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173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의 방송은 어느덧 4만명의 벽을 넘보고 있었다.

          

       합방이나 중계 따위 없이, 솔로 랭크 방송만으로 이러한 인원수를 몰고 다니는 사람은 플랫폼을 불문하고 한 손에 꼽힐 정도로 소수다. 세기말이라는 단발성 어그로의 힘이 가미되었다고는 하나- 그거야 모든 나오나 방송인이 동시에 누리고 있는 수혜 아닌가.

        

       그러니 이예나에게 이런 규모의 시청자가 몰린 것을 단발적인 어그로에 의한 우연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본의 아니게 차곡차곡 키워 온 체급에 더해, 나오나 유동층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정도의 매력이 결합된 결과라고 보아야 하리라.

        

       그리고 실제로, 지금 그녀의 방송은 나오나 유동층 입장에서는 그 어떤 방송보다도 매력적이었다. 시즌 종료를 이틀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질주를 시작한 스트리머 아닌가. 그것도 플레티넘이나 다이아, 마스터 따위도 아닌 챌린저 티어에서. 

        

       거기에 한번씩 키보드마우스 플레이를 병행하는 이예나는 통상적인 나오나 방송에 비하여 방송 시간마저 넉넉히 제공했고- 플레이 스타일은 언제나 저돌적이고 스타일리시했다.

       

       물론, 평소에 비해 헛소리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던 것도 유입들의 이탈을 막는 데 한몫 했으리라.

        

       시청자가 많아 긴장한 탓이리라는 사람들의 짐작과는 달리, 단순히 게임에 집중했기 때문이었지만.

       

       그러니,

        

       게임을 종료하자마자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음……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아, 많이들 오셨네요. 조금 쉬러 가려 했는데……그러면, 모인 김에 나오나 오프닝 영상 한번 보고 갈까요.》

        

       피로감을 숨길 수 없는 목소리였다.

        

       그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8시간 가까이 방송을 했기 때문일까. 한창 흥미진진한 시점에 방송을 끊었다 가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에도, 채팅창의 민심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내일 달려야 하니 푹 쉬고 오라는 채팅들이 주류를 이루는 상황.

        

       그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기운을 얻은 걸까. 잠시 무언가를 찾는 듯하던 이예나가, 패러데이의 공식 지튜브에서 영상을 재생했다.

        

       《아, 여기네요. 여기부터……여기까지. 영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다들 눈치 채셨나요.》 

        

       하늘을 우러러보는 성기사. 그 앞을 가로막는, 도끼의 실루엣과 함께 나타나는 광전사와- 두 전사의 격돌까지.

        

       널리 호평받는 인트로 영상들 중에서도 특히 백미로 꼽히는 씬이었다. 

        

       대체 무슨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건지. 

       

       ‘제발 물 들어올 때 불 좀 그만 질러라’거나 ‘좆됐다 이 텐련 또 광혐 터졌다’ 따위의, 기존 코어 시청자들의 비명은 수적 열세로 인해 빠르게 묻혔다. 남은 건 압도적인 수의 물음표들과, 갑옷이나 복식의 고증 따위를 드문드문 언급하는 채팅들.

       

       그러한 채팅창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한 건지. 가볍게 한숨을 내쉰 이예나가, 깊게 깔린- 흡사 누워있는 것만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정답률이 너무 낮네요. 전투를 메인으로 내세우는 게임에서, 웬 나무꾼이 메인 악역인양 꺼드럭대고 있는데……이건 누가 봐도 심각한 문제 아닌가요. 부자연스럽잖아. 빨리 다시 만들 필요가 있어요. 그냥 저기 배경……이 숲 근처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게 자연스럽지 않나 싶은데. 저는 밸런스 패치보다 이게 급하다고 생각해요.》

        

       《음……나무꾼이 많이 오셨네요. 숲에 나무가 남아나지 않겠어요. 자. 그러면 저 야만인들은 그러시게 두고, 나머지 분들은 여기, 이 링크로 들어가보시면……공식 홈페이지 건의 게시판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데……추천을 많이 받은 글들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한다고 해요.》

        

       《어딨지……아, 벌써 다섯 번째로 밀렸네요. 여기, ‘오프닝 영상을 다시 촬영해주세요’ 이 글이 아주 흥미로웠어요. 혹시 이 글이 베스트에 올라가면 깜짝 놀라서 잠이 깰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아마 다시 랭크를 하지 않을까요. 네.》

        

       그러니까, 요약하면……좌표찍기였다. 나오나 공식 홈페이지에.

        

       그나마 방송을 인질로 잡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성장했다고 보아야 할까. 안타깝게도, 동의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의견이었다.

