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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3

     아스타시아에게 아주 멋진 드라군 라이딩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경룡을 수 년 전부터 준비하고 경룡 대회를 열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무리 내가 아스타시아를 위한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저 그런 이유만으로 경룡 대회를 여는 건 아니다.

     “그러면 니드호그를 타고 출전하는 건가요?”

     “타는 건 아니고, 발목 아래에 밧줄을 걸고 그 밧줄 끝에 발받침을 달아두고 하늘을 나는 겁니다.”

     “와, 멋있겠다! 혹시 사진을 찍어도 되나요?”

     “얼마든지요.”

     결코 아니다.

     

     “지난 번에 타고 갈 때는 너무 경황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번에는 관중석에서 침착하게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습니까?”

     “네! 아, 그런데 경룡 대회장의 거리가 이렇게 길면 구경은 한 순간밖에 못 하는….”

     “그런 거라면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나는 경룡장 트랙의 메인 무대, ‘출발선과 결승선’에 해당하는 곳으로 아스타시아를 데리고 나왔다.

     “저건…대형 마석이네요?”

     “영상마석의 실시간 화상을 보여주는 중계 마석입니다.”

     트랙 좌우로 뻗어있는 관중석에서 바라보는 정중앙, 천장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마석 ‘스크린’은 어지간한 건물보다도 더 넓었다.

     “아이페리아 인더스트리의 마도공학과 노스트럼의 마법사들이 합작하여 만들어낸 합작품, 대형 스크린입니다.”

     “스크린….”

     “천장으로 뻗어나가는 마석으로 된 선, ‘케이블’이 오로솔 아카데미 성벽을 따라 쭉 뻗어나가죠. 그리고 그 케이블로부터 솟아난 마도 아티팩트, ‘만계의 눈’이 활성화되면 스크린에 그 구역의 장면이 비치게 됩니다.”

     내가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려 스크린을 조작하자, 곧 반투명하기만했던 스크린에 새로운 화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와, 저건…?”

     “이곳으로부터 2km 떨어진 오로솔 아카데미의 북동부 장면입니다.”

     

     펄럭.

     스크린에 안전장구를 착용한 용기병들이 각자의 드라군을 타고 트랙을 달리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친다.

     

     정확히는 트랙을 달리는 게 아니라 ‘날아간다’라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이나, 날개를 좌우로 펼치고 선두를 점하려는 모습은 분명 ‘달려간다’라는 표현이 정확했다.

     보라.

     “저기 보이십니까? 그리핀들, 날개를 펄럭이는 걸로도 모자라 팔과 다리를 계속 움직이는 모습.”

     “드레이크도 그렇고, 어떻게든 더 빨리 앞으로 달리려고 애를 쓰고 있네요?”

     

     허공을 말처럼 달리는 시늉을 하는 녀석도 있고, 최대한 아래로 늘어뜨린 팔과 다리를 접으며 공기저항을 줄이려는 녀석도 있다.

     “다들 생각보다 속도에 진심이네요…? 연습이면서 훈련인데.”

     “훈련이지만 실전이죠. 자기들끼리 달리는 것도 아니고, 등에 기수를 태우고 달리는 건데.”

     짐승끼리만 경쟁하는 게 아니다.

     그 위에 오른 용기병, 기수들끼리도 서로를 노려보며 견제하고 상황을 주시하며 어떻게든 먼저 앞으로 치고나가려고 발버둥을 친다.

     “경룡은 장기전입니다. 비룡의 스펙만 좋다고 이기는 게 아니고, 기수가 상급기사라고 해서 무조건 이기는 게 아니죠.”

     “그렇다면…?”

     “기수와 비룡 사이의 호흡.”

     조금 어색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 트랙에서 펼쳐지는 대결이 ‘전쟁’이 아니라 ‘경룡’인 이상, 등에 오른 기사의 실력보다는 기수로서의 실력이 더 중요.

     “경룡은 장기전입니다. 트랙은 정해져있지만, 그 긴 트랙을 어떻게 도는가 하는 건 매 번 달라지기 마련이죠.”

