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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미친 마법사님, 일단 벗⋯⋯ 아니, 여기서 멀리, 아니, 일단 벗고 말씀하시죠.”

       

       “그게 무슨 소리니⋯⋯?!”

       

       농담이 아니라 정조의 위기다.

       

       핑발레즈의 부릅뜬 눈동자 안에서 본능과 이성이 싸우고 있는 모습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녀의 손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를 반복한다.

       

       그 망설임에 담긴 궤적을 읽어낼 수 있다. 나를 넘어뜨리려다가, 말았다가. 사지를 제압하고 묶어놓으려다가, 말았다가. 나는 그 위협적인 움직임에 오들오들 떨었다.

       

       “일단, 진정해 핑발레즈야. 이건 내 마법 때문이다⋯⋯!!”

       

       “진정, 진정이라⋯⋯ 제 생각엔 진정이 아니라 발정 같습니다.”

       

       “진정하라고!”

       

       “발정하시라고.”

       

       노골적인 허기가 내게 쏘아진다. 그리고, 그, 표정.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무표정에 가까운 시큰둥한 표정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너를 원한다는 듯이 몽롱하게 바뀐 모습을 보고.

       

       두근.

       

       하고, 이 심각한 상황에⋯⋯ 채신머리없는 심장이 크게 뛰어버렸다.

       

       “제가⋯⋯ 당신 눈동자 좋아한다고 말씀드렸던가요?”

       

       “안 하긴 했는데, 이 상황에선 안 해도 돼!”

       

       “혓바닥을 보여주십시오.”

       

       “그건 갑자기 왜⋯⋯ 아니, 아냐. 안 들을래. 흡.”

       

       입부터 가렸다.

       

       지금까지 당했던 그녀의 유혹에는 언제나 장난기가 있었다. 그렇기에 선을 긋고 한 발짝 물러난 곳에서 있을 수 있었다.

       

       어쩌면 선을 넘고 그렇고 그럴 수 있었을 순간에도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장난이었으니까. 친구였으니까. 그냥, 속 깊은 감정 없이 툭툭 건드리듯이 오고 가는 커뮤니케이션이었으니까.

       

       행동을 해야 하는데. 

       

       타박. 타박. 유리 랜스터가 가까이 다가왔다. 

       

       막아야 하는데. 이미 퍼진 페로몬은 어쩔 수 없으니, 페로몬 중화제를 짜 올려서 뿌려야 할 거다. 그리고 그동안은 천마를 이용해서 시간을 벌면 된다.

       

       그래야 하는데.

       

       “⋯⋯⋯⋯.”

       

       시선이.

       

       마안에라도 당한 걸까. 이게 서큐버스의 매혹 능력인가. 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는다. 저런 애틋한 시선을 마주하고 나면. 머리에 불이 난 듯 어지러워진다.

       

       말캉.

       

       다가선 핑발레즈의 가슴이 내 가슴팍에 닿았다. 나는 호흡마저 멈췄다. 

       

       아니야. 만약 그렇고 그렇게 되더라도. 어느 날 이른 아침에, 서로 벗은 채로 한 침대에서 깨어나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이런 방식은 안 된다.

       

       마법으로 흥분시킨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러니까. 내가 최면 어플이라도 켠 셈이 아닌가. 그래. 유리 랜스터도 바라지 않을 거다. 어쩌면 원망받을지도 모른다.

       

       ⋯⋯라고, 얼른 움직이라며 채찍질을 해 봐도.

       

       머리 한구석에서는 다른 가정을 하고 있다. 나는, 내 고성능 두뇌는 마법을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근접해서 다량의 페로몬을 마시는 일’은, 내 몸뚱이에 코를 박고 호흡하는 정도의 밀착 거리를 의미한다. 혹시라도 유리 랜스터가 휘말리기를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 핑발레즈와 나 사이에는 충분한 거리가 있었다. 내 마법은 아주 약간의 효력만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 말은. 저번, 흑마법사의 감정 증폭 마법과 같은 결론을 낳는다.

