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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 * *

       

       

       

       그래.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좋겠지.

       

       나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입을 열었다.

       

       

       “무기를 지원하고,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열심히 협력하겠다. 이렇게 해주세요.”

       “군사적 개입을 직접 언급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너무 대놓고 속이 보이지 않습니까? 맥아더도 그러면 우리를 경계할 수도 있고요. 뭐 적당히 볼셰비키 때문에 공산주의자라면 사정 없이 때려주고 싶다는 명분을 넣어도 되지만. 그래도 좀 알레스카를 반환받으려면 판은 깔아야 하니까요.”

       

       

       막말로 우리는 미국내 공산주의자을 잡기 위해 군대를 언제든 개입시킬 준비를 해놓았다!

       

       이거랑-

       

       우리는 미국 내 공산주의자들을 잡기 위해 미국을 가능한 한 다양하게 지원할 준비를 했다!

       

       이 둘 중 그래도 후자가 좀 더 깨끗해 보이고 알레스카 뜯기 좋지 않겠냐.

       

       대놓고 개입할 준비를 하고 맥아더를 지원하겠다는 건 좀 그래.

       

       그리고 다음에 올라온 숙제를 보니.

       

       일본 유학생에 대한 것이다.

       

       

       “이건, 일본에서 유학생을 보낸다고요?”

       “예. 러시아에 대한 호감도가 오르면서 일본 측에서 제안한 것입니다.”

       “나쁘지 않죠. 우리가 가는 것이 아니라면 받아주세요.”

       

       

       우리가 가는 것이 아니라면야 그 정도는 상관없지.

       

       어차피 일본에 가도 그쪽 사상에 물들 사람은 없겠지만. 전장이 될지도 모를 일본 본토에 러시아인을 밀어 넣기는 좀 그렇지 않나 싶다.

       

       

       “그리고 일본 내에서 친러 조직이 형성되었습니다.”

       “황도파가 친러파벌 아닙니까?”

       

       

       친러조직이 따로 생겨났다고?

       

       쓸데없이 친러파벌이 생겨났다는 것은 이놈들이 러시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친러파라고는 해도 그놈들이 폭주할 걸 생각하면 러시아가 자기들을 지원해 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고 있는 거지.

       

       

       “그것을 제외하고 일본 젊은 세대 사이에서 조직된 것으로 폐하를 숭배하는 일명 ‘아나단’이라는 조직이.”

       

       

       뭣.

       

       나 지금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띵하다.

       

       이게 현실에서 정말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 뭐 생각해 보면 대상이 내가 아닐 뿐이지 그런 비슷한 조직은 여러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거지만.

       

       

       “아나단은 설마 제 이름 아나스타샤에서 아나입니까?”

       “네.”

       

       

       한마디로 그거 일본 내 내 팬클럽이라는 거 아니냐.

       

       하다 하다 이 시대에 그런 것이 생겨나다니. 아, 물론 이 시대에도 팬클럽 개념은 있다지만, 그래도 천황을 모시는 일본에서 차르를 모셔도 되는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 시대에 씹덕이 나온다고?

       

       그것도 현실에서 존재하는 인물을 상대로?

       

       

       “참으로 입에 담는 것조차 무례하고 기괴하기 짝이 없지만, 아나짱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냥 생각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다.

       

       아니, 그런데 뭐 그게 내 알 바는 아니잖은가?

       

       그렇게 일본인들이 삽질할 수록 이 세계선에서 일본이 더 망가지지 않겠냐.

       

       유학이야기도 혹시 그때문 아닌가?

       

       일본에서 친러 파벌이 계속 떠오르니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알아서 생겨난 것을 굳이 우리가 나서서 짓밟을 필요도 없다.

       

       

       “내버려 둡시다. 어차피 나중에 전쟁나면 알아서 사라질 것들 아닙니까. 내부에서 일본인들이 무엇을 숭배하건 상관없죠. 애초에 그걸 걸고 넘어지는 건, 뭐 그놈들도 쪽팔리겠지만 내정간섭 아닙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가 일본 정부에 직접 아나단을 해산하시오! 이렇게 말하면 저쪽도 어이가 없을걸.

