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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한 여자가 다른 인간들에 의해 끌려 나온다.

        여자의 몰골은 좋지 못했다.

       

        몸은 상처투성이였고, 오랫동안 무언가를 제대로 먹지 못한 듯 몸은 말라 있었다.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했고, 옷은 더러워진 그대로였다.

        나이는…… 대략 20세 전후이려나?

       

        “죽여라! 죽여라!”

       

        “저 악녀!”

       

        “악녀를 죽여라!!”

       

        끌려가는 여자의 주위로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그곳에 모여든 인간들은 모두 입을 모아 여자의 죽음을 바란다.

       

        여자를 끌고 가던 인간들이 단상으로 보이는 곳으로 올라간다.

        여자는 그 단상 위에 내팽개쳐졌고, 단상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계급이 높아 보이는 인간들이 있었다.

       

        슥!

       

        머리에 관을 쓴 인간의 손짓에, 시끄럽게 소리치던 인간들이 입을 다물었다.

        침묵이 내려앉은 광장 위로, 관을 쓴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죄인, 아나티샤는 들으라!”

       

        “…….”

       

        “그대는 평소 행실이 악독하고, 나태하며, 불성실했다. 또한 다른 이들에게 해를 끼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결국에는 황족에게 해를 끼치려 한 대죄를 저질렀다!”

       

        “……그런 적 없습니다.”

       

        관을 쓴 남자.

        인간들의 말로는…… 황제라고 하던가?

        황제의 말에, 지금껏 묵묵히 침묵을 고수하던 여자의 입이 처음으로 열렸다.

       

        비록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고, 또한 쉬어 버렸으나, 그녀의 목소리만큼은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목소리를 증폭시켜 주는 마법이 걸려 있었으니까.

       

        “진정 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죄를 지은 적이 없으니, 인정할 것이 없습니다.”

       

        “저런 악독한!”

       

        “악녀다! 진정한 악녀야!”

       

        여자의 말에, 주위에 있는 다른 이들이 여자를 헐뜯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즐거운 듯이 바라보던 황제가 말을 이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친히 너의 죄를 읊어 주마.”

       

        황제의 손짓에, 그의 뒤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온다.

        황제에게 예를 갖춘 남자는, 곧이어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평소 아나티샤 황녀님…….”

       

        “크흠!”

       

        “죄, 죄송합니다.”

       

        “…계속하라.”

       

        “예. 죄인 아나티샤는 기분이 좋지 않으실 때마다 하녀와 시종에게 폭력과 폭언을 일삼으셨습니다.”

       

        웅성웅성!

       

        남자의 말에 인간들이 웅성거린다.

        그리고 아나티샤라 불린 여자가 반박했다.

       

        “모함입니다! 전 그런 적이…….”

       

        “다른 증인도 준비되어 있다.”

       

        황제의 명령에 다른 인간들이 나와 증언을 한다.

        다른 귀족 영애를 협박한 일.

        한 귀족 가문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일.

        반역을 모의한 일.

       

        하나하나 증언이 언급될 때마다 인간들의 분노를 점점 끓어올랐고, 아나티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리고 마지막 증인이 황제의 앞으로 나섰다.

       

        “아! 루이님!”

       

        아나티샤가 마지막 증인으로 나선 남자를 바라보며 외쳤다.

       

        “제발! 믿어 주세요! 전! 아무런 짓도 저지르지 않았어요!”

       

        “죄인 아나티샤.”

       

        “……!!”

       

        루이라 불린 남자의 입에서 ‘죄인’이라는 단어가 나온 순간, 아나티샤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런 아나티샤를 싸늘하게 내려다보던 루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난 더 이상 네 약혼자가 아니다.”

       

        “루이님…….”

       

        “그 더러운 입으로 날 부르지 마라.”

       

        “…….”

       

        남자의 말에 아나티샤의 고개를 푹 떨구어졌다.

        그리고 루이라 불린 남자가 천천히 증언을 시작했다.

