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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갑작스런 파이톤 쪽의 인사에 우리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네, 감사합니다. 저희도 <Poison Heart> 잘 듣고 있어요.”

         

       그래도 우리의 실질적 리더 유 설이 빙긋 웃으며 나서준 덕분에 우리는 어색하지 않게 답변할 수 있었다.

         

       “앗, 루키즈에 비하면 많이 부족했을 텐데…, 들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파이톤의 노래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다음 음원도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겉으로 볼 때는 같은 시기에 데뷔한 신인 걸그룹끼리 훈훈하게 안부를 나눈거니 여기서 대화를 마치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바로 돌아가시나요?”

         

       “…네? 아, …네.”

         

       “저희 파이톤이랑 루키즈는 같은 날 데뷔한 자매그룹이나 다름없잖아요? 앞으로 활동하면서 많이 마주할 텐데 지금 잠시 친목 도모를 하는 건 어떤가요?”

         

       파이톤의 리더는 굳이 친목 도모를 운운하며 우리를 보내주려 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가 당황하자 나선 것은 매니저 오빠였다.

         

       매니저 오빠는 상대를 자극하려 하지 않는 듯 웃는 얼굴로 에둘러 거절하려 했다.

         

       “…하하, 죄송하지만 저희는 다음 스케줄이 있어서.”

         

       “내일도 새벽부터 음방 녹화가 있을 텐데 이 저녁에 스케줄이요? 아, 혹시 저희가 불편한가요….”

         

       “…….”

         

       파이톤의 리더가 슬프다는 듯 표정을 연기하며 고개를 숙이자 매니저 오빠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다른 멤버들은 갑자기 파이톤의 리더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파이톤의 멤버와 매니저도 고개를 갸웃하며 자기네들 리더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오로지 나만이 지금 파이톤 리더의 기행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와의 대화 시간을 만들려고….’

         

       …솔직히 나도 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긴 했다.

         

       이에 허수아비긴 해도 루키즈의 리더인 나도 멤버들에게 설득하는 투로 말했다.

         

       “앞으로 활동하면서 자주 뵐 분들이잖아요. 이렇게 잠시 인사라도 하면 괜찮을 것 같긴 한데….”

         

       “…….”

         

       이러니 저러니 해도 루키즈 멤버들은 내 말을 무척이나 잘 따른다.

         

       내가 파이톤 리더의 제안을 받아들이듯 말하니 한 명씩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럴까, 그러면.”

         

       “예린이가 원한다면 뭐….”

         

       그렇게 루키즈와 파이톤 간의 친목 도모의 장이 열리게 되었다.

         

         

         

       **

       

         

         

       친목 도모라 하여 별 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매니저들끼리는 명함을 교환하고 멤버들끼리는 짧게 자기소개를 하며 서로 인사를 하는 것뿐.

         

       파이톤의 멤버들은 총 네 명이었다.

         

       나는 인사를 하는 척하며 순서대로 그들의 상태창을 엿보았다.

         

       그리고….

         

       ‘…와.’

         

       파이톤의 첫 번째, 두 번째 멤버를 보자마자 짧게 감탄하고 말았다.

         

       ‘스탯이 무슨….’

         

       두 사람의 스탯은 아주 준수한 육각형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루키즈 멤버들의 스탯은 한쪽으로만 치우쳐져 있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밸런스가 좋은 유 설, 박유정, 서유진을 제외하고….

         

       이혜정은 가창력이 천장을 뚫은 대신 댄스가 조금 약하며.

         

       나와 나한나는 댄스 스탯이 매우 높은 대신 가창력이 아쉬웠다.

         

       하지만 눈앞의 파이톤 멤버 이 두 사람은 마치 대칭 강박증이라도 있는 것처럼 스탯이 일정하게 맞춰져 있었다.

         

       굳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유 설보다 조금 아쉬운 하위호환 느낌이랄까?

         

       아무튼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다음은…., 엇?’

