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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

         

         

         더 이상 밀항을 할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던 탓에 여정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공중전함의 적정 항속을 유지하더라도 사흘 정도라면 수도에 닿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복잡한 입항절차에 있다고 하겠다. 물론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니었다. 고생은 엘피헤라가 하면 그만이었던 탓이다.

         

         그런 쓸모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데려오지도 않았을 테니까.

         

         

         “피곤해 죽겠네!!”

         

         

         엘피헤라는 투덜거리며 갑판에 축 늘어졌다. 그들은 지금 이드란힐, 칼리온 군도의 수도에 도착해 있었다.

         

         이곳에선 공중전함도 입항은 해상에서 진행해야 했다. 군함 정박지는 해상의 항구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따듯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푸른 바다가 부드럽게 일렁였다. 대도시의 항구라고 하기엔 너무 맑은 해역이었다. 거의 에메랄드 빛에 가까운 해수가 섬을 감싸고 있었다.

         

         

         “와….”

         “침 닦아요. 진짜 갓 상경한 촌놈 같잖아. 후후.”

         

         

         루시아와 룬디스가 멍하니 도시의 먼 풍광에 입을 헤 벌리자, 엘피헤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녀의 말에 룬디스가 와락 인상을 구겼다.

         

         

         “안드그룬드의 제일 작은 도시에 가도 이것보다 넓고 멋지거든요!”

         “아하. 그 아늑한 토굴 부락 얘기하는 거에요?”

         “어르신, 오늘 저는 정의로운 집행자가 됩니다.”

         “안 된다.”

         “어르신이 민족을 배신했어!!”

         “나는 드워프가 아니다.”

         

         

         이반의 말에 룬디스는 울먹이며 선실로 뛰어 들어갔다. 이반은 한숨을 내쉬며 엘피헤라를 바라보았다.

         

         

         “놀리지 마라.”

         “재밌잖아요. 귀엽기도 하고.”

         

         

         그녀는 쿡쿡 웃고는 말을 이었다.

         

         

         “코엔울프 경은 검각을 확인하겠다고 떠나셨어요. 이틀에서 사흘 정도면 돌아오실 거예요. 그 시간동안 어떻게, 도시 구경이라도 좀 할까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나중에.”

         

         

         이반은 정오의 태양을 받으며 새하얗게 빛나는 거대한 성을 향해 턱짓했다.

         

         

         “여왕을 먼저 알현해야지. 절차가 어떻게 되지?”

         “뭐, 어렵진 않죠. 알현 신청을 접수하고 궁정부에서 심사를 거치면 한 이틀?”

         “…그렇게 빨리?”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어떤 국가도 한 나라의 국왕을 접견할 때 이보다는 더 오래 걸려야 정상이었으니. 심지어 외교 공관을 통한 공식 절차도 두어 달은 걸리곤 했다.

         

         거기에 더해 이곳은 엘프의 땅이 아닌가. 장생족은 시간 관념이 일그러져 있었다. 오래 사는 이들에게 두어 달은 찰나와 같다 하겠다.

         

         평소 방첩사령부가 칼리온에 업무 협조를 요청하면 수리하는 데에만 반년은 족히 걸리곤 했으니. (반면 칼리온에서의 요청은 보름 안에 처리하지 않는다면 항의 서한이 빗발친다.)

         

         

         “여왕 폐하께선 한가하시거든요.”

         “한가하다라.”

         “인간들도 그렇잖아요? 권위가 강한 자리일수록 일이 많죠. 직접 처리해야만 업무가 돌아가도록 조율해 놓곤 하니까.”

         

         

         권위란 곧 인가권과 동일하다. 보통 지도자는 자신이 없으면 모든 업무가 마비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업무의 결재권을 꼬아 놓는다.

         

         결과적으로 그저 도장을 쿡 찍어버리는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 사소한 행위가 없다면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자신의 권력을 보장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최종결정권을 한 손에 쥐고 흔드는 것.

