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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올리비아는 다급히 자리를 박찼다. 암주와 멜리나. 대륙에서 한 손에 꼽히는 강자들이 싸웠다간 이 도시가 통째로 날아가고 말 것이다.

         

       작금의 멜리나는 강하다. 비록 찰나였기는 했지만 진리를 엿보았었고, 그 덕분에 드래곤 로드들에 준하는 능력을 쟁취해냈다.

         

       하지만 상대가 암주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암주는 대륙에서 제일가는 암살자. 그가 상대라면, 아무리 멜리나라고 해도 상처 없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암주에게 상처를 허용한 순간 패배는 자명했다.

         

       ‘히드라의 독이라도 사용했다간…….’

         

       올리비아는 이빨을 아득 깨물었다. 뒤에서 에스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지만 상황을 설명해줄 시간은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의 마력 충돌은 거세지고 있었으니까.

         

       ‘젠장할……!’

         

       올리비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려던 공간 마법이 파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멸한다. 멜리나가 공간 역장이라도 펼쳐 놓은 모양이었다.

         

       뚫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당장 파훼할 수도 없었다.

         

       “발타르!”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려 무왕을 찾았다. 일개 마술쟁이에게 이름을 불렸다는 사실이 썩 맘에 들지 않았는지 무왕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본좌를 왜 부르지?”

       “던져.”

       “……음?”

         

       올리비아는 폭발이 일어나는 시가지를 가리켰다.

       

        “최대한 힘껏.”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크하하,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마술쟁이의 연약한 육체로는 압력을 견딜 수…….”

       “알고 있으니까, 던지라고.”

        “…….”

         

       무왕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에스티를 바라보며 한 마디를 던졌다.

         

       “감싸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에스티의 손끝에서 물방울이 피어올라 올리비아를 감쌌다. 그 형상이 마치 거대한 비눗방울에 감싸진 것 같았다.

         

       다행히, 숨은 잘 쉬어졌다.

         

       “……흐읍!”

         

       무왕은 올리비아가 들린 오른팔에 힘을 주었다. 근육이 무섭게 꿈틀거리며 핏줄이 올라왔다. 한계까지 당겨진 고무줄같은 소리가 들릴 즈음.

         

       투콰아아앙!

         

       아득한 가속력이 올리비아의 몸을 덮쳤다.

         

       속도를 정신이 따라가지 못하는 기분. 그 속도가 너무 아득하여 마치 육체가 뒤로 쏠리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미친!’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고 있음에도 바람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음속을 아득히 초월했다는 증거였다.

         

       올리비아는 가까스로 고개를 꺾어 시선을 아래로 돌렸다. 빠르게 변하는 풍경. 저 숲과 계곡이 이카일의 시내로 바뀌는 순간 떨어져야 했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던져달라고 했지, 이카일에 떨어지도록 던져달라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지금!’

         

       도시의 끄트머리가 보인 순간, 올리비아는 날아가는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비행 마법을 시전했다. 순간적으로 줄어든 가속력.

         

       올리비아는 그 찰나의 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도심으로 추락했다.

         

       턱.

         

       요란했던 시작에 비해 매우 깔끔한 착륙.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에 감탄하는 대신, 벽에 팔을 기대 끓어오르는 어지럼증을 가라앉혔다.

         

       에스티의 능력으로 보호받았기에 이정도였지, 아니었더라면 정말로 목이 뽑혀버릴 수준의 속도였다.

       

       “후우, 후우. 됐어.”

       

       심호흡으로 정신을 다잡은 올리비아는 빠르게 목표를 향해 움직였다.

         

       콰지지지직……!

         

       충돌의 중심지. 그곳에 있는 건물들이 통째로 분해되고, 거센 마력 폭풍에 휘날려 마치 토네이도처럼 몰아친다.

         

       다행히 시민들이 휩쓸리지는 않았다. 멜리나가 중간에 대피시켰거나, 그도 아니라면 애초에 둘 다 그 정도로 정신이 나가지는 않았거나.

         

       아마 후자일 것이다.

         

       둘이 진심을 다했다면, 이렇게 요란하게 다투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 증거로.

         

       “……역시.”

         

       암주의 손에는, 그 흔한 단도 한 자루조차 들려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단순히 마력을 내뿜은 것만으로도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날 아가레스를 사냥한건 너였군.”

         

       분명 그날 암주는 기절해 있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해냈겠지. 아가레스를 소멸시킬 수 있을만큼 강하면서도, 그 사실을 밝히지 않을만한 인간이 몇이나 되겠는가?

         

       적어도 올리비아가 알기로는 없었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그런 암주의 말에 답해주는 대신, 반대편에 서 있는 멜리나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스승님, 괜찮으세요?”