         

       그리고 나는 파이톤의 리더 전 세 번째 멤버의 상태창을 열었다가 잠시 놀라고 말았다.

         

       [이름 : 히토미 칸나]

         

       우선 이 멤버는 루키즈와 파이톤 통틀어 유일한 일본인이었다.

         

       ‘인형 같아.’

         

       마치 잘 만든 인형처럼 아기자기한 외모가 먼저 눈에 띄었다.

         

       스탯 역시 앞의 두 멤버 보다 좋았다. 역시 유 설보다는 조금 떨어져도 그에 준하다고 볼 수 있는 높은 스탯이었다.

         

       하지만 내가 놀란 부분은 그것이 아니었다.

         

       [특성 : 변태 – 이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있습니다. 단지 당신의 사랑은 평범한 사람들이 볼 때 좀 불쾌하게 느껴질 뿐입니다.]

         

       [특성효과 : 후욱후욱 – 당신은 성적 흥미를 느끼는 대상 앞에서 얼굴은 붉어지고 숨소리는 거칠어집니다.]

         

       …….

         

       이건 뭔….

         

       세상에 서유진의 안하무인(眼下無人)보다 쓰레기처럼 보이는 특성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이에 내가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뻔하던 그때였다.

         

       스윽-.

         

       “…?”

         

       “후욱…, 후욱…. 예, 예린 짱. 패, 팬이에요.”

         

       “…….”

         

       앞을 보니 칸나가 나를 보고 얼굴을 붉힌 채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예, 예린 짱 기자회견 영상… 아, 아니…, 직캠 영상 잘 챙겨보고 있어요. 이렇게 만나서…, 후욱…, 좋네요.”

         

       “…….”

         

       “…예린 짱? 지금 저를 혐오의 눈빛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아, 아니에요. 저도 반갑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뭔가 많이 찜찜해서 못 본 척 악수는 응하지 않았다.

         

       “히잉…, 내 손은 끝내 무시했어…. 히도이….”

         

       칸나가 뭔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그것마저 끝내 무시한 채 나는 고개를 돌렸다.

         

       ‘드디어 확인을 해보는구나.’

         

       마지막 남은 것은…, 회귀자로 의심되는 파이톤의 리더.

         

       때마침 파이톤의 리더도 다른 루키즈 멤버들과 인사를 마치고 내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반갑습니다. 루키즈의 리더 하예린입니다.”

         

       “네, 저는 파이톤의 리더 오아라예요.”

         

       그녀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상태창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

         

       …난생 처음 보는 알림을 맞닥뜨려야 했다.

         

       상대방의 상태창을 확인할 수 없다니….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닌 듯했다.

         

       “…….”

         

       지금까지 생글생글 얼굴에 웃음을 피우던 파이톤 리더 오아라의 표정이 굳었다.

         

       내 예상이 맞다면…, 그녀 또한 내 상태창을 열어 보려다가 실패한 게 분명했다.

         

       자.

         

       이제 우리가 서로에게 특수한 존재란 건 알았다.

         

       그러면 이제 어떡해야 하나.

         

       그냥 돌아가야 하나…, 아니면 시간을 더 내서 서로의 정체를 파헤쳐야 하나.

         

       마음이 더 급한 건 오아라 쪽인 듯했다.

         

       “…매니저 오빠.”

         

       “응?”

         

       “저 여기 루키즈 리더님이랑 단둘이 이야기할 게 좀 있는데 시간 좀 내도 되죠?”

         

       “…뭐?”

         

       오아라의 말에 파이톤 매니저는 당황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으면서도….

         

       “아…, 시간 많이는 없어. 짧게 해야 돼.”

         

       이미 주도권이 오아라 쪽에 있는 건지 그녀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매니저의 허락이 떨어지자 오아라가 고개를 끄덕인 후 내게 말했다.

         

       “예린 님. 잠시 저랑 단둘이 이야기 나누지 않겠어요?”

