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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1

        

       호천안은 이미 한번 심리전을 걸었다.

       

       바로 주사위를 놓을 때였다. 호천안과 도귀는 주사위하면 떠오르는 숫자가 있었으니 바로 1이었다.

         

       대항사위의 마지막 판을 마무리했던 그 숫자.

         

       그렇기에 호천안은 6을 놓았다.

         

       아마 호천안이 다른 도박사였다면 1을 놓았을 일이었다. 한 번 도귀의 잔 섞은 실력도 확인할 겸 인연을 강조할 겸 말이다.

         

       그러나 호천안은 그런 쓸데없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승부에는 철저하게 임해야 하고 행동은 효율적이여야 한다는 것이 호천안의 지론이었으니.

         

       ‘6을 고를 것을 알고 있었다.’

         

       1이 아닌 수를 놓았다는 것을 예상할 수는 있었겠지만 도귀는 호천안이 6을 고르리라는 것을 정확히 예상했다. 심리가 간파당하고 있다는 증거.

         

       기본 판돈을 걸며 호천안은 도귀를 바라보았다.

         

       집요하게 도귀의 모습을 살펴 보았지만 도귀에게서 별다른 기색도 읽어낼 수 없었다.

         

       사람은 자신의 심리상태를 신체를 통해 드러낸다. 손을 쥐었다 편다던가 코끝을 훔친다던가 눈을 피한다던가.

         

       그러나 도귀는 그런 반응을 드러내는 일 없이 온전하게 자신을 제어하고 있었다. 신체의 말단 반응까지 적절하게 통제하고 있는 완성된 도박사 그 자체.

         

       흑묘는 탐색과 수비를 거듭하는 두 사람의 심리를 분석하며 판세를 살폈다.

         

       ‘겉으로 보기에도 도귀는 빈틈이 없어. 선배라고 해도 한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자가 아니야. 그러니 호 선배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

         

       하나는 기술을 노출하지 않고 도귀의 심리상태를 파악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 또 하나는 도귀가 주사위의 값을 알수 없도록 해서 승부를 운의 영역으로 밀어 넣는 것.

         

       호천안의 선택은 후자였다.

         

       호천안의 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허공에 뜬 잔이 이리저리 꺾일수록 관객들의 눈이 커졌다.

         

       무음!

         

       잔의 움직임에 그 안에 있는 주사위는 분명 춤추고 있을 테지만 잔에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주사위의 면과 잔의 면이 소음이 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이 접촉했다가 떨어짐을 반복하고 있다는 증거.

         

       “저럴 수가..!”

         

       도박 중에는 조용히 하는 것이 관전자가 지켜야 할 덕목이지만 그런 덕목마저 망각할 정도로 도박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말로만 들어도 허황되어 보이는 기술이 눈앞에서 그대로 실현되고 있었으니까!

       

       도박사들의 경악성을 담은 호천안의 잔이 멈추었다. 

       

       도박사들의 시선은 다시 도귀에게로 향했다. 과연 도귀는 지금 호천안의 손놀림을 간파해 냈을까? 

         

       “3에 가전 3개.”

         

       “본인은 6에 가전 3개를 걸겠소. 더 거시겠소?”

         

       호천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녀석 정말 변화를 파악했나?’

         

       호천안은 의도적으로 처음의 눈과 다른 눈을 뽑았다. 처음 그대로 돌려놓는 것 역시 가능했고 그걸 토대로 도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도귀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다 낭비에 불과했다. 효율론적인 관점에서 상대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없다. 만약 기술을 간파할 수 없다면 어쩔 텐가. 기술을 살살 펼치기라도 할 것인가?

         

       “3개 받지. 더 걸 생각은 없다. 열어도 되겠지?”

         

       “물론이요.”

         

       각기 가전 4개. 도합 가전 8개의 향방을 가를 판. 156개의 가전 중 고작해야 8개가 걸린 판이니 절대 큰 판이라고 말할 수 없음에도 관중들을 손에 땀을 쥔 채 그 결과를 기다렸다.

         

       승기.

         

       이 도박판의 승기를 누가 휘어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이번 판으로 판가름나기 때문이었다.

         

       “육! 육이다!”

         

       “이럴수가! 저 자가 저 괴물을 상대로…!”

