부의 행보가 우리와 잘 맞아떨어져서 다행이다.

       

       굳이 작업을 더 안 해도 알아서 상호방위조약을 요청하다니.

       

       원래라면 지원요청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아서 이런 조약을 요청할 정도면, 최소한 자기들 자존심은 굽히지 않는 대등한 선에서 끝내고 싶다 그거겠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호방위조약을 맺어 내전이 터졌을 때, 그냥 자연스럽게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우리로서도 나쁠 건 전혀 없으니 맥아더가 조약을 하자고 한 거겠지.

       

       하지만 말이야.

       

       한국인 마인드로 보면 맥아더는 엄청 대단한 사람이잖아?

       

       이번 생에서는 중국에 직접 친정하다가 죽을 거 같은 히로히토와 원래 역사에서는 엄격 근엄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이승만과 껴안기도하고.

       

       그런 사람이 미국에서 지금 밀리는 처지라고 하면 기분이 아리송하다는 말이지.

       

       지금은 러시아 차르 입장에서 봐야 하지만.

       

       

       “맥아더가 생각보다 밀리는 모양이군요.”

       “아마 맥아더 정부는 군사정부다 보니 명분도 정당성도 부족하니 말입니다. 여기에 미대륙에 고립된 처지가 아니겠습니까?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처지이니 말입니다.”

       

       

       뒤에 영국 멀티인 캐나다를 두고, 영국의 지원을 받는 휴이 롱과 마음 놓고 싸울 수 있을까.

       

       그래. 그렇다면 돕는다.

       

       

       “상호방위조약이라. 받아주는 쪽이 좋겠죠.”

       

       

       2대전 후에 냉전체제가 시작되면 미국과는 어느 정도 선을 두게 되겠지만.

       

       서로의 존재가 필요한 만큼 적어도 관계가 막 약화될 일은 없을 터다.

       

       덧붙여 상호방위조약을 맺으면 일본이 러시아를 공격하든, 미국을 공격하든. 함께 정당하게 일본을 팰 수 있다.

       

       과연 맥아더 정부는 2차 대전 때 어떤 활약을 할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통 때문에 퇴고가 너무 늦었어요. 죄송합니다.

    눈도 너무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이상하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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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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