       

       당장 일본 정부부터 그 아나단을 눈엣가시처럼 여길 수 있다.

       

       그야 일본열도의 하늘은 오로지 지네들 천황 밖에 없는데, 대뜸 백인국가의 여제를 여러 의미로 숭배하고 있으니까.

       

       그 와중에 정작 러시아에서 해산하라는 말이 나오면 좀 그렇지 않겠냐고.

       

       

       “예, 그럼 그냥 내버려 두겠습니다.”

       

       

       아니지. 아니야. 잠시만 기다려 봐.

       

       이거 그냥 놓아버리는 건 좀 그렇지 않아?

       

       내가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서 그냥 그 아나단을 씹덕 느낌으로 봐서 그렇지. 이 시대의 아나단은 진실로 천황 대신에 나를 숭배하는 조직일 수도 있다.

       

       아니라고 해도 지원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아, 잠시만. 좋은 방법이 떠올랐네요.”

       “예? 좋은 방법이라고 하시면.”

       “그 아나단을 물밑으로 지원해주세요.”

       

       

       이게 단순한 애니 캐릭터 팬클럽 이런 것 비슷한 건 아니다.

       

       어쨌든 나에 대한 팬심이든 뭐든 간에 나를 찬양하는 무리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지.

       

       이들이 일본이 폭주할 때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혹은 일본 내에서 러시아를 공격한다! 는 개소리를 할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해야지.

       

       실제 역사의 일본도 자원을 더 캐내기 위해 전선을 더 넓힌다는 기가 막힌 방법을 쓰지 않았던가.

       

       러시아가 유럽 전쟁에 묶여 있는 틈을 노릴 수도 있는 일이다.

       

       특히 이시와라 간지의 황도파. 이건 이미 시작부터 일반 황도파가 아니잖아.

       

       어디로 튈지 모를 미친놈들이다.

       

       그렇기에 상대하는 것이 더 재미있을 수도 있지만. 안전장치는 만들어둬야지.

       

       

       “크흠. 아나단을 말입니까?”

       “진지하게 단순히 나를 좋아하는 일본인 조직을 넘어서서 세력권을 키우게 해 보는 것이죠.”

       

       

       아무리 그래도 훗날 위키에서 ‘일본 씹덕문화는 아나스타샤 차리나의 나의 전쟁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딴 소리도 듣기 싫고. 그럼 지원하는 게 맞다.

       

       아예 다른 존재로 만들어버려야지.

       

       그 아나단에 러시아로 유학왔다가 친러파가 되는 일본인들로 채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들이 쓸모가 있겠습니까?”

       “우리 좋게 생각합시다. 아나단 출신이 유학생으로 올 수도 있고, 일단 유학 온 유학생도 친러파가 될 것은 뻔하겠죠. 그들이 일본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훗날 우리에게 이점이 되었으면 되었지 없지는 않습니다. 일단 제대로 조사하고 지원할 가치가 있는지 보죠.”

       

       

       적어도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

       

       그놈들이 우리 러시아를 좀 먹는 것도 아니고 일본을 좀 먹을 텐데. 많아지면 우리로서는 나쁘지 않지.

       

       나중가서 혹시 우리가 키운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않으면 된다.

       

       그때문이라도 적당히 나중에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적당히 흘려 넘겨야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도파에 기타 잇키란 인물이 있죠? 그자의 사상에 대해 알아봤습니까?”

       

       

       기타 잇키가 황도파라고만 들었다.

       

       혹시라도 이시와라 간지처럼 사상에 영향을 받거나 그랬으면? 그걸 감안 해서라도 기타 잇키에 대해 알아보긴 해야 한다.

       

       이시와라 간지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쪽은 적당히 러시아가 적대하는 느낌만 안 주자면 우리 선에서 해결될 거 같은데.

       

       기타 잇키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인간이다.

       

       하여 그쪽은 알아야 뭐라도 이쪽에서 만일에 대처는 할 것이 아닌가.

       

       

       “천황을 받들어 새로운 유신으로 나라를 바로 세운다는 말을 했습니다.”

       

       

       쇼와 유신을 이루겠다는 생각인가.

       

       기타 잇키는 천황을 정면에 세우되 뒤에서 흑막처럼 일본을 이끄는 것을 바라는 놈이다.

