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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172 – 악몽에 갇힌 아이>

     

    아카데미에는 일정확률로 특정시기에 특정장소에서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다.

    중간고사 전에 <저주대소동> 주간이벤트가 발생할 때, 미술실 아래 공실의 입구기준 11시 방향 천장에서 가로로 다섯 세로로 일곱 번째 타일에 구멍을 뚫으면 입수할 수 있는 아이템이 대표적이다.

     

    <저주보관장치>

    등급 – 마법7급

    설명 – 정해진 용량 이하의 저주를 보관했다가 발사할 수 있는 특수한 레이저포인트.

    효과1 – 레이저에 닿은 저주를 보관한다.

    효과2 – 레이저에 닿은 공간에 저주를 사출한다.

     

    전투시에 사용하면 적의 집중력을 빼앗을 수 있고, 수련용으로 사용하면 저주내성을 밤마다 자동으로 올릴 수 있는 편리한 장치.

    고인물에게는 저주주간이 찾아오면 반드시 입수해야 할 아이템으로 알려질 정도로 유명한 아이템이다.

     

    ‘용케 입수에 성공했네!’

     

    40%의 확률로 입수에 실패하는 아이템.

    보통은 투척용 암기나 재료만 잔뜩 얻는 장소다.

    무슨 이유로 아이템을 얻지 못하는가.

    그런 건 궁금하지 않다.

    찾는 템을 얻기만 했으면 됐지, 내막까지 알 필요가 뭐람?

     

    “오크노디. 이쪽으로 오지 마. 여기, 굉장히 수상한 저주가 있어.”

     

    나무 사이를 넘나들며 저주를 찾아 헤매는데 근처 나뭇잎 사이로 삐죽 도로시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유독 커다란 높이의 나무.

    나뭇가지 중간에 걸려있는 발톱에 찢긴 흔적이 남아있는 이불.

    <어디서나 잘 자기> 강의에 쓰인 이불이다.

    얘들은 뭘 상대로 잠자기를 하고 있었던 걸까?

     

    “숲의 나무들의 동태가 이상해서 살펴봤더니 이 나무의 꼭대기에 저주가 있어.”

    “헤에. 그렇구나.”

    “나무 높이도 높은 것이 3학년의 구역과 맞닿을 정도야. 3학년급 저주가 있을지도 몰라.”

    “고마워, 도로시!”

    “친구 사이에 이 정도쯤이야. 위험할 땐 서로 돕고 그러는 거잖…아아아!? 방금 말했잖아, 위험하다고! 왜 그걸 기어 올라가는 거야!?”

     

    있다.

    나무 꼭대기에 굉장히 불길해 보이는 사람 머리카락으로 엮은 둥지와 정체불명의 새카만 알이.

    게임에서도 종종 봤던 <랜덤악몽의 저주>가 담긴 알이다.

     

    뾱.

     

    버튼을 누르자 저주가 레이저포인트 속으로 쏙 들어갔다.

    머리카락을 엮어 만든 둥지도, 정체불명의 새카만 알도, 나무 위에 드리운 불길한 기운도 모두 저주보관장치 속으로 사라졌다.

     

    “이 장치를 쓰면 저주를 없앨 수 있거든!”

    “아아… 뭐야. 난 또 갑자기 내성작을 한다면서 저주에 뛰어드는 줄 알았네. 아무리 오크노디라도 그렇게까지 터무니없지는 않겠지?”

    “…”

    “오크노디?”

    “나, 나, 숙제를 까먹어서 먼저 가볼게!”

    “오크노디!?”

     

    달리는 내 뒤에서 나를 부르는 도로시의 목소리는 이 악물고 무시했다.

     

     

    * *

     

     

    랜덤악몽의 저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내용물을 알 수 없는 ‘알’의 특성이 담긴 저주다.

    이 저주는 그리 인기가 좋은 저주는 아니다.

    운이 좋으면 저주내성 중에서도 꼭 필요한 내성이 오르는가 하면, 내성을 올릴 수 없는 극악한 난이도의 악몽이 뜨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스탯을 소모해야 깨어나는 상급쇠약의 저주에 걸릴지도 모르고, 현재 스펙으로는 악몽에서 깨어날 수 없는 저주라도 걸리면 그대로 게임오버로 직행할 수도 있는 무시무시한 저주!