       

        “죄인 아나티샤는, 황녀 전하의 찻잔에 독을 탔습니다. 매수된 시녀를 제가 포박했고, 증거인 독 역시 죄인의 소지품에서 나왔습니다.”

       

        “…….”

       

        반역을 모의했다는 내용에 주변 인간들이 경악한다.

        그러고는 더욱 열렬한 분노를 아나티샤에게 쏟아 내기 시작한다.

       

        “감히! 우리의 보배이신 로젤린 황녀 전하를!”

       

        “저런 쳐 죽일!”

       

        “축복의 아이이신 황녀님을 감히!”

       

        모두의 분노가 아나티샤를 향하고, 동시에 모두의 염려가 황제의 옆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향한다.

        그 여자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아나티샤를 향해 말했다.

       

        “아나티샤…… 왜…… 널 믿었던 나에게…….”

       

        “……로젤린.”

       

        “비록 네가 사생아지만, 난 널 내 자매라고 생각했는데!”

       

        “…….”

       

        겉으로는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아나티샤만이 볼 수 있는 곳에서 미소를 짓는 로젤린 황녀.

        그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아나티샤의 얼굴 위로 허탈함이 감돌기 시작했다.

       

        “아하하…… 하하하하하!!”

       

        “?!”

       

        “!!”

       

        갑자기 웃기 시작하는 아나티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분노를 토해내던 이들이 일순 몸을 굳히고 그녀를 바라본다.

        두 번째로 찾아온 침묵 속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아나티샤가 황제와 황녀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내가…… 진정으로 당신들의 가족이었던 적이 있었나요?!”

       

        “…….”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들은 날 한 번도 가족이라고 여긴 적이 없었어! 단 한 번도!”

       

        “……흥! 듣기 싫군. 여봐라!”

       

        “네!”

       

        “처형을 집행하라!”

       

        챙!

       

        황제의 명령에, 사형을 집행할 이들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러고는 아나티샤를 포박한 채, 그녀의 목 위로 창칼을 겨누었다.

       

        “죄인은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는가?”

       

        “……제가, 진정으로 당신들의 가족이었던 적이 있나요?”

       

        아나티샤의 말에, 황제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했다.

       

        “더러운 사생아의 핏줄에, 참담한 죄를 저지른 널 단 한 번도 내 딸로 여긴 적은 없다.”

       

        “…….”

       

        황제의 말에 아나티샤의 눈에서 빛이 사라졌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한 얼굴.

        그리고 그 위로, 사형 집행인의 명령이 떨어진다.

       

        “사형! 집행!”

       

        휘이익!

       

        그리고 그녀를 향해 창칼이 휘둘러졌다.

       

       

        *            *            *

       

       

        – 와.

        – 이제 회귀하면 로판 하나 뚝딱이넼ㅋㅋㅋ

        – 엌ㅋㅋㅋ

        – 와씨. 로판 도입부 읽는 줄?

        – ㅋ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 “와. 그다음에 라나님이 그 주인공? 아나? 그 여주인공을 회귀시켜 준 건가요?”

       

        “회귀라니?”

       

        도돌순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왜 거기서 회귀를 시켜준단 말인가?

       

        = “읭? 회귀 안 했어요?”

       

        “애초에 난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이 없단다.”

       

        내 초월은 ‘멸천’이지, ‘시간’이 아니다.

        시간마저 변질시키는 내 ‘멸천’은 어떤 의미에서는 시간보다도 강대한 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간을 멈춘다던가, 시간을 되돌리는 등의 일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한 차원의 시간을 되돌리는 것은 신조차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일이란다.”

       

        =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일은, 자칫 신의 권위마저도 박탈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란다.”

       

        이래도 이해되지 않는 이들을 위해서 예를 들어 보자면…… 그렇지.

       

        “시간에 관련된 신이 있다고 해 보자꾸나. 이 신은 시간을 잠시 멈추거나, 미래나 과거의 시간을 훔쳐보는 등의 일들이 가능하지.”

       

        이때 한 개체에 대한 시간을 조절하는 데 지급해야 하는 대가를 ‘100원’이라고 해 보자.