         

       “이런 수준 높은 판을 보게 될 줄이야!”

         

       ‘선배가 수를 펼쳤는데도 밀렸어.’

         

       호천안에게 두 번 연속으로 판을 따내며 승기를 굳힌 도귀. 흑묘는 그런 도귀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호천안과 승부를 벌일 수 있는 도박사가 나타났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배 이제야 선배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겠네요. 그 귀한 얼굴…제대로 봐 드리지요.’

         

       판이 계속되었다.

         

       승기는 호천안이 4 그리고 도귀가 6이었다.

         

       관중들은 연신 침을 삼켰다. 승기는 4대 6이었는데…

         

       “눈이 2라는 것이 셋을 걸겠소.”

         

       “받고 눈이 다섯에 둘을 더 건다.”

         

       “받겠소.”

         

       이번 판은 도귀의 승리였다. 도박사들은 그 광경을 보며 생각했다. 가전은 도귀의 앞에 쌓이고 있었으며 도귀의 기세나 도박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마치 바위를 연상케 하는 단단함을 지니고 있었다.

         

       그에 반면 호천안은 사나웠다. 조잡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친 수를 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호천안 본인조차도 주사위의 눈을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을 마구잡이로 흔들기도 했으며 눈을 넣을 때 계속해서 같은 수의 눈을 넣기도 했다.

         

       도귀의 단단함을 깨트리기 위해 호천안은 거침없이 이빨과 발톱을 들이댔고 그런 호천안의 맹공은 계속해서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판은 누가 봐도 도귀가 우세하였으나 관중 중 누구 한 사람 도귀의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자가 없었다. 당장이라도 도귀의 단단함이 깨트릴 것만 같은 호천안의 맹공이 이어지고 있었으니까.

         

       “2에 가전 일곱 개.”

         

       “받겠소.”

         

       무엇보다도 도박사들이 판을 예측할 수 없다 여기는 것은 호천안이 계속해서 배팅액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운의 영역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었다. 점차 기본 배팅액이 늘어나고 있었다. 호천안이 점차 기본 액수를 늘려가니 도귀 역시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배팅 금액을 늘릴 수 밖에 없었고…

         

       “다섯을 받고 4에 또 여섯.”

         

       “받는다.”

         

       판에 오르내리는 판돈은 기본이 10단위에 들어섰다.

         

       ‘왜일까.’

         

       흑묘는 궁금했다. 어째서 호천안은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일까. 도귀는 호천안을 아주 철저하게 분석해 이 자리에 들어섰으니 호천안 역시 도귀에 대한 정보를 모을 때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럼에도 호천안은 그런 정석을 택하는 대신 밀리고 있음에도 점차 판을 키웠다. 크게 걸며 이득을 극대화시키려는 얕은 선택이 아니었다.

         

       판이 커지면 커질수록 안정성은 떨어진다. 서로가 서로의 눈을 가리는 것이 가능한 도박인 주사위 맞추기는 많은 불확실 요소를 품고 있다.

         

       호천안은 의도적으로 그런 판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백척간두(百尺竿頭).

         

       어느새 두 도박사의 발밑은 천길 낭떠러지가 되었다. 양 도박사가 간파할 수 없는 요소들이 판을 치고 단 한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액수들이 오가는 상황.

         

       “2에 가전 다섯을 걸겠소.”

         

       “받고 3에 다섯 개 더.”

         

       “받고 셋을 더하겠소.”

         

       “종료하지.”

         

       치열한 일진일퇴의 공방이 오갔다. 승부의 경향은 없어진지 오래. 누가 주사위를 놓고 누가 잔을 잡느냐. 본래라면 서로의 심리간파와 손기술 상태에 따라 명확히 그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매 판은 혼탁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럼에도 승자와 패자는 나뉘고 승기가 기울기 마련이었으니. 그 승기를 유지하는 자는 도귀였다.

         

       호천안의 가전은 40개 밑으로 떨어졌고 도귀의 가전은 점차 두둑해졌다.

         

       그러나 아직 승부는 알 수 없었다.

         

       기본으로 스무 개 이상의 가전이 오고가는 판이 성립되었으니 누군가 발이 미끄러지는 순간 지금 판의 저울추가 크게 기울 것이기에.

