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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뭐야? 방금 들린 목소리는?’

       

       알렉스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자신의 전매특허 중 하나인 투시 마법을 사용했다.

       

       화악!

       

       ‘……!’

       

       분명 방금까지 말랑콩떡 같던 와이번이, 어느새 테이머보다도 덩치가 커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저건….’

       

       지금까지 말로만 듣고 그림으로만 봐 왔던, 실제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종족.

       

       ‘…드래곤?’

       

       성체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드래곤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 아니, 하지만 저 모습은….’

       

       후우. 진정하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 알렉스는, 황실 정보부 엘리트답게 은신과 투시 마법을 유지한 채 일단 그들을 관찰하기로 했다.

       

       도대체 그들의 정체가 무엇일지 생각하면서.

       

       ***

       

       “어이구, 아르 다시 왕 커졌어?”

       “우응! 히히.”

       “우리 아르는 왕 커도 너무 귀엽네.”

       

       나는 집에 들어와 변신할 때마다 멋진 포즈를 취해 보이는 아르의 빵실한 볼따구를 잡고 쭉 늘렸다. 

       

       “뀨우.”

       

       순수하고 투명하고 똘망한 눈을 끔벅이는 아르를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 그냥 아르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힐링이 돼.’

       

       최근의 생활에는 정말 120퍼센트 만족을 하고 있었다. 

       

       집에서 이렇게 아르를 보면서 귀여워하는 것도 행복하지만, 사람들이 우리 아르의 귀여움을 알아 주는 것도 행복했다. 

       

       게다가 빵의 성지에서 다양한 빵을 원 없이 먹었더니 이제는 안 먹어 본 빵이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최근에는 우리가 먹었던 빵들 중에서 나중에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던 것들은 일부러 더 많이 구매해서 아공간에 쟁여 놓고 있지.’

       

       투호르반의 빵집들에서 하루에 파는 빵의 양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쟁여 놓고 싶다고 하루 만에 전부 쓸어서 쟁여 놓는 건 힘들다. 

       

       특히 투호르반의 빵집이 다른 지역의 빵집과 다른 점은, 저렴하고 인기 많은 품목들의 경우 인당 구매할 수 있는 개수에 제한을 둔다는 점이었다. 

       

       ‘하긴, 그렇게 안 하면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는데 그중에 누군가는 한 종류를 죄다 쓸어 갈 수도 있으니까.’

       

       그 쓸어가는 게 내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오기 전에 다른 사람이 쓸어 가면 내가 빵을 먹을 수가 없다. 

       

       이런 건 그냥 공평하게 모두에게 제한을 두는 게 낫다. 

       

       ‘빵집에서까지 오픈런을 하고 싶지는 않아….’

       

       어쨌든, 우리는 약간의 꼼수를 활용해서 내가 한 번 따로 구매하고, 실비아가 따로 한 번 구매해서 빵을 한 번에 꽤나 많이 살 수 있었다. 

       

       사실 꼼수라기엔 인당 구매 개수 제한이니 정당한 구매이기도 했지만.

       

       “헤헤헤, 레온 손 조아.”

       

       아르는 내가 볼따구를 손바닥으로 감싸 주자 눈을 접으며 웃었다. 

       

       내가 뺨을 만지기 좋게 몸을 살짝 숙인 아르는, 내가 방심하는 틈을 타 내 얼굴을 혀로 슬쩍 핥았다. 

       

       “푸핫! 방심했다.”

       “히히히! 레온 핥짝!”

       “너, 그랬다 이거지?”

       “삐유우!”

       

       우당탕!

       

       나는 아르에게 달려들어 푹신한 양탄자 바닥에 쓰러뜨린 뒤 옆구리를 마구 간질였고, 아르는 웃음 섞인 비명을 지르며 젤리로 내 손을 열심히 막았다. 

       

       “후우….”

       “삐유….”

       

       한바탕 엉켜 뒹굴던 우리는 숨을 고르고 서로의 눈을 보며 웃었다. 

       

       나는 아르가 기분 좋게 꼬리로 양탄자를 톡톡 두드리는 동안 뚠뚠한 배를 쓰다듬어 주다가, 몸을 일으켰다. 

       

       “아르야, 오랜만에 다른 간식 좀 만들어 먹을까?”

       “쀼우! 무슨 간식?”

       

       간식이라는 말에 아르의 눈이 번쩍 뜨였다. 

       

       “후후. 재료는 아주 간단하지만, 맛있는 간식이지. 실비아 씨도 드실 거죠?”

       “저야 만들어 주시면 먹죠.”

       “요즘 다이어트 하신다면서요.”