        

       『???』

       『저게 뭔데』

       『건의게시판 보긴 함?』

       『아니 미친1년아』

       『???』

       『그니까 저거 추천 주작하라고…?』

       『얘 원래 이럼?』

       『언제오나요』

       『그래 웬일로 정상인 흉내 오래 내나 했어』

        

       《그러면 전 도저히, 너무 피곤해서……이만 자러 갈게요. 일어나면 다시 오겠습니다. 다들 좋은 꿈 꾸세요.》

       

       그렇게 할 말만 잔뜩 쏟아붓고는 인사를 남긴 이예나는, 굳이 반응을 확인할 생각은 없었다는 듯이 빠르게 사라졌다.

        

       설득의 효과야 일어나고 나서 추천수로 확인하면 되겠거니 싶었던 탓이기도 했으나- 도저히 수마를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한 탓이기도 했다.

        

       * * * *

        

       머리가 몽롱해.

        

       =승리!=

        

       마침내 떠오른 승리 화면을 바라보며 뻐근한 목을 주물러봤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낀 느낌은 영 가시지 않더라.

        

       수면 부족이겠지. 피곤할 만도 하다. 시간으로 따지면야 6시간은 누워있었지만, 그 중 잠든 시간은 3시간이 채 되지 않으니.

        

       두근거리는 가슴 탓에 도저히 잠들 수 없었다. 

       

       수면의 물약의 힘을 빌리고 싶은 욕구를 애써 누르며, 결국 잠드는 걸 포기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게 5시간 전.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며 승률은 7할 언저리까지 내려앉은 상태였다. 그래도 꾸역꾸역 승을 쌓은 덕분에 등수는 제법 올라있었지만.

        

       #19 옆에 쓰인 ‘아따먹’이라는 글씨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조금 전 승리가 반영되면……18등은 넘기겠는데.

        

       목표를 어디로 해야 할까. 정말 1등…….

        

       반쯤은 홧김에 정한 목표였는데. 정말로 고지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니, 가슴 깊은 곳에서 배어나오기 시작하는 욕심을 무시하기 어렵더라.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강철체력이네 ㄹㅇ】

        

       -옆집오빠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몸 챙겨가며 하자 따먹아 가뜩이나 건강도 안 좋으면서 너무 무리하지 말고】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어제 400등대에서 시작했는데 진짜 1등 찍을 기세라는게 미쳤음 ㄷㄷㄷ】

        

       과도하게 빠른 채팅창에까지 도저히 신경을 쓸 여력이 없어서 꺼버린 상태임에도, 소통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에도 도네이션이 쏟아지고 있었으니.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진짜 1등 찍을 거 같은데? 심상치 않음 ㄹㅇ루다가】

        

       글쎄. 그러면 좋겠지만……기세로 될 일은 아니다.

        

       “아슬아슬하네요. 지금 승률 유지한다고 해도 10판당 60점 정도 오를 텐데…… 남은 시간이 10시간 정도니까.”

        

       큐 잡는 시간을 포함해서 한 판당 평균 소요시간을 30분 정도 잡으면, 5시간에 60점. 10시간에는 120점까지 벌 수 있다.

        

       1등과의 격차가……지금 기준으로 117점.

        

       1등이 더 올라가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정말 아슬아슬하게 닿을 수 있는 격차다. 승률이 조금 더 높아지면 안정적으로 닿을 수 있겠지만, 쉽지 않겠지. 팀 게임에서의 승률은 한계가 있으니.

        

       멍한 머리로 다시 계산을 해봐도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이 페이스면……정말로 아깝게 실패하거나, 마지막 판을 승리하면서 역전에 성공하거나. 둘 중 하나다. 어느 쪽이든 제법 드라마틱한 결론.

        

       물론, 진작에 미끄러져버리고 끝난다는 가능성도 있지만. 당장 지금부터라도 5연패 정도 하면……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 혼자 생각에 잠긴 채 큐가 잡히기를 기다리는 사이에도, 소통을 요청하는 도네이션은 끊임없이 들어왔다. 개인 신상에 대한 질문부터, 다른 게임 프로 출신이냐는 질문까지.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적 언제부터 하신 건가요?? 숙련도가 장난 아니시네요】

        

       대답을 열심히 한 덕분일까. 이렇게 익숙한 질문도 여러 차례에 걸쳐 던져지고 있었다. 이젠 잘 안 들어오는 질문이었는데……정말로 유입이 많구나.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어떻게 해야 할지. 인원수는 힘이라지만, 건의게시글에 추천도 많이 안 찍어줬던데.

        

       그래도, 성심성의껏 응대해야겠지.

       

       이유야 여러가지 있겠지만, 결국 이 방송 좋다고 온 사람들 아닌가. 생각해보면.

        

       “글쎄요. 본격적으로 한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대략 8년 정도인 것 같네요. 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첫 7년은 진짜 도적질하고 다녔다는 뜻입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도굴꾼으로서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착실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ㅠㅠ】

        

       새로이 유입된 이들이 보내던 메시지와는 확연하게 다른 어조의 도네이션. 솔직히, 조금은 반가운……익숙한 반응이었다. 