         

         괜히 엘리자베타가 만날 때마다 서류의 산더미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니라 하겠다.

         

         

         “그러니 우리 여왕 폐하께선 여유로우실 수밖에 없지요.”

         

         

         모든 권한을 추밀원에 양도한 명목상의 군주. 그녀가 존중받는 유일한 사유는 단 하나뿐이다. 알드렌웰, 고대의 숲을 관리하는 혈통의 상징성.

         

         모든 늙은 엘프들은 나무가 되어간다. 이것은 어떤 비유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오랜 삶을 살고, 마침내 세상에 충분할 정도로 지친 엘프들은 대지에 뿌리를 박고 굳어간다.

         

         따라서 엘프들의 장례는 전사가 아닌 이상 모두 수목장으로 처리한다 하겠다. 자연스럽게 죽은 엘프들의 숲이다.

         

         하나의 삶이 역사와 같은 이들이, 세대를 거쳐 스러져간 공동묘지다. 가장 오래된 묘소는 신화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이 고작 20세대 안팍의 일이다.

         

         종의 단위에서 엘프는 어리다. 한 종족의 족보가 20대를 거치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역사의 단위에서 엘프는 이 세상에서 가장 신과 가까운 족속들이었다.

         

         신들이 직접 지상을 거닐 시절에도 문명을 쌓아올린 이들. 신들의 힘과 기술을 모방해 문화를 발달시킨 이들이니.

         

         엘프의 기준에서 ‘고대’에 해당하는 기술들은 이미 모두 실전되었다. 그 시대의 지질과 대기 환경이 없다면 다신 구현할 수 없는 기술이 되어버렸으니.

         

         대표적으로 마일스톤이 그와 같다.

         

         

         한참 종족의 위대함에 대해 설파하던 엘피헤라는 헤헤 웃으며 말했다.

         

         

         “어쨌건! 이틀 정도면 우리 여왕 폐하를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는 뜻이죠. 헤헤, 마침 고위천문관이 아는 분이시거든요.”

         “그럼 천문학파로 가지.”

         

         

         베올그린을 만나야 하니까.

         

         이반의 말에 엘피헤라는 어색하게 눈을 굴렸다.

         

         

         “그건 좀 문제가… 있는데요!”

         “뭐지.”

         “지금 아버지가 안 계시더라구요…?”

         

         

         엘피헤라는 곧 눈을 꾹 감고 말했다.

         

         

         “한 8개월 되셨대요. 연락을 끊고 잠적하신 것이… 으음… 아, 근데 그리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보통 엘프 마법사들이 일이 년 사라지는 건 그냥 연구하러 잠깐 연구실에 틀어박힌 정도거든요!”

         “그 연구실이 어딘지는 알고?”

         “그거랑 알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수 있는 분을 먼저 만날까 하는데… 같이 가실까요?”

         “그러지.”

         

         

        *

         

         

         헤르몬 워렌씰은 왕실 고위천문관을 역임하고 있는 궁정부의 고위 관료다. 은퇴 후 추밀원에 들어갈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명망 높은 귀족이었다.

         

         이드란힐의 만년궁 궁정관리청의 청사의 한 집무실에서, 헤르몬은 여느때처럼 평화롭게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고위천문관은 원래 일이 없었으니까.

         

         누군가가 불쑥 노크도 없이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기 전까진.

         

         

         “잘 지내셨죠!”

         

         

         그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후배를 바라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반갑구나. 편지 한 통 없이.”

         “저도 오래 있고 싶진 않거든요?”

         “싸가지는 누굴 닮은 건지.”

         “너희 스승님이요.”

         “에휴.”

         

         

         헤르몬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휘저었다. 곧 따듯한 차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그는 긴 다리를 맵시있게 꼬며 화려한 의자에 몸을 기댔다.

         

         

         “같이 온 인간은 호위?”

