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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173 – 악몽을 꾸는 이유>

     

    침대 위에서 발견된 오크노디는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데도 깨어나지를 않았다.

    식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으로 “죽이면 안 돼…” 같은 소리를 거듭 중얼거릴 뿐.

    그럴 때마다 손수건을 갈아 이마의 식은땀을 닦아주던 이사벨이나 쓸데없이 호기심 하나로 모여드는 구경꾼들을 쫓아내던 손오천의 표정만 험악해졌다.

     

    “이사벨. 오크노디 상태는 어떠냐.”

    “더 심각해졌어. 악몽의 상태가 악화됐나봐.”

    “쥐방울 녀석… 평소에도 밤마다 저런 악몽에 시달렸던 건가?”

     

    왜 좀 더 빨리 알아주지 못했던 걸까.

    후회될 정도로 오크노디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심상치 않았다.

     

    “신체에 직접 이상이 생긴 건 아닙니다. 반대로 정신에 닥친 강한 스트레스가 현실육체에 역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럼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건가요?”

    “적어도 치료주문으로 어찌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닙니다. 제 소견으로는 악몽과 연관된 강한 저주로 추정되기에 섣불리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저주해제를 걸면 되잖아요!”

    “상급저주는 함부로 해제를 시도할 시, 정신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도 있습니다. 진행 중인 저주는 뇌에 침투하여 뇌기능을 인질로 삼거든요.”

    “응애.”

    “달리 방법은 없나요?”

    “온전한 뇌의 상태를 마나보드에 기록하면 치료에 참고삼을 수 있겠지만 이 아이는 신원불명자이기에 대조할 정보가 부족합니다.”

     

    그렇다.

    오크노디가 재단의 수석장학생이라고 재단대리인이 공증을 했더라도 그것이 신원기록이 남아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지 재단의 공수표만이 존재할 뿐, 세상은 오크노디라는 아이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어이, 말라깽이. 당신 치료사 아니야? 아카데미의 녹봉을 받고 일하는 처지라면 좀 더 도움이 되어야 할 거 아니냐고!”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이 학생이 아주 강력한 저주에 걸렸다는 것뿐입니다.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으면 직접 걸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오크노디가 저주에 걸렸다.

    누군가의 악의에 의해서.

    평소 저주내성작을 하던 오크노디지만 자기가 죽을지도 모를 이런 위험한 저주까지 제 손으로 받아들였을 리는 없었다.

    범인이 있는 것이다.

    이 아카데미 안에.

     

    “손오천. 방법이 없는 사람을 보채봤자 답이 나오지는 않아. 입구를 지켜줘. 혹시 범인이 접근해서 또 수작을 부리려 들지 모르니까.”

    “…알았다.”

    “지젤은 교수님을 불러줘. 조금이라도 오크노디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수님을.”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응애.”

     

    이사벨은 불필요한 언쟁 대신 신속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손오천도 지젤도 그녀의 판단에 동의했기에 군말 않고 교수를 찾으러 나가거나 입 다물고 방문을 지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저기, 오크노디가 쓰러졌다며?”

    “오크노디는 괜찮아?”

    “병문안 왔어!”

     

    손오천은 심각한 얼굴로 치료사를 돌아보았다.

    치료사도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미안했는지 출입통제를 거들었다.

     

    “오크노디 학생의 상태가 현재 위독하기에 방문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걱정이 된다면 저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해주십시오.”

     

    뒤늦게 소식을 듣고 온 학생들은 치료사의 진지한 태도에 듣던 것보다 사태가 심각함을 깨달았다.

     

    “오크노디가 저주에 당했대.”

    “그 애는 원래 수풀 속의 저주도 찾아다녀서 일부로 걸리고 그랬잖아.”

    “그 점을 이용한 거겠지. 방심해서 하급저주에 몸을 맡겼다가 상급저주까지 덩달아 걸린 거야.”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아카디아가 제국진영 학생들을 노려보았다.

     

    “오크노디가 잘못된다면 절대로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겠어요.”

    “왜 우리한테 그래?”

    “오크노디를 싫어하는 학생은 당신들 쪽에 가장 많다는 사실을 굳이 제 입으로 되짚어야 하나요?”

    “저런 막되어먹은 짓을 저지를 막장인생은 너희 변방에 더 많잖아!”

    “응애.”

    “방금 누구야! 우리가 애 같다고 놀린 녀석은. 변방출신의 지적능력은 애나 다름없다 이거야?”

     

    급속도로 악화되는 학생들 사이의 관계.

    고작 오크노디 한 명이 쓰러졌을 뿐인데 너무나도 빠르게 무너지는 평화.

    손오천은 쥐방울 하나가 아카데미의 평화에 얼마나 지대한 공헌을 했는지 새삼 실감했다.

     

    “그만! 누가 범인인지 따지는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꼭 해야만 하냐? 오크노디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치료사가 말한 복도 앞에서?”

     

    서로 꽁해져서는 입을 다무는 학생들.

    어색한 침묵 속에 다급한 발소리가 더해졌다.

     

    “교수님을 모셔왔습니다. 모두 길을 비켜주십시오.”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교수님은 놀랍게도 공포명화에서 갓 뛰쳐나온 것처럼 심장을 놀라도록 만드는 흉흉한 분위기의 소유자, 사다코 교수님이었다.

     

    “암흑마법과 저주는 물과 물고기만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날 찾아온 판단은 적절했어…”

     

    사다코 교수는 오크노디의 용태를 보고 이마에 손을 얹었다.

    뚜두둑 뚜둑 소리를 내며 고개를 이리 저리 뚜둑 거리며 살펴보는 교수님의 모습은 진료보다는 살해대상을 관찰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직접 들어가야겠네.”

