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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2

       마지막 일격을 날린 후 검은 화면을 마주하게 된 나는 달빛 아래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바루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저 녀석은 하루의 절반 정도는 눈을 감은 채 지내는 것 같구나.

       

       짐승의 육신을 지녔다 하여서 그 행동과 버릇까지 짐승이 되어서는 안 될 지언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게임의 기능을 조작한 나는 다시 한 번 본인과 본인이 싸우던 전장으로 향했다.

       

       본래도 생명 하나 보이지 않던 대지는 본인끼리의 싸움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대지의 이곳저곳에 금이 가 있었고,

       

       운석들이 연속해서 떨어진 것마냥 여기저기에 구덩이가 형성되어 있었으며.

       

       우리가 마지막으로 격돌을 했던 그 곳은 여전히 천마신공의 내기가 휘감겨 있어 당분간은 어지간한 이들은 발을 들이지도 못할 장소로 변모해 있었다.

       

       나는 그 대지에 가벼이 발을 들여 그 안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본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게임 속의 나는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서는 푸른색으로 물들어 가는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까지 걸어가서는 그녀의 옆에 주저앉아서는 곰방대를 입에 물었다.

       

       내가 내뱉은 연기가 하늘 위로 올라가기 무섭게 게임 속 본인이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노친네. 더럽게 강하군.”

       “노친네라니. 본인이 어디 노인처럼 보이는가?”

       “반로환동이라도 한 거겠지. 솔직히 말해라. 얼마만큼의 삶을 살았느냐.”

       

       이런 부분에서는 쓸데없이 눈치가 빠르군.

       

       본인이 본인이라는 것은 대놓고 티를 내어주고 나서야 깨달음을 얻은 주제에.

       

       그래. 내가 지금의 너보다 배는 되는 삶을 살아왔지.

       

       허나 이를 말해주지는 않겠다.

       

       그랬다가는 진심을 담아서 본인을 노친네 취급할 것이 눈에 훤했으니까.

       

       “쯧. 내 그대처럼 추잡하게 늙지는 않을 거다.”

       “내가 무얼 추잡했다 그러느냐.”

       “자기가 걸어온 길을 자랑하고 파서 견딜 수 없었던 꼰대 주제에.”

       

       들켰나?

       

       하긴 그렇게 흥을 냈는데 눈치를 채지 못할 리가 없지.

       

       게임 속 본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걸어야 할 길을 예고 당한 느낌이겠구나.

       

       그리 생각을 하니 확실히 못할 일을 해버린 것 같기도 하구나.

       

       허나 사과를 할 생각은 없다.

       

       생을 걸어도 받지 못할 가르침을 주었는데 내가 어찌 미안해해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이 녀석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본다마는.

       

       그리고 말이다.

       

       “길을 보여주었으니 이제 추월할 생각을 해야지. 그게 본인이지 않나.”

       “하. 쓰잘데기 없이 말은 잘 하는 구나.”

       

       게임 속 본인의 한탄에 키득거리고 있으려니 녀석이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내 손에 들린 곰방대를 빼앗아서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연기를 한모금 들이킨 그녀는 한숨과 함께 연기를 내뱉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 이리 약한 것을 피우는 것이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독의 사슬에서도 벗어났다는 거 아니겠느냐.”

       “나이가 먹어서 헛소리가 는 것이냐? 정말 중독에서 벗어났다면 이런 곰방대를 들고 다니지도 않았겠지.”

       

       중독에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만.

       

       단지 그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지.

       

       듣는 입장에서는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겠지만 둘은 전혀 다르다.

       

       본인은 담배에 중독된 것이 아니라 곰방대를 피운다는 행위에 버릇을 들인 것이니까.

       

       이 생각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굳이 말을 더했다가는 노친네 소리를 들을 것이 분명했으니.

       

       “그래서 다른 세상에서 온 본좌여.”

       “무어냐.”

       “내 몇 가지를 물어도 되겠느냐?”

       “묻지 말거라.”

       

       네가 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

       

       앞으로 그대가 겪을 여러 가지 시련에 관해,

       

       그대가 상실하게 될 것에 관해.

       

       그대를 뒤덮을 광신에 대한 것에 관해 알고 싶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궁금증이란 아주 멀고도 먼 과거부터 시작해 멀고도 먼 현대까지도 이어지는 것이니 그대의 궁금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리라.

       

       허나 본인은 아무것도 알려줄 생각이 없다.

