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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사비넬리를 등용한 날.

         

       어머니께서 나를 찾으신다는 소식에 어머니의 방으로 향한다.

         

       -똑똑

         

       “황제 폐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경비병의 말에 문 너머로 답이 들린다.

         

       “그래, 들어오라고 일러라.”

         

       -끼익.

         

       이내 문이 열리며 친숙한 어머니의 방이 보인다.

         

       “급히 찾았다고 들었어요.”

         

       내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신다.

         

       “그래, 다른 게 아니라 시녀가 대공부를 청소하다가 사위의 방에서 찾았다는 서류가 있어서 불렀단다.”

         

       그이의 방에서 서류?

         

       아니나 다를까 티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류 봉투의 정중앙에는 ‘황제 시해 미수사건 보고서’ 이라는 문자가 적혀있다.

         

       황제 시해 미수사건?

         

       의아한 생각에 내가 되묻는다.

         

       “무언가 착각한 게 아닐까요? 그 정도로 큰일이 있으면 제가 알법한데요?”

         

       그렇게 말하며 서류를 열고 읽는다.

         

       처음부터 내용이 심상치 않다.

         

       황제파에게 내가 보낸 밀약문을 보고 반발하며 나를 암살 시도를 하려던 정황.

         

       그리고 개선식 때 암살자를 시녀로 위장시켜 황궁에 잠입시켰고, 이 정보를 알고 있던 데비앙과 정보부에서 사전 인지를 하여 암살을 막고 시녀를 체포했다는 내용.

         

       그리고 그 시녀의 거주지를 압수 수색을 해 황제파에게 고용되었고 정보부에서 은밀하게 황제파끼리 조직적인 움직임과 황제파의 주요 왕과 귀족들의 윤허를 받은 편지 내용까지…

         

       내용을 보면 볼수록 당황스러움과 불안감을 느낀다.

         

       “이… 이런… 쳐 죽일 놈들을 봤나!”

         

       어머니가 앞에 계신다는 것조차 잊고 분노를 표한다.

         

       “테라야… 진정하려무나.”

         

       어머니의 말에 내가 소리 지른다.

         

       “어머니! 어찌 이런 걸 보시고 저보고 진정하라고 말씀하실 수 있어요?”

         

       아무리 암살이 난무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황제를 암살하려 하다니?

         

       내 이번 일을 가만히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단단히 다짐할 때.

         

       “테라야, 황제만큼 암살 시도를 많이 당하는 사람은 없단다. 황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가문의 흥망성쇠가 갈리니까.”

         

       “아무리 그래도 저는 이런 파렴치한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어요.”

         

       내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말씀하신다.

         

       “나도 내 소중한 딸을 시해하려 했다는 놈들을 용서할 수 없단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이번에 그들의 목을 치는 일로 네 세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따끔한 벌과 제약을 가하는 게 어떻겠니?”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내가 반문한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내 말에 어머니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황제를 암살하려는 범죄는 고위 여하를 막론하고 사형을 당하는 중범죄. 그들에게 네가 그 증거를 갖고 있다고 알리고 그들이 너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줄 수밖에 없게끔 만들라는 뜻이란다.”

         

       그 말에 내가 잠깐 분노를 내려놓고 이성을 되찾는다.

         

       이미 황제파 해체 안건은 분쇄되었다.

         

       거기다가 황제파로부터 충성과 주기적으로 내 차명 계좌로 돈을 보내기로 했다.

         

       하지만… 의회의 표결권은 얻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황제파는 반황제파와 다르게 공화(共和) 형태로 파벌이 운영되니까.

         

       “이참에 표결권을 얻으라는 말씀인 거죠?”

         

       내 말에 어머니께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맞아. 이참에 그들이 갖고 있는 의회의 영향력을 모두 네 것으로 만드는 거지. 거기다가 그들은 네가 하는 말이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니까.”