        그리고 한 차원의 시간선을 과거로 되돌린다고 생각해 보자.

       

        “여기서 차원이라는 것은, 너희가 살아가는 필멸자의 우주는 물론이고, 정령계, 신계 따위의 다른 우주들도 포함한단다.”

       

        그럼 생각해 보자.

        지구 하나의 시간을 조절하는데 ‘100원’이 든다고 가정해 볼 때, 전 우주에 존재하는 거의 무한한 개수의 천체들의 시간을 전부 조절한다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대가가 따를까?

       

        – 아

        – 이해됨.

        – 아하.

        – 그게 그렇게 되나?

       

        = “아. 신도 파산하나요?”

       

        “뭐, 대충 그런 셈이란다.”

       

        그렇기에 시간에 관련된 초월을 가진 초월자나 신도, 함부로 한 차원의 시간선을 과거로 돌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자칫하다가는 파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럼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가요?”

       

        “전혀 없는 것은 아니란다. 꼼수가 있거든.”

       

        내가 예전에 말했지만, 이 세상에는 무한한 ‘평행 차원’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평행 차원을 잘 찾아보면, 지금 내가 머무는 차원과 거의 흡사하지만 시간선은 과거에 머무는 차원도 존재한다.

       

        “여기까지 말하면, 그다음은 대충 예상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단다.”

       

        – 와. 그럼 우리가 알던 회귀가 전부?

        – 헐?

        – 엌ㅋㅋㅋㅋ

        – ㅋㅋㅋㅋ

        – 진짜 꼼수넼ㅋㅋㅋㅋㅋㅋ

        – 가성비 회귘ㅋㅋㅋㅋ

       

        = “앜ㅋㅋㅋㅋㅋ”

       

        내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 이야기가 웃을 정도였나?

       

        = “아니 그럼. 큭큭…. 그 사형 때는 그 꼼수 회귀를 하셨었나요?”

       

        “아니? 그런 번거로운 방법을 쓸 이유가 없지 않냐.”

       

        왜 거기서 번거롭게 아나티샤를 회귀시키겠는가?

       

        “그냥 내가 구해주었단다.”

       

       

        *            *            *

       

       

        파아앗!

       

        “?!”

       

        “아닛?!”

       

        아나티샤의 목을 내려치던 창칼이 전부 액체가 되어 사방으로 비산한다.

        모든 인간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고 있을 때, 그들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

       

        “헉?!”

       

        “으아아악!”

       

        “꺄아악!”

       

        펄럭!

       

        쿵!

       

        힘차게 날개를 펄럭이며, 나의 거체가 지면 위에 내려앉는다.

        온통 황금으로 뒤덮인 나의 몸이 매끈한 돌로 포장된 대지를 박살 내고, 이어서 내 날개가 일으킨 바람이 주변의 인간들을 날려 버린다.

       

        “마, 맙소사!”

       

        “제국의 수호룡이!”

       

        “허업!”

       

        나를 바라보는 인간들의 얼굴에 두려움, 그리고 경외심의 감정이 엿보인다.

        그리고 주위 인간들을 살피는 나를 향해, 황제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양팔을 벌렸다.

       

        “제, 제국의 수호룡이시여! 어찌하여 이곳에 귀한 발걸음을 하셨나이까!”

       

        = …….

       

        황제의 말에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의 ‘눈’을 통해 그의 감정들이 속속들이 보인다.

       

        = …….

       

        조금 더 눈에 시선을 집중한다.

        그와 동시에 시간을 뛰어넘어, 그의 과거 장면들이 속속들이 보여지기 시작한다.

       

        “허억!”

       

        나의 기세에 압도당한 황제가 물러서고, 이어서 나는 다른 이들에게도 ‘눈’을 사용했다.

        그들의 과거가 전부 나에게 읽혀진다.

       

        = …….

       

        마지막으로 내 양 앞발 사이에 갇힌 아나티샤에게 눈을 사용한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과거를 읽어낸 후,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계약은 끝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인공 : 귀찮게 회귀를 왜 시킴? 그냥 현생에서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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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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