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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그대는 그 비녀를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인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은 했다.

       

       정파의 손에 신교가 불타오르던 그 날에 비녀를 챙길 여유는 존재치 않았으니까.

       

       그를 챙길 여력이 있었다면 내가 비녀를 손에서 놓았겠는가.

       

       그럼 이건 도대체 무엇인가.

       

       어찌하야 게임 속 본인이 비녀를 들고 있단 말이냐?

       

       본인이 없는 세상에선 이를 지니는 게 가능했단 소리더냐?

       

       “아니. 잃어버렸지. 그대도 본좌이니 알잖나. 비녀를 챙길 여력이 없었음을.”

       “그럼.”

       “받은 것이다. 본인의 우둔한 제자에게.”

       “제자?”

       “그래. 제자. 그대도 만나보았을 텐데.”

       

       알기는 하지.

       

       그 한서우라는 자 때문에 그대를 만나게 된 셈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자가 비녀를 주었다고?

       

       본인이 저 비녀를 득한 것은 아피스에서 삼장로를 쓰러트림으로써 얻은 보상이다.

       

       그렇다는 것은 한서우도 삼장로를 쓰러트렸다는 소리더냐.

       

       간신히 이류에 미칠 듯 말듯한 그 몸으로? 그에게 그만한 재능이 있었다고?

       

       쉬이 믿기는 어려운 이야기였으나 그를 부정할 순 없었다.

       

       백화령이 내게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기도 했고, 무엇보다 지금 내 앞에 그 증거물이 있었으니까.

       

       허어. 과연. 백화령의 눈에 들 정도의 재능은 있다는 것인가.

       

       “어찌 비녀를 들고 있으면서도 그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냐?”

       

       이는 본인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님의 비녀를 받은 순간 그를 착용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지 않더냐?

       

       본인은 그 때문에 현실에서도 머리를 기르고 있다만 그대는 어찌 하여 그 빗자루 같은 머리 상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단 말인가.

       

       머리의 끝부분들이 삐죽거리는 것이 얼마 전에 자신의 손으로 머리를 뜯어내듯 자른 게 훤히 보인다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족하다. 차고 다니면 언젠가 또 다시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백화령은 그리 말을 하면서 웃고는 다시금 자신의 품 안에 비녀를 집어넣었다.

       

       손길이 조심스러운 것이 비녀를 무척이나 소중히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가.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본인은 이를 게임 속의 물건이라 여기지만 그대에게는 이 곳이 현실일 테니.

       

       “자. 본인을 다시 돌려보내다오.”

       

       백화령은 그리 말을 하며 일어나서는 손을 내밀었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여럿 남아있기는 했지만 백화령이 본인이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니 머리가 복잡해 무엇부터 꺼내야 할 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난 미리 생각을 해두었던 대로 백화령을 돌려보내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다음에도 있을 테니까.

       

       한서우를 통해 연락을 하면 언제라도 신교에서 도망쳐 나오지 않겠나.

       

       정 급하면 내가 직접 신교에 쳐들어가는 방법이 있기도 하니.

       

       신교의 꼴을 보고 싶지 않기에 어지간하면 이 방법은 택하지 않겠지만.

       

       “다음에 보자꾸나.”

       “그래. 아. 다음이라 생각해서 떠오른 말이다마는 다음에 본좌가 화산에 찾아왔을 적엔 그 여우를 쓰다듬어 봐도 되느냐?”

       

       여우라 함은 바루를 말하는 것인가?

       

       복슬거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똑같은 모양이구나.

       

       그대도 다른 짐승들을 마주하면 겁에 질려서 도망가는 게냐?

       

       만일 그렇다면 복슬거리는 것의 치유가 부족해 슬퍼하는 중이겠구나.

       

       내 그 심정을 실로 잘 이해하고 있다.

       

       “상관없다. 설령 바루가 허락하지 않는다 해도 내 그 녀석을 설득해보도록 하마.”

       “부디 부탁을 하겠다. 그 귀여운 녀석과 놀 수 있다면 내 신교의 비급서라도 내놓을 터이니.”

       “그건 됐다.”

       

       한 때 신교의 천마로써 그 곳에 존재하는 모든 무공을 알고 있는 본인에게 비급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에겐 어떨지 모르겠으나 본인에게 그는 불쏘시개와 다르지 않다.