        

       어쨌든 저 많은 시청자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기존 친구들도 방송을 보고 있다는 의미니까.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전과 몇 범인가요 센세】

        

       “……모르겠네요. 확인해본 적이 없어서.”

        

       아마 없지 않을까. 

        

       시선을 옆에 놓인 거울로 향하니- 다크써클이 한층 짙어진, 피로한 인상의 여자가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착해보이……지는 않지만, 범죄를 저지를 관상은 아니잖아. 

       

       정말로 모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새삼, 나에 대해서 모르는 게 참 많다는 게 느껴졌다. 아니, 아는 게 거의 없다고 해야하지 않을까. 알아가려다가 무언가 실수하는게 무서워서…….

        

       알아보자.

        

       이번 방송이 끝나면.

        

       -세상에 이딴일이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정밀 검진 결과, 놀랍게도 전과 하나 없이 건강하다는 아따먹! 따먹아~ 도적질도 좋지만, 앞으론 걸리지 말고 착실하게 살아야 한다?】

       

       -흫

        

       아……방심했네. 자존심 상해. 예상하지 못한 탓이다.

       

       저 프로는 여기도 있었구나. 추억의 티비 프로 중에서 똑같은 게 뭐가 있는지, 조금 더 확인해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추후 할 일 목록’에 이것저것을 우겨 넣으며, 시청자들과 가벼운 대화를 이어나가자니……문득 드는 생각이.

        

       잡생각을 할 시간이 너무 길지 않았나.

        

       큐……가, 안 잡히는데.

       

       * * * *

        

       [작성자: ㅇㅇ]

       [제목: 챌린저란 새끼들이 다 씹쫄보새끼들 밖에 없음]

       [(스크린샷)

        

       아따먹 지금 큐 15분째 잡는데 안 잡히는 중

        

       마지막날이라고 존나 지금 위치 박제할 생각밖에 없나 ㅋㅋㅋㅋㅋ

        

       남자새끼들이 시1발ㅋㅋㅋㅋ 다 고추 떼라 씹새들아]

       –     솔까 이미 in 10 한 애들은 큐 돌릴 이유가 없지

       –     ㄴ 남자라면 1등 목표로 달려야지 시1발

       –     ㄴㄴ 웬 미친년이 다 때려부수고 있는데 달리긴 뭘 달려

       –     ㄴㄴ 여캠 하나 무서워서 큐 안돌린다고? 진짜 고추 떼라 씨발롬들아

       –     ㄴㄴ 여캠 아니라고 다섯번 말했다

       –     원래 저 정도 챌큐는 잘 안 잡힌다ㅇㅇ 정상임

       –     ㄴ 거기에 지금 시간도 오후 2신데 정상인은 게임 안 하는 시간임

       –     ㄴㄴ 챌린저 새끼들 중에 정상인이 어딨어

        

       [작성자: ㅇㅇ]

       [제목: 저격이라도 좀 해봐라]

       [게임 좀 보자~~~~

        

       맨날 유쾌한 척하면서 방송 망치던 저격러새끼들 다 어디갔냐~~~]

       –     챌린저 18등을 어떻게 저격해 18련아

       –     ㄴ ㄹㅇㅋㅋㅋ

       –     ㄴㄴ 저걸 저격할 수 있으면 인방을 켰지 왜 씨1발 방구석에서 저격이나 하겠냐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아따먹 독자 연구 예고]

       [5분만 더 기다려보고 큐 잡히는 속도와 오카리나 연주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겠다고 선언

        

       챌린저들아 제발 큐 좀 돌려다오……부탁한다……]

       –     뭣…

       –     솔까 기강 너무 안 잡긴 했어

       –     ㄴ ㄹㅇ 유입들 편하게 나오나만 보는 꼴 보니까 속이 뒤틀림

       –     ㄴㄴ 막상 큐 잡히면 닷지하고 ‘아직 연주가 조금 더 하고 싶네요. 다음 큐를 기다려볼까요.’ 했으면 좋겠음

       –     ㄴㄴ 너 아따먹 방송 몇시간 봤냐

       –     요즘 연주 잘 하지 않아 그래도?

       –     ㄴ 잘 해서 더 꼴받음 왜 유입들은 진짜 연주를 들을 수 있지?

       –     ㄴㄴ 존나 은근히 티내려는거 역겹네 차라리 대놓고 올드비 부심을 부려라

        

       [작성자: ㅇㅇ]

       [제목: 속보) 아따먹 방송 근황]

       [(스크린샷)

        

       방송 화면 전체에 “쫄?”만 띄워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얘는 진짜 제정신은 아니네 확실히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