       

       내가 괜히 장난을 치자 실비아가 볼을 부풀렸다. 

       

       “따로 수련하면 되거든요?”

       “하하. 좋아요. 읏차. 그럼 한번 만들어 볼까.”

       “아르두 도울래!”

       “그래, 같이 가자.”

       “레온.”

       “응?”

       “일으켜 조!”

       “푸흣. 그래, 손 잡아.”

       “우응! 헤헤.”

       

       나는 아르가 쭉 내민 손을 꼭 잡고 당겨 일으켜 주었다. 

       아르는 콧노래를 부르며 나를 졸졸 따라 부엌으로 왔다.

       

       “쀼후훙~. 레온, 모 꺼내 조? 말만 하묜 바로 꺼내 주께!”

       “어디 보자. 그러면….”

       

       나는 내가 생각한 간식의 재료들을 불러 주었고, 아르는 아공간에서 바로 바로 재료를 꺼내 내게 착착 넘겨 주었다. 

       

       “오케이. 이제 됐어.”

       “요게 다야? 더 필요 업써?”

       “응. 말했잖아. 되게 간단하다고.”

       

       내가 꺼내 달라고 부탁한 건 감자, 우유, 전분, 튀김 가루, 그리고 설탕이나 소금, 후추 등의 조미료 몇 가지뿐이었다.

       

       평소에 요리할 때 많이 사용하는 기본 재료들을 제외하면 진짜 요리용 재료라고 할 만한 건 통통한 알감자 정도밖에 없는 셈이었기에, 아르는 자신의 젤리를 괜히 한 번 핥짝 핥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후후. 요 정도 재료로도 충분히 맛있는 간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 줄게.”

       

       첫 번째로 만들 간식은 바로 회오리 감자였다. 

       

       나무로 만든 젓가락에 감자를 푹 꽂은 후, 나는 가볍게 한 손을 들어 마법을 시전했다. 

       

       “윈드 커터.”

       

       촤악!

       

       윈드 커터는 감자를 일정한 패턴으로 적절하게 베어 주었고.

       

       베어진 감자를 잡고 쭉 늘여 주자, 마치 용수철처럼 뱅그르르 돌아가는 회오리 감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우아…!”

       

       내가 젓가락을 휙 돌려 감자를 빙글 돌리자 아르는 신기해하며 입을 벌렸다. 

       

       “아르두 만들어 볼래!”

       

       아르는 나처럼 감자를 젓가락에 푹 꽂은 뒤 윈드 커터를 이용해 완벽한 회오리 감자를 만들어 보였다. 

       

       “대따! 헤헤.”

       

       옆에서 보고 있던 실비아는 조용히 감자를 하나 집더니 단검으로 순식간에 똑같은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오히려 내가 윈드 커터로 만든 것보다 더 빠른 것 같았다.

       

       ‘오…. 역시 몸이 좋으면 머리가 고생 안 한다더니. 단검술이 더 빠르니 마나를 안 써도 되네.’

       

       아무튼, 우리는 각자 두 개씩 회오리 감자를 만들었고.

       

       “이제 이건 잠시 물에 담가서 전분기를 뺄 거야. 그리고 조금 이따가 기름에 튀기는 거지.”

       “쀼우! 회오리 감자 튀김! 마시께따!”

       “그리고 그다음엔 이 우유도 튀겨 줄 거야.”

       “쀼, 쀼우?”

       

       우유를 튀긴다는 말에 아르의 눈이 땡그래졌다. 

       

       “우유를 어떠케 튀겨?”

       “저도 궁금하네요.”

       “후후후. 잘 보세요.”

       

       물론 우유를 바로 기름에 넣고 튀길 수는 없다. 

       

       나는 곧 커다란 냄비에 우유와 전분, 그리고 설탕을 적당량 넣고 약한 불로 냄비를 가열하기 시작했고, 주걱으로 눌어붙지 않게 잘 저어 주었다.

       

       “요렇게 젓다 보면 전분이랑 우유랑 뭉쳐서 걸쭉해지거든요. 딱 이 정도 걸쭉해졌을 때 불을 끄고 유리 그릇에 옮겨서 식히면….”

       

       나는 적당한 점도가 된 반죽을 커다란 유리 그릇에 부어 냉장고에 넣었다. 

       

       “원래 이대로 두어 시간 정도는 식혀야 되는데….”

       “아르가 시간 빨리 돌려 보께!”

       

       내 입에서 두 시간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아르는 애가 타는 듯 바로 손을 뻗어 냉장고에 대고 시간 가속 마법을 썼다. 

       

       과연 냉장고 문을 열자 우유 반죽이 딱 알맞게 식어 있었다. 

