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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알고는 있었다.

        

       세기말에 랭크를 돌리기 어려운 이유는 트롤과 빠른 서렌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상위권부터 일어나는 진짜 문제는 달리 있다는 걸.

        

       이미 목표 티어에 올라온 사람은 큐를 돌릴 이유가 없다.

        

       돌렸다가 떨어질 가능성이 한없이 크게 보일 텐데, 그런 위험을 부담할 이유가 없겠지.

       

       안 그래도 이 정도 레이팅에서는 게임 한판 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서, 큐 잡히는 시간 동안 다른 게임을 하는 사람들마저 있지 않은가. 절대적인 인원 부족은 고레이팅 큐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시즌8의 나오나에서는 마스터 큐만 되어도 이런 인구 부족 현상이 두드러졌더랬다. 플레티넘과 마스터를 한 큐에 잡아주는, 아주 너그러운 MMR로 해결했지만.

        

       어차피 그 플레티넘도 본케는 마스터 언저리였을 가능성이 높으니, 크게 문제될 건 없다는 게 중론이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다들 머리가 깨져도 상당히 깨져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지금의 나오나는 그런 망겜이 아니었기에……비슷한 MMR이 12명 모일 때까지 너그러이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고로, 내가 큐를 잡으며 대기하는 시간은 어느새 19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거, 허용 MMR범주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지.

        

       큐를 돌리고 있는 건 둘째치고, 지금 접속 중인 사람이 12명은 되는 게 맞을까. 알 수 없었다.

        

       남은 시간은 10시간 남짓이니-

       

        이 추세면 1등은 무리겠는데.

        

       인원수가 잔뜩 늘어서 큐가 금방금방 잡히는 게임에 벌써 익숙해져버린 탓에, 큐 잡히는 시간을 너무 과소평가했다. 

        

       물론……지금와서 큐를 안 돌리는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원망하면 안 되겠지. 억울하면 진작부터 랭크를 했어야 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봐야겠지만.

        

       “쫄이 무슨 뜻이냐……좋은 질문이네요. 혹시 챌린저 여러분께서 시즌 말미에 큐를 돌리지 않으시는 경향이 생기는 이유가, 이맘때가 되면 잔뜩 쫄아붙기 때문이 아닌지에 관한 학술적인 의문이에요. 비방의 의도는 없습니다. 학문적인 호기심이에요.”

        

       광역 도발을 비롯해서,

        

       [작성자: 따아먹]

       [제목: 랭크 점수 백섭 공지 뭐냐???]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분명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겠지요.

        

       점수란 그렇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것이에요.

        

       점수에 신경쓰지 말고, 모두 즐겁게 게임을 하면 어떨까요.

        

       게임은 즐거운 거니까요.

        

       실수로 내 실력보다 높은 점수에 올라와서, 큐를 돌리기만 하면 분명 떨어질 거라는 생각에 벌벌 떨고 있는 NOOB이 아닌 이상에야……아.

        

       아아, 그런 건가. 그런 거였나…….]

       –     아니 낚시 시1발아

       –     ㄴ 오늘 플레 찍었는데 진짜 씨1발 낚시인거 알면서도 손 부들부들 떨렸다

       –     이 미친년은 머기업이 돼서도 바뀌는게 없네

       –     얘 업보 감당 되냐…?

       –     ㄴ 제발 도적 너프됐으면 좋겠다 질질 짜는 꼴 보고싶네

       –     쫄?보다는 낫구나…그래…그거면 된거야…

       –     아니 너보다 위는 한명 빼고 다 프론데 돌리겠냐고

       –     ㄴ 프로니 더욱 돌려야하는 거 아닐까 ㅇㅇ 프로가 여캠한테 쫄아서 큐 안 돌리는 건 좀….

       –     ㄴㄴ 그 시간에 스크림이나 하지 뭐하러 솔랭을 함

        

       갤러리에 홍보도 하고.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한 걸까.

        

       -쿵

        

       익숙한 사운드가 들려왔다.

        

       아직 세상에 의기가 죽진 않았구나. 역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분위기가-

        

       ……아이디가, 조금 이상한데. 우리팀만 이런거려나.

        

       왠지, 아닐 것 같은데.

        

       * * * *

        

       『드디어 잡혔네 시벌』

       『와』

       『?? 나머지 5명 다 프론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그냥 GP 스크림 아니냐?ㅋㅋㅋㅋㅋㅋㅋㅋ』

       『꽁승이네』

       『상대도 프로겠지』

       『와 챌 최상위는 걍 프로만 만나는구나』

       『캬 탑 르윈이네』

        

       채팅은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기나긴 대기시간 끝에 잡힌 게임에 대한 기대감과, 프로들로 가득 찬 큐에 대한 호기심.