       

       “그보다 챙겨올 것이라면 적당한 환단이나 챙겨 오거라.”

       “흐음. 알겠다. 괜찮은 게 있나 한 번 보도록 하마.”

       

       *

       

       화산을 올라가는 스승의 모습을 뒤로 한 채 신교로 돌아온 한서우는 스승의 집무실에 들어와서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두루마리를 보고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휴가를 나와서까지 밤을 새워가면서 일을 해야 하다니.

       

       이것이 을의 심정인 걸까.

       

       한서우는 방 안에 있는 의자 중 하나를 끌고 와서는 백화령이 앉는 의자 맞은편에 앉아서 두루마리를 펼쳤다.

       

       이전에 스승님을 도울 때도 생각을 한 거지만 역시 기밀에 가까운 내용들이 대부분이네.

       

       당장 처음 집은 이 두루마리만 해도 천마신교의 위세를 떨치기 위한 전략과 그 방안에 대한 거잖아.

       

       단순히 제안을 위한 두루마리는 아니었다.

       

       신교의 장로들이 첨삭을 한 끝에 교주가 확인을 하고 천마 백화령의 허락을 바라여 이 자리에 오게 된 이 두루마리는 천마신교의 대적자에게 들어간다면 신교에 커다란 피해를 입힐 수 있을지 모르는 기밀 서류였다.

       

       좋게 본다면 이런 걸 맡겨도 괜찮다 생각할 정도로 한서우를 믿고 있다는 소리였지만 한서우는 자신의 스승이 그런 깊

       은 뜻을 지니고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귀찮아서 대충 처리하라 맡긴 것에 중요한 서류가 있었을 뿐이겠지.

       

       아무리 보아도 자신이 처리할 수 없는 범주의 일이었기에 한서우는 두루마리를 닫고 다음 두루마리를 열었다.

       

       그래도 모든 두루마리들이 한서우가 감당하지 못할 기밀로 가득한 것은 아니었다.

       

       개 중에는 그의 선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것들도 몇 개가 있었다.

       

       사실 처리라기보단 스승님이었다면 대충 고갤 읽고는 넘겨버릴 것이 분명한 서류였기에 스승님을 대신하여 도장을 찍을 뿐이었지만.

       

       “그 서류는 천마께서 볼 수 있도록 남겨주시겠습니까?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이라서요.”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을 검토하며 넘길까 말까를 한서우가 고민하고 있던 중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서우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뒤에서 다가온 손길이 어깨를 짓눌러 그의 움직임을 막았다.

       

       반항할 수 없었다.

       

       그 손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뒤에 서 있는 자가 허락을 해주지 않는 한 한서우는 숨을 쉬는 것마저도 벅찬 상태였다.

       

       “갑자기 움직이시면 곤란합니다. 그러다 두루마리에 손상이라도 가면 곤란하니까요.”

       

       한서우는 이 느긋하면서도 공간을 휘어잡는 목소리의 주인에 관해 알고 있었다.

       

       신교의 절대자이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제일인인 천마를 제하고서 가장 높은 지위를 가진 자.

       

       천마인 백화령이 신교를 운영하는 것에 별다른 관심이 없기에 사실상 신교를 운영하는 전권을 쥐었다 봐도 무방한 자.

       

       한 때 무너져 내렸던 신교를 일으켜 세우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으며 그 공 덕분에 여러 장로들조차 감히 대하지 못하는 자.

       

       천마신교의 교주.

       

       절대자인 천마를 대신하여 그 뜻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있다 여겨지는 자.

       

       실제로는 자신의 의지와 뜻으로 천마신교를 세상이 더 널리 떨치고 있는 자.

       

       자는 시간조차 아껴가며 연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이 인간이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천마님께서는 어디에 가셨습니까?”

       “잠시 바깥에 나가셨습니다.”

       “잠깐입니까?”

       

       교주는 의뭉스럽다는 듯이 그리 이야기를 하면서 한서우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방금 전까지 그를 짓누르던 압박감이 사라진 순간 한서우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교주는 느긋이 발걸음을 옮기며 천마의 집무실을 둘러보고는 다시금 한서우의 옆으로 와 이렇게 물었다.