       

       “왜지?”

       “무의미하니까.”

       

       이 세상은 이미 본인이 알던 것과는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

       

       현대의 유저들이라는 변수가 몰려들게 되면서 내가 알던 세상은 이미 사라져 버린 뒤다.

       

       화룡무인의 세상은 어디까지나 본인이 살던 무림을 배경으로한 또 다른 세계일 따름이니.

       

       본인이 무어라 말을 하건 간에 헛소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 때문에 혼란을 줄 바에야 애초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

       

       그리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더니 게임 속의 본인이 투정을 부렸다.

       

       “나이를 먹더니 아주 곤댓질을 다 하는 구나. 무슨 말을 하더라도 본좌가 다 알아서 판단할 것이거늘.”

       “허어. 패자 주제에 말이 많구나. 천마신교의 일원칙이 바뀐 모양이야?”

       

       내 일부러 강자존에 관하여 언급을 했더니 게임 속 본인이 들으라는 듯이 혀를 찼다.

       

       그러게 이런 모욕을 당하고 싶지 않았다면 본인을 이겼어야지.

       

       왜 본인을 이기지 못하여서 그런 모욕을 당한 것이냐.

       

       그런 의미를 담아 말을 하니 게임 속 본인이 혀를 찼다.

       

       “나야. 이제는 내가 질문할 차례겠구나.”

       “물어볼 것이 있느냐? 어차피 그대가 다 걸어왔던 길일 터인데.”

       “그렇지 만도 않다.”

       

       외부인이 들어오기 전까지 그대가 정파를 무너트릴 적까지는 본인이 걸어왔던 길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

       

       허나 외부인이 이 세상에 나타나고 나서부터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나는 그에 관한 것이 궁금하여 나에게 직접 듣고 싶은 것이다.

       

       외부인이 들어왔을 적의 이야기를.

       

       빙의자인 본인이 현대에서 와 이 세상을 게임으로 여기는 이들을 보게 되었을 적의 심정을.

       

       “나야. 너는 이 세상이.”

       

       게임. 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으려는 순간 내 입이 부자연스럽게 닫혔다.

       

       이전에 본인의 이름인 민트초코파인애플피자 대신에 다른 것을 말을 하려 할 때처럼 말이다.

       

       이 게임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인가.

       

       그렇담 어쩔 수 없이 말을 비비 꼬아야겠구나.

       

       “아니. 외부인들이 어디에서 온 건지 짐작을 하고 있느냐?”

       “외부인들? 그를 내가 어찌 아느냐.”

       

       이상한 것을 묻는다는 듯한 게임 속 본인의 되물음에 순간 당황했다.

       

       내가 예상한 대답은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본인은 빙의자다.

       

       영문도 모른 채 무림의 세상에 떨어져 버린 이방인이다.

       

       그러니만큼 외부인들을 보고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정체에 관해 알게 된다.

       

       아무리 게임의 기능이 현대에 관한 이야기를 막는다 하여도 무림의 사람들과 외부인들이 지닌 차이를 느끼다보면 모를 수가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어찌하야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저래서야 꼭 현대에 관해서 아예 모르는 것 같지 않나.

       

       “몇 가지를 더 묻겠다. 외부인들이 만들어 낸 여러 음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느냐.”

       “음식? 무공에 관해서는 쉽고 빠른 길을 추구하는 주제에 음식 같은 것에는 필사적이라고 생각을 했지.”

       “외부인들의 여러 특성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느냐.”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인들이라 여겼다. 처음에 그들이 등장했을 적에는 무림에 신기해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지. 지금에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만.”

       

       나는 계속해서 물었다.

       

       무림의 사람들과 현대의 유저들에 차이에 관하여.

       

       이미 중간에 어느 정도 답을 짐작을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부정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물음을 던졌다.

       

       던지고 또 던지고, 또 던지다가.

       

       게임 속의… 백화령이 점차 내 의도를 궁금해 할 즈음에 마지막 물음을 던졌다.

       

       “그대는 백아라라는 인간을 아는가?”

       

       무림에 떨어지기 전에 본인이 지녔던 이름을 입에 담은 순간에도 백화령은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그것은 또 누구인가. 백이라는 성을 지닌 것을 보면 신교의 사람 중 하나더냐?”

       

       그런가. 그대는 백아라라는 이름을 모르는가.

       

       본인의 전생을. 현대를 살아가던 비참한 사내를 알지 못하는가.