        

       솔로 랭크 방송에서 우연히 출연하는 프로들은, 대회 경기에서 보는 프로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법이다. 원래 마법사인 선수가 일선에서 망나니마냥 도끼를 휘두른다거나, 하는.

        

       물론, 오소독스는 그럴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뭐야, 형만 상대팀이에요?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탑으로 따라오세요. 제가 탑의 정수를 보여드릴 테니까.”

        

       “……뭔 탑이야. 지하 갈거다.”

        

       “아니, 형이랑 지하에서 붙는 건 좀 오바죠. 월즈 우승 도적이잖아요.”

        

       “그게 뭔……아무튼, 우리팀 지하 유저 없어서 난 지하 갈 듯. 다음판에 팀 갈리면 탑에서 붙자.”

        

       “에이, 대낮부터 솔랭 시켜놓고는 탑빵도 안 떠주고……실망이에요, 실망.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노장이니 뭐니 하는 형 팬들이 이런 모습을 봐야 되는데.”

        

       그의 옆에서 가벼이 손목을 돌리는 GP의 탑기사, 르윈은 끝없이 볼멘소리를 내뱉는 중이었다.

        

       하기야, 불만이 있을 만도 했다. 월드시리즈가 끝나고 시즌이 시작하기 전의 짧은 휴가. 지긋지긋할 나오나 빼고는 모든 일이 다 즐거울 사람들을 소집해서 솔로 랭크에 박아 두었으니.

        

       “근데, 형 솔직히……아따먹 때문에 큐 돌리자는 거죠.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인정하고 팍팍 밀어드리겠습니다. 제가 또 여자 심리 고수예요. 부랄친구들 연애 여럿 시작시켜줬습니다.”

        

       아니라고 해야 할까. 맞다고 해야 할까.

       

        연애니 뭐니 하는 헛소리는 차치하고, 큐를 돌리는 동기에 있어서는 자신있게 부정하기 어려웠다. 

        

       잠시 망설이던 오소독스의 눈이 화면 한 켠, 조금 전 주고받은 채팅 기록으로 향했다.

        

       [레반: 형]

       [레반: 바쁘신가요]

        

       [GP 오소독스: ㄴㄴ 늘어져서 쉬다가]

       [GP 오소독스: 패치 올라왔나 보려고 접속했어]

       [GP 오소독스: 무슨 일 있어?]

        

       [레반: 혹시 형 시간 괜찮으시면]

       [레반: 솔랭 돌리실 생각 없으신가요]

        

       [GP 오소독스: ?? 듀오?]

       [GP 오소독스: 좋지]

       [GP 오소독스: 방송하게?]

        

       [레반: 아ㅠㅠ 정말 죄송한데 저랑 듀오하면 레이팅 안 맞을 거여서요……]

       [레반: 아니요 제가 방송을 킨 건 아니고]

       [레반: 스트리머 친구가 레이팅 너무 높아져서 큐를 못잡고 있는데, 챌 최상위권 유저가 몇이나 되겠어요]

       [레반: 방송 너무 안 망하게 한두판 정도만 큐 돌아가게 도와주실 수 있으려나 해서 메시지 드렸습니다]

        

       [GP 오소독스: 스트리머 친구?? 랭킹에 스트리머가 있었나?]

       [GP 오소독스: 아]

       [GP 오소독스: 혹시 그]

       [GP 오소독스: 아따먹님?]

        

       [레반: 네 맞아요]

       [레반: 얘기한 건 아닌데]

       [레반: 그냥 저대로 두면 점점 수위 올리면서 폭주하다가 방송도 망하고 논란만 생길 것 같아서요]

       [레반: 제가 부탁드렸다고 말씀은 하지 마시고……]

       [레반: 번거로운 부탁드려서 죄송합니다ㅠㅠ]

        

       [GP 오소독스: 아냐아냐 내가 받은 게 얼만데]

       [GP 오소독스: 뭐 게임 돌리는 거 뭐 어렵다고]

       [GP 오소독스: 숙소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놈들 좀 붙잡아다가 같이 돌려 볼게]

        

       [레반: 넵 감사합니다!!]

        

       대체 둘이 무슨 사이인지 조금 궁금해지는 부탁이었더랬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게임 몇 판 정도야 당연히 해줬을 텐데. 레반이야 말할 것도 없고, 아따먹……한테도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던가.

        

       어그로를 조금 몰아주긴 했지만, 그것 만으로 충분한 보답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도적을 가르쳐준 것도 그렇지만, 미리미리 코치의 뚝배기를 깨둔 것이…….