     “으음….”

     “시작과 동시에 선두에 서서 달릴 것인가, 아니면 맨 뒤에서 천천히 달리다가 상황을 보고 일발역전을 노릴 것인가. 그도 아니면….”

     “선두 그룹이 ‘포격’에 얻어맞는 걸 보고 피하면서 갈 것인가!”

     “예.”

     경룡은 그저 단순한 주력 경쟁이 아니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장애물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 첫번째로, ‘매직미사일 화망’이 있지요.”

     선두 그룹의 용기병이 커브를 길게 돈 순간, 오로솔 아카데미의 성벽 위에 있던 직원들이 일제히 무언가를 들었다.

     “아카데미 직원들 중에는 취미로 ‘사격’을 즐기는 이들이 많더군요.”

     “아, 아하하….”

     “머스킷에서 발사되는 매직미사일이 ‘싸개’ 소리를 들을만큼 약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빠르게 날아가는 만큼 주의는 해야겠죠?”

     카ㅡㅡ앙!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경룡 하나가 매직 미사일 포격에 격추되었다.

     하급 마법사도 아닌 머스킷에서 날아간 매직 미사일에 맞아서 기수가 추락하고, 비룡은 안장에 연결된 안전장치에 덜렁덜렁 기수가 짐짝처럼 흔들리는 걸 보지 못한 채 매직 미사일을 피하다가 퍼뜩 등이 비었다는 걸 눈치채고 고개를 돌린다.

     “…….”

     “제국의 주전론자들이 봤다면 정말 주먹을 움켜쥐며 환호했을 장면 아닙니까? 제국의 머스킷이 왕국의 용기병을 격추시키다니.”

     “그러게요. 기사도 제대로 죽이지 못한다는 머스킷에 저렇게 당하다니. …뭔가 이상한 거 아닌가요?”

     “이상할 거 없습니다.”

     놀랍게도, 저게 왕국 평균이니까.

     “아스타시아. 노스트럼은 말입니다. 지브롤터가 엄청 강한 거지, 노스트럼이 강한 게 아닙니다.”

     “…….”

     “그리고 저런 것들이 바로 진정으로 경룡장이 열리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겠죠.”

     한 가지, 씁쓸한 사실 하나.

     “놀랍게도 저들은 노스트럼 왕국이 자랑하는 비룡 기사단, 그것도 모르가니아의 흑장미 기사단이랍니다.”

     “……네?”

     “일부러 소속이라거나, 문장이라거나 그런 거 전부 떼고 순수하게 비룡을 타라고 했습니다. 기사 개인이 가진 마나나 체력, 피지컬 같은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으아아악ㅡㅡㅡ!!]

     [야, 야!! 추돌, 추도오오올!!]

     왕국 최고의 용기병들이 너무나도 꼴사납게 서로 부딪치며 바닥을 향해 추락한다.

     [에어로 네트ㅡㅡ!!]

     촤르르륵!

     다행히 그들의 뒤를 쫓아가는 마법사가 허공에 마나로 빚어진 그물망을 펼친 덕분에 추락’사’하지는 않았지만, 마나그물에 걸린 용기병은 기수와 비룡 둘 다 얼굴이 시뻘게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비룡기사단은 분명 강합니다. 그런데, 최근 30년 사이에 비룡기사단이 공식적으로 나설만한 전쟁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죠.”

     노스트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슬픈 사실이 하나 있다.

     “저들은 알아야 합니다. 노스트럼의 비룡기사단이 왜 지금까지 최강의 기사단이었는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웅만능주의’.

     그것은 왕국의 자랑, 비룡기사단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기수거나, 혹은 비룡의 왕이거나.”

     

     비룡기사단에는 언제나 항상 변하지 않는 리더가 존재했었다.

     왕가의 수호룡, 드래곤.

     그리고 이제는 그 드래곤이 없다.

     어느 한 대ㅡ단하신 분께서 비룡 기사단의 핵심을 망가뜨렸으나, 비룡기사단은 그 뒤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전쟁’을 치뤄본 적이 없었다.

