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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여긴 도대체 어떤 세계선이지?

         

       멜리나는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고 책장에 기대듯이 섰다.

         

       처음에는 마법이 실패한 탓에, 환각을 보는 건가 싶었다.

         

       ‘왜……아리아가 황제인거지?’

         

       하지만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폐하께 예를 갖춰라. 과거의 망령이여.”

         

       키엘이 뿜어내는 위압이, 그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나는 망령이 아니다.”

       “후후. 그래 보이는구나.”

         

       아리아의 앞에는 어느새 탁자와 의자들이 생겨나 있었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정교한 구조물. 예사롭지 않은 연성 실력이었다.

         

       “멜리나의 형상을 한 누군가여, 짐과 마주 앉는 것을 허락하노라.”

         

       질감과 색감이 완벽하게 구현된……이런 것을 과연 마력 구조물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멜리나는 어쩌면, 눈 앞의 아리아가 연성 계열에서만큼은 자신보다 우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네 정체가 무엇인지 고하거라.”

       

       아리아가 웃음기 섞인 투로 말했다. 하지만 눈동자는 여전히 서늘한 기운을 품은 채다.

         

       “금탑주, 멜리나다.”

         

       멜리나는 아리아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파문처럼 번지는 황금빛 마력이, 멜리나의 주장이 사실임을 증명한다.

         

       “…….”

         

       아리아의 눈빛이 바뀐다. 동시에, 그녀의 사고가 미친듯이 가속한다.

         

       멜리나가 죽은 것은 분명 사실이다. 30년 전에, 마신의 하수인들에 의해 살해당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멜리나 또한 멜리나다. 그렇다면…….

         

       “자네는 다른 세계선에서 온 것이로구나.”

         

       한순간에 ‘너’에서 ‘자네’로 호칭이 바뀐다.

         

       멜리나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세계선. 설령 그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다고 해도,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런 속내를 읽었는지 아리아가 싱긋 웃었다.

         

       “아마 그 세계에서의 짐은, 자네와 사이가 좋지 않았겠지. 그 반응을 보고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그렇다면 자네가 세계선을 넘어온 이유는 짐을 만나기 위함이 아니라, 올리비아를 만나기 위함이었겠구나.”

         

       아리아는 안타깝다는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타깝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내 친우는……15년도 더 전에 세상을 떠나버렸으니.”

       “……그게 무슨 말이지.”

        “말 그대로다. 올리비아는……죽었다.”

        “리비가……죽었다고?”

         

       오랜만에 듣는 별칭에, 아리아는 자신도 모를 미소를 지었다.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려는 비탄을 가까스로 틀어막았다.

         

       둥……!

         

       그때, 고요를 뚫고 북이 울렸다.

         

       아리아는 시선을 돌렸다. 창문 너머 펼쳐진 고요한 밤하늘을, 푸른 빛을 뿜는 등불들이 노닌다. 북이 울릴 때마다, 등불의 수가 점점 늘어났다.

         

       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등불들의 모습이, 마치 세상을 떠나간 친우의 머리카락인 것만 같아서.

         

       “……마침 오늘이 그녀의 추모식이로구나.”

         

       하필 오늘, 다른 세계선의 멜리나가 나타난 것이 과연 우연일까.

         

       아리아는 쓰게 웃었다.

         

         

       *****

         

         

       “내 제자의……마지막이 어떠했는지 물어도 되겠나?”

       “모르고 있는 편이 좋을 것이다.”

         

       올리비아는 죽었다. 정확히는 연쇄살인마에게 살해당한 것이지만, 사실상 자살이나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왜, 그런 형태의 죽음을 택한 것인지.

         

       마신을 죽이고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얼굴 한 번 비춰주고서는.

         

       세상을 떠났다.

         

       그 비보(悲報)를 전해듣게 될 자신이, 어떤 심정일지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한 마디 말없이 세상을 등져버리는 그 이기적인 마지막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알려다오.”

       “후후, 자네의 눈 앞에 있는 사람은 황녀가 아니라 대륙을 일통한 황제다. 어투에 최소한의 경의를 담거라.”