    하지만 내게는 방법이 있다.

    저주에 들어가기 전에 내용물을 알 수 있는 방법.

     

    “대답아 대답아. 이 알에는 무슨 저주가 들어있니?”

     

    바로 <대답하는 문>에게 물어보는 것!

     

    “…위험한 거.”

    “자세히 알려주면 안 돼?”

    “…싫어.”

     

    밤마다 밖으로 쏘아 다니고 호감작을 안한 탓인지 대답하는 문의 반응이 퉁명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와서 매일같이 대답하는 문과 호감작을 하는 헤스티아보다 호감도를 더 높일 자신은 없다.

    여기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했다.

     

    “알려주지 않으면 네 정체를 헤스티아에게 폭로할거야!”

    “…그건 곤란해.”

    “대신에 알려주면 거기서 나오는 방법 알려줄게!”

     

    문이 순순히 협력하게 하고, 거짓말을 해서 위험한 악몽에 빠뜨리지 않도록 보험까지 걸어두는 것!

     

    “…알에 깃든 저주는 사망체험의 저주야.”

    “우왓. 엄청난 저주가 걸렸네.”

     

    사망체험의 저주는 지정횟수만큼 꿈속에서 죽음을 체험해야 깨어나는 저주.

    당연히 엄청나게 아프거나 괴롭고, 보통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고통 받는 시간이 자꾸만 늘어나 현실에서도 사람이 미쳐가게 된다.

    탈출법은 눈 딱 감고 지정횟수만큼 죽는 것.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내성이 안 오른다.

    간지럼의 저주에서 간지럽다고 몸을 긁으면 내성이 오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 저주가 상급 저주인 것은 탈출방법이 어렵다는 것 외에도 내성이 오르는 조건이 까다롭다는 데에 있다.

     

    ‘사망체험의 저주에서 내성을 올리는 방법은 사망의 원인을 해소하는 것!’

     

    백번 죽어야 풀려나는 저주에서는 백번 사망원인을 해결해야 풀려난다.

     

    “…이제 알려줘. 빠져나갈 방법.”

    “네 말이 정말인지 확인하고 나서!”

     

    침대에 눕고 이불을 목덜미를 덮을 때까지 끌어올린 다음 두 손과 양 발을 이불 속에 쏙 집어넣었다.

     

    탕탕.

     

    눈을 감고 잠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준비는 끝!

     

    탕탕탕. 탕탕. 탕탕탕.

     

    “아이 참.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자잖아.”

    “…약속을 지켜.”

    “확인하고 알려준다니깐!”

     

    탕탕탕탕. 탕탕탕탕탕탕.

     

    벽을 두들기는 소리에 잔뜩 화가 나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 탁상으로 향했다.

     

    “응애?”

    “만드라고라. 벽면을 향해 힘찬 응애 5초간 발사!”

    “응애애애애애!”

     

    성체가 되면 사람 고막 좀 터뜨리는 만드라고라의 우렁찬 함성에 벽이 꿈틀거리며 고통을 호소했다.

     

    “또 까불면 다음엔 10초 발사야!”

     

    서열정리가 끝난 대답하는 문은 그제야 침묵했다.

     

    [당신은 사망체험의 상급저주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저주의 탈출조건과 해주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키기 전까지 저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교정.

    불온한 분위기가 도사리는 강의실에 상급반 학생들이 모인 모습이 보였다.

     

    “다들 안녕!”

    “누구야 저 녀석?”

    “몰라.”

     

    지금까지의 친분이 초기화된 것처럼 공격적인 반응.

    이번 회차에 처음으로 사귄 친구인 지젤이나 이사벨, 손오천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익숙한 것이 사라진 자리.

    같지만 다른 교정 속에서 문득 깨달았다.

    이건 다른 회차의 기억이구나.

     

    저벅. 저벅.

     

    멀리 복도를 걸어오는 피비린내를 동반한 한 사람.

    실성한 웃음소리와 인간을 향한 환멸로 가득한 눈동자를 보며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헤스티아.”

