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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 ***

       

       “으으~”

         

       흑묘가 혁기린의 얼굴에 뺨을 비비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부끄러워하며 떨어지라고 흑묘를 밀어내던 혁기린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순순히 몸을 맡기고 있었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지요. 틈틈이 얼굴 비출 수 있을 때는 찾아오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집안일이 마무리 되길 바랄게요.”

         

       “후후. 저 역시 그리 노력할 것입니다.”

         

       혁기린이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흑묘를 꼭 안았다. 흑묘 역시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로 혁기린을 콱 안았고. 겉만 보면 혁기린이 흑묘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장면이었지만 실상은 그 정반대로군.

         

       “집안일이 잘 풀리길 빌겠습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호 낭인님께서도 열심히 준비하셨는데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빕니다.”

         

       혁기린의 여정은…뭐 쉽지는 않을 것이다. 권신들을 밀어낸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지. 언젠가 밀어내기야 하겠지만 그 언젠가가 언제일지는 나 역시 모를 일이다.

         

       응원해 주는 수밖에는 없겠지.

         

       객잔의 입구에는 혁기린을 데려가기 위한 황실 마차가 나와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저 마차를 타고 황실 비전의 폐관동으로 이동해 성취를 이룰 때까지 폐관한다고 소문이 날 것이다.

         

       뭐 실제로는 유야 공주로 돌아가겠지.

         

       오랜 기간 자취를 감추었던 유야 공주가 공식석상에 나타날테니 이 낙양이 들썩일 일이었다.

         

       “혁기린 대협! ‘약속’을 잊지 마세요!”

         

       “후후, 물론입니다.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혁기린이 마지막으로 흑묘의 손을 토닥인 뒤에 마차에 올랐다. 마차의 문을 닫기 전 혁기린은 가볍게 웃어 보였다.

         

       “그럼 두분 다, 다음의 만남 때까지 보중하시길.”

         

       흑묘는 힘차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포권을 해 보였다. 혁기린은 문을 닫았고 황실 마차가 출발했다.

         

       “하아…”

         

       흑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아쉬움을 달랬다.

         

       “선배도 어서 출근해 보세요.”

         

       “음. 그래.”

         

       흑묘는 한동안 무공 수련에 다시 집중하기로 했다. 낙양 관광을 통해 무공의 경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한 흑묘.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된 모양이다.

         

       “그나마 무공이 올라야 붙잡기라도 할 수 있겠지. 그래도 이번 일은 혁 소협의 눈과 귀가 깔려 있는 곳에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열심히…”

         

       “응? 뭐라고?”

         

       “흥, 바보 선배는 몰라도 돼요. 아무튼 전 무공 수련하러 가볼테니 선배도 어서 출근해요.”

         

       용상객잔의 지하연무장을 한 달간 대여한 흑묘는 왠지는 모르겠지만 입을 삐죽이며 지하로 향했다.

         

       “쩝.”

         

       나 역시 지하로 사라지는 흑묘를 한번 바라본 뒤에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금의위 훈련교관이 되어야 할 날이었으니까.

         

       *** ***

       

       훈련소는 새벽부터 시끌시끌했다. 병사들의 생활관 앞에 있는 훈련교관 건물로 들어가 짐을 풀고 있자니 훈련교관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훈련교관의 숫자는 총 열둘. 그중에 한 사람, 그러니까 누가 봐도 고참으로 보이는 훈련교관 한 사람이 훈련교관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반갑습니다 여러분들. 선임훈련교관인 도제식입니다. 여러분들은 각지에서 활약하시는 금의위분들이지요. 그리고 외부에서 오신 분들도 한 분 계시고요.”

         

       교관들의 시선이 잠시 나에게 쏠렸다가 떨어졌다.

         

       “각지에서 쌓은 경험을 훈련생들에게 자유로이 전수하시면 됩니다. 모든 것은 결과가 말해 줄 테니까요. 물론 모르는 부분은 언제든지 저에게 물어보셔도 좋습니다.”

         

       어느 훈련교관이 질문했다.

         

       “선임훈련교관께서는 어찌 교육하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올해 편찬된 훈련교범을 그대로 답습할 것입니다. 제 행동 중에서 취할 부분은 취하고 버릴 부분은 버리셔도 무방합니다.”

         

       결국 도제식은 교관들의 교관인 셈이었다.

         

       “교관이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은 어디까지입니까?”

         

       “훈련생들의 식사 및 정해진 최소한의 휴식시간과 수면시간을 존중해야 합니다. 일요일은 훈련이 진행되지 않으니 참고해 주시지요. 그 외로는 어떤 훈련을 진행하더라도 일절 신경 쓰지 않습니다.”

         

       도제식과 교관들의 문답을 듣고 있자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큰 틀은 이 도제식 교관을 따라하면 되겠군. 아마 다른 교관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거기에 이제 본인들만의 경혐과 생각에 따라 조금씩 변형을 주겠지.

         

       나 역시도 그냥 그렇게 적당히 묻어갈 수 있다면 좋겠군.

