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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담임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인 일로 학교에 나오지 못하셨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대신 조회를 진행하겠습니다.”

        

       선생의 말에, 반이 조용해졌다.

        

       아니, 사실은 그 전부터 이미 조용했다는 말이야말로 맞는 말이겠지만.

        

       그리고, 나는 거기까지 듣고 나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조금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사라는 ‘학교’에서 납치당했다.

        

       그리고 최나경이 사라를 납치하는데 협조한 것은 학교였고.

        

       물론 진심으로 그걸 도운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가 없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모른다. 만약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이나, 사라나 최나경을 처음 만난 사람들이라면 그저 두 사람이 모녀로만 보일 테니까. 아마 최나경이 사라를 찾아오면 당연히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겠지.

        

       문제는, 최나경이 사라를 결코 정상적인 딸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부모가 입양한 자식을 제대로 키우지 않는 일은 종종 뉴스에서도 나오는 일이었지만, 최나경은 이미 그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사라가 한참 어리던 시절에도 이미 사라를 고립시키고, 다른 사람과 만나지 못하게 했으니까.

        

       그리고 그 주축이 된 장소가 학교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라가 ‘학대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는 당연히 학교에 보내야 했으니까.

        

       그리고 방학을 제외하고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지내야 할 학교에서, 사라는 철저하게 고립되었다.

        

       최나경의 돈과 회유 때문에.

        

       제대로 된 증거 하나 없는 소문 때문에.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방조하고 있던 선생들은, 당연히 무죄가 아니다. 납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라와 최나경이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두 사람을 함께 둔다는 말인가?

        

       경찰의 조사를 받건, 그게 무서워서 얼른 학교를 그만두거나 잠적하건,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는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교실에 나오지 않은 절반 정도의 학생들의 행동도 이해가 간다.

        

       최나경이 어떤 이유로 사라를 납치하려다 잠적했다.

        

       즉, 유진 그룹 최고의 경영자가 자리를 비운 것이다. 그것도 아주 불법적이고 떳떳하지 못한 이유로.

        

       물론 그렇다고 바로 경영권이 다른 곳으로 이양되지는 않겠지만……

        

       ……최나경이 없다면, 당연히 그다음으로 유진 전자의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개인은 나였으니까.

        

       법적인 책임을 질지 지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어떻게든 나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은 것은 이해한다.

        

       실제로 꽤 효과적이기도 하다. 나는 반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바로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금방 기억해내지는 못한다.

        

       그래, ‘금방’ 기억해내지는 못하겠지.

        

       ‘기억해내지’ 못 할 일은 없겠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최나경이 사라를 납치했던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 일은 기왕이면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관계가 한순간에 정리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학교의 선생들도, 그리고 사라를 따돌리던 학생들도.

        

       기왕이면 ‘진심으로’ 뉘우쳐줬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버릴 테니까.

        

       *

        

       “…….”

        

       “……뭘 그렇게 봐요?”

        

       나를 빤히 바라보는 남다운을 올려다보며 그렇게 말하자, 남다운은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 괜찮냐?”

        

       “괜찮아 보여요?”

        

       “…….”

        

       너무 틱틱거리는 말투였나?

        

       남다운의 미간에 파인 주름이 조금 더 깊어졌다.

        

       사실,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일만도 했다. 남다운은 나를 걱정하는 표정이라기보다는 뭔가 엄청나게 신기한 것을 보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뭐, 진짜로 아무 걱정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남다운은 일단은 선한 캐릭터였으니까.

        

       “으음.”

        

       “뭔가 이상하면 좀 말로 해줬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빤히 쳐다보기만 하지 말고.”

        

       “아니, 그, 뭐냐.”

        

       남다운은 뭔가 말로 하기 엄청나게 어렵다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다.

        

       “너, 어딘가 좀 달라진 것 같은데.”

        

       순간 등에 소름이 돋을 뻔했다.

        

       돋을 ‘뻔’에서 끝난 이유는, 남다운이 그런 말을 나에게 작업 걸겠다고 할만한 성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여자애 몸에서 같이 살게 되었다고 해서 내 정체성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바로 얼마 전에 사라랑…… 그, 입맞춤까지 했던 사이가 아닌가.

        

       ……아무래도 나이 차가 좀 많이 나는 것 같아 죄책감이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일단 나의 성 정체성은 내가 전생에 가지고 있던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남자가 나한테 성적인 관심을 보인다고 해도 기분만 나빠질 뿐이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남다운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그게, 얼마 전의 너, 그 전의 너, 그리고 지금의 너가 다른 것 같아서.”

        

       “그게 무슨—”

        

       이라고 말하다가,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등에 소름이 돋았다.

        

       어?

        

       “그냥 성격이 서서히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게 지난번 사건과 관련이 있나 해서 물어본 거야.”

        

       “…….”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야 남다운의 저 말이 아주 정확했기 때문이다.

        

       내가 남다운에게 달리기 교습받기 시작했을 때는 사라의 몸을 움직이는 게 나였고, 얼마 전까지는 사라가 직접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다시 나로 돌아왔고.

        

       ……설마 이 사람도 육감을 가지고 있는 건가?

        

       평소에는 사라 눈으로 보이는 빛나는 얼굴 정도밖에 없었고, 그나마 그것도 적응을 해버려서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 수준까지 왔는데.

        

       인제 와서 이런 식으로 이 세계에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있었다는 것을 상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따라온 하늘이, 소희, 수아를 보았다. 세 사람도 남다운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제대로 캐치했는지, 조금은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와 사라가 별개의 인격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세상에 절대로 알려서는 안 되는 사실……까지는 아니였지만, 그래도 남들에게는 최대한 숨기고 싶은 사실이긴 했다.

