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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 * *

       

       

       

       

       나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가락을 딱 튕겼다.

       

       

       “우리도 국경 요새화나 할까요?”

       “폴란드가 있는데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허 두마는 하나를 알고 둘을 모르네.

       

       이건 좀 더 시야를 넓게  볼 필요가 있다.

       

       

       “만일을 대비해야죠. 폴란드 놈들이 공산 독일에 넘어갈 경우도 생각해야 합니다.”

       

       

       원래 이전부터 나온 이야기고.

       

       

       “폐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폴란드를 믿을 수는 없죠. 사실 군부는 이전부터 요새화를 추진 중이긴 했습니다.”

       “폴란드가 불만을 뱉지 않겠습니까?”

       “그놈들이 불만을 뱉은 들 어쩌겠습니까? 애초에 그놈들도 러시아군이 폴란드에 주둔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슬슬 요새화를 시작합시다.”

       

       

       그럼 폴란드 쪽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요새를 짓는다고 무기 지원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방어선으로 둔다고 하는데 뭘 어쩌겠나.

       

       

       “그럼 반발할 경우에는 외교부에서 잘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음, 발트에서 폴란드까지 쭉 건설하는 게 좋겠군요.”

       “발트까지 말입니까?”

       “발트 3국은 러시아에서 독립했습니다. 그들이 러시아의 영향을 받는 건 싫어할 테니 국경지대에서 폴란드까지 쭉 짓죠.”

       

       

       발트든 폴란드든 뭐라고 한다면, 방어용으로 지은 거 외엔 없다고 해야지.

       

       어차피 발트는 방공협정 국가에 있으니 기분 나빠도 뭐라 못할 것이고, 폴란드는 애초에 자기네 허락이 있어야 폴란드 땅에 러시아가 발 들이미는 것을 허락했으니 어쩔 수 없다.

       

       

       “폐하. 그만큼 대규모 공사면 폐하가 말씀하신 대전쟁 때까지 방어선이 지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압니다. 그저 일종의 각본입니다. 아마 폴란드도 발트도 공산 독일도 자극을 받을 겁니다. 폴란드와 발트는 대전쟁 때, 러시아의 직접적인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압박감을 받을 테죠. 폴란드가 우리 2중대가 되었다고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역할에 한해서일 뿐인 만큼 폴란드와 발트는 아직 친영국가입니다.”

       

       

       영국의 품에서 끌어내자.

       

       이것이 지금 부가적인 목적이라고 볼 수 있지.

       

       

       “영국은 믿음직스럽지 못한데 러시아는 자국 영토만 방어하려고 한다. 이런 느낌을 받겠군요.”

       

       

       두마도 내전을 겪은 세대라 잘 알고 있다.

       

       하긴 젊은 나보다 정치 경험이 있는 당신들이 잘 알아야 하겠지.

       

       

       “예.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체급은 되는 폴란드면 몰라도 발트 3국은 어떻게 나오겠습니까?”

       “오. 그거 그럴듯하군요.”

       

       

       적어도 발트 3국은 우리 쪽에 붙을 수밖에 없을 거다.

       

       어디까지나 행복회로를 돌릴 경우에만 해당된다.

       

       발트 3국이 우리를 바로 따르지는 않을 거다.

       

       공산 독일의 위협도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거든.

       

       우리가 노리는 것은 공산독일이다.

       

       

       “우리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려 하겠죠. 하지만 발트 3국이 우리에게 꼭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목표는 따로 있으니까요.”

       

       

       어차피 공산독일을 자극하기만 하면 된다.

       

       제트 전투기도 곧 나올 거 같고. 얼마 지나지 않으면 기계화 군단도 나온다.

       

       물론 말이 자극이지 공산 독일도 러시아와의 전쟁을 급하게 준비하려고 해도 시간은 좀 끌 것이고.

       

       그동안에도 신무기는 계속 나올 거다.

       

       그리고 공산 독일은 전쟁을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공산독일 역시 방어선이 만들어지기 전에 해결하려 하겠군요.”

       

       

       원래 스탈린 선을 생각한다면야 우리는 늦은 편이긴 하지.

