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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용 비늘.

       2m 50cm의 키.

         

       그 두 특징에 진성은 그녀가 말하는 카즈오라는 무인이 환골탈태한 무인임을 알 수 있었다.

         

       무인이 인간의 태를 벗고 한 발짝 더 나아갈 때 나타나는 환골탈태 현상은, 반드시 육체적 변화를 동반한다.

         

       그리고 그 육체적 변화라는 것은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 부각하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것.

       말하자면 급진적인 진화이며, 익히고 있는 무공에 적합하도록 몸을 바꾸는 변화라고 할 수 있으리라.

         

       골격이 바뀌고.

       허물이 벗겨지고.

       유전자가 변형된다.

         

       뼈를 바꾸고 태를 바꾼다는 환골탈태의 뜻처럼, 말 그대로 몸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현류 역시 일격필살의 형태의 무공이겠구나.”

         

       진성은 카즈오라는 무인의 모습만 보고도 그 무인이 사용하는 무공을 추측할 수 있었다.

         

       환골탈태와 무공은 반드시 연관이 있었으니까.

         

       쾌(快) 계열의 무공을 쓰는 무인의 경우 환골탈태는 몸을 가볍게 하고 몸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환(幻) 계열 무공을 쓰는 무인의 경우 팔이 늘어나거나 착시현상을 일으킬 수 있도록 몸이 바뀌게 된다.

         

       그리고 2m 50cm의 키를 가지고 있다면….

         

       ‘강(强)과 패(佩)에 속하는 무공을 사용하는 이들이 환골탈태하면 커다란 키와 덩치를 가지게 되느니. 하지만 2m 50cm라는 것은 그것을 감안해도 범상치 않은 키인데, 이 정도라면 무공이 일격필살을 품은 것이 아니라, 일격필살이 무공의 형상을 이룬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몸의 크기는 무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무공의 종류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회피를 주로 하는 무공.

       사람의 눈을 현혹하는 무공.

       은신했다가 기습하는 무공.

       거대한 무기를 들고 사람을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무공.

       몸보다도 커다란 방패를 들고 꿋꿋이 버티는 무공.

       암기를 던지면서 도망 다니는 무공 등등.

         

       무공의 종류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많았고, 당연히 무공마다 적합한 신체의 조건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군과 싸웠던 베트콩들이 익힌 무공은 몸이 작을수록, 기사라는 이름으로 전쟁터를 전전했던 무인들이 익힌 무공은 몸이 커다랗고 근육이 많을수록 유리했던 것처럼.

         

       ‘게다가 용 비늘이라.’

         

       그런 의미에서 2m 50cm의 키와 용 비늘이라는 환골탈태의 결과물은 참으로 의미심장했다.

       항거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날리겠다는 듯한 거대한 신체와 한 방을 때릴 때까지만 버티면 족하다고 말하는 듯한 용 비늘이라니.

         

       “혹여 동영상이 있느냐?”

       “네.”

         

       리세는 진성의 물음에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조작해서 인터넷에 검색했다.

       그리고 동영상 몇 개를 찾아내곤 진성에게 건네주었다.

         

       “흠.”

         

       진성은 일본 무술 대회 영상이라고 한자로 적혀있는 영상을 클릭했고, 그러자 약간의 버퍼링과 함께 영상이 재생되었다.

         

       『 끼요오오오오오오오옷! 』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들리는 것은 돼지 멱 따는 소리에 가까운 괴성이었다.

         

       귀를 떨어뜨릴 듯한 거대한 음성에 진성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서둘러 소리를 줄였다.

         

       『 끼요옷! 끼야압 끼얏! 끼이이이잇! 히이야아아압! 』

         

       소리가 줄어드니 그나마 견딜만한 수준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동영상에 나온 무인이 내뱉는 끔찍한 소음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영상 속 무인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눈을 까뒤집으며 괴성을 내질렀기 때문이다.

         

       『 끼요오옵! 』

         

       무인은 광폭화 주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눈을 까뒤집으며 목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며 앞으로 나가기만 했고, 방어는커녕 몸을 제대로 보호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상대방이 막기 위해 내민 목검을 연신 두들기기만 할 뿐이었다.

         

       “무술 대회가 맞는데…?”

         

       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무인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광폭화 주술이나 어디 정신에 작용하는 주술의 힘을 빌린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목검으로 사람을 세로로 두 쪽을 내버리겠다는 듯 목검을 휘두르는 무인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곤 리세를 쳐다보았다.

         

       “요새 일본의 무술 대회에는 약을 해도 되느냐?”

       “풉.”

         

       리세는 진성의 질문이 우스웠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훗. 그런 게 아니랍니다.”

         

       그녀는 입가를 소매로 슬쩍 가리며 웃고는 진성에게 설명해주었다.

         

       “저게 시현류의 기본이자 끝이라고 해요.”

       “흠.”

         

       진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상을 끄고 다른 영상을 찾아보았다.

         

       이번에 그가 재생하는 것은 시현류에서 찍어서 올린 홍보 영상이었다.

         

       『 끼요오오오옷! 』

         

       그러자 아까와 마찬가지로 영상을 재생하자마자 기묘한 기합 소리가 울려 퍼졌고, 무인 한 명이 진검을 든 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인의 앞에는 거대한 쇳덩어리가 있었는데, 그냥 평범한 쇳덩어리가 아니라 철거할 때 크레인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거대한 쇠구슬이었다.

