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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지치고 힘들었던 모든 전투가 끝이 난 후.

       내게 필요한 건 휴식이었다.

       

       남은 상황에 관해선 여전히 조사할 게 많았고, 국내 홀더 계는 <빌런> 소탕이라는 역대급 사건에 매일매일 시끌벅적했지만…

       솔직히 당장은 관심 밖이다.

       

       지금의 내 목표는 오로지 하나.

       

       “…잘래.”

       

       아늑한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밀린 잠을 원 없이 자는 것뿐이었다.

       

       <안티 빌런>을 창설한 이후.

       난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자본 적이 없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빌런> 녀석들이, 내가 아닌 ‘내 주변’을 노릴까 봐.

       <빌런>을 소탕하겠다는 내 욕심 때문에, 혹여나 내 주변 사람들이 다치게 될까 봐.

       

       그런 걱정과 복합적 감정이 겹쳐, 제대로 푹 잤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났다.

       

       잠도 못 잤는데, 온몸은 만신창이가 된 최악의 상태.

       때문에 나는 집에 도착한 후.

       쏟아지는 모든 연락을 끊고, 침대에 엎어져 곧장 잠을 청했다.

       

       “…얼마나 잔 거지?”

       

       그렇게 정신없이 자고 일어난 게 지금이었다.

       

       눈을 비비적거리며, 꺼 놨던 핸드폰을 켰다.

       

       

       [PM 8:32]

       

       

       저녁 8시 반.

       분명 어제 집에 들어올 때 시각이 이쯤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 30분만 잠든 건 절대 아닐 거고….

       

       “미친놈인가.”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아무래도 이 미친놈은, 하루를 내리 자 버린 것 같다.

       

       인생 최초 기록이다.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

       

       “아오, 얼마나 잔 거야 대체.”

       

       민망함에 머리를 박박 긁었다.

       

       지금까지 아무리 피곤해도 24시간을 자본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확실히 그동안의 내가 과도한 긴장 상태에 몰려있긴 했던 모양이다.

       

       <빌런> 소탕 작전에 나서기 전날은, 아예 한숨도 못 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연락 엄청 와 있네.”

       

       무수히 많은 전화와 문자, SNS 연락 등이 보관함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중 대부분은 김채은, 강주연, 문가은, 탁원호, 김명현… 친한 친구들이거나, 지인들, 혹은 아카데미 스승님들 등의 익숙한 이름이었다.

       언뜻 보니 처음 보는 생소한 번호로도 연락이 많이 왔다.

       

       워낙 역대급 작전이어서였을까.

       국내 홀더 계와 언론, 각종 방송사 및 외신 등 어느 하나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갖지 않는 이가 없었다.

       

       정작 나는 그 모든 연락에서 멀어진 채, 24시간 동안 퍼 잤지만 말이다….

       

       “답장은… 나중에 하고.”

       

       연락의 답장은 잠시 미뤄뒀다.

       쓰러지듯이 잠부터 잤었기에, 개인적으로 정비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우선, <빌런>과 전투를 마치고 획득한 룬들.

       

       당시엔 너무 많은 정보창이 쏟아져 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여유가 생긴 지금은 정리 및 파악이 가능했다.

       

       “열다섯 개… 였나?”

       

       획득한 룬의 총 개수는 15개.

       

       수가 너무 많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숙련된 홀더들에겐 겹치는 룬들이 많아서 획득 가능 개수가 생각보다는 적었다.

       

       획득한 룬의 종류는 각양각색이었다.

       

       그간 궁수 계열로부터 얻고 싶었던 [별절사법]이나, 암살자 계열의 공통룬 [약점 파악], 전사 계열의 [삼재검법] 등… 기초적이면서도 홀더를 확실하게 보조해주는 룬들을 획득했다.

       

       이들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재밌게도 획득한 룬의 레벨들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룬 정보>  

       

       ◎이름: 별절사법 ◎등급: 노멀(Normal) ◎레벨: 10

       … …

       

       <룬 정보>  

       

       ◎이름: 약점 파악 ◎등급: 노멀(Normal) ◎레벨: 9

       … …

       

       

       이런 식으로 획득한 룬의 레벨들이 상당히 높았다.

       

       이는 아마 내가 쓰러뜨리거나, 크게 타격을 주며 승리에 기여한 홀더들.

       그들의 수준이 높아 룬 숙련도가 높기 때문인 것 같았다.