       

       감정의 1%만을 증폭하는 마법진은, 그녀가 아슬아슬하게 성욕을 통제하고 있었으므로 범람케 만들었다.

       

       그렇다면 이 유혹 또한, 그녀가 이미 유혹에 당했었기 때문에 상정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해석이 가능할 터다. 그러니까, 어쩌면.

       

       유리 랜스터가 내게 마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떠, 떨어지십시오 미친 마법사! 선배님에게서-!”

       

       까만레즈가 언성을 높이며 채찍을 집어 들었다.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자기 선배가 꼬셔지는 광경에 얼이 빠져 있다가, 이제야 정신이 들었나 보다.

       

       나와 유리 랜스터, 둘 모두의 눈동자에서 잠깐 이성이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들은 동시에 판단했다. 지금 이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리고 만다. 지금 끊어내야 한다!

       

       “『성욕억제 3단계』.”

       

       “우화(羽化), 『본망구속(本望拘束)』.”

       

       영창이 교차했다.

       

       차르르르르륵──!!

       

       사슬 쓸리는 소리와 함께, 딱 붙어 있었던 나와 핑발레즈의 몸이 쇠사슬로 함께 꽁꽁 묶였다. 워낙 근거리여서 휘말린 것 같다. 때문에 그녀의 육감적인 몸매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은 의미가 없도다.

       

       서로 부둥켜안고 살결을 느끼는 것이 무어가 그리 이상하겠는고? 세상살이 모두 어깨동무하고 살아가는 것이 순리인 것을.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하다. 핑발레즈 또한 우화가 제공하는 현자타임 속에서 평온을 찾은 모양이다.

       

       까만레즈는 낑낑대면서 핑발레즈와 나를 묶은 사슬을 벗겨내려고 했다.

       

       “미친 마법사 이 자식⋯⋯!! 떨어지십시오!”

       

       깨달음을 얻은 우리 둘은 평온한 목소리로 까만레즈를 달랬다. 

       

       “아해야, 어찌 그리 질투하느뇨? 서로 온기를 나눌 뿐이거늘.”

       

       “그렇습니다 세리스. 그저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과민하게 반응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물질계의 상호작용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당신 알 바도 아닌 듯합니다.”

       

       “⋯⋯⋯⋯??”

       

       “제가 다른 남자랑 뒹굴든 말든, 세리스 당신이 거기에 대해 간섭할 권리는 조금도 없습니다. 당신과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아, 그랬지.

       

       무념무상의 핑발레즈는 모든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 주는 팩트 머신이었다.

       

       “오랜만에 그리운 얼굴을 보게 되어 반갑다는 마음이 드는군요. 하지만 당신의 과한 관심은 옛날부터 불편했습니다. 이제 37번째 고백 거절을 입에 담아야 하겠군요.”

       

       “뿌에엥⋯⋯!!”

       

       까만레즈는 코끼리 비슷한 소리를 내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우는 소리가 귀엽다. 하여간, 나는 이걸로 교통정리가 다 됐다고 생각했다. 면전에서 차였으니 말이다.

       

       그러니 핑발레즈를 빼앗아 가려는 사악한 까만레즈의 수작은 분쇄되었다고 판단했건만. 37번째가 있으면, 38번째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울음을 그친 까만레즈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앞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 어떻게든 더 이뻐 보이려고 치장하며, 이렇게 말해오는 것이었다.

       

       “그래도 저는 선배님이 좋습니다!”

       

       “저는 아닙니다.”

       

       “으극⋯⋯.”

       

       둘이 어떤 관계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나는 내심 안도했다.

       

       ===============================================================

       

       나와 핑발레즈는 사슬에 돌돌 묶인 채로 대화를 나눴다. 옆에서 보기에는 좀 이상한 꼴일 수 있으나, 지속시간이 다 끝날 때까지 풀 수 없으니까 어쩔 도리가 없다.