     “비룡기사단의 평균 전력 저하. 이건 분명 윈체스터 대공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으나, 그에게는 참작의 여지가 있죠.”

     또한.

     “비룡기사단의 평균 전력이 약해졌는가? 그건 또 아닙니다.”

     “그렇다면….”

     “단지 새로운 적의 전술에 대하여 대응하는 전술교범이 부족하고, 그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귀족 무리가 비룡기사단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문제가 되겠죠?”

     비룡기사단은 내부적으로 큰 문제를 가지고 있으나, 이를 해결할 생각이 지금까지 없었다.

     “윈체스터 총장님이 지금까지 모른척해오신 걸까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것도 있지만, 대공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해?”

     “윈체스터 대공은 마스터지만, 신입 비룡기사들은 마스터가 아니니까요.”

     “앗….”

     “자기는 잘 타니까. 젊었을 때부터 잘 타왔으니까.”

     마스터는 범부의 실력을 모른다.

     “그, 이런 말 하면 좀 그렇지만.”

     또한, 아스타시아가 하는 말과 같이.

     “…100명 중 99명이 폐급이라고 하더라도, 1명의 영웅이 지금까지 지켜온 나라가 노스트럼이잖아요?”

     이런 현실은, 영웅만능주의 앞에 무릎을 꿇기 마련.

     “분명 한 명 정도는 영웅이, 그리고 그 영웅과도 같은 비룡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요?”

     “있을 겁니다. 아마도.”

     그 영웅.

     “세인트 지오 뱃속에…?”

     이제는 없다.

     

     “영웅급 비룡이 나타났으면 좋겠군요. 어디 야생에서라도.”

     “니드호그는요?”

     “인간으로 치면 상급 기사 수준이기는 하지만, 마스터급은 아닙니다. 다른 비룡들도 마찬가지고요.”

     미래를 보고 온 회귀자로서 단언할 수 있다.

     경룡장을 운영하며 지원했던 최대주주로서 확언할 수 있다.

     “제발, 그런 마스터급 비룡이 하나는 나왔으면 좋겠네요.”

     비룡 중, 마스터급이나 ‘용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 * *

     [잠시 뒤, 관중석 경룡장 VIP 전용실.]

     권력자가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된다.

     특히 지금과 같이, 단체로 ‘얼차려’와 같은 걸 하고 있으면 더더욱 건드려서는 안 된다.

     “어째, 화가 아주 단단히 나신 모양입니다. 총장님.”

     “……쓰읍.”

     윈체스터 대공이 혀로 입술을 훔치며 정면만 바라본다.

     창 밖에는 비룡에서 내린 기사들이 머리를 땅에 처박은 채, 뒷짐을 지고 엉덩이만 높게 치켜든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벌써 1시간 째.

     중간에 쓰러지는 자도 슬슬 생겨나고 있지만, 그들은 바로 원래 자세로 바로잡으며 버티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봐주시죠. 저들도 자신들이 저렇게 멍청했을 줄은 몰랐을 겁니다.”

     “알고 있었나?”

     “예?”

     “비룡기사단이 이렇게 쉽게 털릴…하아. 쉽게 패배할 거라고 알고 있었느냐, 이 말이야.”

     “글쎄요. 제가 미래를 보는 천리안이라거나 미래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냥 비룡기사단이 기존의 전투 방식에 너무 익숙해져있던 거지요.”

     기존 용기병들의 전투방식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제공권을 장악하고, 상대보다 높은 곳에서 상대의 공격이 닿지 않는 아래로 무기를 투척하거나 검기를 날린다.

     혹은 화살을 쏘거나.

     그래서 상대가 나와 ‘같은 위치’라거나 나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적을 상대할 일이 잘 없었고, 그런게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한 상황으로만 생각했을뿐이었다.

     심지어 그런 상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마스터급 영웅이 피지컬로 다 해결해버렸다.

     “흑장미가 이럴진데, 황금룡은 어떨지…. 하아.”

     “왕실기사단 또한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그들이 더 심각하죠. 훈련, 안 하지 않습니까?”