       

       아주 먼 과거의 이야기다.

       

       아직 빙의를 하고서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에 이러한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본인이 이 세상에 빙의를 하였을 때 본래 이 세상에 존재하던 백화령이라는 인간은 어찌 된 것인가에 대해서.

       

       그 고민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답을 내놓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살아남는 걸 고민하는 것조차 빠듯한 상황이 찾아왔기에 고민을 미루어 두었을 뿐이었다.

       

       그 날로부터 먼 시간이 지나 지금 나의 앞에 그 답이 있었다.

       

       백화령이라는 인간은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내게 자리를 빼앗기기 전의 그녀는 존재하였으나 나라는 변수에 의해 몸을 빼앗겼을 따름.

       

       나라는 버그가 모습을 감춘 이 세상에서는 백화령이 본래의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이었다.

       

       그러니 그녀가 외부인의 정체에 대해 짐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그녀는 현대의 풍경을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사람이니까.

       

       외부인들의 모습을 보고서도 신기하다 생각을 할 뿐이겠지.

       

       “왜 정색을 하는 게냐?”

       

       그녀와 나는 같은 사람이되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내고,

       

       똑같은 위기와 시련을 겪고,

       

       똑같은 깨달음을 얻고,

       

       똑같은 복수를 한 후에,

       

       똑같이 새로운 신교를 세웠을 터이나 그녀와 나는 달랐다.

       

       애초에 그 근간이 다를 지언데 어찌 같은 사람일 수가 있겠는가.

       

       그를 깨닫고 나니 웃음이 샜다.

       

       그렇구나.

       

       하기야 어찌 게임 속에 이 세상이 게임인 줄 아는 인간을 집어넣을 수 있겠는가.

       

       그 백호 놈이 본인을 찾아서 본래 세상으로 되돌린 것은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생각을 이어가던 중에 태양이 떠오르며 세상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는 것이 보였다.

       

       벌써 이런 시간이 된 것인가. 현실의 시간으로 따지자면 이미 아침이 되어 있겠구나.

       

       “으음. 슬슬 돌아가볼 때가 된 것 같다만.”

       

       백화령은 노을을 보고는 그리 말을 했다.

       

       “신교에 말이더냐?”

       “그래. 본좌가 몰래 빠져나온 것을 안다면 장로건 교주 그 놈이건 기함을 할 테니 말이다. 들키기 전에 돌아가야지.”

       

       그런 것을 신경 쓰다니.

       

       확실히 다른 사람이구나.

       

       본인이었다면 신교에 무슨 개판이 나건말건 마음대로 하고 다녔을 터이거늘.

       

       “그럼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나는 그리 말을 하면서 머리를 고정하던 비녀를 빼내어 백화령의 앞에 내밀었다.

       

       “이게 무엇인줄 아느냐?”

       “본좌가 이를 모르겠나. 과거 어머님께서 나에게 선물한 비녀이지 않나.”

       

       그렇지.

       

       이는 내 무림에 떨어지기 전부터 어머님께서 준비해두었던 물건이고, 빙의를 하고 난 후 맞은 백화령의 생일에 받은 물건이었다.

       

       이건 본인에게도 추억이 되는 것이다. 천마신교에 머무르며 차라리 죽기를 바라던 때에 내 생을 부여잡게 해주었던 이가 준 선물이니까.

       

       그렇지만 이를 진정 지녀야 할 사람은 본인보다는 백화령이리라 생각한다.

       

       제멋대로 남의 자리를 빼앗는 무법자보다는 자신이 직접 낳은 아이에게 선물이 돌아가는 것을 어머님께서도 바라지 않겠는가.

       

       “이걸 주마.”

       

       백화령은 내 손에 들린 비녀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쿡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됐다. 본좌에게 그는 필요치 않다. 거기에 담긴 추억은 그대의 것이지 본좌의 것은 아니지 않나.”

       

       허어. 왜 이 자가 본인보다도 성숙한 대답을 하는 것이지?

       

       이래서야 본인이 애새끼처럼 보이지 않나.

       

       본인은 어머님에 관한 미혹을 현대에 오는 그 순간까지도 버리지 못했거늘.

       

       “그리고 말이다. 본좌는 이미 비녀를 지니고 있다.”

       “허?”

       

       백화령은 자신의 품 안을 뒤적거리더니 어머님께서 선물해주었던 것과 완벽히 똑같은 모양을 지닌 비녀를 꺼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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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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