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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알렉스는 바로 들려온 ‘아르’라는 이름에 눈을 크게 떴다.

       

       ‘뭐야, 왜 여기서 벌써 사역마 이름이 나와?’

       

       테이머, 그리고 사역마라는 존재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인식에 대해서는 알렉스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어딜 가든 잠재적인 위협을 안고 있는 직업으로 분류해 푸대접을 받기 일쑤지.’

       

       특히나 사역마가 사나운 마물일수록 그들은 거의 걸어 다니는 시한 폭탄이나 마찬가지 취급을 받는다. 

       

       그나마 용병 길드에 등록하고 무사고 500일, 1000일 찍고 의뢰 무사 완료 건수도 많은 경우에는 주변의 시선이 많이 개선되는 건 사실이지만….

       

       ‘처음 보는 일반인들이 그런 것까지 알 턱이 없으니까.’

       

       지나다니며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역을 떠나면 다시 볼 일이 없으며, 그런 사람들에게 새겨지는 편견과 선입견 속 첫인상은 좋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가끔씩 사역마가 폭주해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니까.’

       

       처음부터 제 분수에 맞는 사역마와 계약을 해서 오랫동안 합을 맞춰 왔다면 그럴 일은 별로 없겠지만, 테이머라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사역마로 인생을 역전해 보겠다는 경우가 많아서 그만큼 사고도 많이 일어나게 된다.

       

       테이머에 대한 인식은 어찌 보면 그들 자신이 만든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우리 옆옆집의 스테프 씨는 딸아이가 아르를 보고 싶다고 해서 불러다가 만나게 해 줬더니 너무 좋아하고 부녀 사이도 더 돈독해졌다고 하더군.”

       “허허허, 아이들이 또 귀여운 것에는 사족을 못 쓰지 않는가.”

       “그렇긴 하지. 우리 아들도 강아지 키우겠다고 그 난리를 피웠던 적이 있으니.”

       “게다가 아르는 말일세, 어찌나 야무진지 그 테이머 청년 품에 안긴 상태로 집게를 자기가 집어 가지고 빵을 고르더라니까? 그 쪼그만 손으로 집게를 어찌 그리 잘 잡는지.”

       “게다가 보통 사역마는 계약자 말밖에 못 알아듣고, 계약자 말이 아니면 잘 듣지도 않는다는데…. 아르는 자주 보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흔들면서 인사도 해 주고 말도 잘 알아듣고 고개도 끄덕이거나 도리도리 젓는다고 하더라고.”

       “심지어 빵집에서는 청년 주머니에서 아르가 돈을 꺼내서 계산까지 하더라니까?”

       “허허, 자네들이 자꾸 그런 얘기를 하니까 나도 어떻게든 빨리 보고 싶구먼!”

       “후회 안 할 걸세. 껄껄.”

       

       도대체 어떻게 이런 대화가 오갈 수 있는 거지?

       

       알렉스는 잠시 머리에 혼란이 와 이마에 손을 짚어야 했다. 

       

       ‘사역마에 대한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도 신기한데, 그 내용은 더 믿기 힘들 정도군.’

       

       알렉스는 황실 정보부 소속으로서, 지금 근처에서 떠들고 있는 일반인 정도 되는 사람들의 말 억양, 높낮이만 듣고 있어도 그 말이 거짓인지 참인지 매우 높은 확률로 구분할 수 있었다. 

       거기다 눈빛이나 표정까지 본다면 확률은 100퍼센트에 가까워지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아르에 대해 말하고 있는 사람들은 알렉스의 분석법에 의하면 한 치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참을 말하고 있었다. 

       

       “요즘에는 신메뉴를 많이 개발하는 동쪽 빵집에도 종종 나타난다더군.”

       “듣자 하니 아이스크림을 그렇게 좋아한다던데.”

       

       알렉스는 일단 정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어 두었다. 

       

       ‘안 되겠어. 어서 찾아 봐야겠군.’

