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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174 – 쉽지 않네>

     

    구구궁… 쿵!

     

    “꺄아악!”

    “으, 으아아악!!”

     

    천장 전체가 내려오며 복도를 달려오던 학생들을 통째로 짓눌렀다.

     

    “이건… 심하네.”

     

    누구보다도 심한 분위기의 소유자 사다코 교수님마저 그리 말할 정도로 오크노디의 악몽 수준은 엉망진창이었다.

     

    “전부 너희가 나쁜 거야. 몇 번이고 말했잖아. 여기서 실패하면 조합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다고. 날 쫓아내지 말라고. 그런데도 쫓아버렸으면 죽어도 상관없다는 거잖아. 내 목숨을 존중하지 않은 너희를 나라고 존중할 리가 없잖아!!”

     

    비틀비틀 위태로운 걸음을 옮기며 소리치는 산발을 한 연구가운을 걸친 여성.

    그녀의 외침을 따라 손에 들린 마나보드가 진동하며 벽과 천장, 아카데미의 건물구조를 제멋대로 마구잡이로 뒤틀어버린다.

    탈출에 실패한 학생이었던 것의 잔해가 벽과 벽 사이의 틈을 따라 흘러내리는 광경에 이사벨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단단히 미친년이군. 교수. 저거 뭐하는 년입니까?”

    “…진급에 실패한 학생.”

     

    사다코 교수는 한눈에 학생의 처지를 파악했다.

     

    “아카데미는 해가 지난다고 누구나 학년이 오르지 않아. 학점을 모으지 않으면 진급은 불가능해. 고학년이 될수록 학점이수의 자격은 어려워지고.”

    “3학년은 강의를 듣는다고 누구나 학점을 얻을 수는 없는 겁니까?”

    “…1학년도 불가능해. 재수강이 필요할 정도로 현저히 낮은 점수에 한해서지만. 2학년은 허들이 올라가지. 3학년은 그 이상이고.”

     

    이사벨이 손오천의 질문을 끊었다.

     

    “저길 봐. 또 오크노디야.”

     

    벌써 자신들이 목격하기로만 아카데미를 배경으로 세 번이나 되풀이되는 악몽.

    실성한 학생을 향해 오크노디가 작게 빛나는 돌멩이 하나를 품에 꼭 안고 힘겹게 걸음을 내딛었다.

     

    파지직 파지지직!

     

    돌멩이로부터 발산되는 미약한 빛에 의지해 나아가는 작은 걸음.

    그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며 눈을 부릅뜬 연구가운의 여성이 마나보드를 쥐고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가까이 오면 애라도 봐주지 않아.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이거, 이거… 언니가 열심히 개발하고 있었던 현자의 돌이에요. 돌려드리러 왔어요…”

    “그딴 건 이제 아무 쓸모도 없어! 연구할 예산도 장소도 잃어버린 미완성의 돌 따위, 결국 병기로 판매될 수밖에 없었다고. 식량난을 해소하고 싶어서 만들었던 현자의 돌이 내 나라를 파괴시키는 병기개발에 쓰였다고. 그딴 건 이제 꼴도 보기도 싫어!!”

     

    단순한 악몽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설정.

    오크노디가 들고 온 유백색의 돌멩이가 더욱 세게 빛을 내뿜자 연구가운여성의 마나보드 속에서도 돌멩이 하나가 솟아오르며 진동했다.

    유백색의 불완전한 현자의 돌보다 훨씬 탁하고 더럽혀진 그것 또한 불완전한 현자의 돌이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저 돌은 쓰임을 찾았다.

    무언가를 파괴하고 부수는 능력을 증폭시키는 <증폭석>으로서의 역할을.

     

    “연구는 다시 하면 되잖아요… 으으윽. 만들어낸 병기는 스스로 없애면 돼요…”

    “그렇게 듣기 좋은 말로 날 꼬드기면서 공격을 멈추게 만들고는 마나보드를 빼앗을 작정이겠지. 절대로 속지 않아!”

    “아…”

     

    쩌저적.

    작은 돌멩이에 균열이 일었다.

    쨍강.

    반으로 갈라진 파편.

    더욱 힘껏 폭주하는 여성을 앞두고 오크노디는 고개를 푹 숙였다.

     

    “이건 틀렸어. 너무 늦었어. 내 전문이 아니야.”

     

    급기야 오크노디 본인을 향해서도 가해지는 압력.

    강풍이라도 맞은 것처럼 벽까지 날아가 쿵 소리가 나게 부딪친 오크노디의 손에서 토막 난 돌멩이가 툭 떨어졌다.

    반쪽짜리 불완전한 현자의 돌에 힘입어 간신히 버티기에 급급한 오크노디.