         

       “이제 훈련 시간이 머지 않았으니 연병장으로 이동하시지요.”

         

       질의응답 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정식으로 부대원들과 마주할 시간이 되었다.

         

       연병장에 들어서니 조가주를 위시한 십사 인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열두 부대가 각자 연병장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형태.

         

       “음. 반갑군. 본인은 호천안이라고 한다. 뭐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대들의 교관이지.”

         

       “반갑습니다 교관님.”

         

       나는 조가주를 보고 동창의 보고서를 떠올렸다.

         

       조가주. 말단 병사로 시작해서 특유의 성실함을 앞세워 차근차근 승진. 그러다가 탐관오리이자 악덕상사에게 찍혀 출셋길이 막힘. 그러다 상사의 비리가 발각되어 파직되고 그 뒤 새로운 상사를 모시며 다시 약진을 거듭하다가 금의위 추천서를 받아 낙양으로 상경.

         

       현재 주 무기는 검.

         

       “나 역시 반갑다. 훈련생들의 소개는 전에도 한번 받은 적이 있었지. 훈련에 앞서 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기탄없이 이야기 하도록.”

         

       “질문이 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드는 녀석이 한 명.

         

       재상해.

         

       8대째 중앙관직을 제수받고 있는 낙양재가의 직계. 시서예화는 물론이고 무공에까지 재주가 뛰어난 팔방미인. 어릴적부터 교만한 성품이 유명했단다. 천재로 분류되는 인간인지라 스승의 재주를 순식간에 배워 쫓아내기를 반복했다던가.

         

       집안에서도 고삐를 잡지 못하는 천재형 망나니라고 할 수 있었다.

         

       “금의위 외부고문이라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바깥에서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요?”

         

       “낭인 일을 했다.”

         

       “낭인 일 말씀이십니까? 과연! 실전경험이 무척 풍부하시겠군요!”

         

       호들갑스럽게 말하는 녀석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혹시 교육에 앞서 개인적인 지도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는 녀석의 말에 답변하지 않고 다른 훈련생들의 눈빛을 살폈다.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주로 반항적인 기색과 업신여기는 기색이 눈에 드러났다.

         

       “후.”

         

       나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훈련생들을 교육할 수단은 쉬는 기간동안 충분히 준비해 왔다. 이대로 실행만 하면 그만이었지만…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었다.

       

       “다들 같은 생각인가?”

         

       그러니 최종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만약 이게 재상해의 독단이고 이들이 날 제대로 따를 마음이 있다면 나는 평범하게 무능을 연기할 것이고 이들은 평범하게 훈련을 받다가 평범하게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준비해 온 대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훈련병들의 기색이 술렁였다.

         

       훈련병들이 내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듯한 기색이었기에 나는 최후가 될지 모르는 친절함을 담아 재차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훈련생들은 하나의 공동체다. 재상해 생도가 본 교관의 실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행동에 모두 동의한 것인가? 그렇다면 본 교관이 답을 내주겠다.”

         

       그제야 훈련병들의 눈빛에는 수긍의 빛이 떠올랐다. 구성원 개개인이 개인이 아니라 부대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취급하겠다는 내 의사를 이해한 것이다.

         

       “하하, 동기들 무엇을 망설이는가?”

         

       재상해의 말에 의견을 모은 훈련병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들은 이런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그럼 잠시 기다리고 있도록. 본 교관은 환복을 하고 오겠다.”

         

       환복?

         

       어리둥절한 기색의 훈련병들들을 버려두고 나는 내 교관실로 향했다. 교관실에는 오늘 챙겨온 가방이 있었다.

         

       “너희들이 선택한 길이다.”

         

       나는 가방을 풀며 중얼거렸다.

         

       *** ***

         

       조가주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큰일 났군.’

         

       재상해가 어떤 의도로 대련을 신청했는지 모를 사람이 있을까. 재상해는 얼굴을 보자마자 호천안의 교관 자격에 의문을 제기했고 훈련교관과 훈련생이라는 직위의 차이를 생각하면 싸움을 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굳은 얼굴로 환복을 하러 떠난 호천안이 돌아올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조가주는 벌써부터 걱정이 되었다.

         

       “저기…훈련교관님인가?”

         

       강추모루의 말에 훈련생들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돌아갔고 조가주 역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입을 쩍 벌렸다.

         

       “저, 저 해괴한 모습은 뭐란 말인가.”

         

       앞섶이 없는 핏빛 붉은 상의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 아래로는 녹색과 검은색이 얼룩덜룩한 바지가 보였다.

         

       뿐인가?

         

       저벅. 저벅.

         

       검고 무거워 보이는 장화는 묵직한 소리를 냈다. 훈련병들의 아연한 시선을 눈치챈 호천안은 손에 들고 있던 모자를 머리에 썼다.

         

       조가주를 위시한 훈련생들이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기이한 모자였다. 머리의 크기에 딱 알맞게 짜여진 것은 물론이고 왜 모자의 윗부분이 팔각의 형상을 띄고 있는지 알 수 없었으며 모자의 챙은 아주 짧았다.