       

       “소개하겠습니다. 이쪽은 세리스, 이전에 배속되어 있던 부서의 동료입니다.”

       

       “이전 부서라면, 『말살대』 말이지? 그⋯⋯ 네 옷장에서 봤었던 새까만 제복의.”

       

       “예.”

       

       “제복, 아직 갖고 계시는군요 선배님!! 그럴 줄 알았습니다. 제 곁으로 돌아와 주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38번 차인 까만레즈가 폴짝폴짝 뛰면서 김칫국을 리터 단위로 들이켰다. 나는 조용히 환상 마법으로 중지를 곧게 세운 손 이미지를 띄웠고, 까만레즈도 그걸 보더니 중지를 세웠다.

       

       “⋯⋯말살대에서 뭘 했길래 레즈가 꼬여?”

       

       “그야, 제가 워낙 매력적인 마성의 여자라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렇게 곧바로 긍정하시면 좀 부끄럽습니다. 미친 마법사님.”

       

       “⋯⋯⋯⋯.”

       

       나는 심박수 1.5배 이벤트가 벌어진 심장을 급하게 달랬다. 솔직한 핑발레즈의 공격력이 대단히 높았다. 조심조심 대화하지 않으면 성욕억제 4단계를 써야 할지도 모른다.

       

       “뭐⋯⋯ 제가 그쪽에서 특별히 한 건 없었습니다만. 주어진 임무만 하면서 조용히 지냈습니다. 누굴 꼬시려고 하지도 않았고요.”

       

       “네, 유리 선배님께서는 말살대의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셨습니다. 10할에 가까운 임무 성공률과, 흘러넘치는 차가운 분위기. 말살대의 후배들에게 있어서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

       

       “세리스가 호들갑 떠는 겁니다. 그렇게 부르지 마십시오.”

       

       쉽사리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핑발레즈는 처음 만났을 때도 넉살 좋게 농담을 걸어오지 않았던가. 그래서 나는 당연히, 후배 여자들을 성희롱하고 다니는 느낌이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지한 동경의 눈빛을 빛내는 까만레즈의 표정을 보면, 말살대 시절 핑발레즈의 이미지는 상당히 달랐던 모양이다.

       

       “그래서⋯⋯ 뭘 하고 계셨던 겁니까?”

       

       “⋯⋯⋯⋯.”

       

       나는 움찔 하고 몸을 떨었다.

       

       나는 여전히, 핑발레즈가 이번 일에 대해서 몰랐으면 했다. 내 멋대로 결정한 거고, 핑발레즈에게 의견을 묻지도 않았으니 독선이다. 하지만.

       

       그만한 원한을 품고 있다면, 서큐버스 여왕을 쫒을 단서를 얻게 되는 순간⋯⋯ 내 곁에서 훌쩍 떠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알려주기 싫었다.

       

       나는 어물쩍 둘러대려고 했는데.

       

       “아, 별 건 아니고⋯⋯ 저번에 찾은 서큐버스 있잖아. 끄나풀이 남아 있다고 해서 청소 겸⋯⋯.”

       

       “서큐버스 여왕의 거처, 『둥지』로 향하는 길을 수색중입니다 선배님!”

       

       “⋯⋯아하.”

       

       그래, 옆에 까만레즈가 있었지.

       

       핑발레즈는 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턱을 내 어깨 위로 편하게 얹었다. 그리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려해 주신 겁니까? 미친 마법사님.”

       

       네 속내 정도는 뻔히 보인다, 그렇게 말하는 듯한 목소리여서. 나는 거짓말을 들킨 어린아이같이 어쩔 줄 모르게 되었다. 

       

       “⋯⋯미안. 욕심이 나더라고.”

       

       “아닙니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같은 처지였어도 그랬을 겁니다.”