     

    그녀의 손에서 머리띠를 한 단정한 머리의 무투가 롯토의 목이 툭 떨어졌다.

     

    <챕터 1 메인보스>

    <광란의 헤스티아(100%)>

     

    익숙한 게임화면과 함께 악몽의 기믹을 깨달았다.

    이건 조금이라도 친밀도가 있는 친구에게 살해당하거나 살해하도록 만드는 기믹이다.

    하급 사망체험이나 중급 사망체험이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친밀도 보정> 기믹!

     

    “흥. 바보 같네.”

     

    몇 번이고 반복해온 아카데미.

    몇 번이고 반복해온 클리어.

    이 아카데미에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전투가 몇이나 되고, 쓰러뜨리지 못한 이는 또 몇이나 될까.

     

    “최상급 악몽은 되어야 봐줄만하겠어.”

     

    도끼를 든 헤스티아를 막고자 달리기 시작했다.

     

     

    * *

     

     

    오크노디가 강의에 나오지 않았다.

    이사벨은 걱정을 금치 못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습니까?”

    “없어. 처음 있는 일이야.”

    “또 어딘가에서 히든피스니 뭐니 하는 이상한 거나 찾아다고 있는 거 아니냐?”

     

    오크노디 성격이면 그럴만하지 않느냐는 손오천의 이야기에 잠시 혹한 이사벨이었지만 지젤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크노디는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샌님.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

    “제가 더 오래 지켜보고 제가 더 오래 생각했습니다.”

    “샌님 너 이 자식…”

     

    손오천이 심각한 얼굴로 추궁했다.

     

    “사실대로 말해. 오크노디, 니 애 맞지?”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립니까?”

    “니 애가 아니면 그런 말이 나올 수가 있냐?”

    “입학시험 전부터 마음에 걸렸던 아이라서 그런 겁니다.”

    “쥐방울의 어디가 마음에 걸려서?”

    “아이답지 않음… 이라고 할까요.”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은 아니다.

    어린이가 되기 전에 미성숙한 어른이 되기를 강요받는 노동자들은 얼마든지 널렸다.

     

    “그 앳된 얼굴에는 순수함이 남아있습니다. 아무리 비틀리고 억눌려도 없앨 수 없는 본질처럼 말입니다.”

    “음.”

    “우리 꼬마숙녀에게는 웃는 얼굴이 어울립니다. 그 웃음에 그늘이 드리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우리 세 사람만큼은 그리 다짐하지 않았습니까?”

     

    이사벨도 지젤의 마음에 공감했다.

     

    “맞아. 오크노디는 마음 표현이 뚜렷하지 않아. 좋은 감정은 쉽게 드러내면서 나쁜 감정은 그게 나쁘다는 사실조차도 몰라. 가치판단이 망가진 사람처럼.”

    “쥐방울은 처럼이 아니라 이미 망가진 거다.”

    “아무튼. 지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알 것 같아. 우리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오크노디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알지 못할 거야.”

     

    세 사람의 의견은 모두 일치했다.

     

    “오크노디의 기숙사실에 찾아가보자.”

     

    거기서부터 역으로 힌트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지금 오크노디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곤경에 처해있는지.

     

    “학생이 강의에 나서지 못했다…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군요. 사감실에 보관하던 111호 스페어 키를 드리죠.”

     

    사감선생님은 기꺼이 키를 내어주었다.

    오크노디의 방에 들어간 세 사람.

     

    “오크노디…?”

     

    방에 들어온 세 사람은 식은땀을 비 오듯이 흘리며 침대에서 몸부림치는 오크노디를 발견했다.

     

     

    * *

     

     

    “아니 이 악몽 진짜 선 넘네.”

     

    밤에 자는 동안 내성작을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사망체험의 상급저주.

    난이도가 오를 때마다 추가되는 기믹에 아주 골 때리는 기믹이 들어갔다.

    <친밀도 보정>에 이은 <연속격파> 기믹.

    몇 개로 끝인지도 모를 악몽을 연속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깰 때까지 잠에서 깨어날 수 없는 저주에 걸렸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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