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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 와.

        – 진짜 드라마네.

        – ㄹㅇ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드래곤에게 수작을 부리다닠ㅋㅋㅋ

        – 와. 어쨌든 아들도 깡이 있긴 하넼ㅋㅋㅋㅋ

       

        = “와. 그런데 그때랑 지금이랑 성격이 좀 다르신 것 같네요?”

       

        도돌순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때는 옛날 성격이 완전히 죽지 않았을 때였거든.”

       

        초월자가 된 이후로 내 원래 성격이 많이 수그러들었다지만, 몇천 년 동안 가지고 있었던 원래 성격이 쉽게 사라지겠는가?

        지금도 본격적으로 힘을 내려고 하면 그때 성격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옛날 그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저것도 원래 성격이 많이 죽은 것이란다.”

       

        – 헐.

        – 그래도 죽고 싶냐고 한마디 한 정도면 착한 것 맞음.

        – ㄹㅇㅋㅋ

        – 개미가 날 속였는데 ‘죽고 싶냐?’ 한마디로 끝낸 것이라면 착한 것 맞음.

        – ㅋㅋㅋㅋㅋ

        – 나였으면 곧바로 뒤집었짘ㅋㅋㅋㅋ

       

        = “전 지금의 라나님이 좋아요.”

       

        “호호호. 나 역시 지금의 도돌순이가 좋단다.”

       

        = “꺅! 라나님이 날 좋아하신대!!”

       

        – 왜 누나만!!!

        – 으아아아악!!!

        – 부럽다부럽다부럽다부럽다……

        – ㅠㅠㅠㅠㅠ

        – 우리도 좋아해 주세요!!

       

        “물론 너희들도 좋아한단다.”

       

        – 꺅!

        – 아이 좋아!

        – ㅋㅋㅋㅋㅋㅋ

        – 헤헤헤헤헤

        – ㅏㅏㅏㅏㅏㅏ

       

        그렇게 좋을까?

        나는 싱글벙글 웃는 도돌순이와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귀여우니 그냥 놔둘까?

       

        =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그다음 말이냐?”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            *            *

       

       

        침묵에 빠진 광장.

        할 말을 잊어버린 듯, 나를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뜰 뿐인 인간들.

        그 가운데에서 내게 가장 먼저 말을 건 것은, 은인들의 아이인 아나티샤였다.

       

        “왜…….”

       

        = ??

       

        “그렇다면 왜…… 지금 오신 거죠?”

       

        = 음?

       

        아나티샤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내 양손 사이에서 천천히 일어선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빨갛게 부어오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제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다 보고 계셨으면서! 왜! 왜 지금 온 건가요! 왜!!”

       

        분노와 슬픔의 감정을 여과 없이 토해내는 아나티샤.

        나는 그런 아나티샤에게 말했다.

       

        = 아나티샤여.

       

        “제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세요!”

       

        = 그렇다면 널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

       

        “부르지 마세요!”

       

        = 흠?

       

        이 아이가 지금 날 놀리는 것인가?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감정이 격해져서, 저런 논리도 없는 말을 아무렇게나 쏟아 내는 것이겠지.

       

        나는 아나티샤가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콧김을 작게 불었다.

        해를 입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후우웅!

       

        “꺅!”

       

        = …….

       

        이것도 좀 강했나?

        내 콧김에 날아가려던 아나티샤를 앞발로 잡아 준 후, 조금 정신을 차린 아이에게 나는 말했다.

       

        = 내가 지금 온 이유는 간단하다. 네가 죽을 상황이었기 때문이지.

       

        “죽을뻔한 상황은 많았어요! 그런데 왜! 이제 와서…….”

       

        = 네가 독을 먹었던 때 말이냐? 아니면 암살자라는 이들에게 죽을 뻔한 때 말이냐? 그것도 아니면 납치당했을 때?

       

        “다 알면서…… 왜…….”

       

        = 그야, 그때는 네가 죽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지.”