        

       오소독스는 문득 월드시리즈 결승이 끝나자마자 완벽하게 태세 전환을 하더니, 도적이 계획된 조커픽이었노라고 입을 놀리고 다니던 전 코치를 떠올렸다. 정식 인터뷰에서는 모두 선수들의 공이라며 겸양까지 갖춘 코치 코스프레를 해놓고, 자신의 팬들이 모인 개인 방송에서는 은근슬쩍 자신이 준비시킨 픽인 양 말하는 게 더욱 악질적이었더랬다.

        

       패러데이 게임스가 본래 ‘공개되지 않는다’고 공지했던 감코진 음성의 오프 더 레코드를 시원하게 공개하면서 깔끔하게 나락을 갔지만.

        

       이번 월드시리즈의 주인공 취급을 받던 오소독스를 상대로 시전된, ‘아니 씨발 미친새끼가’에 이어서, ‘저 정신나간 새끼가 기어이 사고를 치네’, ‘쓸데없이 머리만 굵어진 새끼들은 빨리 은퇴를 시켜야 되는데’, ‘뭐 여친한테 도적 보여주는 세리머니라도 하기로 했나’까지 이어진 콤보가 가지는 파급력은 작지 않았다.

        

       패러데이 게임스에서 일부러 엿을 먹였다는 의견과, 중소기업 출신 답게 한국어 욕설을 감지하지 못하고 업로드했다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태였다.

        

       영상 자체는 1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다시 내려갔으나- 의미는 없었다. 이미 모든 커뮤에서 한 바퀴 화제가 된 후였으니.

        

       그리 급격하게 악화된 여론이 해고까지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표면상으로는 자진 사퇴였고- 솔직히, 그 내밀한 사정까지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어느 쪽이든, 오소독스에게 중요한 건 게임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갈수록 게임에 개입하며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던 코치가 드디어 팀을 떠났다는 사실뿐이었으니까.

        

       한 시즌 정도는 은퇴를 미루고 싶어지게 만드는 결론이었더랬다.

        

       그 모든 것의 시작점 역시 아따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솔로 랭크 조금 돌려주는 것이 대수랴. 트롤 신고를 감수하고 접대 게임을 해줘도 부족할 노릇이었다.

        

       물론,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도적……으로 오면 좋겠는데.’

        

       개인 교습을 받던 시절의 자신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 뿐이었으니.

        

       조금 늙었어도, 그의 정체성은 게임에 인생을 건 프로게이머였다.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승부욕과 호승심은 처음 데뷔할 때에 비하여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소독스가 자평하기에,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세월의 흐름조차 깎아내지 못한.

        

       그리고 그 불꽃은 지금, 아따먹한테 이리 죽고 저리 죽으며 데굴데굴 구르던 교습시간의 기억을 장작으로 몸집을 점점 불리고 있었다.

        

       하늘 같은 스승을 때리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 청출어람은 또 스승의 기쁨이니까.

        

       그리 생각하며, 오소독스는 가벼운 심호흡을 반복했다. 8초에 걸쳐 숨을 들이쉬고, 16초에 걸쳐 숨을 천천히 내쉰다.

        

       벌써 몇 년째 이어온, 호흡을 잡고 집중하기 위한 경기 전 루틴이다.

       

        최선을 다한다.

        

       가벼운 솔로 랭크 취급할 생각 따위, 조금도 없었다.

        

       .

       .

       .

        

       그렇게, 20분 후.

        

       《자. 억울하면 다음 판에 또 봐요. 빠르게 큐를 돌리면 다시 붙을 수 있어요.》

        

       “와, 뭐야. 형 일대일로 아따먹한테 진 거예요? 이거이거, 갤은 한동안 안 보시는게 좋겠는데요?”

        

       “야, 우리 형도 어쩔 수 없었어. 내가 탑에서 너무 잘 해서 지하까지 똥이 흘러내려간 걸 어쩌겠냐.”

        

       “아, 이거 저 기사가 우리 형 움직임을 못 따라가주네. 파머의 소중함을 아시겠죠? 앞으로 저한테 더 잘해주세요.”

        

       오소독스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동생들의 놀림을 침묵으로 감내하고 있었다.

        

       다음 판.

        

       다음 판에는…….

       

       그리 생각하는 오소독스의 손은, 자연스레 게임 시작 버튼을 향했다.

       

       GP오소독스, 탑 랭킹 7등.

       

       현 랭킹, 8등.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이번 주말 중으로 모두 메꾸겠습니다.

    *NOOB: 초짜, 게임을 잘 못하는 사람 등을 지칭하는 외국 게임 용어

    다음화 보기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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