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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1

       오늘도 평화로운 아가씨의 방.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나른한 오후. 간식을 들고 아가씨의 방을 찾아온 나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에 집중하는 아가씨를 볼 수 있었다.

       

       

       “왼쪽으로 한 번 접고.”

       

       

       중얼거리면서 커다란 종이를 만지작거리는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손을 움직였다.

       

       

       “다시 왼쪽으로….”

       

       

       입술을 삐쭉 내밀고 집중하는 아가씨. 뭔가 굉장히 심오한 걸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나는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걸어갔다.

       

       

       저번에 그 택배인가.

       

       

       -리카르도 택배 오면 절대 열지 마.

       -왜 그렇습니까?

       -그냥. 내 속옷이야.

       

       

       속옷이라고 해서 열어보려고 했었는데, 참았던 기억이 났던 택배였다. 편지로 택배를 시키는 법을 알려준 게 엊그제 같은데, 스스로 택배를 시킨 아가씨가 대견했다.

       

       

       아가씨는 작고 여린 손가락으로 골판지를 꾹꾹 누르면서 집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종이접기에 집중하는 아가씨를 보면서 물었다.

       

       

       “아가씨.”

       “웅.”

       

       

       바라보지도 않고 답하는 아가씨.

       

       

       나는 아가씨 옆에서 손을 흔들며, 요상한 표정을 지어봤지만 한 가지 일에 집중한 아가씨의 시선을 끄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이것이 워커홀릭이라는 건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대견하긴 했지만,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집사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것이 뭔가 섭섭해지는 나였다.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아가씨에게 물었다. 갑자기 웬 종이접기냐고.

       

       

       “뭐하고 계십니까?”

       “박스 접기.”

       “갑자기 박스는 왜 접으시는 겁니까.”

       “그게…”

       

       

       -꾹.

       

       

       반으로 한번 접고 다시 한번 꾹 눌러서 반으로 접는 아가씨는 입을 꾹 다물었다.

       

       

       골판지가 모양을 잡아갈수록 말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아가씨.

         

         

       집중력에 한계를 느낀 아가씨는 콧김을 뿜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대답을 끝까지 안 해주는 아가씨를 보며 한숨을 뱉었다.

       

       

       

       “아가씨!”

       “흐엣…!”

       

       

       크게 부르는 소리에 아가씨는 어깨를 움찔 떨고 나를 바라봤다. 많이 놀랐는지, 눈가에 눈물이 핑그르르 돈 아가씨의 억울한 표정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박스는 왜 접고 계시는 겁니까?

       “아. 내가 어디까지 얘기했었지…?”

       “‘그게….’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시면 됩니다.”

       “응. 그게….”

       

       

       아가씨는 손을 다시 움직이며 박스를 접었다.

       

       

       아무래도 멀티 테스킹이라는 고급진 기술을 사용하려는 모양. 이대로 가다가 오늘 안에 아가씨의 입으로 종이접기를 하는 이유를 듣지 못할 것 같았기에 나는 아가씨의 손에 있는 종이박스를 뺏으며 뒷짐을 지었다.

       

       

       “오…!?”

       

       

       갑자기 사라진 골판지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가씨. 아가씨는 뒷짐을 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리카르도도 종이접기하고 싶어?”

       “아니요.”

       “같이 해. 재미있어.”

       

       

       아가씨는 책상 위에 쌓아둔 골판지 종이를 내게 내밀며 말했다.

       

       

       “재미없을 것 같습니다.”

       “…”

       

       

       정곡이 찔린 아가씨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야. 엄청 재미있는데? 봐봐!”

         

         

       아가씨는 책상 위에서 새 골판지 종이를 집고서는 다시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신나는 표정으로 박스를 접는 아가씨의 표정에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익…”

         

         

       아가씨는 지금, 박스 접기가 아니라 눕고 싶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아가씨 앞에 턱을 괴고 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이건 왜 접고 있습니까?”

       

       

       아가씨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아르바이트하고 있었어.”

       “아르바이트요?”

       “응. 피자 박스 접기 알바.”

