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1

        “오늘은 무슨 방송을 해볼까?”

       

        방송을 시작하기 전.

        오늘 할 방송 콘텐츠를 고민해 보기 시작했다.

       

        ‘게임 방송은…… 자신이 없군.’

       

        게임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은 잘 알지만, 아무래도 게임 속 위협을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과거 평범한 드래곤일 적의 기억이 떠오르고 만다.

        그렇기에 게임은 생각보다 나와 잘 맞지 않는 느낌이다.

       

        ‘딱히 싸우는 종류의 게임이 아니어도 된다지만…….’

       

        지금은 딱히 끌리지 않는다.

        내 인터넷 방송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철저한 나의 취미 생활이니까.

        내가 싫다는데, 굳이 나와 맞지 않는 방송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나 역시 내 방송의 시청자들을 소중히 여기고 있고, 그들이 원한다면 한 번 정도는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생각 정도는 있다.

        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다.

       

        ‘게임이 아니라면…….’

       

        먹방을 해볼까?

        아니면 지난번처럼 노래 방송을 해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잡담 방송?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는 사이, 어느새 방송 시간이 되었다.

        천천히 방송을 실행하자, 언제나처럼 시청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 용하!

        – 라하라하

        – 라하

        – 라하

        – 용하

        – 하이용

        – 라하.

       

        “반갑구나 아이들아.”

       

        나는 슬쩍 달력을 확인했다.

        ……오늘 화요일 아닌가? 지금 시간이 막 오후 12시를 지난 시간인데?

       

        – ㅋㅋㅋㅋ

        – 이젠 저 ‘반갑구나 아이들아’ 소리 안 들으면 하루 시작하는 것 같지가 않음.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

        – 반가워영!

       

        “그런데 아이들아. 늘 궁금한 것인데, 보통 이 시간에 너희들은 ‘직장’이라는 곳에서 노동하지 않느냐?”

       

        – 악!

        – 뼈 맞았어!

        – 백수가 뭐 어때서요!

        – 직장에서 몰래 방송 켭니다.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악의 없는 뼈 때리깈ㅋㅋㅋ

       

        “……미안하구나.”

       

        그런데 이거, 내가 미안해야 하는 일인가?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어차피 사소한 실수이니 대충 넘기기로 했다.

        상황을 보니 시청자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말이다.

       

        ‘직업이 없는 인간들이 이렇게 많단 말인가?’

       

        몇몇 시청자들은 직장에서 방송을 시청하며 일을 한다고 하지만 백수라고 자신을 지칭한 이들도 있었다.

        물론 그 태반은 거짓말을 한 것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숫자가 백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들의 뉴스라는 곳에서 청년 실업이 심각하다고 하더니, 정말 심각하긴 한 것 같았다.

       

        “내가 알기로, 인간은 노동을 함으로써 식량을 얻는다고 들었단다. 그런데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냐?”

       

        – 케바케죠.

        – 부모님 등골 빨아먹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한데.

        – 일 그만두고 쉬는 백수들도 많아요.

        – 요즘엔 몬스터들 때문에 공사판 일자리도 늘어서, 생각보다 일자리 자체는 많음.

        – 뉴스 다 거짓말이에요.

       

        “그러느냐?”

       

        뭐, 나보다 인간들이 자신들 사정을 더 잘 알겠지.

        나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 대신 오늘의 콘텐츠를 공개하기로 했다.

       

        “솔직히 오늘은 무엇을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단다.”

       

        – 엌ㅋㅋㅋㅋ

        – 오늘 콘텐츠 없다 선언ㅋㅋㅋㅋ

        – ㅋㅋㅋㅋ

        – 앜ㅋㅋㅋ

        – ㄱㅇㅇ

        – 이게 우리 라나님이지.

        – 파이팅!

       

        “그러니 오늘은 어제 하려고 했던 내 팬카페 구경이나 해볼까 생각했는데…….”

       

        나는 내 팬카페라는 곳을 열었다.

        그리고 ‘카페 점검 중’이라는 알림창이 모니터 한가운데 떠올랐다.

       

        – 지금 점검중임?

        – 헐?

        – 아. ‘모아모아’가 지금 회사 서버가 터졌네요?

        – 앗아아…

       

        그렇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터넷 홈페이지.

        ‘모아모아’라는 이름을 가진 이 홈페이지에서 만든 카페가 바로 내 팬카페였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회사의 서버에서 뭔가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 때문에 지금도 이 홈페이지가 정상적인 작동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중요한 검색 기능 들은 복구 되었고, 지금도 계속 복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카페’의 기능은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되었기에, 오늘은 그냥 잡담이나 해볼까 한단다.”