    그녀의 손에는 어느덧 단검이 들렸다.

     

    “죽여야 해. 그러면 탈출할 수 있어. 하지만 죽이면 보상은 못 받아. 착한아이답게 끝낼 수 없어. 그건… 지는 거야. 지금까지 겪은 것들을 생각해서라도 지는 것만은 안 돼.”

     

    벽과 부딪치며 깨진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피.

    고통에 눈가를 찡그리면서도 그녀는 단검을 겨눴다.

    눈앞의 상대가 아닌 스스로의 목에.

     

    “그러니까, 다시 시작해.”

    “오크노디!!”

    “쥐방울!!”

     

    이사벨과 손오천이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스스로 자진한 오크노디.

    그녀의 눈이 풀림과 동시에 세상이 검은 암막에 뒤덮인 것처럼 캄캄해졌다.

    그리고 다시 펼쳐지는 아카데미 교정.

     

    “뭐야… 이런 악몽은 너무하잖아…”

    “죽어도 끝나지 않는 악몽이라니. 쥐방울 녀석, 이 정도로 심각한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던 건가…?”

     

    분명 입학시험에서 함께 숲에서 잘때는 그런 징조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그때는 괜찮았지만 지금 저주 때문에 이런 일을 겪는 걸까.

    아니면 원래도 겪었던 악몽이 저주 때문에 심해졌다고 봐야 할까.

     

    ‘전혀 몰랐어. 분할 정도로 하나도 몰랐다고.’

     

    손오천의 바위도 부수는 손에 피가 맺혔다.

    그러는 와중에도 또 한 바퀴.

    꿈 속에선 새로운 악몽의 굴레가 시작되고 있다.

     

    “아아… 진즉에 이럴걸 그랬어. 전부 불태워버리면 좋았잖아. 좀 더. 좀 더… 훨씬 전부터 말이야.”

     

    서늘한 웃음과 달리 모든 것을 불사르는 불을 피우며 교정을 불지옥으로 만드는 적색마탑 출신의 마법사 로지니.

    1학년 시절의 앳된 인상을 주던 볼살마저 완전히 사라진 그녀에게서는 성숙함이나 어른스러움이 아닌 공허한 절망만이 가득했다.

     

    “저 아이, 오크노디와 안면이 있는 친구야.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 강의 교수는 풀속성인데 불속성 학생이 들어와서 교수 멘탈에 불을 지른다고 오크노디가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던 기억이 나.”

     

    이사벨은 미칠 것만 같았다.

    더는 못 보겠다.

     

    “교수님. 아직도 기다려야 합니까?”

    “이제 충분해.”

     

    사다코 교수는 감지했다.

    오크노디가 저주의 중턱을 넘어섰음을.

    저 독한 저주의 반절을 홀로 이겨낸 상태임을.

    오크노디의 강박적인 싸움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덕분에 힌트를 얻었다.

    이 악몽을 끝낼 오크노디와 저주 사이의 암묵적인 합의를.

    저주가 찾아낸 오크노디가 가장 두려워하는 해결책을.

     

    “방법은 두 가지야. 하나는 오크노디의 악몽에서 활개치는 친구들을 모두 죽이는 것.”

    “그럴 수는 없어요!”

    “쥐방울도 그러고 싶지 않아서 자진까지 하지 않았습니까.”

    “오크노디의 고집에 따라주다간 저 아이의 기력이 다 소진되어서 현실에서도 죽게 될지 몰라. 기력이 떨어지면 악몽에 저항할 힘은 점점 약해져.”

    “그건…”

    “저희가 있습니다.”

     

    손오천이 두 눈에서 적색마법사에 못지않은 불처럼 뜨거운 의지를 보였다.

     

    “오크노디가 지친다면 저희가 대신 쓰러뜨리면 됩니다. 주술사들은 할 수 있죠? 꿈에 개입하는 행위.”

    “내 클래스는 주술사가 아니지만… 비슷한 짓은 할 수 있지. 대신에 기억해둬. 저 악몽의 수준, 교사인 나도 섬뜩할 정도로 보통이 아니야.”

     

    애초에 하나같이 평범한 학생이 일으킬만한 수준의 재난이 아니다.

    아카데미에서 실제로 일어나더라도 사망자가 최소 수십, 많게는 천에 다다를지도 모를 치명적인 위험을 지닌 고등급 마력재해에 가깝다.

     

    ‘개연성 없는 재생이 아니야.’

     

    아카데미 내부시설에 대한 정보도.

    각종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일으키는 마력폭주나 마력재해가 미치는 파괴의 방식과 그 여파도.

    모든 종류의 힘에 대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완벽한 현실성을 이루고 있다.