       “오…”

       

       

       나는 아가씨가 접고 있는 박스를 보며 생각했다.

       

       

       ‘박스…?’

       

       

       박스라고 하기에는 뭔가 굉장히 철학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이 담겨있는 작품을 과연 ‘피자 박스’라고 해야 할까, 기괴한 메두사를 표현한 것 같은 아가씨의 작품을 보며 나는 솔직한 답변을 말했다.

       

       

       “이것도 짤릴 것 같은데요.”

       

       

       아가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도 그럴 것 같아.”

       

       

       역시 아가씨는 자기 객관화가 빠른 사람이었다. 아가씨는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아둔 골판지 종이를 다시 한번 내게 내밀며 말했다.

       

       

       “같이 할래?”

       “싫습니다.”

       “왜에!”

       “재미없을 것 같아서요.”

       “같이 해!”

       “싫습니다.”

       “이이이익!”

       

       

       그날 이후로 아가씨는 부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신문에 부업 공고를 보면 편지부터 날리는 아가씨.

       

       

       처음에는 아가씨가 고생하는 게 싫어서 반대했던 나지만, 완고하게 돈을 벌고 싶다던 아가씨의 고집에 나는 꺾이고 말았다.

       

       

       -이이익! 돈 벌 거야!

       -제가 벌지 않습니까.

       -싫어. 나도 돈 벌 거야.

       -제가 두 배로 벌면 되지 않겠습니까.

       -리카르도는 무리하면 나쁜 놈이 되니까. 싫어.

       -새삼스럽게 왜 그러십니까? 저는 원래 나쁜 놈인데요. 오늘도 삥 뜯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네.

       

       

       스스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기에 나는 아가씨의 사회성을 길러주자는 마음에서 부업을 허락하게 되었다.

       

       

       지금부터 스스로 돈을 벌어보면 돈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될 테니까.

       

       

       나는 아가씨께서 신문에 실린 부업 기사를 가리키며 ‘이거!’라고 허락을 구하면 고개를 끄덕였고 아가씨는 드디어 백수를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실수를 했었지.

       

       

       곰 인형 눈 붙이기를 하다가 암컷 곰을 만들어서 잘리기도 하고.

       

       

       종이 박스를 접다가 쓸데없이 예술의 혼을 불태우는 바람에 오히려 돈을 더 물어줬고.

       

       

       손수건에 자수 놓기를 하다가 신경질 나서 때려치워 버리기도 했지만 계속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다르바브가 이 모습을 보고 있다면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을까, 마음 같아서 사진을 찍어 다르바브에 보내주고 싶었지만, 사진기가 없어서 참는 나였다.

       

       

       그리고 지금 아가씨는 침대에 앉아 새로운 부업을 하고 있었다.

       

       

       서투른 바느질로 봉제 인형을 만드는 아가씨는 입술을 삐쭉 내밀며 내게 말을 걸었다.

       

       

       “리카르도.”

       “네.”

       “리카르도는 머리길지마.”

       “머리카락이요?”

       

       

       나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며 아가씨에게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못생겼어.”

       “저는 본판이 워낙 잘생겨서 어떤 머리를 해도 잘 어울리는데요.”

       “아니야. 리카르도는 지금이 제일 보기 좋아.”

       

       

       아가씨를 따라 봉제 인형을 만들고 있는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장난을 담은 말을 뱉었다.

       

       

       “그럼 아가씨. 지금 저는 잘 생겼나요?”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자연스럽게 불어오는 질문에 아가씨는 잠깐 멈칫거리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응. 잘생겼어.”

       

       

       갑자기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아가씨는 바늘과 인형을 들고 멈춰있었다.

       

       

       “응?”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아가씨.

       

       

       머리 위에 띄운 물음표는 길쭉해지며 느낌표가 되었고, 아가씨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했던 말을 정정했다.

       

       

       “아니야!”

       “뭐가 아닙니까.”

       “내가 잘못 말했어. 리카르도는 못생겼어.”

       “늦었습니다. 이미 저의 매력에….”