       

       덕분에 난 그간 꼭 필요했던 각 계열 공통룬들을, 고레벨 상태로 획득할 수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한 큰 폭의 능력치 상승은 덤이었다.

       

       

         <홀더 정보>

       

       ◎이름: 도재현

       ◎성별: 남(20)

       

       ◎능력치

       [근력: 70] [마력: 71]

       [속력: 73] [신성: 50]

       [내구: 55] [정신: 54]

       

       ◎특수 능력치

       [통솔: 31]

       

       

       15개의 룬 획득.

       

       정확히는 [별절사법], [약점 파악], [삼재검법], [치명타], [지구력], [플로리안 주문], [어둠에 가린 검], [까다로운 화살촉], [현혹의 손길], [암흑의 공포], [소환], [언어], [마력 공유], [계약 강화], [죽음의 군단장].

       

       “…더럽게 많네.”

       

       많기는 정말 많다.

       

       어쨌든 워낙 획득한 룬의 개수도 많고, 또 하나같이 고레벨인 룬들을 획득하다 보니… 주요 룬들이 노멀급이었음에도 능력치 상승폭이 꽤 높았다.

       

       주력 능력치인 근력과 속력, 마력이 모두 70을.

       나머지 능력치들은 50을 넘어서고 있었다.

       

       그중 가장 고무적인 성장치는 역시 ‘통솔’.

       처음 얻을 때만 해도 극히 낮은 수치를 기록하던 통솔은, 지금 무려 30을 넘어섰다.

       

       “황동연 휘하에 계약 관련 홀더들이 많았구나.”

       

       아무리 [사령 계약] 쪽 정점에 있는 홀더라곤 해도, 그렇게 많은 언데드 군단을 어떻게 다 제작했을지 의문이었는데…

       그의 휘하에 관련 홀더들이 부하로 꽤 있었던 모양이다.

       

       나로서는 상당한 호재였다.

       

       그들의 룬을 획득하며 통솔 수치도 크게 올리고, 강동욱 교수와 이야기할 때부터 계획했던 ‘계약 관련 공통룬’들을 대거 획득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 특수 계열 홀더들과 굳이, 억지로 대련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소환, 언어, 마력 공유, 계약 강화….”

       

       새로이 획득한 룬들을 살펴봤다.

       

       총 4개의 계약 관련 공통룬.

       이중 특히 [소환]과 [언어]는 중요했다.

       

       [소환]은 마력석을 이용해 계약 괴수를 불러올 수 있는, 일종의 [워프]와도 같은 공간이동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룬.

       그리고 [언어]는 계약 괴수들과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룬들을 곧바로 확인하기 위해, 근처 ‘홉고블린 부락’ 던전으로 향했다.

       

       모든 소유권 및 권리를 내가 가진 내 던전.

       여기라면 새로운 것들을 실험하기에 딱 좋았다.

       

       

       [던전에 입장하셨습니다.]

       

       

       ‘홉고블린 부락’에 도착한 후.

       나는 곧바로 [소환] 룬을 활용했다.

       

       [소환] 룬은 ‘계약’과 관련된 룬을 반드시 보유하고 있어야 연동되는 룬으로, 마력석을 소모해 계약 대상을 불러올 수 있는 능력.

       

       당연히 계약 대상의 수준이 높을수록, 소모되는 마력석의 등급도 높아진다.

       

       “…피눈물 나네.”

       

       소모된 마력석의 등급은 B급.

       

       즉.

       본드 녀석을 불러올 때마다, 무려 4200만원의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실로 눈물 나는 고급 전력이 아닐 수 없다.

       

       

       캬, 캬아아-

       캬오오오-!!

       

       

       “왔구나, 본드.”

       

       본드가 소환됐다.

       

       원래는 거취가 마땅치 않아, 강우현에게 부탁해 잠시 기장섬에 두고 왔었는데…

       하루 만에 드디어 다시 보게 된 본드였다.

       

       드넓은 창공.

       ‘홉고블린 부락’의 하늘을 자신의 집인 양 날아다니며, 본드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 모습은 정말 자연을 즐기는 동물 같아서, 그 순간만큼은 괴수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본드가 문득 날아다니는 걸 멈추고, 내 앞으로 훅 다가왔다.

       

       

       쿠, 쿠우우-

       펄럭-

       

       

       거센 바람이 주변을 덮치고, 흙먼지가 눈앞을 가렸다.

       

       그리곤 본드는 전혀 안색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그런데…

       

       

       -그 이름, 마음에 안 든다.