         

       “6에 아홉.”

         

       “받고 4에 열을 더하겠소.”

         

       “열지.”

         

       그리고 발이 먼저 미끄러진 자는 호천안이었다.

         

       “아…!”

         

       호천안이 연달아 두 번 패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며 간신히 유지하고 있던 균형이 크게 휘청였다. 호천안의 가전은 이제 스무 개 밖에 남지 않았다. 지금의 판세를 유지하면 다음 판에 승부가 갈릴지 모를 일이었다.

         

       “음…너무 성급하게 판을 크게 키운 것이 아닐지.”

         

       “도귀라고 했던가? 확실히 저 자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더군.”

         

       “아무리 도박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은 필수이거늘…”

         

       도박사들은 아쉬움을 표출했다. 도박사들이 처한 입장을 떠나더 두 사람의 승부에 깊게 몰입했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이 더 신중하게 도귀를 파악하며 천천히 액수를 올렸다면 정말 어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는데…

         

       마지막 판일지도 모를 판이 시작되었다.

         

       호천안은 주사위를 놓았고 도귀는 잔을 들었다.

         

       도귀는 어느 때보다 집중력을 끌어 올렸다. 마음은 술렁였지만 지금까지 유지해온 평정심이 깨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아니, 눈 앞의 호천안과의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해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차분한 마음상태였다.

         

       과연 호천안은 주사위의 수를 몇으로 두었을까.

         

       도귀는 그리 생각하며 어쩌면 이번 도박판을 마무리하게 될 마지막 수를 어찌 둘지 고민했다.

         

       아무리 호천안과 도귀라고 한들 상대방의 손놀림을 보고 잔 속에서 날뛰는 주사위의 눈을 완전히 간파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들의 눈썰미와 도박실력이 뛰어나다 한들 주사위를 섞는 자 역시 일절의 실력을 갖추었으니까.

         

       상대의 수를 간파할 때도 있었으며 상대의 수를 놓칠 때도 있었다.

         

       ‘눈의 예측은 무의미하다.’

         

       호천안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이 순간에 어떤 눈을 놓았는가? 도귀는 호천안의 심리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가 아는 호천안은 불패. 애초에 위기를 겪지 않은 자를 상대로 위기의 순간 보일 반응을 예상할 수 있을까.

         

       그러니 도귀는 오로지 잔을 섞는 것에 집중했다.

         

       주사위 맞추기에서 두 사람 다 주사위의 정확한 눈을 맞추는 것에 실패하면 가까운 수를 맞춘 이가 승자가 된다. 호천안이 2에 걸고 도귀가 6에 걸었을 때 주사위가 5라면 도귀가 승리하는 식이었다.

         

       ‘마지막까지 나의 식대로 간다.’

         

       호천안과 같이 섞는 본인조차 파악할 수 없도록 잔을 흔들 수도 있었지만…도귀는 자신의 흐름을 유지하며 최선을 다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이 판의 마지막 잔이 될지도 모를 도귀의 잔이 멈추었다.

         

       “본인은 3에 아홉 개를 걸겠소.”

       

       “받는다. 나는 2에 열 개를 더 걸지.”

         

       도귀는 속으로 심호흡을 했다. 호천안은 일관성 있게 공격적이었고 도귀는 일관성 있게 흐름을 유지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도귀를 견인해 왔으며 승리의 길이었으니 도귀는 끝까지 믿고 가기로 정했다. 설령 이번 판이 호천안에게 넘어가더라도 최후의 승자는 내가 되리라.

         

       “받겠소.”

         

       “어차피 더 이상 걸 가전도 없으니 바로 개봉하지.”

         

       모두가 숨을 죽였다. 잔 안에 들어있는 주사위가 만약 3이라면 그대로 이 도박판은 도귀의 승리가 된다. 만약 2라면 호천안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그야말로 승패의 분기점!

         

       모든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잔 속에 있는 주사위의 눈에 집중했다.

         

       흑묘조차도 호천안의 반응에서 눈을 떼고 잔을 응시했다. 과연 여기서 끝인가? 아니면 역전의 시발점인가?

         

       잔이 열리고 주사위의 눈이 드러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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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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