       “이이익!”

       “힛!”

       “이이이이이익…”

       

       

       입술을 삐쭉 내밀고 불만을 표하는 아가씨는 콧김을 한번 내쉬고는 긴 한숨을 뱉었다.

       

       

       “잘생긴 건 아니고 봐 줄 만한 거야.”

       

       

       새침하게 말하는 아가씨의 투정에 나는 작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라도 어딥니까.”

       

       

       이거라도 나는 좋았다.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아가씨의 봉제 인형이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딜 때쯤.

       

       

       -푹.

       

       

       “이이이이이익!!!!”

       

       

       바늘에 찔린 아가씨는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봉제 인형과 작별을 선언했다.

       

       

       “안 해!”

       

       

       역시 이런 일상이 나는 좋다.

       

       

       *

       

       

       삭막한 분위기가 흐르는 히스타니아.

       

       

       어두운 집무실에 앉아있는 로웬은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편지를 보며 한숨을 뱉었다.

       

         

       [아카데미 단기 교수 초청장]

       

       

       로웬은 어두운 표정으로 편지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렸다.

       

       

       “아카데미 교수라…”

       

       

       아카데미.

       

       

       20년은 더 된 추억의 공간이었다.

       

       

       그곳에서 자신의 라이벌을 만나 싸우기도 했고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던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의 인연을 통해 두 딸과 아들을 얻었지.

       

       

       로웬에게 있어서 아카데미란 곳은 인생의 시작과도 같은 곳이었다. 아버지에게 검술에 대한 강요와 숨이 턱 막힐 것 같던 가문을 피해서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으니까.

       

       

       “…”

       

       

       오랜만에 머릿속을 스쳐 가는 추억에 로웬은 쓰라린 미소를 뱉었다.

       

         

       ‘한나도 그랬던 걸까.’

       

       

       자신이 자식에게 좋은 부모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식보다 가문이 더 중요했고 히스타니아라는 가문의 명맥을 이어가야 할 의무가 있었으니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재능이 있는 차기 가주를 키워야 했고 그렇기 위해서는 떡잎과 말라죽을 쭉정이를 골라내야 했기에 자식들에게 살갑지 않은 아버지였다는 것을 로웬은 인정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로웬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고집은 단 한 가지. ‘자신은 더 심하게 당했다.’라는 비겁한 변명이었다.

       

       

       그런 변명이 자신의 딸을 죽게 만든 거겠지.

         

       

       로웬은 한참을 의자에 앉아 고민에 빠졌다.

       

       

       아카데미에 가야 할지.

       아니면 언제나 그렇듯 무시로 답해야 할지.

       

       

       확실한 것은 로웬은 지금.

       

       

       막내딸이 보고 싶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추신)
    오늘은… 분량과 맛이 없습니닷…!
    사죄의 말씀을…
    최근 늦잠을 자는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반성하는 요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닷…!
    다시 퀄리티를 높이는 요정…이 되보겠습니닷!

    [후원 감사]

    Ruin AGo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오늘도 요정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다시 찾아온 컨디션 난조를 겪는 요정입니닷…!
    다시 이겨내야 하는 요정…! 반성하도록 하겠습니닷!

    독자님에게 항상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마법의 요정…! 좋은 생각의 요정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비공개로… 10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엣… 어… 어어어?
    요정 굉장히 당황하는 중입니닷…!
    최근 회차들이 맛이 없다고 생각하는 요정에게 이런 사랑을 주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더 발전하라는 독자님의 충고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부족함을 느끼는 요정…!
    더 나아가야하고 연참을 해야하는데…! 죄송할 따름이랍니다!
    더욱더 발전하는 요정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연참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가지 TMI를 드리자면…!

    올리비아의 마법 재능은 세계관 최강자라는 팁을 드립니닷…!

    독자님에게 오늘은 인간게의 요정에게 힘을 빌려보려고 합니다. 영원한 젊음을 누릴 수 있는 피부 장벽의 보호의 요정…! 썬크림의 요정과 노화 방지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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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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