       

       이해해 주는 걸까?

       

       그렇다면⋯⋯ 내 옆에 남아 주려나. 복수를 위해서 떠나는 대신, 그냥. 여기서 같이 노닥거리면서 쭉 있어 주지 않으려나.

       

       “하지만.”

       

       그런 내 기대를 자르며, 유리의 말이 들어왔다.

       

       “이건 제게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일입니다.”

       

       “⋯⋯⋯⋯.”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대신 방위국 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도,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도. 모두 하나를 위해서였습니다.”

       

       마을이 불타버린 순간부터.

       

       “⋯⋯당신과 함께 보낸 나날은 즐거웠습니다. 그것마저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친구라는 관계를⋯⋯ 가져본 건, 처음이라서. 제게도 이 일상은 소중한 것입니다만.”

       

       “그러면, 나랑⋯⋯.”

       

       “그래도, 일보다 취미를 우선할 수는 없는 법이 아니겠습니까?”

       

       “⋯⋯⋯⋯.”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심술이라고 해야 할까, 배신감이나, 박탈감 같은.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떠나는가.

       

       솔직한 진심만을 말하는 상태에서 내뱉은 말은, 무게가 다르다. 나는 그녀의 선언으로부터 단단하고 깊게 박힌 못을 느꼈다. 유리 랜스터는 떠날 것이다.

       

       커비가 넘겨준 서류에 따르면, 서큐버스 여왕의 거처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추적 방법이 없었다. 서큐버스 몇 명을 잡아다 족쳐도 정보가 나오지 않는, 아주 꽁꽁 숨겨진 비밀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나아가지 않는 정체 상태였으므로. 핑발레즈 또한 다른 임무를 해나가면서 복수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위험도 높은 임무에 가장 먼저 투입된다는 『말살대』에 배속되어서. 언제고 여왕에게 복수할 날만을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쳤을 것이다.

       

       그러니 『말살대』로부터 나와, 일반 현장 요원으로 배속을 바꾸었겠지. 그렇게 흘러흘러 2황자의 명령에 의해 내 전담 요원이 되었던 거고.

       

       그러다, 내가. 내가 기회를 잡아버렸다.

       

       서큐버스 여왕을 추적할 기회를 만들어버렸다.

       

       차라리 그 서큐버스를 생포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소멸시켜서 사라지게 할 걸 그랬나. 그랬다면 이럴 일도 없었으려나.

       

       날개옷을 훔쳐서 숨겼더라면⋯⋯.

       

       툭.

       

       내 상념을 끊으며 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는, 서큐버스 여왕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영영 떠나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마법사님. 여왕의 목을 졸라 죽이고 나면, 여기로 돌아올 겁니다.”

       

       “⋯⋯내가 한번 떠난 사람을 받아줄 줄 알고?”

       

       “네. 받아줄 거 압니다.”

       

       “그치, 받아주겠지⋯⋯.”

       

       이미 결정된 사안이라면, 그래. 납득하자. 복수를 이루지 못하면 발 뻗고 잘 수 없다지 않은가. 또, 유리 랜스터는 강한 사람이다. 분명 목적을 이루고 돌아와 줄 거다.

       

       또, 내가 도와주면 된다. 유나도 도와줄 거다. 자색 마탑의 넘버 1, 2가 함께 출동해서, 여왕인지 뭔지를 아주 그냥 꽈배기로 만들어 놓으면 된다.

       

       그러면 된다.

       

       걱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유리 랜스터는 웃으면서 말했다.

       

       “제가 복수를 얼른 끝내고 돌아오길 바라신다면⋯⋯ 열심히 도와주셔야겠군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래야겠네.”

       

       마음을 다잡자. 불안이나 아쉬움은 내려놓고, 그녀의 말마따나 돕자. 다시 술식을 짜서 마법을 발동시킨다. 위력 가감은 안 해도 좋으리라. 핑발레즈가 우화를 쓴 상태니까.