       

       이 정도로 소문이 나 있다는 건, 아직 투호르반에 확실히 머물고 있으며 급히 마을을 떠날 확률도 낮다는 뜻. 

       

       타앗!

       

       알렉스는 시간을 더 지체하는 대신, 밖에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 아르를 즉시 찾아 나섰다. 

       

       그리고.

       

       타닷, 탓. 

       

       은신 마법으로 몸을 감춘 채 건물을 이리저리 타고 다니며 매의 눈으로 수색하던 알렉스는 머지않아 아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기 있다!’

       

       은색 비늘을 가진 와이번.

       그리고 와이번을 안고 있는 젊은 청년과, 무려 B급 용병이라는 금발 녹안의 여인.

       

       입수한 정보와 정확히 일치했다.

       

       ‘진짜 레키온이 보여 준 인형이랑 똑같이 생겼네.’

       

       알렉스는 조용히 그들을 관찰했다.

       

       “쀼우!”

       “응? 아이스크림 사 달라고? 아직 안 먹은 거 남아 있지 않나?”

       “쀼우우, 쀼!”

       “아하. 저게 신기해서 그렇구나? 아저씨, 여기 팔척 아이스크림 하나요!”

       “예이! 어떤 맛으로 드릴까요?”

       “쀼!”

       “초코 바닐라 반반 주세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더니, 아예 사역마가 테이머에게 사 달라고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진짜 신기하긴 하네.’

       

       정보부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됐지만 이런 경우를 눈앞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자아, 여기 콘을 이렇게 잡으시고.”

       “아, 저희가 잡고 있는 거군요? 아르가 직접 잡아 볼래?”

       “쀼!”

       

       팔척 아이스크림이라는 특이한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는, 아르가 콘을 잡고 있자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짤주머니에 넣어서 직접 콘에 짜 주었다. 

       

       “우와….”

       “쀼우…!”

       

       아저씨의 기술이 어찌나 대단한지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한참 위까지 쌓였고.

       

       “자, 됐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넘어지니 빨리 드시는 게 좋습니다.”

       

       완성된 아이스크림은 콘 위로 무려 80센티미터나 쌓여 있었다. 

       

       과장이 좀 섞이긴 했지만 팔척 아이스크림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높이였다. 

       

       “쀼우…!”

       “응? 왜 그래, 아르야?”

       “뀨우….”

       

       아르는 콘을 잡은 채 아이스크림 꼭대기를 우두커니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입이 저 꼭대기에 닿지는 않고, 그렇다고 가까운 곳부터 먹으면 무너져 버릴 게 뻔한 까닭이었다.

       

       레온은 뇌정지가 온 아르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쀼우…!!”

       “푸하핫! 아아, 미안. 너무 귀여워서…. 실비아 씨, 이거 좀 받아 들어서 아르한테 먹여 주실래요?”

       “그럴…푸흣, 게요.”

       

       실비아는 아르에게서 아이스크림을 받아서 아르가 맨 꼭대기 부분부터 먹을 수 있도록 아래로 내려 주었다. 

       

       챱.

       

       “삐유우…!”

       “맛있어?”

       “쀼웃!”

       

       아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속도에 맞추어서 실비아는 콘을 착착 올려 주었고.

       

       잠시 후 아르가 직접 손으로 콘을 잡고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아이스크림은 줄어들어 있었다. 

       

       실비아는 아르에게 콘을 넘겨 주고 머리를 쓰다듬었고.

       

       아르는 행복한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뀨 소리를 냈다. 

       

       “풋.”

       

       알렉스도 결국 그런 아르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순간.

       

       “……!”

       

       스윽.

       

       별안간 실비아의 시선이 알렉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고.

       

       탓.

       

       알렉스는 황급히 지붕 뒤쪽, 시야가 닿지 않는 곳으로 몸을 숨겼다. 

       

       “왜요, 실비아 씨? 뭐 있어요?”

       

       레온의 물음에 실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뇨, 방금 아주 잠깐 누군가가 저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살짝 들어서….”