       

       애초에 그만큼 무기 예산에 더 넣었으니까.

       

       

       “네. 바로 그겁니다.”

       

       

       굳이 발트가 우리를 붙잡을 필요는 없다.

       

       애초에 발트는 지금 폴란드가 관심을 두고 있다.

       

       일단 리투아니아를 잡아 폴리투를 재건하고 싶은 욕망이 아직도 있을 것이다.

       

       전에 협정에서 리투아니아 건을 빼기는 했지만.

       

       그것과 정식으로 리투아니아를 우리 편으로 만드는 건 다른 문제니까.

       

       자기네가 기지진 못해도 러시아가 가지는 건 싫을 터다.

       

       그나마 멀쩡하게 남아 있으면 언제고 기회가 있다는 뜻 아닌가?

       

       반대로 러시아가 괴뢰국으로 삼으면 러시아랑 한판 붙어야 한다는 뜻이고.

       

       독일에게 두들겨 맞으며 버틸 때까지 리투아니아에 러시아가 관심을 가지는 건 좀 위험하거든.

       

       그러니 발트는 주섬주섬 주울 수 있으면 줍는 것이고. 아니면 빠져도 된다.

       

       에스토니아나 라트비아도 위치상 리투아니아면 모를까 위협받을 일도 거의 없을 거 같고.

       

       발트는 부가적으로 얻을 것이고, 가장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는 것은 공산독일이다.

       

       공산 독일도 자극을 받을 거란 말이지.

       

       안 그래도 점령하기 힘든 러시아다.

       

       이 러시아가 대놓고 방어선을 준비하고 있으면, 이것을 어떻게든 방해하거나 완성되기 전에 넘으려 하지 않겠나?

       

       이제 러시아에서는 볼셰비키는 찾을 수 없으니, 방해 공작은 힘들고, 결국 완성되기 전에 치려할 것이다.

       

       즉, 국경 요새화는 공산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도록 자극하는 전략이다.

       

       

       “독일을 자극해서 강해지기 전에 미리 팬다. 좋은 방법이군요.”

       

       

       미하일드로즈돕스키가 손뼉을 치며 호쾌하게 웃었다.

       

       

       “허나 저들이 빨리 전쟁을 일으키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네. 그러니까 선을 정해 두는 겁니다. 저들이 최종전쟁을 일으킬 생각이라면 확실히 준비하고 터트리겠죠. 열강에 작업질을 더 해 둔다든가 하고 재무장을 확실히 할 겁니다.”

       

       

       즉, 내가 하는 짓은 혹시라도 원래 역사보다 더 후에 전쟁을 일으킬 때를 대비한 것이다.

       

       어쨌든 지금부터 준비한다 해도 우리 공산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보다 스페인과 미국 내전이 먼저일 터.

       

       이미 주데텐란트로 자극받은 독일이 재무장에 더 서두르고 있다고 하지.

       

       그럼, 우리도 아나스타샤 선이라는 방어선을 만들면 어떨까? 

       

       이 자리에 있는 자들은 모두 공산주의라면 치를 떠는 몸.

       

       그렇다고 먼저 치는 건 침략자로 보일 테니 그럴 수도 없다.

       

       그러니 국경 요새화로 자극할 수밖에.

       

       

       * * *

       

       

       러시아의 국경 요새화 사업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발트와 폴란드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단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당한 것이 있지 않은가.

       

       러시아가 하는 행위는 설령 그것이 선의라도 몇 번이고 의심을 해야만 했다.

       

       특히나 폴란드 내 극우가 벌인 차르에 대한 폭탄테러도 있었으니, 그 이후로 폴란드는 러시아와 강제적 동맹이지만, 동시에 그거 이유로 언제든 러시아가 공격해 올까 두려워했다.

       

       하여 따지는 것은 매우 당연했다.

       

       

       “러시아는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이오? 국경에 전부 요새화라니!”

       

       

       혹시 요새화로 폴란드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준비하는 것은 아닌가.

       

       물론 그럴 생각이었으면 국경에 대규모 군대를 주둔시켰을 테지만. 그간 한 짓이 있으니 폴란드는 괜히 불안 했다.