         

       그 말에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근데… 이 자료가 대공부에서 갖고 온 거라면 그이도 알고 있는 거 아닐까요?”

         

       내 말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인다.

         

       “모르는 거 같더라. 알면 벌써 난리가 날 거 같아서 유심히 살펴봤는데. 내부 극비 보고라서 대공부에도 처음 올라왔다고 적혀있으니까.”

         

       그 말에 내가 한숨을 내쉰다.

         

       “후우… 정보부는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제가 황제파를 포섭하는 것과 그들이 암살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요?”

         

       “나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래도 심상치 않은 조직인 건 분명해 보이는구나.”

         

       그 말에 내가 쓰게 웃는다.

         

       “그런 사기적인 부서를 독점하다니… 아무튼 어머니 이건 제가 가져가도 될까요?”

         

       내 말에 어머니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말에 내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어머니 고마워요.”

         

         

         

       ***

         

         

         

       사비넬리를 석방했다는 법무부의 보고서.

         

       테오도라의 사면권에 따라 석방했다고 한다.

         

       “하아… 결국 내가 아니라 테오도라에게 갔구나.”

         

       사비넬리의 소식에 씁쓸함이 몰려든다.

         

       내가 아닌 그녀를 선택했다는 사실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결국 내가 바라는 대로 된 거잖아?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며 악마 숭배자 관련 보고서를 바라본다.

         

       아몬의 요청대로 지방 지부 설립과 구체적으로 조직도를 만들기 시작하고 있는 걸 보며 생각에 잠긴다.

         

       본격적으로 혼란을 초래하려는 거겠지?

         

       그리고…

         

       눈에 띄는 한 가지 보고.

         

       니케아의 야를 평야에 아까운 한 마을 주민들이 몰살당했다는 내용.

         

       야를 평야는 저번에 비잔티온이 함락되면서 바빌론의 용병들과 니케아 군들이 와해가 된 지역이다.

         

       뭐… 니케아 군이야 알아서 고향으로 가겠지만

         

       바빌론의 용병들이 골치가 아프다.

         

       그들이 그 근처에서 탈영병이 되어 산적이 되어 근처 마을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어서 손써서 처리해야 하겠네.”

         

       근데 왜 이 내용이 악마 숭배자 보고 쪽에 있지?

         

       의아한 생각을 가지고 내용을 보자…

         

       “제기랄…”

         

       근처에서 인신 공양의 흔적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마족 소환 의식으로 추정됨.

         

       치안이 안 좋은 곳을 귀신같이 파고들었네.

         

       우선 이곳은 윌리엄을 보내서 대대적인 토벌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바빌론 제국에 등장한 메뚜기의 왕 로커스트의 행적이 묘연해짐.

         

       “산 넘어서 산이라더니.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메뚜기의 왕 로커스트의 행적이 사라졌다는 건 꽤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기존의 마족 숭배자들의 행동이 크게 바뀌었다는 거다.

         

       -탁… 탁…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생각에 잠긴다.

         

       아몬… 그 녀석을 절대 놓치면 안 되겠군.

         

       마족 숭배자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내 은퇴는 존재할 수 없다.

         

       만약 그들이 작정하고 꼬리를 자르고 숨으려 한다면 나는 은퇴하지 못하고 영영 이곳을 떠나기 힘들어질지도 모른다.

         

       우선 지금은 좀 더 지켜보자.

         

       아직 그들이 꼬리를 본격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교황청에 미리 언질은 줘야 하겠지.

         

       그런 생각에 내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슥… 슥스슥!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

         

       어느새 전부 다 적고 나서 편지 봉투에 넣고 붉은 밀랍을 써서 봉인하고 내 직인을 찍는다.

         

       -쿵.

         

       이건 교황한테 보내면 될 거 같고.

         

       “테오도라의 생일 선물은 뭘 사야 하려나…”

         

       그녀와 묘한 관계.

         

       그래도 나 때문에 희생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선물 하나 챙겨야지.