         

       그것도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크기의 쇠구슬.

         

       『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앗! 』

         

       무인은 목을 찢어발길 듯한 고음을 내지르며 일본도에 도기(刀氣)를 씌우며 앞으로 돌진했고, 그대로 온몸의 힘을 실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그 참격이 어찌나 빠른지 진성이 눈을 주술로 강화했음에도 쉽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서걱!

         

       일본도는 정확히 쇠구슬의 3분의 1지점까지 파고들었다.

         

       『 끼요오옷! 끼욧! 끼야아아아아악! 』

         

       무인은 3분의 1을 자른 것으로 만족하지 못했는지 번개같이 일본도를 빼고 같은 자리에 계속해서 내리쳤다. 그러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지나갔던 자리를 그대로 통과하며 검은 쇠구슬을 계속해서 잘랐고, 곧 사람보다 거대했던 쇠구슬이 정확히 두 동강 나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뒤에 영상이 이어졌다.

         

       통나무에 밧줄을 칭칭 감아 만든 수련용 허수아비에 괴성을 지르며 목검을 휘두르는 수백의 수련생도 나왔고, 목검 하나로 앉은 자리에서 나무를 쪼개는 사람도 있었고, 전국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갑옷을 검기도 씌우지 않은 일본도로 정확히 두 쪽을 내버리는 사범의 모습도 있었다.

         

       그리고 영상의 마지막에 진성이 궁금해하던 사람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카즈오.

         

       참마거룡(斬魔巨龍)의 카즈오(計夫)였다.

         

       “흠. 확실히 환골탈태한 무인이로구나.”

         

       진성은 영상 속의 카즈오를 보며 눈을 빛냈다.

         

       카즈오는 농구 선수를 연상케 만드는 거대한 키, 그리고 얼핏 보면 뚱뚱해 보일 정도로 과도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영상미를 위해서 상체는 헐벗고 있었는데, 일반인이라면 피부가 있어야 할 상체에는 거무튀튀한 물고기 비늘 같은 것이 빼곡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고기 비늘은 영상에서 비추는 빛에 따라 광택을 발했는데, 그 모습이 용의 비늘로 갑옷을 만들어 입은 것 같았다.

         

       그는 부둣가로 보이는 곳에 서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낡아빠진 전함 한 척이 있었다.

         

       『 흐아아아아압! 』

         

       영상 속의 카즈오는 소리를 지르며 기합을 내었다. 그러자 가뜩이나 과해 보였던 그의 근육이 다시 꿈틀대며 부풀기 시작했고, 근육 곳곳에 힘줄이 솟아났다.

         

       그는 그 부풀어 오른 근육으로 바닥에 꽂힌 검을 들었다.

       그러자 카즈오의 키 두 배 길이는 될법한 거대한 검이 높이 들렸고, 카즈오는 그것을 쥔 채 앞선 시현류의 무인들이 그러했듯 괴성을 지르며 검을 위에서 아래로 움직였다.

         

       『 끼—야—-압! 』

         

       그러자 카즈오의 검이 검강을 품고 움직였고, 아주 잠깐 허공에 빛이 맴돌았다가 사라져버렸다.

       마치 유성이 떨어질 때 그리는 선처럼 말이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카즈오의 앞에 있던 전함이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흠.”

         

       그것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진성은 그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꽤 강한 무인이구나.”

         

       진성은 카즈오가 보인 신위를 보고도 담담하게 그렇게 말했다.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단지 그렇게만 말한 것이다.

         

       오히려 리세가 의아해하며 되물을 정도였다.

         

       “그런 건가요?”

       “그러하다.”

         

       진성은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참격 자체는 꽤 강력하기는 하나, 극단적인 형태의 무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 저 정도의 위력을 내는 것이 맞는 것이겠지.”

         

       그는 그렇게 대꾸하며 스크롤을 내리며 대충 정보를 확인해보았다.

         

       ‘보자. 이 카즈오라는 작자가 일본 삼대 무사에 속해있고, 옛날부터 사츠마 번에 속해서 활약해왔던 무사 가문 출신이고…. 시현류의 정통을 이었고…. 나이는 올해로 49세라. 흠.’

         

       진성은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순위를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특성상, 반드시 무사들의 순위 역시 만들어놓았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의 예상이 적중한 것인지, 랭킹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자. 이 카즈오라는 작자는…. 2위로구나.’

         

       일본의 TV 프로그램에서 발표한 것으로 보이는 랭킹이었는데, 거기서 카즈오는 2위에 속해있었다.

         

       그 이유는 손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패널에 자세하게 적혀있었다.

         

       ‘방어를 도외시하는 형태’

       ‘용맹하기는 하나 너무 극단적인 형태.’

       ‘극강(極強)의 무공을 다루고 있기에 극유(極柔) 형태의 무공에 약할 것.’

       ‘사무라이 정신을 갖춘 것은 분명하나 일본 제일 무사라 하기에는 손색이 있다.’

       ‘또한 아직은 일본제일무사 소타로(蒼太朗)님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한다.’

         

       꽤 신랄한 평가였다.

         

       진성은 그것을 꼼꼼히 살펴보곤 스마트폰을 리세에게 다시 건네주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리세에게 물었다.

         

       “교류회의 날짜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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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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