       “저희야 뭐 아르가 있어서 지나다니면 항상 누군가 보고 있긴 하잖아요.”

       “그렇긴 한데…. 뭐, 엄청 잠깐이었어서 그냥 착각이었을 수도 있어요.”

       

       실비아는 금세 시선을 거두고 다시 귀여운 아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뭐, 뭐였지?’

       

       쿵쾅쿵쾅. 

       

       알렉스의 심장이 요동쳤다.

        

       ‘분명 은신 마법은 유지되고 있었는데.’

       

       모습을 숨기는 것뿐 아니라 소리까지 완벽하게 차단하고 있었기에, 웃음소리가 새어 나갔을 가능성은 없었다. 

       

       ‘아니, 설사 웃음소리가 새어 나갔다고 하더라도 아주 짧고 작은 소리였어.’

       

       주변에 다른 소음도 있었을 텐데 이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는 작은 웃음소리를 듣고 구별한다는 건 말이 안 됐다. 

       

       알렉스는 황실 정보부 내에서도 은신 관련 분야에서는 탑을 달리는 암살자다. 

       

       황실 직속 기사 중 가장 강한 9성의 완숙 단계에 이른 검사, 제국에 4명뿐인 ‘검성’들 정도가 아니라면 알렉스의 은신을 간파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시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검성들조차도 전투 중이 아닌 일상 속에서 이렇게 알렉스가 마음 먹고 가만히 은신만 하고 있다면 알아차리기는 힘들 터.

       

       ‘웃을 때 나도 모르게 은신 마법이 살짝 흔들렸을 수도 있긴 하지만….’

       

       겨우 그 작은 틈에 알렉스의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눈치챘다?

       

       ‘그런 검사가 있다고 한들, 왜 저런 와이번 테이머랑 같이 다니겠어.’

       

       애초에 저렇게 젊은 여성이 9성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검성’들도 일반인에 비해 노화가 느리다곤 하지만 지금은 이미 백발의 노인들이었으니까.

       

       무엇보다 하늘이 내린 재능, 그 누구보다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용사’ 레키온도 검술 자체의 경지로만 따지면 8성 정도다.

       

       ‘딱 봐도 우리 또래인데, 9성일 리가 없잖아.’

       

       또래에 레키온보다 검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제국에서 이미 유명 인사가 되고도 남았을 테니까. 

       

       ‘여튼, 아까 이쪽을 본 건 단순히 우연에 불과해.’

       

       알렉스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아르 일행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은신은 알렉스 자신이 유지할 수 있는 최대치로 유지한 채였다. 

       

       “어머, 저기 아르 아냐?”

       “진짜네!”

       “저기요, 죄송한데 아르 한 번만 가까이서 봐도 될까요?”

       “쀼우!”

       

       다행히 아까 이후로 실비아는 알렉스의 존재를 전혀 눈치채치 못하는 듯했다. 

       

       그렇게 그들이 밖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식사도 하고,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여관으로 돌아가는 동안 알렉스는 적정 거리에서 그들을 관찰했고.

       곧 결론을 내렸다. 

       

       ‘딱히 수상한 점은 없는 것 같군.’

       

       알렉스가 꼼꼼하게 그들을 관찰한 건, 어차피 레키온은 아르를 본 순간 모든 경계를 내려놓을 거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자신이라도 뭔가 그들에게 위험 요소가 없는지 보려고 했던 것.

       

       하지만 그들은 그냥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 그 자체였다. 

       

       ‘흠. 이제 여관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정보만 좀 얻어 가면 되겠군.’

       

       그들이 여기에 더 머물 건지, 혹은 다음 목적지를 향해 여정을 떠날지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레키온과 만나게 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오늘도 잉여…아니, 좋은 하루였네요.”

       “재밌었어요.”

       “쀼!”

       

       곧 그들이 방으로 들어가고, 알렉스가 청각을 키웠다. 

       그리고.

       

       “쿠왕! 왕 큰 아르 돌아와써!”

       

       알렉스는 아르의 목소리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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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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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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