       

       

       “걱정 마시오. 우리는 폴란드를 어떻게 할 생각이 없소. 단지 귀국이 예기치 못한 일로 우리 국경까지 공산주의자들의 위협을 받을 때를 대비한 것이오. 우린 방공협정을 지키고, 앞으로도 폴란드군의 현대화를 도울 거요.”

       “크흐음.”

       “아니면 우리 군이 폴란드에 주둔하는 것을 귀국 정부가 받아줄 것이오? 그리해준다면 폴란드와 공산독일의 국경을 요새화시켜 줄 수도 있소.”

       

       

       당연하게도 폴란드는 거부했다.

       

       당연했다. 러시아에게 뭘 믿고 집안을 내어준다는 말인가.

       

       어쨌든 러시아 2중대가 되었다고는 해도. 이건 반강제로 하는 것이지 헤헤 러시아가 너무 좋아요. 이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독립한 발트 3국은 달랐다.

       

       겨우 대전쟁의 틈에 러시아에서 벗어난 발트 3국이었다.

       

       

       “러.러시아는 우리 발트를 침공하고자 요새화를 하는 겁니까?”

       “요새는 방어하려고 설치하는 거지 침략하기 위해 설치하지는 않소.”

       

       

       라트비아 대사가 놀라며 하는 말에 러시아의 바실리 하를라모프 외교부장관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그럼, 우리가 러시아를 침공할 거란 말입니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일 텐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의 반응은 달랐다.

       

       

       “공산 독일이 전쟁을 일으키면 발트 3국도 침공하지 않겠소? 우리는 이것을 대비해야 해서 국경에 요새를 설치하는 것이오.”

       

       

       한마디로 러시아에는 발트국가가 공산독일에 점령당할 것을 전제하에 자국 방어를 하겠다는 뜻.

       

       그럼 무엇인가. 러시아는 전쟁이 터지면 본토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는 소리인가?

       

       

       “그 말은 우리가 독일의 공격을 받는다면 러시아는.”

       

       

       에스토니아 대사의 떨리는 목소리에 외교부 장관은 무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제발 아니길 바라는 그 말을 하려고 한다.

       

       

       “자국 방어를 해야 하지 않겠소? 발트에서 막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우리 러시아는 발트 국가의 자주독립을 인정하는바요. 아국의 폐하께서도 발트에서 공산주의자들을 막는 것이 전략적인 면에서 현명하나, 발트 국가의 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셨으니, 우리의 침공은 걱정하지 말고 공산 독일과 싸우시면 되오. 뭐 우리도 방어준비를 해야 하니 많은 물자를 지원할 수는 없지만, 발트에는 영국이 있지 않소?”

       

       

       너무나도 큰 궤변이다.

       

       아닌 말로 지금 공산 독일이 발트국가에 온다면 어떻게 오겠나.

       

       당장 발트까지 오려면 동프로이센까지 뚫어야 하고 해로를 이용한다고 해도. 영국의 함대도 있고. 러시아의 발트 함대도 있지 않은가?

       

       지금 국경에 요새를 짓는다는 것은 일종의 시위다.

       

       영국이 아닌 자기네 러시아에 붙으라고 말이다.

       

       

       “크흠. 로열 네이비와 발틱 함대가 있는데, 설마 공산 독일이 오겠습니까?”

       

       

       에스토니아 대사는 자신이 말하고도 러시아 함대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돌렸다.

       

       

       “우리 러시아가 지금 방어전략을 선택한 것도 영국을 믿지 못해서입니다. 영국은 수틀리면 바로 본토방어에 들어서고 함대로 본토를 지키겠지요. 그리고 발트해는 발트 국가의 바다 아닙니까? 저희 러시아는 발트함대를 핀란드로 옮겨서 만일을 위해 현존 함대전략을 취하기로 했습니다.”

       

       

       그 역시 궤변이다.

       

       공산 독일이 함대를 만들면 얼마나 만들까. 필시 주전장은 육지가 될 것인데, 함대를 만들어봐야 발트 함대에 밀릴 텐데.

       

       발트해는 발트국가 거니 알아서 지켜! 이거다.