         “그렇다고 봐도 좋다. 엘프.”

         “재밌는 인간을 주워왔군.”

         

         

         헤르몬은 피식 웃으며 이반을 바라보았다. 그는 빠르게 이반의 위아래를 훑고는 휘파람을 불었다.

         

         

         “기도가 좋군. 크라실로프 출신인가?”

         

         

         이 엘프가 뒷조사를 했나? 이반의 눈이 험악해지자, 헤르몬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눈에 힘 빼라.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얼굴로 돌아다니는 근육질 인종은 드로안 아니면 크라실로프 밖에 없으니까. 드로안 쪽은 좀더 시끄럽게 미쳐있고, 크라실로프는 좀 더 조용히 미쳐있지.”

         “와, 보셨죠? 예레모프 경? 저게 엘프의 혜안이라는 거예요. 놀랐죠?”

         “어지럽군.”

         

         

         헤르몬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며 물었다.

         

         

         “그래서 우리 귀여운 후배가 무슨 일로 오셨을까.”

         “우리 아버지 어딨어요, 지금?”

         “그걸 딸이 물어보면 어떡하지?”

         “나도 모르니까 아버지 제자한테 온 거 아녜요. 솔직히 나보다 우리 아빠랑 더 친하잖아요.”

         “그러게 왜 유학을 가서. 그냥 학파에서 조용히 배우지.”

         “그야… 그, 음. 흠흠. 그쪽은 알 필요 없구요. 그래서 아버지 어딨냐구요.”

         “모른다.”

         

         

         헤르몬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 모습에 엘피헤라의 귀가 움찔 떨렸다. 그녀가 분노를 터트리기 전에, 헤르몬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진짜 몰라. 그리켄코스 경이 가끔 출타하시면 어디 보고 하고 가시는 분이시냐. 그것도 몇 년에 한 번씩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곤 하시는데.”

         “뭐하러 가셨는지도 모르고요?”

         “그것도 나한테 보고하진 않으시지. 어디보자. 8달하고….”

         “13일.”

         “음?”

         

         

         이반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말에 헤르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곧 감탄했다.

         

         

         “어찌 알았나?”

         “그 시기에 크라실로프에서 잠시 연락한 적이 있었다.”

         

         

         엘프들의 공중전함(지금은 크라실로프의 공중전함으로 개명되었다.)이 얀스크 대학 상공에서 추락하던 시점이다.

         

         그때 엘프 함장의 몸에 빙의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라. 이반은 기억을 곱씹다가 문득 인상을 찌푸렸다.

         

         

         “엘피헤라. 토너먼트 직전에 베올그린과 연락한 적 있다 하지 않았나?”

         “예에, 수정구로요.”

         “그때까진 칼리온에 있었단 말이군.”

         

         

         지난 여름에 있었던 토너먼트까진 칼리온에서 활동했다고 보아도 좋다. 그가 직접 에델플라트를 크라실로프로 파견했으니까.

         

         그럼 그 이후에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면….

         

         

         ‘알렉산드르가 드워프 반군과 네크로맨서들을 충동해서 내전을 터트렸고, 1군단에 접촉해 공작을 벌였다.’

         

         

         그 시점에 베올그린이 사라졌다…?

         

         이반이 직접 베올그린과 대화했을 때 당시, 그는 알렉산드르를 추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시점에서—.

         

         

         ‘1군단과 접촉한 방식이 ‘엘프’를 이용했다고 했지.’

         

         

         칼리온에 숨어들어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된 계기가 그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다소 과감하게 정리하자면 둘 중 하나다.

         

         알렉산드르가 ‘확실히’ 칼리온에 숨어든 시점에서 베올그린이 실종되었다. 즉, 베올그린은 이미 암살당했다.

         

         또는.

         

         알렉산드르가 ‘확실히’ 칼리온에 숨어들 수 있었던 이유. 그리고 그가 엘프들을 이용해 외부 공작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이 애당초….