     

    ‘디스트로이어 교수와 내 언데드가 재단의 정보를 캐내고 있을 때, 재단에서는 이미 아카데미에 대해 이 정도로 심도 깊은 정보를 입수했다는 건가?’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주입할 수 있는 가벼운 정보량이 아니다.

    지식, 이치, 논리, 공간도면, 입체술식, 힘의 원리에 대한 고찰, 철학적 사유.

    어느 정도의 노력과 시간이 들었을지 가늠하기조차 무서울 정도로 오크노디가 지닌 정보는 정교했다.

     

    ‘오랜만이네. 사자의 몸이 되고도 소름이 끼친다는 생각이 드는 건.’

     

    드래곤 교장과의 첫 조우 이후로는 처음으로 느껴보는 공포심이다.

    하지만 두려워하기만 해서는 오크노디를 구하는 일은 영영 불가능하다.

     

    “각오가 되었다고 했지만 수틀리면 너희는 악몽 속에서 미아가 될 수 있어. 그래도 도전할 거야?”

    “두려움이라면 이곳에 들어올 때 전부 떨쳐냈어요.”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쥐방울을 구하지 못하는 미래입니다.”

     

    좋은 친구들이네.

    사다코 교수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웠다.

    세월의 무게에 녹슬지 않은 우정의 고리란 이토록 단단한 것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 너희의 존재를 ‘가시화’ 할 거야. 오크노디도, 악몽 속의 존재도 우리를 인식하겠지. 단단히 각오하도록 해.”

     

    오크노디를 구하는 두 번째 방법.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죽이는 대신, 폭주를 가라앉힐 방법을 찾는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오크노디는 그 방법도 매번 알고 있었다.

    먹히건 먹히지 않건.

    반드시 무언가의 액션을 취했다.

    폭주중인 학생들조차 반응할 수밖에 없을 수단과 정보, 물건을 지닌 채.

    오크노디와 재단의 정보력은 소름 돋지만 그 철두철미한 정보력이 이번만큼은 역으로 도움이 된 셈이다.

     

    꽈드득 꽈드득

     

    학생들을 불태우는 로지니에 맞서 이번에는 특수한 장갑을 끼고 하얀 돌멩이를 들고 나온 오크노디.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 소유주를 얼려버리는 잔혹할 정도로 강한 냉기를 특수장갑에 의지해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그녀의 앞에서 사다코 교수가 손을 튕겼다.

     

    따악.

     

    어떻게든 해내야 해.

    그런 사명감에 이 악물고 걷던 오크노디의 눈이 커졌다.

     

    “이사벨? 손오천? 사다코 교수님까지? 여기에 세 분은 나올 리가 없는데…”

     

    내가 헛것을 보고 있나?

    당황하는 오크노디에게 손오천이 손을 뻗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해라, 쥐방울아. 혼자 끙끙 앓고 걱정이나 끼치고 말이야.”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던 오크노디의 볼에 닿은 손.

    멀뚱멀뚱 올려다보는 찹살떡같은 뺨을 커다란 손가락이 꾸깃 사이에 끼워 눌렀다.

     

    “으갸갸걋! 아파아! 아프자아요!!”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들어? 정신이 들어?”

    “드러요! 드다고오!”

     

    눈물을 쏙 빼는 오크노디의 팔을 이사벨이 지탱해주었다.

     

    “오크노디.”

    “으윽. 이사벨까지 그런 무서운 표정을 하다니…”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해요…”

    “사정은 나중에 천천히 듣겠어. 우선은 여기서 빠져나가는 일만 생각해.”

     

    혼자가 아니다.

    두 동료에 더해 사다코 교수님까지 가세한다.

    이에 곧 쓰러질 것처럼 딱하게만 보였던 오크노디도 평상시의 활력을 되찾았다.

     

    “근데요. 사다코 교수님. 저 질문 하나 있는데요.”

    “뭐니?”

     

    왜 여기에 함께 나타났냐거나.

    나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느냐던가.

    알아서는 안 될 걸 알았냐던가.

    어떤 민감한 질문이 나와도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오크노디 본인이 친구들과 교수인 자신에게도 적의를 품을지 모르니까.

    모두의 생사를 책임지고 결코 동요하지도 머뭇거리지도 말아야 한다고 굳게 다짐하는 사다코 교수.

    긴 머리 아래로 언데드답지 않게 긴장감을 느끼는 그녀에게 오크노디가 물었다.

     

    “이거 같이 깨면 내성도 사분의 일로 나눠가져요?”

    “…아니. 너 혼자 다 가져.”

    “휴! 그럼 도움은 고맙게 받을게요!”

     

    쉽지 않네.

    이 아이의 정신상태.

    교수는 다른 의미로 긴장도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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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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