       

       발트함대는 현존함대 전략만 하더라도 공산독일이 감히 어쩌지 못할 것이고. 러시아는 여유롭게 독일과의 전면전을 준비하면 된다.

       

       발트 국가의 대사들은 그렇게 얻은 것도 없이 물러나야 했다.

       

       

       “이 일을 어찌합니까?”

       “우리 리투아니아는 폴란드의 압박도 받고 있어요! 러시아가 방관하면 우리는 끝입니다.”

       “영국을 계속 믿을 수 있을까요?”

       

       

       발트 3국의 대사들은 침음을 흘렸다.

       

       아무리 봐도 영국 꼴을 보면 발트를 도와줄지는 미지수다.

       

       자기네 식민지 경영도 해야 하는 판국에 도와줄까?

       

       아마 영국도 러시아가 알아서 방어해주기를 원할 것인데, 정작 그 러시아도 방어태세를 고수하겠단다.

       

       발트 국가의 주권을 위협할 수 없다면서.

       

       사실상 먹히든 말든 방관하겠다는 소리다.

       

       아나스타샤의 예상과 달리 발트 국가 역시 공산 독일의 위협을 받고 있었다.

       

       발트 국가가 적화하면 뒤에서 동프로이센이나 폴란드, 그리고 러시아도 푹 찌를 수 있는 위치니까.

       

       내부에 은근슬쩍 공산주의자들을 밀어 넣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포기하고 공산 독일과 손을 잡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그 즉시 수백만의 러시아 군대에 짓밟히게 될 터.

       

       더군다나 아나스타샤 주의자들까지 있으니 뭐 더 말할 필요가 있겠나.

       

       공산주의자와 아나스타샤주의자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지금의 발트국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처지가 바로 발트 국가들이었다.

       

       그러니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할 텐데.

       

       

       “흠. 그러고 보니 동프로이센도 러시아군이 주둔하지 않았었나?”

       “그런데 우리보고는 자주국임을 인정하고 있으니, 군대 주둔은 할 수 없다고.”

       “성녀라더니 양아치가 따로 없군.”

       

       

       발트 국가의 주권과 독립을 위해 러시아는 절대 발트국가의 영내에 들어가지 않겠다.

       

       전쟁을 앞두지 않았다면 말은 러시아의 말은 굉장한 안도감을 주겠지만.

       

       동맹국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러시아의 성녀가 발트는 주권국이고, 독립국인 것을 인정하겠단다. 그때문에 발트에 러시아군을 밀어 넣지 않겠다고. 지금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하려면 괴뢰국이 되라는 소리다.

       

       발트 3국의 고민은 커져만 갔다.

       

       한편, 독일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러시아가 발트에서 폴란드까지 국경에 전부 요새를 세우고 있습니다.”

       “음. 그럼 발트와 폴란드는 버리겠다는 건가.”

       

       

       아나스타샤의 독일을 자극한다 목적은 충분히 이뤄낼 수 있었다.

       

       국경에 요새로 방어선을 깔겠다는 러시아의 계획으로 언젠가 러시아와의 최종 전쟁을 꾸미고 있던 독일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안 그래도 강한 러시아인데, 그 긴 국경을 요새로 도배하겠다. 이건 공산 독일로서는 자극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서 자신들이 오스트리아나 발칸국가와 싸우는 동안 방어선을 튼실히 하겠다는 뜻이니까.

       

       그나마 같이 싸운다는 계획은 아닌 거 같아 다행이었다.

       

       그런데 영국도 지금 상황을 보면 그다지 유럽 전쟁에 낄 거 같지 않은데. 언뜻 보면 이게 그럴듯한 그림이었다.

       

       카를 리프크네히트의 머리에는 새로운 그림이 그려졌다.

       

       폴란드와 발트까지 적화시키는 꿈을.

       

       동프로이센의 카이저를 잡아 독일 통일도 이루고 러시아와의 전쟁을 치른다면?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뭐 아프나 안아프나 퇴고 시간은 왜 비슷하지.

    퇴고가 너무 늦네요.

    선작,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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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I Became the Last Princess of the Bear Kingdom

Status: Ongoing Author:
I became a Russian princess destined to die in a revolu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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