       “어?!”

       

       

       순간 들려오는 어떤 의식적인 ‘언어’에, 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 자식, 방금 ‘말’한 건가?

       

       

       -난 계속 말하고 있었다. 주인이 무시했을 뿐.

       “와… 신기해. 진짜 의사소통이 되네?”

       

       

       이런 걸 기대하고 실험한 거긴 한데, 정말 현실이 되니 신기했다.

       

       본드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걸출하고 굵직했지만, 듣기 거북할 정도는 아니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두 번째.

       “야야. 미안해. 나도 네가 그렇게 싫어할 줄 몰랐어.”

       

       

       그리고 이름을 짓자마자 우호도와 능력치가 하락해서, 솔직히 바로 후회했었다.

       

       역시 사람이든 계약자든 멋있는 이름을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다.

       

       

       -바꾸고 싶다.

       “바꿀 방법이 있긴 해?”

       -힘을 되찾으면 된다.

       “힘?”

       

       

       뜬금없는 본드의 말에 되물었다.

       

       녀석은 웅장한 뼛조각의 날개를 거칠게 펄럭이며 답했다.

       

       

       -그렇다. 내게는 원래 힘이 있었다. 아주 강한.

       “…지금도 아주 강한데?”

       -더 강했다! 하지만 기억이 소거됐다. 지금 내겐 잃어버린 조각들이 너무 많다.

       “…뭔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걸 되찾으면 이름을 바꿀 수 있다는 거지?”

       -그렇다. 정확히는 이름도 되찾는 거다.

       

       

       본드의 잃어버린 조각.

       아마 그건, 기존 드래곤 하트의 소유자였던 드래곤의 기억일 확률이 높았다.

       

       지금의 본드는 뼛조각만 남은 채 새로이 조립된, 일종의 언데드니까.

       

       그걸 되찾으면 이름도 찾을 수 있다고 하니…

       어떻게든 찾아보긴 해야겠다.

       

       보니까 본드 녀석도 방법 자체는 모르는 것 같은데, 어쨌든 계약자가 내가 붙인 이름이 마음에 안 들다니 바꿔줘야지.

       

       

       -주인. 난 이곳이 마음에 든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중.

       본드가 또다시 말을 걸었다.

       

       그 말에 난 곧바로 화색을 보였다.

       

       

       “어? 진짜? 너 그럼 여기서 계속 살래?”

       -그렇다. 주인이 없을 땐 여기에 있고 싶다.

       

       

       안 그래도 본드의 거취를 고려하던 중이었다.

       

       원래 [조련 계약]을 통해 계약을 맺는 괴수들의 크기가 작거나 왜소하면, 보통 홀더가 직접 거처를 찾아준다.

       자신의 방에서 키우거나, 근처 마당 같은 곳에서 키우거나.

       

       하지만 그 크기가 조금만 커져도 문제가 된다.

       홀더들이야 괴수들이 조련된 상태라는 걸 알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냥 괴물이나 다름없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련 계약]을 하는 홀더들은, 홀더 협회에 일정 금액을 지불하며 특정 던전 등에 괴수들을 보호하곤 했다.

       

       ‘하지만 난 그럴 필요가 없지.’

       

       애초에 ‘홉고블린 부락’은 내 소유다.

       

       최초 발견도, 최초 공략도 내가 했기에…

       모든 권리에 대해 내게 우선권이 있었다.

       

       당연히 본드를 이곳에 살게 하는 데에도 보고만 하면 전혀 문제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본드가 이 던전을 싫어했을 경우였는데, 지금 모습을 보니 다행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크아아아아-.

       

       

       본드가 거칠게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랐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비행하며 울부짖는 모습.

       

       녀석의 기분이 좋아 보여서, 계약자인 나도 기분이 좋긴 한데…

       왠지 모르게 울음소리가 꺼림칙했다.

       

       저 녀석.

       원래 저렇게 울었었나?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께름칙한 목소리.

       

       

       -보, 본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케륵! 제기랄, 도망가자!

       

       

       이곳 던전 내 괴수.

       홉고블린들의 대화였다.

       

       그 기이한 광경을 보며, 난 머리를 짚었다.

       

       “아….”

       

       [언어] 룬 이거.

       듣고 싶지 않은 괴수들의 언어까지 듣게 하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자정 조금 넘어서 연재하게 됐네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부디 오늘 브라질 상대로 선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8강가면 또 애국연참할게요!!

    한국 화이팅!!!

    다음화 보기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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