         

         

         ‘베올그린이 직접 힘을 써주었다면. 그 녀석이 알렉산드르와 손을 잡았다면 대충 얼개가 맞는다.’

         

         

         이반은 어깨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며 잠시 몸을 굳혔다.

         

         알렉산드르와 베올그린이 손을 잡았다고 가정한다면 대부분의 의문이 해결된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심지어 실패만 해왔던 타국의 왕족이 엘프 사회에 잠입할 수 있던 까닭과, 그가 엘프들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게 된 배경 같은 것들 모두가.

         

         그러나 그렇다고 가정한다면.

         

         

         ‘베올그린을 대적해야 한다.’

         

         

         어떻게. 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만다. 대체 그 사내를 어떻게 도모해야 한단 말인가.

         

         이반은 베올그린이 싸우는 모습을 수없이 봤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가까이서 전투법을 관찰한다면, 그는 그 대상을 상대할 전략을 짜두고는 한다.

         

         본능적인 일이다. 막시밀리앙조차도 그랬으니.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는 둘째치고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사고실험이다.

         

         과연 저 자를 상대할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 자의 약점이 무엇인가.

         

         질 베르도, 에이나르도, 심지어 막시밀리앙도 어느정도 최소한의 대처법이란 것이 있었으나, 베올그린은 그렇지 않았다.

         

         교전 상황에서, 그는 훈련 받은 요원이었으므로 한번 본 전투법을 모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법은 별개의 문제다. 21세기엔 마법이 존재하지 않았던 탓일까, 그는 유독 마법에 취약한 편이었다.

         

         

         ‘베올그린. 무슨 생각이냐.’

         

         

         이반은 침중하게 생각에 잠겼다.

         

         

        *

         

         

         “저 인간은 갑자기 왜 저러지?”

         “지금은 냅둬요. 원래 가끔 저래. 물어봐도 대답 안 해줄 걸요?”

         

         

         엘피헤라는 무슨 깨달음을 얻었는지 입을 다물기 시작한 이반에게서 시선을 뗐다. 어쨌건 지금은 시간을 좀 벌어줄 필요가 있겠다.

         

         저 남자가 주위를 잊을 정도라면 이만저만한 일이 아닐 테니까.

         

         

         “혹시 여왕 폐하를 알현할 수 있을까요?”

         “한번 여쭤보지 뭐. 요새 적적하신 모양이더라. 이틀 뒤?”

         “딱 예상 대로네요.”

         “나도 죽겠다. 맨날 자기가 언제 죽는 게 가장 길일이냐고 물어보신다니까.”

         “와, 천문관쯤 되면 그런 것도 알 수 있어요?”

         “알겠냐?”

         

         

         헤르몬은 픽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천문학파가 중요한 거야 솔직히 칼리온 해역을 넘어가서 항해할 때나 필요하지. 별자리를 본다고 뭐 미래가 보이고 그러겠냐고.”

         “그러려고 모인 거 아녜요? 천문학파?”

         “넌 어떻게 너네 아빠가 학장인데 그러냐. 천문학을 아예 안 배웠구만, 이 녀석.”

         

         

         헤르만은 툴툴거리며 차를 홀짝였다.

         

         

         “예언이 아니라 합리지. 별이 뭘 알겠냐. 별빛은 몇 만년 전에 저어어기 먼 곳에서 보내온 마력이야.”

         “…오….”

         “어떤 별은 이만 년 전, 어떤 별은 뭐 기껏해야 이백여 년 전. 이런 식인데 어떻게 오늘 지금 이 순간 이 땅의 미래를 읽겠냐고. 말이 되냐.”

         “그럼 왜 별을 보는데요?”

         “별이 보내는 마력엔 기준이 없지만, 별이 보낸 마력이 이 땅의 대기를 통과할 때는 기준이 생기거든. 이게 또 재밌어요. 봐봐? 세상엔 어떤—.”