       

       “그런 것치고는 방 안에서 담배의 향이 전혀 느껴지질 않습니다만.”

       

       교주의 추궁에 한서우는 속으로 혀를 찼다.

       

       백화령은 심각한 골초다.

       

       신교의 건물 안에 머무르고 있을 땐 곰방대를 입에서 떼는 일이 없다시피하지.

       

       그러니 담배의 냄새가 옅다는 것은 곧 그녀가 떠난 지 오래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여간 교주 이 인간 쓸데없이 똑똑하다니까.

       

       “한서우님. 딱히 다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궁금할 따름이지요. 천마께선 어디에 가셨습니까?”

       

       다시 한 번 얼버무려 볼까?

       

       머릿 속으로 변명을 생각하던 한서우는 이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반박을 당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그냥 거짓을 말하는 걸 포기했다.

       

       어차피 스승님은 얼마안 가 돌아오실 예정이니까.

       

       “외출을 나가셨습니다. 해가 뜨기 전에 돌아오실 예정입니다.”

       “외출입니까. 이거야. 말씀을 하고 가주셨다면 좋았을 텐데요.”

       “스승께서 말을 꺼냈다면 말리지 않았을 겁니까?”

       

       한서우의 물음을 들은 교주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살짝 웃음소리를 내고는 말을 이었다.

       

       “감히 천마께 대드는 듯 하여 속으로 스스로의 불경을 탓했을 터입니다만 그래도 말리려 했을 겁니다.”

       “그러니 몰래 가신 거겠죠.”

       “허나 제 입장도 생각을 해주십시오. 이 두루마리 중에서는 오늘 내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있단 말입니다.”

       

       교주는 한탄과 한숨이 섞인 어투로 그리 이야기를 했다.

       

       그는 평소 여러 광신도들을 이끌며 예배를 보는 사람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저 제멋대로인 상사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직장인처럼 보였다.

       

       그 실상이 사이비 종교의 교주임을 생각해 본다면 그는 실로 대단한 연기자라 볼 수 있었다.

       

       “일이 이리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군요. 한서우님. 천마께서 돌아오신다면 말씀을 해주십시오. 직접 보고를 하고 허락을 맡아야겠습니다.”

       “그토록 급한 일입니까?”

       “예에. 뭐 급하다기보단 거슬리는 걸 빠르게 처리하고 싶다는 것에 가깝지만요.”

       

       거슬리는 게 있다니? 다른 세력에 관한 이야기인걸까.

       

       개인이거나 자그마한 단체였다면 스승님께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자기들 선에서 처리를 해버렸을 테니.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닌가.

       

       신교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 하여도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까.

       

       한서우가 알겠다고 답을 하자 교주는 갑작스레 나타났던 것처럼 홀연히 떠나가 버렸다.

       

       결국 저 사람은 뭘 하러 여기에 온 거지.

       

       단순히 스승님께 일을 재촉하기 위해서였을까?

       

       그리 생각을 하던 때에 한서우에게 메시지가 하나 날아들었다.

       

       <와서 당신 스승을 데리고 가세요.>

       

       그는 화령님에게서 날아든 것이었다.

       

       이 분 평소에 말할 때는 그렇게 거만하면서 메시지로 말할 땐 정중하네.

       

       평소 그 성격은 게임을 할 때의 컨셉인건가.

       

       연기 엄청나게 잘하시네.

       

       메시지를 확인한 한서우는 즉시 이동 기능을 사용해서 화산으로 향했다.

       

       기이하게도 이동 기능으로 도착한 화산의 아래에는 스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화산에서 기다리고 계시나 보네.

       

       한서우는 홀로 스산한 화산의 계단을 올랐다.

       

       말라 비틀어진 나무들과 그 사이에 불어오는 음산한 기운이 담긴 바람들.

       

       동양적인 공포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그 배경으로 해도 좋을 주변의 모습 덕분에 한서우의 발걸음은 빨랐다.

       

       한시라도 빨리 그 곳에서 탈출하고 싶었기에.

       

       거의 달리듯 계단을 주파한 그는 화산의 입구에 도착을 하자마자 벌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그가 마주하게 된 것은 발버둥치는 갈색의 여우를 반 강제로 끌어안고 있는 스승의 모습이었다.

       

       그의 스승은 한서우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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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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