    “들어가다니, 어디를요?”

    “오크노디의 악몽 속으로.”

     

    방 밖에서 언성을 높이며 다시 말싸움을 하던 학생들이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입을 다물었다.

     

    “가, 가문에서 배운 적 있어… 정신계통 저주에 시달리는 사람의 머릿속에 함부로 들어갔다가는 영혼을 저주에 잡아먹혀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고.”

    “너무 위험해. 숲의 대주술사 할머니도 꿈의 세계에 끌려간 사람은 건들지 말라고 했어. 괜히 잘못 건드리면 더 위험해진다고.”

     

    귀족가문의 정식기본교육을 받은 롯토.

    견습숲지기 도로시.

    사는 지역과 주 클래스는 달라도 금기에 대한 인식만큼은 모두 같았다.

    타인의 정신에 함부로 개입하지 마라.

    정신에 이상을 겪는 자와 도우려는 자 모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니.

     

    “교수님. 너무 위험해요!”

    “내 걱정보다는 너희 걱정을 먼저 하렴…”

    “친구의 건강을 걱정하다가 쓰러질까봐 격려해주시는 건가요?”

     

    흰 소복에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관절을 뚜둑 뚜둑 움직이는 무서운 인상과 다르게 마음씨가 착한 교수님이구나!

     

    “악몽에 같이 들어가야 하니까 그렇지.”

    “…저희가요?”

    “유대관계가 깊은 친구는 무의식의 공격을 받을 확률을 감소시켜. 안전한 심계다이브를 위해서는 동행이 필수적이야…”

     

    교수의 말인즉, 오크노디의 찐친들을 악몽 속에 같이 끌고 들어가겠다는 것!

     

    “우린 그렇게까지 안 친했지?”

    “맞아. 우리야 어떻게 생각하든 오크노디는 우리를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거야.”

     

    소식을 듣고 몰려들었던 학생들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가장 많은 학생들을 이끌고 온 아카디아는 배신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변방 학생들의 정신적 지주인 자신의 호의를 사고 보호를 받기 위해서 오크노디와 친한 척 행세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 아이들에게 죽을지도 모를 위기 앞에서 진심어린 유대를 강요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짓이다.

    저들 말대로 오크노디가 그런 가식적인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며 무의식적인 차원에서 지키려고 애를 쓸 리가 없었다.

     

    “아카디아 공녀님. 공녀님의 마음은 충분히 알아요. 오크노디를 가장 아껴주신 분도 공녀님이니.”

    “이사벨…”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아카디아 공녀님이라면 오크노디의 간호를 믿고 맡길 수 있어요.”

     

    이사벨이 내미는 물수건을 아카디아는 미안함이 가득 담긴 얼굴로 받아들었다.

     

    “…부탁할게요. 디를 구해주세요.”

     

    사다코 교수의 옆에 선 이사벨.

    이에 손오천도 누군가를 가리켰다.

     

    “거기 너랑 너. 문지기 노릇은 너희가 해라.”

    “내가…? 날 믿을 수 있다고?”

    “나? 나는 해적인데?”

    “광전사랑 해적이 뭐 어쨌다는 거냐. 오크노디는 너희들 얘기를 종종 했었지.”

    “오크노디가 내 얘기를…?”

    “흐응. 그래? 뭐, 빚진 것도 있고 갚는 셈 치지.”

     

    헤스티아와 지고쿠는 손오천의 빈자리를 기꺼이 이어받았다.

     

    “다음은 저도…”

    “지젤. 당신은 만약에 대비해 밖에 남아줘.”

    “꼬마숙녀를 구하는 길에 저만 빼놓을 작정입니까? 이거 서운하군요.”

    “우리 중에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는 사람은 당신이야. 문제가 생긴다면 밖에서 어떻게든 해줄 거라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지젤 당신밖에 없어.”

    “응애.”

    “알겠습니다. 제가 남아있도록 하죠. 그리고…”

     

    지젤은 한참 전부터 거슬렸던 식물을 손으로 가리키려다 헤스티아의 강한 시선을 받았다.

     

    “…가급적 제가 나설 차례 없이 무사히 끝내주시면 좋겠군요.”

    “뭐야. 싱겁기는.”

    “샌님 녀석은 마음씨가 약하다니깐. 암흑상인이라는 클래스는 도대체 어떻게 얻었나 몰라.”

     

    이사벨과 손오천이 준비가 끝났다며 교수를 돌아보자 사다코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불길한 주문을 외우며 새카만 안개에 휩싸인 세 사람이 연달아 침대 옆의 벽에 기대며 오크노디의 정신세계 속으로 사라졌다.

     

     

    * *

     

     

    “이건 대체…”

    “오크노디의 정신세계야.”

    “쥐방울 녀석이 어째서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공격당하고 있는 거지?”

     

    반투명한 유령의 형상이 되어 오크노디의 악몽 속을 부유하는 세 사람.

    사다코 교수는 꿈의 실체를 해석해주었다.

     

    “사망체험의 악몽이란 대상이 가장 두려워하는 꿈을 실현하는 악몽. 저 아이에게는 모두에게 미움 받는 것이야말로 가장 두려운 순간이라는 것이겠지…”

     

    죽이면 안 돼.

    오크노디가 거듭 잠꼬대하듯이 중얼거리던 말의 의미를 이제는 알 수 있었다.

    자신을 죽이는 학생들에게 내몰리면서도.

    오크노디는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 필사적이었다.

    한 번이라도 그랬다간 돌이킬 수 없다는 것처럼.

     

    ‘재단의 살인병기가 되고 싶지 않았던 거구나. 악몽 속에서 그런 싸움을 하고 있던 거였어!’

     

    이사벨의 눈가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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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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