       

        – 이왕 이렇게 된 거, 지난번의 우주선 이야기나 계속해주시면 안 되요?

        – 그 오크 이야기 좀.

        – 사막 여행기 잼씀.

        – 우주선 이야기가 짱임.

        – 다른 이야기 해주셔도 되고요.

       

        “으음…….”

       

        그냥 간단하게 잡담이나 하려고 했더니, 시청자들은 잡담보다는 내 옛날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모양이었다.

        특히 아직 뒷이야기가 더 남은 두 이야기, 통칭 ‘우주선 이야기’와 ‘오크 이야기’를 찾는 이들이 많았다.

        

        “그렇게 원한다면…… 그래. 그럼 오늘은 내 옛날이야기를 들려줄까?”

       

        – 와아아아ㅏㅏㅏㅏ!

        – 라나님! 라나님! 라나님!

        – 감사합니다!

        – 우주선 이야기죠?

        – 오크 이야기 빨리요!

        – 헥헥헥!

       

        이렇게 내 이야기를 원하는 이들이 많다면, 나 역시 기쁘게 이야기를 해줄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들이 워낙 다양하다는 것.

       

        – 우주선 이야기!

        – 오크 이야기!

        – 다른 이야기요!

        – 좀 로맨틱한 것 없나요?

        – 외신 때려잡은 이야기요!

        – 용사랑 여행한 이야기도 있나요?

       

        “…….”

       

        조금이라도 통일이 되면 좋겠는데, 다양한 요청들이 채팅창에 올라온다.

        물론 많은 숫자의 요청들은 ‘오크 이야기’와 ‘우주선 이야기’였지만,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는 요청도 상당히 많았다.

       

        “진정하거라. 너희들이 그렇게 요청한들, 내 입은 하나뿐이지 않으냐.”

       

        – 분신술 쓰시면 안 되나요?

        – 입 여러 개로 늘릴 수 있지 않나요?

        – 더 만드실 수 있으면서.

       

        “물론 가능하지만, 하지는 않을 거란다.”

       

        이 고얀 놈들!

        짓궂은 말을 하는 시청자들을 한 번 흘겨본 후 컴퓨터를 조작했다.

        그리고 ‘추첨 기능’을 활성화 시켰다.

       

        “공정하게, 추첨을 통해 뽑은 사람이 원하는 이야기를 해주겠다.”

       

        – 앗아아…..

        – 아모른직다!

        – ㅇㅋㄷㅋ

        – 알겠슘다!

        – ㄹㅇㅋㅋ

        – ㄱㄱㄱㄱㄱㄱ

       

        빠르게 올라가는 추첨 대기 인원들.

        그렇게 약 10분 정도를 기다린 후 추첨 신청을 닫았다.

       

        “그럼 추첨을 시작하마.”

       

        – 가즈아!!!

        – 제발 저 뽑히게 해주세요!

        – 제발제발!

        – ㄷㄱㄷㄱ

        – ㅎㄷㄷ

       

        또로로로로로로록!!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는 룰렛.

        마치 영원히 돌아갈 것같이 돌아가던 룰렛이었으나, 룰렛은 이내 천천히 멈추었다.

        그리고 나타나는 닉네임은…….

       

        [도돌순이]

       

        “…….”

       

        – ???

        – ?

        – ??

        – 님이 왜 거기서 나옴?

        –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 님?

       

        뭐지? 추첨 기능에 인위적인 조작이 들어갔나?

        나는 에코에게 지시해, 조금 전 실행한 추첨 기능에 인위적인 해킹, 혹은 조작이 들어갔는지 조사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에코는 1초 만에 결과를 가져왔다.

       

        – 인위적인 조작이 있었을 확률은 0.3%입니다.

       

        ‘……그렇구나.’

       

        우연이었단 말인가?

        단순한 인과율이나, 혹은 필연적인 운명의 장난도 아니었다.

        정말로 순수한 행운이 작용한 결과였다.

       

        – 라나님.

        – 토크코드 받아보세요.

       

        띠로링! 띠로링! 띠로링!

       

        도돌순이로부터 토크코드 통화가 신청되었다.

        찜찜한 기분으로 통화를 받자, 어제 들었던 도돌순이의 푸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어어~! 안녕하십니까요.”

       

        “반갑구나.”

       

        – 순하!

        – 도하!

        – 도하순하!