       “당연하지. 나는 저런 망아지 같은 놈에게 당할 정도로 약하지 않단다. 그나저나……너는 괜찮으냐?”

         

       생환했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괜찮냐는 뜻이었다. 다 감안한 일이었기에, 올리비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빨리 알려지기는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흘러간 이상 개입은 불가피했다.

         

       올리비아를 중심으로 차디찬 마력이 솟아올랐다. 푸른 마력은 암주의 마력을 갉아먹듯 침식해나갔다.

         

       츠츠츠츠츳…….

         

       먼저 기운을 가라앉힌 것은 암주였다. 하늘을 덮을 듯 크기를 키우던 그림자는, 일순간에 암주의 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처음부터 악마와 한 패였나? 아무리 생각해도 대악마 아스모데우스가 널 살려보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된다만.”

        “솔직히 말해. 넌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거잖아.”

         

       올리비아의 얼굴이 냉소를 품었다.

         

       “내가 그런 악마새끼 하나 못 죽일 것 같아 보여?”

       “그럴리가. 오히려 그 반대겠지.”

         

       암주가 헛웃음을 지었다.

         

       “너는 오히려 그 대악마를 수하로 부릴 인간이니.”

         

       옆에서 황금빛 마력이 꿈틀거렸다.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손을 붙잡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리비야. 저것들은……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들이다. 무지한 주제에 모든 것을 안다고 자칭하는 머저리들이지.”

        “스승님.”

        “나도 말로 하려 했다. 하지만 저 놈은……내가 정신이 조종당하고 있다고 말하더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 금탑주 멜리나가.”

         

       탁.

         

       올리비아는 멜리나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는 한없이 진중한 눈빛을 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

       

       이것은 올리비아가 직접 해결해야 할 일.

         

       멜리나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가라앉혔다.

         

       올리비아는 고개를 돌려 암주를 바라보았다.

         

       “암주. 나는 네 목숨을 두 번 구했다. 만약 너희들의 주장대로라면, 나는 그날 네가 악마들에게 죽도록 방치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지.”

        “…….”

         

       암주의 눈빛은 처음과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올리비아의 말을 전부 개소리로 치부하는 사람의 눈빛이었다.

         

       멜리나를 정신적으로 세뇌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이상, 암주를 설득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어차피, 올리비아는 암주를 설득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

       “내가 왜. 나를 죽이려는 너희들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살려줬을까?”

         

       뚜벅.

         

       올리비아는 암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내 배에 구멍을 뚫고, 내 몸에 치명적인 독을 심어놓은 너희들을. 도대체 무얼 위해서?”

       “…….”

       “정신 조종? 아니. 그딴 복잡한 방식을 쓸 필요도 없어. 너희는……내가 죽이고자 했다면 한참 전에 죽었을테니까.”

        “개-.”

        “개소리라고 하지 마. 이미 알고 있잖아.”

         

       올리비아는 이미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너희는, 그냥 믿고 싶은거야. 내가 악마와 손을 잡았다고. 내가 너희들을 또다시 죽이려고 한다고. 그래야만……지금 너희가 하는 행동이 정당화되니까.”

         

       그러자 암주의 미간에 희미한 주름이 접혔다.

         

       올리비아는 더 가까이 다가갔다.

         

       콰악!

         

       암주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죽이기 위함이 아니었다. 암주의 피를 묻혀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단지, 몸을 천천히 기울여,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댄 다음.

         

       “열 일곱 번.”

         

       조소를 머금은 속삭임과 함께.

         

       “암주. 당신이 날 죽인 횟수야.”

         

       죽이지 않는다. 구속하려 들지도 않는다.

         

       올리비아는, 암주에게 그보다 더한 고통을 선사해주기로 했다.

         

       “너희는 후회할거야.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거니까.”

       “……잠깐. 방금 무슨 소리를.”

         

       답지 않게 당황한 듯 외치며, 올리비아의 등을 붙잡으려 하지만.

         

       “그래. 그 표정.”

       “…….”

       “진실을 안 이후에도, 그 표정을 짓기를 바랄게.”

         

       타악!

         

       올리비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암주의 신형이 점멸했다.

         

       “……그렇게 간단히 보내줘도 되는것이냐.”

       “간단히 보내지는 않았어요.”

         

       전이 마법에 억류 술식을 섞었다. 아무리 암주라고 해도 며칠은 발이 묶여 있겠지.

         

       불살의 의지는, 오히려 더 진득해졌다.

         

       죽음으로는 부족하다. 올리비아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회귀자들의 증오를 이해했다.

         

       그들이 영원히 고통받았으면 좋겠다. 후회했으면 좋겠다…….

         

       “……후우.”

         

       격렬해지는 감정을 가라앉힌 올리비아는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들의 모든 복수심이, 실은 전부 오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곧, 심판의 때가 다가오리라.

         

       그들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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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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