         “벌써 졸리네.”

         

         

         갑자기 학술 토론이 시작될 분위기라, 엘피헤라는 기지개를 켜며 하품했다. 그녀의 모습에 헤르몬은 고개를 흔들며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떻게 아빠랑 이렇게 닮은 게 없다니.”

         “지성과 외모를 닮았죠.”

         “그것까지 달랐으면 주워왔다고 해도 무방하지. 그래서 또 뭐가 궁금한데.”

         “선배도 심심하구나?”

         

         

         엘피헤라는 픽 웃으며 이반을 살폈다. 여전히 이반은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 깨어날 때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 싶었다.

         

         그렇다면야. 뭐, 내가 내조해야지 어쩌겠어. 우리 리더께서 전략 검토를 하신다는데.

         

         엘피헤라는 속으로 작게 툴툴거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 칼리온에선 쓸모도 없다고 했잖아요. 그건 왜 그래요?”

         “칼리온 해역 내부에선 별빛의 마력이 의미가 없거든. 대기를 투과하면서 불운이나 불행, 재앙이나 재난 같은 악운이 떨어지면 뭐하니. 이 땅 위 하늘엔 대여과기의 마력이 흐르는데.”

         “마일스톤이요?”

         “그래. 천운. 번영. 번성. 행복. 하늘의 마력이 아무리 거대하다 한들 의미가 없지. 그러니까 길일을 잡으라는 것이 웃긴 소리야. 매일매일이 길일인데 나보고 어쩌라고.”

         

         

         헤르몬은 농담처럼 웃었지만 엘피헤라는 속으로 살짝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그걸 지금 끄려고 했다는 거지…?

         

         세상의 흐름까지 뒤틀어가며 엘프의 땅을 풍요롭게 만드는 고대 유물을…?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곧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이반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깊고 푸른 눈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공포에 치솟았던 귀가 천천히 흐물거리며 내려갔다.

         

         뭐 어때. 우리 리더가 지금 저렇게 생겼는데. 와, 진짜. 사람이 어떻게.

         

         

         “일어나지. 에델을 만나러 가야겠다.”

         “아, 나도 반가웠다. 인간. 감사라니, 그럴 필요 없어.”

         “고맙다.”

         “그래, 예의가 아주 없는 녀석은 아니로군. 우리 후배님의 앞길이 퍽퍽하겠어.”

         

         

         헤르몬은 히죽히죽 웃으며, 녹아내린 엘피헤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시선을 눈치채곤 얼굴이 확 붉어져서 소리쳤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요! 아빠 보면 딸이 찾는다고, 급한 일이라고 꼭 전해주고!”

         “오냐. 잘 가고, 이틀 뒤에 궁정 앞으로 나와라. 아침쯤? 대충.”

         “왜 그게 대충이에요?”

         “몇 시에 오든 두어 시간은 기다릴 걸 각오하고 와야 하니까. 가봐. 선배님 바쁘시다.”

         “바쁘긴 뭘. 천문관은 할 것도 없다면서.”

         “내가 천문관에서 커리어를 끝내겠냐고. 로비도 하고, 응? 으른들의 세상이란 게 이렇게 바빠요. 이래서 대학생들이란.”

         

         

         엘피헤라는 너스레를 떠는 헤르몬에게 손을 흔들고는 일어섰다.

         

         

        *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월요일엔 왜 항상 알배추무침이 나오는걸까요.
    설마 이모님이 주말농장이라도 하시나?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진짜 뒤@지게 맛있거든요.
    모두들 한주간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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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30 Years Have Passed Since the Prologue

프롤로그에서 30년이 흘렀다
Score 7.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got transmigrated into a game I’ve never seen before. I thought it was a top-notch RPG and spent 30 years on it. I retired as a war hero and planned to spend my remaining time leisurely. But it turns out, it was an academy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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