       

        내 말에 아나티샤의 얼굴 위로 분노가 자리 잡는다.

        그녀는 내 앞발을 때리기 시작했다.

        별로 아프지는 않는데, 좀 아픈 척이라도 해줘야 하나?

       

        “죽을 상황이 아니었다고?! 내가! 그때마다 얼마나 서러웠는데! 얼마나 무서웠는데!!!”

       

        = 하지만 넌 살아남았지. 그렇지 않느냐?

       

        “내 후견인이라며! 그런데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얼굴을 굳힌 아나티샤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쉰 목소리로 소리치기 시작했다.

       

        “결국! 당신도 내가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거지! 내가 귀찮았던 거지?!”

       

        = 난 한 번도 네가 귀찮거나,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적이 없단다.

       

        “거짓말하지 마!”

       

        나는 나에게 화를 내는 아나티샤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그녀가 나에게 화를 내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계급이 높은 인간에게 육아를 맡겼고, 식량도 꼬박꼬박 먹었고, 포식자의 위협에서도 안전한 곳에서 자랐는데?

        그런데 왜 이 아이는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일까?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드래곤으로서의 뛰어난 두뇌를 사용해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왜 아나티샤가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인지 이해했다.

       

        = 그렇군. 네가 왜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인지 이해가 되었구나.

       

        “뭐?”

       

        = 일단 말하지만 나는 인간이 아니다.

       

        “그걸 누가 모르죠?”

       

        = 그래.

       

        그렇다.

        이것은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상식 차이’에 의한 오해였다.

       

        = 우리 드래곤들의 육아는 먹이를 물어오고, 포식자로부터 지켜 주고, 따뜻한 둥지를 제공하는 것 정도면 충분하지.

       

        “???”

       

        = 하지만 너희 인간들의 육아는, 우리보다도 더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더구나.

       

        드래곤 사이에서도 가족 간의 감정교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들과 같은 지성체 수준이냐고 하면……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우리 가족이야 ‘남편’과 ‘나’라는 이레귤러 덕분에 사정이 좀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 내가 생각하기에는, 먹이도 잘 나오고 포식자도 없고, 둥지도 적당한 환경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너는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그, 그게…… 말이 되는…….”

       

        = 그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하도록 하자꾸나.

       

        나는 아나티샤를 조심스럽게 들어 내 머리 위로 올렸다.

        그리고 용금을 조작해 아나티샤가 적당히 앉아 있을 만한 자리를 만들었다.

        조금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잠깐 사용할 것이니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 우선은 내 둥지로 가서 마저 이야기하자꾸나.

       

        “자, 잠깐만!”

       

        = 음?

       

        날아오르려는데, 누군가가 나를 붙잡는다.

        고개를 돌려보니, 황제가 다급한 얼굴로 나에게 소리쳤다.

       

        “어, 어디 가십니까!”

       

        = 응?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내 둥지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

       

        “그, 그런데 왜 아나티샤를 데려가려는 것입니까!!”

       

        황제의 말에 나는 다시 고개를 갸웃…… 거리려다 말았다.

        머리 위에 아나티샤를 올려 두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리면 아나티샤가 불편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틈에 황제가 말을 이어 나갔다.

       

        “아, 아나티샤는 아직 저희 황가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데려가실 수는 없습니다!”

       

        = …….

       

        나는 황제를 바라보았다.

        나의 ‘눈’을 통해, 그의 속마음이 보였다.

       

        – ‘일단은 아나티샤를 데리고 있어야만 한다.’

       

        = …….

       

        욕망과 질투, 분노로 점철된 그의 감정.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 황제여.

       

        “예, 예에…….”

       

        =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순히 아나티샤가 죽을 상황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단순히 아나티샤가 죽을 상황이었다면 굳이 내가 이곳으로 올 필요도 없었다.

        그냥 원거리에서 금속 지배력을 사용해 아나티샤를 구해주면 될 일이었으니까.

       

        실제로 그동안은 이런 방식으로 아나티샤를 지켜왔었다.

