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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1

       

       

       

       

       “하아… 알려 드릴 게 있었는데.”

         

         

       한편.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서준우는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었다.

         

       갑자기 사라졌다는 서은빈과 관련해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준우야. 그게 무슨 뜻이니?”

       “사실……”

         

         

       그때 아들의 혼잣말을 듣게 된 이다혜가 그 뜻을 되물었고, 서준우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엄마에게 전했다.

         

       줄곧 옆에서 관찰한 서은빈은 따스하면서도, 어둡고 좁은 장소를 좋아하는 조금 특이한 아이다. 뭔가에 집중하고 싶을 때나 혼났을 때 그런 장소를 더 찾는다.

         

       그리고……

         

         

       “고민이 있을 때, 특히 더 그런 것 같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혼자 있는 게 어느 정도 진정 효과를 줘서 그런 것 같아요.”

       “그렇구나.”

         

         

       ……?

         

       너무나도 무덤덤한 이다혜의 반응에 서준우는 되려 당황한 표정이 지어졌다.

         

       이거 나름 서은빈이 어디로 사라졌을지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정보 아닌가?

       그리고 이 중요한 사실을 엄마가 모를 리가 없는데…….

         

         

       “그… 아빠한테 안 알려줘도 괜찮겠어요?”

         

         

       서준우의 질문에 이다혜는 남편과 관련된 어떠한 추억을 회상하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아들의 의문에 대답했다.

         

         

       “괜찮을 거야. 아빠는 너희에 관해 모르는 게 없을 테니까.”

         

         

       아들인 서준우가 서은빈에 관해 알고 있는 사실을 과연 남편이 모를 리가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남편은 그렇게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다급히 어딘가로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 자신의 안에서 나름의 근거를 바탕으로 움직이는 거겠지.

         

       그러니 서은빈을 떠올리며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서준우와 서은빈에게 지금 해줄 말은 딱 한 가지였다.

         

       

       “아빠는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거든. 분명 은빈이와 함께 미소 지으면서 돌아올 거야.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아빠를 한번 믿어보렴. 예전에……”

         

         

       이다혜가 그랬었던 것처럼.

         

         

         

       ***

         

         

         

       “어떡하지…?”

         

         

       어딘가에서 웅크려 앉아 있던 서은빈은 진심으로 후회했다.

         

       이미 15분의 시간이 지났다는 것 정도는 진작에 알고 있었다.

         

       문제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아마 가슴의 답답함.

         

       여전히 이것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왜 계속 몸이 떨리는지에 관해선 설명이 안 되었다.

         

       서은빈은 그 이유에 관해 고민했고, 점차 새로운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이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하지 않은 진짜 이유를 말이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에서 벗어나, 다시 사람들의 앞에 서게 된다면 이 상태로 연기를 해야겠지.

         

       그러면 다들 엄청 실망하지 않을까…….

         

       애초에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지고,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은 것부터가 엄청난 감점 요인이었다.

         

       그렇기에 서은빈은 후회한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에 온 것을.

         

       마음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자 이곳에 왔는데 오히려 더 무서운 감정이 생겨버렸다.

         

       그 때문일까.

       어느샌가 서은빈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어린 서은빈으로서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차라리 아무도 찾지 못할 것 같은 이곳에서 계속 숨어있는 게 어떨까 싶었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른 뒤라면, 상태가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헛된 희망을 품으며.

         

       어쩌면 서은빈은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내 주어,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는 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 생각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는 서준우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예상되었다.

         

       그러나.

         

       끼이이익-

         

       분명 그런 생각을 하며 포기하고 있을 때, 이변이 일어났다.

         

       소리.

       무언가가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깜깜했던 공간에 서서히 빛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서은빈의 귀에 맴돌았다.

         

         

       “여기 있었구나.”

         

         

       그것은 분명 아빠의 자상한 목소리였다.

         

       서은빈에게 있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어쩌면 가장 먼저 자신을 찾아주길 간절히 바랐던 사람.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서은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자신을 향해 지어주던 아빠의 옅은 미소를 발견했다.

         

       서은빈은 그대로 아빠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뚝뚝, 지금껏 열심히 참아왔던 울음을 터트리며.

         

         

         

       ***

         

         

         

       이다혜의 예상대로 서은우는 딸이 평소 어느 장소를 선호하는지 알고 있었다. 종종 벽장이나 집구석 어딘가에서 멍을 때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니까.

         

       거기에다가 조용석으로부터 딸이 아직까지 CCTV에서 모습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듣고 곧바로 한 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어쩌면 딸이 대기실 안을 아직 벗어나지 않은 게 아닐까? 라고.