       

       ‘빙결 계열 마법으로 식힐 수도 있긴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식히는 것도 안 좋으니 시간 가속을 쓸 수만 있으면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

       

       나는 커다란 유리 그릇을 깨끗한 나무 판 위에 뒤집어 반죽을 꺼냈다. 

       

       “우아, 싱기해! 우유 젤리 가타!”

       

       전분과 섞어 끓인 후 식혀 굳힌 우유는 마치 탱글탱글한 푸딩이나 묵처럼 모양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르는 못 참겠는지 손으로 우유 푸딩을 살짝 건드려 보았다. 

       

       “쀼우! 탱탱해!”

       

       아르는 맛이 너무 궁금하다는 듯 연신 입맛을 다셨다. 

       

       “튀기기 전이긴 한데, 좀 먹어 볼래?”

       “우응!”

       

       기다렸다는 듯 아르가 대답하자, 나는 피식 웃으며 우유 푸딩의 테두리 부분을 칼로 툭툭 잘랐다. 

       

       “어차피 보기 좋게 사각형 모양으로 튀길 거라, 테두리 부분은 그냥 먹어도 돼. 실비아 씨도 드셔 보세요.”

       

       그렇게 말한 나도 테두리 부분 일부를 잘라 입에 넣었다. 

       

       “음. 딱 설탕도 적당하게 들어갔네요. 그냥 눈대중으로 넣은 건데.”

       

       아무래도 좀 대용량으로 하다 보니 눈대중으로 넣었는데 엄청 달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적당한 당도였다. 

       

       “쀼우! 몬가 부드럽구 달달해서 마시써!”

       “그냥 이대로 간식으로 먹어도 맛있겠는데요?”

       “그렇긴 해요. 하지만 튀기면 더 맛있거든요.”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기름을 두 곳으로 나누어 가열시켜 둔 나는, 기름이 끓는 동안 튀김 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을 우유 푸딩에 묻힌 뒤, 겉에 빵가루까지 한 바퀴 돌려 묻혀 주었다.

       

       거기다 미리 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 둔 회오리감자의 물기를 ‘윈드’ 마법으로 좀 제거하고 튀김 가루를 뿌린 뒤, 곧 회오리감자와 우유 푸딩을 끓는 기름에 따로 튀겨 냈다. 

       

       차르르르.

       

       꿀꺽.

       

       그 시간만큼은 튀겨지는 소리와 침 삼키는 소리만이 부엌을 채웠다. 

       

       “자, 다 됐다!”

       “쀼우웃!”

       “맛있어 보여요!”

       

       회오리 감자에는 추가로 설탕과 치즈 가루를 뿌렸고, 우유 튀김은 꿀을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접시에 따로 꿀을 듬뿍 담아 두었다. 

       

       바삭.

       

       회오리 감자를 한 입 먹자, 바삭한 식감과 함께 달달한 설탕, 치즈가루에 버무려진 감자 튀김 맛이 진하게 느껴졌다. 

       

       “쀼우! 이거 완젼 마시써!”

       “이거 치즈가루가 진짜 별미네요.”

       “그쵸? 설탕만 뿌린 것보다 훨씬 맛있어요.”

       

       바삭, 바삭, 바삭.

       

       아르는 아예 젓가락 양쪽을 잡고 돌려 가며 회오리 감자 하나를 해치웠고.

       

       “우유 튀김 머거 볼래!”

       

       정말 궁금했는지 우유 튀김을 얼른 집어 입에 넣었다. 

       

       “쀼우…!”

       “어때, 괜찮지?”

       

       아르는 대답하는 것도 잊고 우유 튀김의 맛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진짜 신기한 맛이네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탱탱한 게, 언밸런스한 것 같으면서도 맛있게 어울려요.”

       “마음에 들어하시니 다행이네요.”

       

       나 역시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우유 튀김을 절반 베어 물었다. 

       

       바삭한 식감의 튀김옷, 그리고 살짝 달달한 우유 젤리의 맛이 입 안에 조화롭게 퍼졌다. 

       

       ‘뭐랄까, 우유 크림이 든 튀김 같은 느낌인데, 그 우유가 탱탱해 식감이 나름 있어서 더 독특한 느낌이지.’

       

       안에 있는 재료가 우유와 설탕뿐이라 살짝 심심할 수도 있는데, 그건 찍어 먹으려고 둔 꿀이 아주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다. 

       

       “헤헤헤, 꿀 찍어 머그니깐 더 마시따.”

       “조금 느끼한 맛을 꿀이 다 잡아 주니 계속 먹게 되네요.”

       

       아르와 실비아가 맛있게 집어 먹는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보람찬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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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Picked Up a Hatch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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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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