         

       그러고 보니 예전에 준 알루미늄 티아라를 잘 쓰고 다니고 있으니까.

         

       이번에는 반지를 사줄까?

         

       알루미늄이 아닌 제대로 된 반지를 사줘야 하겠다고 생각하며 일찍 대공부를 나선다.

         

         

         

       ***

         

         

         

       백화점에 그녀의 눈을 닮은 구혈색 루비가 인상적인 반지를 사 왔다.

         

       그 후에 잠시 대공부에 들려 새로 올라온 보고서를 보고 신혼 방으로 향한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테오도라가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게 보인다.

         

       “왔어요?”

         

       일찍 들어온 게 의외였는지 조금 놀라 보이는 테오도라.

         

       내가 넥타이를 풀며 말한다.

         

       “응, 오늘 조금 피곤하네?”

         

       사비넬리가 테오도라를 선택해서일까?

         

       조금 정신적으로 고달픈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조금 지치기도 했지.

         

       선황제가 죽은 지 1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잠도 실컷 자보지 못한 거 같다.

         

       최근 눈의 통증도 꽤 자주 있고.

         

       자주 아파서 이제는 좀 익숙해진 통증이지만.

         

       “그럼 쉬어요, 자리 비워 줄게요.”

         

       그렇게 말한 테오도라가 차와 다기를 쟁반에 담아 옮기는 걸 보며 소파에 앉는다.

         

       그리고 침대로 향하는 걸 보며 씻고 나온다.

         

         

         

       ***

         

         

         

       -새근… 새근…

         

       오늘 피곤한지 일찍 돌아온 그이.

         

       으윽… 잠이 안 와.

         

       최근에 잠을 제대로 잘 못 이룬다.

         

       그도 그럴게…

         

       저렇게 푹 자는 데비앙을 생각하면.

         

       내 안에 무언가가 뜨거워진다.

         

       으윽… 또 젖어와.

         

       다리 사이가 젖어 드는 찝찝한 느낌과 몸 안쪽이 뜨거워 요즘 도통 잠을 못 잔다.

         

       “하아…”

         

       그때… 그 키스 너무 좋았지.

         

       그의 숨결과 품.

         

       조금 더 아니 그와 그런 걸 전부 하고 싶다.

         

       으윽… 자꾸 배 안이 뜨거워…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신 것처럼 몸이 자꾸 달아오르지만 그런 내 상황도 모르고 저리 새근새근 잠든 데비앙을 생각하면 얄밉다고 느낀다.

         

       이런 게… 욕구 불만일까?

         

       가끔 음란한 사람들은 스스로 해소한다던데.

         

       빛의 교리에 따르면 성교가 아닌 혼자 푸는 행위는 죄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으윽… 미칠 거 같아.

         

       자꾸 젖어 드는 부위와 근처가 쿡쿡 쑤시는 거 같은 감각에 소름이 돋는다.

         

       저번 키스 후에 매번 이래.

         

       “하아…”

         

       데비앙을 더 보고 있으니까 더 심해지는 거 같아.

         

       그래서 몸을 일부러 반대편으로 돌릴 때.

         

       -스르륵…

         

       속옷에 민감한 부위가 스치자.

         

       “흐응…”

         

       이… 이게 뭐야?

         

       생소하면서 무언가 짜릿한 감각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른다.

         

       바… 방금 뭐였지?

         

       예전에도 이런 게 쓸린 적이 있지만 그때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는데?

         

       눅눅해진 그곳과 그곳에 달라붙은 속옷이 스칠 때 무언가 답답한 마음이 조금 해소되는 감각을 느낀다.

         

       으윽… 이래서 사람들이 죄악인 줄 알면서도 그런 걸 하는 거구나…

         

       지금 당장 그곳을 만지고 싶어지는 충동이 들지만 애써 입술을 깨물며 자려고 노력한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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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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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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