     “…….”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녀야 할 비룡들은 용의 협곡에 갇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살만 뒤룩뒤룩찌고 있죠. 나중에는 자신들을 잡으려고 하는 기사의 손길도 피하지 못한 채 협곡을 벗어나지도 못할 겁니다.”

     “하아….”

     총장의 한숨이 깊어진다.

     “좋아. 톡 까놓고 말하지. 도박이고 뭐고 그런 걸 다 떠나서, 그대가 내게 경룡을 제안한 건 전부 이 치욕스러운 사태를 직접 말하기 껄끄러웠기 때문이야. 그렇지?”

     드디어, 윈체스터 총장이 인정했다.

     “노스트럼의 자랑거리이던 용기병들이 머스킷 사격으로 펼쳐지는 화망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할만큼 실력이 개판이다. 그걸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지금까지 내게서 분노를 끌어내려고 했던 것이야. 그렇지?”

     “아닌데요.”

     인정한 건 인정한 거고.

     아닌 건 아닌 거다.

     “도박하려고 그런 겁니다.”

     “…아아, 그렇군. 어쩌면 이게 군사훈련으로 비칠 수 있으니, 도박장으로 무마를….”

     “도박이라니까요?”

     아무래도 윈체스터 대공이 망가진 모양이다.

     “지금의 용기병들은 죄다 쓰레기야, 쓰레기. 어떻게…하아.”

     “한 명, 추천해드릴까요?”

     “뭐?”

     “모든 용기병들이 제대로 훈련을 하게 만들고, 모든 이들에게 귀감이 되며, 어떠한 훈련을 하더라도 그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그런 인재를 한 명 잘 압니다.”

     용기병들을 이끌고 하늘을 날더라도, 제국이 그 어떤 문제도 제기할 수 없는 존재.

     “괜찮습니다. 이거 군사훈련 아니냐고 따질 수 없을 테니까요.”

     “자네, 설마….”

     “솎아내기에도 딱 좋은 타이밍 아니겠습니까? 저기 대가리 박고 있는 용기병 중에 그저 귀족이라고 용기병 직위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라거나, 그저 용기병 휘장을 가지고 사교계에서 레이디들이나 희롱하고 다니던 가짜들을 떨쳐낼 기회.”

     진정으로 노스트럼의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드라군’이 되고자 한다면.

     “차기 국왕 전하께서 직접 선두에서 용기병 훈련을 하시는데, 누가 감히 그 훈련을 빼먹고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요.”

     “…….”

     “대공. 상상이 되십니까?”

     이미 대공은 말만으로도 떨리는 모양이다.

     “노스트럼의 계승자, 당신의 외손녀가 한 손에는 비룡의 고삐를 움켜쥐고, 다른 손에는 노스트럼의 국기가 펄럭이는 깃창을 어깨에 걸치고 하늘을 나는 모습이.”

     “…….”

     “언젠가, 협곡을 넘어 테르시안 제국의 상공을 날아갈 우리 용기병들의 모습이.”

     그리고.

     “안심하십시오. 떨거지들은 제가 품겠습니다.”

     “자네…!”

     “자기 실력이 부족해서 용기병에서 쫓겨난 걸 가지고 노스트럼에 불만을 가지는 매국노들? 그들의 앞에서 깃발을 흔들며 제국을 향하는 이들 중에 가장 가까운 자가 누구겠습니까?”

     나리아의 비룡열차에서 떨어진 자들은, 전부 한 곳으로 모이게 되어 있다.

     “그러면 조만간, 경룡장에서 뵙겠습니다.”

     *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제국력 97년 10월 10일.

     오로솔 아카데미, 경룡장 오픈 D-1일.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라고 말은 했지만 한 편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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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The Genius Villain of a Traitorous Family

매국명가 간신천재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eldest son of a lord notorious for treason returns to the past. ‘A person adept at selling a country once can do it well again.’ However, in this life, ‘I will rise as the king of traitors.’ Beyond a directionless kingdom or a betraying empire, ‘Join me in this revolution.’ All for the sake of my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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