         

       “…….”

         

       이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매니저 오빠에게 물었다.

         

       “오빠, 저 잠시 아라님이랑 얘기 좀 하고 와도 될까요?”

         

       우리 매니저 오빠 또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럽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시계를 한 번 보고 말했다.

         

       “…우리도 가야 해서 시간이 많지는 않아. 10분 정도?”

         

       “네, 그러면 잠시 다녀올게요.”

         

       이미 방송국을 떠난 아이돌들이 많아서 곳곳에 빈 대기실이 있었다.

         

       “저기서 이야기할까요?”

         

       “네, 그러죠.”

         

       마침 앞에도 빈 대기실이 하나 있어 나와 오아라는 그곳에서 얘기하려 걸음을 옮겼다.

         

       턱.

         

       그때 오아라의 뒤를 따라가려던 내 팔뚝을 붙잡고 유 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예린아. 파이톤의 리더분이랑 원래 아는 사이야?”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그러면 갑자기 단둘이서 무슨 할 말이 있다는 거야?”

         

       “그건….”

         

       스윽.

         

       나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내 팔목을 붙잡은 유 설의 손을 놓고 말했다.

         

       “…이제 알아봐야겠죠.”

         

       그리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

       

         

         

         

       드디어 오아라와 단둘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이 사람의 정체는 뭘까…? 이 사람 역시 상태창을 볼 수 있는 게 확실한가?

         

       아직 단둘이 아무런 말도 안 했음에도 벌써 긴장이 되고 뭔가 경계심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예린 님.”

         

       그런 나와 달리 오아라는 단둘이 되자마자 나를 보며 활짝 미소 지었다.

         

       그리고는 아주 반갑다는 듯….

         

       “예린 님도 회귀하신 거죠?”

         

       “……!”

         

       …깜박이도 없이 내게 훅 들어왔다.

         

       ‘이렇게 대놓고 물어볼지는 몰랐는데….’

         

       그녀를 경계하며 보던 나와 달리 오아라는 내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듯 무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괜히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는 걸 수도.’

         

       이에 나는 잠시 결심을 한 뒤….

         

       “…네, 맞아요.”

         

       사실을 밝혔다.

         

       덥석.

         

       “…!”

         

       그랬더니 오아라가 반갑다는 듯 내 손을 잡고 방방 뛰기 시작했다.

         

       “와, 대박! 저는 저랑 같은 분이 있을지 전혀 몰랐는데!”

         

       “아, 네. 저도 저 혼자만 돌아온 줄 알….”

         

       “그러면 예린 님도 이 상태창이란 것도 볼 수 있어요?”

         

       “…네, 볼 수 있어요.”

         

       상태창을 볼 수 있다는 말에 오아라가 조금 침착해진 말투로 물었다.

         

       “…그러면 혹시 예린 님도 제 상태창 안 보여요?”

         

       “네, 안 보여요. 그렇게 말하시는 걸 보면 아라 님도…?”

         

       내가 오아라의 상태창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하자 오아라가 안심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네, 저도 예린 님의 상태창이 안 보여요. 그래서 아까 얼마나 당황했던지…. 그래도 예린 님도 제 상태창이 안 보인다니 다행이네요.”

         

       다행…?

         

       …굳이 다행일 것까지 있나?

         

       이에 내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오아라가 너스레를 떨며 소파를 가리켰다.

         

       “저희 이럴 게 아니라 저기 소파에서 얘기할까요?”

         

       “아, 네.”

         

       “둘 다 시간이 없으니 얼른 이야기 나눠요. 저…, 예린 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제 얘기를요?”

         

       “네, 어쩌다가 회귀를 하셨는지…, 또 회귀 전에는 어떻게 사셨는지. 그리고 상태창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등 여러 가지를요.”

         

       그리 말하며 나를 보는 오아라의 눈빛이 상당히 올망졸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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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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