        

       나나 사라 모두 다른 사람에게 무턱대고 주먹을 휘두르는 성격도 아니고, 당연히 남들에게 칼을 휘두르거나 갑자기 미쳐서 주먹을 휘두르는 일은 없겠지만—

        

       사라가 어린 시절에 보여준 불안정한 모습이나, 내가 학기 초에 보여준 미친 짓들을 합치면 그야말로 ‘스테레오타입 정신병자’가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아마 그건 꼬리표로 달려서 사람들 입에 계속 오르내릴 거고.

        

       “어, 아마도……?”

        

       하지만 대놓고 거짓말을 하기에도 애매했다. 남다운이 진짜로 그런걸 어느 정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갖췄다면 내가 거짓말하는 것 정도야 쉽게 알아차릴 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렇게 대답을 슬쩍 뭉개서 회피했다.

        

       “흐음.”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남다운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인 뒤 말했다.

        

       “뭐, 그래도 정신적으로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네.”

        

       그렇게 대단한 능력이 있으면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 쪽으로 장래 노선을 잡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아니, 축구에 재능이 있다는 건 잘 알겠지만, 그래도 ‘뛰어난 재능’과 ‘초능력’ 사이에서 돈 버는 법을 고르라면 후자가 훨씬 낫지 않나?

        

       하긴, 그런 잣대로 자기 미래를 정하면 그건 미연시 남주인공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자, 자.”

        

       순간 다소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듯, 남다운은 손뼉을 짝짝 치며 말했다.

        

       “그럼 오늘도 언제나처럼, 달리기—”

        

       나 해보자, 하고 말하려다가, 남다운은 입을 딱 다물었다.

        

       시선이 한쪽에 고정되어 있어서 그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누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은 전혀 반갑지 않은 얼굴이었다.

        

       “…….”

        

       양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채 나로부터 열 걸음쯤 떨어진 거리에 선 그 녀석은,

        

       “무사한 모양이네.”

        

       하고, 엄청나게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너가 왜 여기에?”

        

       나는 나를 찾아온 윤다호에게 물었다.

        

       “걱정하지 마라. 나도 여기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니까.”

        

       “거참 다행이네.”

        

       그래도 얘는 남다운처럼 소름 끼치는 대사는 안치네.

        

       대신 대놓고 사람 기분 잡치게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이것도 초능력인가? 게임에서는 돈 많은 게 초능력인 것처럼 나오는 놈이었는데.

        

       그래봐야 내 재산의 하위호환일 뿐이기는 하다만.

        

       윤다호는 주머니에서 왼손을 빼서 손목을 들여다보았다. 손목에 찬 스마트 워치로 시간을 확인하고, 윤다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네가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선물은 안 사 왔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내 쪽 사람이 너한테 물어보면, 안부는 확실하게 물어봤다고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파혼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그러려면 오히려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지 않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나대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윤다호는 다시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나랑 대화하는 게 그렇게 싫기라도 한 걸까?

        

       “나는 확실하게 왔었다. 기억해.”

        

       ……차라리 나중에 쟤 쪽에서 사람이 오면 그런 적 없다고 말해버릴까.

        

       솔직히 그렇게 말해도 무죄인 수준 아닌가?

        

       “음?”

        

       옆에서 하늘이가 윤다호를 보다가 그런 소리를 냈다.

        

       “왜?”

        

       혹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뭔가라도 본 걸까 하는 생각에 물었지만, 하늘이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음, 아냐, 그냥, 잘못 본 것 같아서.”

        

       “그래……?”

        

       뭐,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어깨를 살짝 움츠린 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피안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언제 어떻게 읽어주시더라도 저는 언제나 감사할 수 밖에 없죠.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해주신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언제나 독자가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며 글을 쓰고, 누군가 읽어주기만 한다면 매일 따라오는 형태건, 한번에 몰아읽는 형태건 결국 목적을 달성한 셈이니까요.

    특히, 지금 저는 돈을 받고 글을 쓰고 있으니까요. 독자 여러분께서 읽어주시면 언제나 큰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는데 마음을 굳게 먹기도 좋지만, 그만큼 꾸준히 제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 덕분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후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언제건 다시 읽기 시작할 수 있는, 언제 읽어도 즐거운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Ilham Senjaya님, 후원 감사합니다!

    익명으로 후원해주셨기에 독자닉네임 시스템으로 인사드립니다!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그리고 후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제가 누군가에게 작가라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의 작품을 따라오며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가 않을 정도입니다. 저의 글을 매일 읽어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저는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독자 여러분께서 저의 글을 읽고 즐거워해주실까 고민합니다. 어떨때는 글이 엄청 마음에 들게 써질 때도 있지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되거나 답답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늘도 글을 쓰고 완성해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소설을 완성해갈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독자 여러분의 존재 덕분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꾸준히 함께해주시면 큰 영광이겠습니다!

    =

    율연님, 후원 감사합니다!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일 백개 넘는 댓글이 달리고, 저의 소설을 읽으러 와주시는 분이 수백분씩 계시고, 꾸준히 선작수와 추천수가 오른다는 것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벌써 선작수가 7천이 넘었네요. 처음 쓸 때만 해도 백 명이 읽어주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지금은 매일 조회수를 보면서 뽕이 차는 기분을 느낍니다.

    노벨피아에 처음 소설을 올리고,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리고, 조회수가 처음 세 자리가 된 것을 보고 기뻐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게 너무나 즐겁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요즘은 늘 살맛이 나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의 소설을 읽는데 쓰신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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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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