       

       통제파의 입헌군주제와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르다는 거지.

       

       전제군주제로 가는 거 같지만, 천황의 이름만 빌려 독단적으로 정치를 하겠다 이거지.

       

       그렇게 하면 천황의 권위가 실추될 것은 분명하고.

       

       이 상황에서 아나단이 나서서 황도파에서 입김을 낸다하면?

       

       나중에 전후 복구 과정에서 아나단. 아니 그냥 쉽게 말해서 친러시아 파벌이 정권을 잡게 되면 좋잖아.

       

       무타구치 렌야와도 관계를 계속 이어 나가야지.

       

       무타구치 렌야는 남만주 총독이니 친해지면 뒤통수 치자마자 바로 무너져 내릴 것이 뻔하다.

       

       

       “으음, 새로운 유신이라. 흐음.”

       “기타 잇키도 지원할까요?”

       

       

       기타 잇키를 지원하면 생각보다 황도파가 집권하기 더 편하겠지.

       

       아주 잠깐. 황도파 지원을 망설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군주를 앞세워 제 이상을 채우려는 놈이 전국민이 아나스타샤 팬클럽인 러시아의 지원은 달갑지 않을 거다.

       

       애초에 여기저기 지원할 만큼 내가 자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스페인까지 정도면 충분하지.

       

       어차피 지금 일본은 아나단이 생겨날 정도로 러시아에 대한 우호도가 높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굳이 우리가 노력하지 않아도 황도파가 집권하기 쉬울 거다.

       

       

       “아니, 됐습니다.”

       

       

       이제는 슬슬 자금도 아껴야지.

       

       최근 지출이 많았으니 다시 지갑을 채워야 한다.

       

       일단 맥아더를 지원해서 알레스카와 함께 돈 좀 뜯어내고.

       

       스페인 내전이 터진다면 이걸 교묘하게 이용해 봐야겠는데. 일단 내전이 터지면 공화파를 무기 지원을 하면서 금 좀 뜯어내고.

       

       한편으로는 팔랑헤당 쪽에 의용군을 보내던가.

       

       

       “일단 스페인 내전이 터질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스페인 내전에 미국 내전까지. 내전 투성이 세상이로군요. 우리야말로 세계에서 평화로운 유일한 국가가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

       

       당장 영국은 식민지가 불안정하고 대공황 여파도 남아 있고. 독일은 혁명 문제로. 미국도 내전 전야, 스페인도 내전을 앞두고.

       

       튀르키예도 한동안 열강들에게 두들겨 맞았고 아니, 뭐 그리 따지면 러시아도 내전을 겪기는 했다.

       

       그 내전을 겪고 들고 일어났다는 점이 중요하지.

       

       

       “팔랑헤에 무기 지원을 준비하면 되겠군요.”

       

       

       팔랑헤에 대한 무기 지원이라.

       

       하긴 해야 하는데, 팔랑헤는 바로 지원하지 않을 거다.

       

       이미 호세 안토니오와 접근을 했고, 금괴까지 지원했으니 그놈은 우리를 우호적으로 바라보겠지.

       

       어쨌든 자기들을 돕고 있으니 말이야.

       

       지금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다.

       

       원래 역사의 소련은 무기 지원을 조건으로 공화정부로부터 금을 엄청 뜯어냈지.

       

       그것으로 공화정부는 화폐 상태가 병맛이 되고.

       

       

       “팔랑헤는 좀 후에 지원을 하고 초반엔 공화국 정부를 지원해야죠. 미리 준비를 해두세요.”

       

       

       공화국 정부를 지원할 생각이다.

       

       적당히 협박도 더해서 공화국 정부에서 돈을 뜯어내는 거지.

       

       그 후에 공화진영 내에 빨갱이가 있다는 이유로 가짜 정부로 봐서 팔랑헤를 지원한다. 이러는 거지.

       

       솔직히 틀린 말 없잖아.

       

       공화국 정부는 내부에서 빨갱이가 잠식하고 있으니, 아주 말도 안 되는 핑계는 아닐 것이다.

       

       돈 좀 뜯어내고 그 물품을 바로 팔랑헤당에게 넘기는 거지.