        아나티샤를 습격한 암살자의 금속 무기들을 조절해 아나티샤가 다치지 않게 했고, 아나티샤가 위험한 상황에서는 주위 금속을 조종해 그녀에게 위험한 것들을 치웠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왜 내가 이곳에 등장했는가?

       

        = 네가 우리의 계약을 먼저 끝냈기 때문이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 한 번도 당신과의 계약을 끝낼…….”

       

        말을 하던 황제가 말을 멈춘다.

        그럴 수밖에.

        황제도 스스로가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이유를 모르는 이들이 보였기에, 나는 조금만 더 친절을 베풀기로 했다.

        나의 몸에서 흘러내린 황금이 뭉치고, 이어서 조금 전의 상황을 재현하기 시작했다.

        아나티샤가 애통한 목소리로 소리친다.

       

        – ……제가, 진정으로 당신들의 가족이었던 적이 있나요?

       

        그런 아나티샤의 물음에, 황제가 대답한다.

       

        – 더러운 사생아의 핏줄에, 참담한 죄를 저지른 널 단 한 번도 내 딸로 여긴 적은 없다.

       

        = 이제 기억났느냐?

       

        “…….”

       

        = 가장 먼저 계약의 파기를 말한 것은 너다. 인간들의 우두머리여.

       

        황제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는 황제에게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날아오르려다…… 잠시 잊고 있었던 말했다.

       

        = 계약이 끝남에 따라, 너희에게 주었던 금광은 거두어 가겠다.

       

        “그, 그건…….”

       

        = 이미 주었던 금은 회수하지 않겠다. 그럼 이만.

       

        펄럭!

       

        그렇게 계약을 끝낸 나는, 내 은인의 아이를 태운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            *           *

       

       

        – 그게 끝?

        – 그냥 그걸로 끝인가요?

        – 뭔가 심심한데?

        – 헐?

        – 그걸 그냥 봐줬어요?

       

        = “참교육은 안 했어요?”

       

        시청자들과 도돌순이의 아우성이 대단하다.

        하나같이 ‘그 괘씸한 황제에게 왜 참교육 안 함?’이라든지, ‘그냥 그렇게 끝냈어요?’라든지.

        수많은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그래. 너희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안단다.”

       

        = “그럼 왜 그러셨어요?”

       

        “조금 전 이야기에서도 말했지만, 어쨌든 황제와 그 일가는 나와의 계약을 지켰단다.”

       

        = “……그게요?”

       

        도돌순이와 채팅창이 다시금 활활 타올랐지만, 어쨌든 계약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진실이었다.

        왜냐하면 의식주는 물론이고, 포식자로부터의 보호나 교육과 같은 부분은 잘 이루어졌으니까.

       

        “그때는 지금보다도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기였단다. 인간과 같은 무리를 이루는 지성체들은 단순히 의식주만이 아닌, 가족과의 유대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잘 몰랐던 시기였지.”

       

        그렇기에 그 부분은 계약에 넣지 않았었고, 그렇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어쨌든 ‘내’ 처지에서는 계약대로 잘 이루어졌고, 계약 당사자가 ‘계약 파기 합니다!’라고 외치니, 나 역시 ‘알겠다’라고 합의를 본 후 아나티샤를 데려온 것이고 말이다.

       

        – 그게…… 그렇게 되나?

        – 헐.

        – 허미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진짜 우리랑 사고방식이 다르시넼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그럼 그냥 그렇게 끝내셨어요?”

       

        “그때는 그렇게 끝났단다.”

       

        물론…… 단순히 거기서 끝났다면,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지는 않았겠지?

        그런 내 말에,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 그럼 그렇지!

        – 참교육 가즈아!

        – 이예에에ㅔㅔㅔㅔ!!

       

        = “오! 빨리 다음 편! 다음펴어어어언!!!”

       

        “알았다. 알았으니 조금 진정하거라.”

       

        나는 흥분한 도돌순이를 진정시키며, 다시 기억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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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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