         

       그렇게 자신의 생각대로 곧바로 대기실에 달려간 서은우.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대기실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캐비넷이었다.

         

       서은우는 그곳으로 걸어가 조심스럽게 캐비넷의 문을 열었다.

         

       ……역시나.

         

         

       “여기 있었구나.”

         

         

       그의 예상대로 딸은 캐비넷 안에서 잔뜩 울상인 표정으로 웅크려 앉아 있었다.

         

       서은우는 그런 딸을 보며 애써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정확하게는 딸의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자기 자신에게 말이다.

         

       아무래도 은빈이가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 들떠서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무엇이 은빈이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였는지는 대충 예상은 된다. 아직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과도한 관심을 받았으니까.

         

       그러니 자신의 품에 안겨 엉엉 울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미안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서은우는 울음을 터트린 딸의 등을 토닥여주며 조금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은빈아. 아무래도 아빠 생각이 틀렸던 것 같아.”

         

         

       그렇게 잠깐의 침묵이 끝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은우 쪽이었다.

         

       하지만 방금 아빠의 말은 서은빈으로서는 말 그대로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이었다.

         

       도대체 뭐가 틀렸다는 걸까?

       적어도 지금 서은빈의 귀에 그리 좋은 뜻처럼 들리진 않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뭐가 틀렸어요…?”

        “음, 사실 아빠는 처음 은빈이의 연기를 보고 곧바로 천재라고 결론을 내렸거든.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해.”

         

         

       서은빈은 쥐고 있던 아빠의 옷자락을 더욱더 강하게 쥐었다.

       어찌나 세게 쥐었는지 그 힘이 어렴풋이 서은우에게 전해질 정도였다.

         

       분명 자신이 천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역시나 이 말이 그리 좋은 뜻으로는 들리진 않는다.

         

       솔직히 아빠의 입에서 대충 어떤 말이 나올 줄은 예상하고 있었다.

       분명 실망하셨겠지. 자신 있게 아빠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선언해놓고선 꼴사납게 약한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그리고 그것이 예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는 점이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근데 괜찮아. 은빈이에겐 그게 당연한 거야.”

         

         

       아직 아빠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나이도 나이고, 이번이 첫 촬영. 그리고 처음부터 붉은 실에서 가장 중요한 여주인공인 구월의 아역 역을 맡게 됐지. 아빠와 엄마의 딸이라는 점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감도 장난이 아니고.”

       “…….”

       “아빠가 만약 은빈이었어도 도저히 견디기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 은빈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굳이 잘못을 따진다면, 좀 더 빨리 은빈이의 마음을 못 알아준 아빠 탓이 크지. 미안해. 정말로 미안.”

         

         

       아빠의 갑작스러운 사과.

         

       크게 혼날 줄 알았는데 되려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은 덕분일까. 서은빈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에요!”

         

         

         

       그렇기에 아빠의 잘못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정을 해보았건만…….

         

         

       “뭐가 아니야? 그냥 아빠 잘못 맞아. 이건 은빈이가 아빠를 탓해도 무조건 무죄야.”

         

         

       생전 처음 본다.

       아빠가 저렇게 화내는 모습을.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은 서은빈이 아닌, 완전히 서은우 본인이었기에 서서히 서은빈은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아빠가 한 말에는 거짓이 없다는 것을.

         

       부담되고, 무서워서.

       캐비넷 안에 숨어버린 게, 절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아빠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거짓 없는 말과 진심이 지금의 서은빈에게 얼마나 든든하게 와 닿았을까?

         

       분명한 건, 어느샌가 서은빈의 눈물이 그쳤다는 것이다.

         

       그리고.

         

         

       “은빈아.”

         

         

       서은우는 소중한 딸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부르며, 잠시 멈칫했다.

         

       지금 딸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약간 기이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언젠가.

         

         

       ‘분명 이거랑 똑같은 상황이 있었던 것 같은데.’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서은우는 쓴 미소가 지어졌다.

         

       아무래도 은빈이의 아빠로서.

       또, 한 명의 작가로서.

         

         

       “그러니까 아빠가 다 책임져 줄게.”

         

         

       품속에 안겨 있는 어린 배우에게 해줄 말은 이미 정해져 있었나 보다.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I Became a Genius Writer Obsessed With a Popular Actress

인기 여배우에게 집착 받는 천재작가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She likes me enough to win an award. Meet Seo Eun-Woo, a passionate K-Drama fan turned writer, whose life takes an unexpected twist when he awakens in a world of mediocre dramas. Frustrated and desperate for the perfect storyline, he stumbles upon a former actress who sparks his creative genius. Watch as their fateful encounter turns his life into a captivating drama of its 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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