        – 순하이!

       

        = “아하하하! 오늘의 행운아! 도돌순이님 등장이요~!”

       

        – 캬아아악!

        – 비틱 쳐 내!

        – 갸아아악!

        – 부럽다!!

       

        등장하자마자 내 시청자들과 재미있게 놀기 시작하는 도돌순이.

        그 귀여운 모습에, 결국 나 역시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에, 참으로 귀여운 아이들이다.

       

        “그래. 도돌순이야.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

       

        = “음…… 지난번의 우주선 이야기는 제가 못 들었고요.”

       

        – 헐

        – ㅠㅠㅠ

        – ㅠㅠㅠㅠ

       

        우주선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된다.

       

        = “오크 이야기는 제 취향 아니었고.”

       

        – ㅜㅜㅜㅜ

        – ㅠㅠㅠ

        – 아, 텄다 텄어.

        – 젠장!!

       

        오크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시청자들도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장 많았던 두 무리를 침몰시킨 도돌순이가, 은근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 “라나님. 제가 로맨스 소설을 좋아한단 말이에요?”

       

        “음? 그런데?”

       

        = “그중에서도 후피집을 좋아해요.”

       

        “……후피집?”

       

        그게 뭐지?

        처음 들어 보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도돌순이는 우쭐거리는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 “후회, 피폐, 집착입니다.”

       

        “아하?”

       

        각각 앞의 글자를 따서 ‘후피집’이라고 부르는 것이로구나?

        새롭게 안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도돌순이는 은근한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 “그런 의미에서, 후피집 태그 붙은 그런 이야기는 없을까요? 이왕이면 로맨스 장르로.”

       

        “으음…….”

       

        ‘후회, 피폐, 집착’이 들어간 내 옛날이야기 말인가? 그것도 로맨스 장르로?

        도돌순이의 요청에 눈을 감고 고민에 들어갔다.

        내 과거 경험담 중에서, 도돌순이의 요청에 맞는 경험담이 있었던가?

       

        “그…… 도돌순이야.”

       

        = “네!”

       

        “네 요청만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적당한지 고르기가 어렵구나. 무언가, 적당한 예시는 없겠느냐?”

       

        사실 나에게 ‘후피집’을 요청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인 도돌순이의 처지에서의 ‘후피집’이다.

        인간의 눈에는 충분히 ‘후피집’으로 보일지라도, 드래곤인 나의 눈에는 딱히 ‘후피집’으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로맨스라?

       

        막말로… 드래곤인 내 처지에서는, 남녀가 키스하고, 연애하고, 결혼하면 전부 로맨스로 보인다.

       

        = “아. 그래요? 그러면…….”

       

        주섬주섬!

       

        내 말에 뭔가를 찾기 시작하는 도돌순이.

        그러곤 그녀가 어떤 토크코드를 통해 어떤 사진을 보내왔다.

       

        [회귀 공주님은 멸망을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 “이 소설 비슷한 내용의 경험담은 어때요?”

       

        “소설?”

       

        이게 무슨 내용이길래?

        나는 읽어 본 적이 없는 소설이기에, 에코에게 지시하여 즉시 소설의 전 내용을 결제했다.

        그리고 본체의 뛰어난 두뇌를 사용해 순식간에 모든 회차를 읽어보았다.

       

        소설의 내용을 크게 요약해 보자면, 한 왕국에 사생아 공주가 있었다.

        그 공주는 사생아라는 이유로 학대당했고, 왕국을 위해 일하도록 강요당했으며, 마지막에는 토사구팽당해 사형 당했다.

        하지만 공주는 알 수 없는 이유로 10살로 회귀했고, 미래의 지식을 이용해 자신을 괴롭힌 이들에게 복수하고, 결국에는 성공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 아.

        – 저거 흔한 회빙환 로판임.

        – ㅋㅋㅋㅋ

        – 아닠ㅋㅋㅋ

        – 하필이면 저런 것을 가져오셨넼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저런 이야기가 있으려나?

        – ㄹㅇㅋㅋ

       

        = “어떻게, 대충 비슷한 이야기 있나요?”

       

        “음…… 있긴 하지.”

       

        – 있어?

        – 있다고?!

        – 심지어 있어???

        – ????

        – 헐?

       

        시청자들의 놀람이 보이는 채팅창을 바라보며, 나는 천천히 그때의 기억을 불러오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우주선 이야기 뒷이야기를 계속 해볼까 하다가, 이쪽 장르가 끌려서 이거 먼저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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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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