         

       우뚝.

         

       조가주는 훈련생들 앞에 멈춰 선 호천안을 보면서 머릿속에 한 마디 단어가 떠올랐다.

         

       ‘좆됐다!’

         

       훈련생들은 연신 침을 삼켰다. 마치 피에 절은 살귀를 보는 듯한 호천안의 기이한 외형에 한순간에 압도당했기 때문이었다. 붉은 팔각모에 달린 짧은 챙은 호천안의 눈에만 그늘을 드리웠고 도리어 그렇기에 번들거리는 호천안의 안광이 몇 배는 더 강렬하게 다가왔다.

         

       “본 훈련교관은 훈련생도들에게 실망했다.”

         

       재상해가 애써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재상해도 환복을 한 뒤 나타난 호천안에게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있었지만 반골 기질과 자존심이 호천안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하, 교관님 그 해괴한 복장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비무는…”

         

       그러나 호천안은 재상해를 상대해주지 않았다.

         

       “조가주!”

         

       “충!”

       

       “군인의 기본은 무엇이지?”

         

       “상명하복입니다!”

         

       “그렇기에! 본 중대장은, 아니 교관은! 생도들에게 실망했다!”

         

       민간인 출신인 생도 10명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조가주를 비롯한 군인 출신인 4명은 돌아가는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지도? 본 교관의 실력을 확인해? 정신머리 빠진 것들! 군인의 기본도 안 박혀 있는 네놈들의 머리에 군인정신부터 박아 넣겠습니다!”

         

       호천안이 뒷짐을 지며 말했다.

         

       “첫째로 군인의 기본인 구호부터 통일하겠습니다. 앞으로 대답은 악으로 통일합니다! 알겠습니까?!”

         

       “악!”

         

       대답한 것은 그나마 군대에서 짬밥을 먹은 4인뿐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급변하는 상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호천안이 싸늘하게 말했다.

         

       “엎드려.”

         

       네 명이 순시간에 엎드려 뻗쳐 자세를 취했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있는 훈련생들을 호천안이 한명한명 훓었다. 시선을 받은 훈련생들이 하나 둘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고 마지막으로 재상해와 호천안의 눈이 마주쳤다.

         

       재상해는 왜 동기들이 엎드렸는지 호천안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이해했다.

         

       ‘이, 이건 안 된다.’

         

       광기! 어둠!

         

       모자 그늘 속에서 번들거리는 호천안의 눈에서는 오직 훈련생을 조지겠다는 거대한 일념 하나밖에는 느껴지지 않았다!

         

       반항? 항의?

         

       그런 것을 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오금이 저렸다.

         

       호천안을 향한 반항심이 먼지처럼 사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재상해는 재빨리 엎드렸다.

         

       “기상.”

         

       우르르르르!

         

       “뒤로 취침.”

         

       와르르르르!

         

       “기상.”

         

       우두두두두!

         

       호천안은 뒷짐을 지고는 열 네 명의 훈련생들을 살폈다. 예리한 안광을 뿌리는 호천안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훈련생들을 침을 꼴딱꼴딱 삼켰다.

         

       “앞으로 훈련생들은 훈련 기간 동안 대답은 악으로 통일합니다. 알겠습니까? ‘악!’입니다. 이해했습니까?”

         

       “악!”

         

       “악!”

         

       “좋습니다. 훈련생들은 훈련기간동안 하나의 단체이자 개인입니다. 훈련생의 잘못은 부대의 잘못입니다. 부대의 잘못은 모든 훈련생의 잘못입니다. 알겠습니까?”

         

       “악!”

         

       “충!”

         

       “충? 추웅? 엎드려!”

         

       “아악!”

         

       조갑덕이 눈을 질끈 감으며 엎드렸다. 황군으로 지내던 버릇이 남아 있어서 반사적으로 충이 튀어 나와버렸다.

         

       동기들은 엎드린 조갑덕을 보면서 마른침을 삼키며 후회했다. 이런 미친 놈인줄 알았다면 재상해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을 텐데!

         

       “훈련생들 뭐 합니까?”

         

       호천안의 살벌한 목소리에 눈만 데굴데굴 굴리는 훈련생들.

         

       “방금 제가 뭐라 했습니까? 훈련생의 잘못은 부대의 잘못이고 부대의 잘못은 모든 훈련생의 잘못이라고 했습니까! 안했습니까!”

         

       “악!”

         

       조가주가 눈치껏 엎드렸다. 그제야 상황을 눈치챈 훈련병들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단어.

         

       연대책임!

         

       “훈련생들! 같은 부대원은 동기이자 전우입니다 알겠습니까?”

         

       “악!”

         

       “진정한 군인은 절대 전우를 버리지 않습니다! 혼자서 벌을 받게 두지 않습니다! 알겠습니까?”

         

       “아악!”

         

       “모르면 알 때까지. 몸에 새겨질 때까지 본 교관이 친절하게 알려 주겠습니다? 알겠습니까악!”

         

       “아아악!”

         

       금의위 훈련소에 K군대의 망령이 강림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K – A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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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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