       

       “『설탕 덩어리』.”

       

       단번에 아카데미 전역을 덮을 규모로 마법을 발동한다. 마법 페로몬이 다시금 퍼지고, 입질을 기다리면.

       

       “여기서 맛있는 냄새가⋯⋯ 엥.”

       

       서큐버스 한 마리가 페로몬에 홀려 나타났다. 그녀는 냄새의 진원지인 나를 바라보고, 또, 나와 함께 쇠사슬로 꽁꽁 묶인 핑발레즈를 번갈아 보더니.

       

       옆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채찍을 들고 있는 까만레즈까지 보고 나서는.

       

       “⋯⋯함정? 이미 한 명 잡혔네?”

       

       그래, 수상한 모습이긴 하지. 맛난 냄새가 나서 먹으러 왔는데, 어딜 어떻게 봐도 서큐버스 잡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자세를 잡고 있지 않던가.

       

       심지어 같은 서큐버스인 핑발레즈도 쇠사슬에 둘둘 말린 모습이니, 함정인 걸 못 알아채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때, 핑발레즈가 태연하게 말했다.

       

       “예. 함정입니다만. 그래서 안 오실 겁니까?”

       

       “어, 어어⋯⋯ 아니, 가야지.”

       

       최면어플급 페로몬에 홀린 서큐버스는 본능에 이기지 못했다.

       

       서큐버스는 어정쩡한 걸음걸이로 다가와서 내 옆에 찰싹 붙었다. 그러자 핑발레즈는 쇠사슬을 움직여서 걔도 꽁꽁 묶었다.

       

       이젠 셋이서 묶여 있다.

       

       그렇게, 뭐랄까⋯⋯ 바퀴벌레용 끈끈이 덫 같은 느낌으로 서큐버스들을 잡았다. 볼품은 없었는데, 효과는 좋았다.

       

       핑발레즈의 우화 지속시간이 끝나고, 서큐버스를 차곡차곡 접어다가 정보를 추출하고 나자, 우리는 다음 행선지를 알아낼 수 있었다.

       

       ===============================================================

       

       “3황자 스레도 크라운의 머리속에 『둥지』로 향하는 길이 있다?”

       

       “정확히는 길 중에 하나가 있는 겁니다.”

       

       “나도 알어 인마.”

       

       또 이렇게 황실혈통이랑 엮이나. 이걸로 3관왕 달성이다.

       

       까만레즈는 알렉손에게도 들이박더니 황자에게도 들이박을 심산인지, 서큐버스에게 홀린 사람들을 검사하기 위한 채취 기구를 양손에 들고 출발 준비를 끝냈다.

       

       “그러면 당장 쳐들어가서 검사를⋯⋯.”

       

       “황실 혈통이야 황실 혈통. 아무리 앞뒤가 없다지만 까닥하면 목도 날아갈 수 있는 건데, 좀 생각을 하고 움직여라 까만레즈야!”

       

       내가 까만레즈에게 꼽을 주자, 핑발레즈는 내 어깨에 손을 가만히 올리더니 조용히 말했다.

       

       “미친 마법사님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시죠?”

       

       “⋯⋯⋯⋯.”

       

       할 말이 없었다.

       

       노빠꾸 상남자처럼 ‘너 영락제’부터 박고 본 미친 마법사는 이제 없다. 나는 모두가 안전할 수 있으며 아무도 상처받지 않는 완벽한 작전을 떠올려 냈다.

       

       나중에 황실의 권력에 의해 눈물 쏙 빠지게 혼나지 않을 방법.

       

       “우리가 서큐버스를 잡았잖아.”

       

       “예.”

       

       “그러니까 그 서큐버스들로 변장해서 3황자를 만나자.”

       

       “예?”

       

       위장 신분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내일 만납시다 마이 프렌즈.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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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herworld TRPG Game Ma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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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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