       

       

       “공화국 정부를요?”

       “공화국 정부가 가진 금을 뜯어내야 합니다. 우리의 국고도 채우고 공화국 정부의 화폐를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야죠.”

       

       

       어차피 팔랑헤야 반란 자금을 외부에서 지원받을 테니 공화 진영과는 달리 화폐 문제는 없거든.

       

       내전 이후라면 몰라도 내전 동안에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리하면 어쨌든 무기를 줘야 할 터인데. 팔랑헤당측에서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금부터 받아 내고 무기는 팔랑헤당을 주는 방법도 있죠. 명분은 다양합니다. 공화 정부 내에 공산당이 존재하니 금은 받았지만, 이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며 금도 돌려주지 못하고 무기는 어쨌든 스페인 정부가 될 팔랑헤당에게 넘기는 것도 좋지요.”

       “아, 좋은 방법이로군요.”

       

       

       그래. 바로 그게 중요하다니까.

       

       우리는 볼셰비키를 비롯한 세계의 공산주의자들을 혐오한다.

       

       전쟁을 불사할 정도로 말이지.

       

       스페인 공화정부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그나마 금을 준 것 때문이라고. 이렇게 핑계를 대도 되겠지.

       

       나는 꽤 착한 편이니 말이야.

       

       절대 공산주의자 따위에게 무기를 넘길 수는 없지. 정당한 스페인 정부인 팔랑헤당에 넘긴다. 이게 기본이잖아?

       

       

       “물론 공화 정부가 생각보다 빨리 무너질 수도 있으니, 외교부에서는 다양한 경로로 스페인에 접근해 봐야 할 겁니다.”

       “예. 폐하.”

       

       

       공화 정부도 변수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당장 맥아더의 미군사정부가 존재하지 않았나.

       

       

       “그럼 뭐 다른 문제가 있나요?”

       “별일은 아니지만, 오스트리아가 최근 주데텐란트를 중심으로 공산 독일과의 국경지대에 요새화를 시작하면서 긴장감이 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흠.”

       

       

       히틀러가 방어 준비를 하는 것이구나.

       

       방어 준비를 하는 히틀러라 정말 예상외인데. 그래도 히틀러가 방심하지 않고 제대로 싸울 생각은 한다는 점에서 나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쪽은 방어하지 않는 건가?

       

       

       “이탈리아 쪽은 내버려 두는 겁니까?”

       

       

       이탈리아 쪽도 방어를 하는 것이 맞지.

       

       결국 위아래로 쌈 싸 먹힐 수 있는 처지잖아.

       

       

       “네 그쪽은 딱히 준비하지 않는 듯합니다.”

       “흠, 결국 예산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미하일 드로즈돕스키는 예산 문제로 보는건가. 하긴, 오스트리아 국력을 생각한다면야.

       

       오스트리아 자체 체급으로 국경의 요새화를 한다고 하면 많이 힘들 거 같거든.

       

       우리도 이참에 국경에 방어선이나 제대로 만들까.

       

       스탈린 선, 몰로토프 선. 이런 게 있었지.

       

       스탈린 선은 독소전으로 뒤통수를 처맞고 그대로 관통당한 것으로 아는데. 한번 국경 요새화를 하긴 해야지.

       

       그렇다고 그냥 하기에는 좀 그런데.

       

       독일이나 발트놈들도 좀 긁어버리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폴란드는 그렇다 치더라도 발트에서도 슬슬 영국물을 빼는 게 좋지.

       

       독립해서 좋겠지만, 러시아없이 발트 3국도 없다는 걸 알려 주는 것도 좋다.

       

       잘 보라.

       

       기껏 친영 정부로 영국에 붙어 있는데. 지금 믿음직스럽지 못한 영국.

       

       그리고 방공협정국인 러시아는 국경에 요새를 만들었다.

       

       방공협정국이기는 해도 러시아는 물자 지원은 몰라도. 군대는 자국방어에 쓰겠다는 의미라는 거지.

       

       발트가 어떻게 나올까? 나는 그게 가장 궁금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밤에 어기적어기적 일어났더니 이제 몸이 좀 나아졌습니다.

    TINFH 독자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건강 조심하겠습니다!

    선작, 추천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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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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