       “……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발…….”

         

       일체의 망설임조차 없는 행동에, 정작 그를 강요했던 아리아조차 당황한다.

         

       “……거, 참. 장난도 못치겠구나.”

         

       눈 앞의 멜리나가 정말 올리비아와 가까운 관계였는지 떠보기 위한 농이었건만. 이리 진지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짐도 직접 본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마녀’에게 전해들은 것일 뿐이니.”

       “…….”

       “고통 없이 죽었다고 했다. 본인이 선택한 죽음이었고, 일점의 후회조차 없었을테지. 아니, 어쩌면 조금은 있었겠구나.”

       “제 제자가 왜……죽기를 선택했는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제 존대는 되었다. 짐보다 한참 연장자를 괴롭힌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영 좋지 않구나. 다시 원래 어투를 사용할 것을 명하노라.”

         

       한숨을 내쉰 아리아가 입을 열었다.

         

       “올리비아의 죽음은 마신과 연관이 있노라.”

       “……마신?”

        “음……마신을 모르는가? 후후,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는 세계선에서 온 모양이로구나. 그래, 그곳은 제국력으로 몇 년이더냐?”

       “제국력 993년……이오.”

         

       아리아가 싱긋 웃었다.

         

       “지금은 제국력 1028년이다. 그러면 자네는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사람인 것이로구나. 그렇다면야 마신의 존재를 모를만도 하지.”

         

       타악!

         

       아리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서고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이 마력사에 이끌려 튕겨나왔다. 그녀는 익숙한 듯 페이지를 넘기다, 어느 페이지에서 멈춘다.

         

       [제국력 1000년, 마신 강림 사건.]

         

       “28년 전, 대륙 북부에 마신이 강림했다. 전조 따위는 없었느니라. 마신의 등장은 그만큼 갑작스러웠고, 그만큼이나 끔찍했노라.”

         

       고오오오……!

         

       아리아를 중심으로, 강대한 마력이 피어오른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주변 풍경이 조금씩 일그러질 정도다. 실드를 일으키려는 멜리나를 아리아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저지한다.

         

       “걱정하지 말거라. 짐의 심상을 현실로 체화하는 과정일 뿐이니.”

         

       차륵!

         

       아리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 공간이 방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화했다.

         

       전쟁터.

         

       인간들의 주검과 마수들의 잔해가 어지럽게 뒤섞인 공간에, 아리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날의 풍경은 이러하였다. 우리는 마왕과 네 대악마를 처치했고, 기쁨에 잠겨 있었지.”

         

       병사들은 승리의 나팔을 불어댔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안도했다.

       

       “우리는 안일했다.”

         

       그 순간.

         

       사아아아아…….

         

       완전한 어둠. 한치 앞조차, 심지어는 타인의 존재조차 인지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한 공허가 주변을 뒤덮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느껴지는 한 가지 감정.

         

       공포.

         

       무언가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유성인 줄만 알았던 그것들은, 눈동자였다.

         

       하늘의 별처럼 아득한 숫자의 눈동자들이, 미친듯이 깜빡거리며 지면을 향해 다가왔다.

         

       눈동자들은 어느새, 달보다 가까워졌으며, 또한 달보다 거대했다.

         

       “……저것이 마신의 진체이니라. 지독하고, 역겨운 악의의 총체지.”

         

       한낱 심상을 엿보는 것에 불과함에도, 손이 축축해진다.

         

       – 도, 도망. 도, 도망. 도, 도망…….

       – 끅끅끅끅끅끅……!

       – 왁왁왁왁……!

         

       “정신력이 약한 자들은 그 악의에 저항하지 못한다. 의식을 잠식당하고, 끝내 다른 존재로 화하느니라.”

         

       쓰러진 병사들의 몸이 부풀어오르다, 끝내 폭발했다. 하지만 그들의 잔해물은 생기를 잃지 않고,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아직 잠식되지 않은 인간들을 마구 공격했다.

         

       타악!

         

       아리아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심상 세계가 깨어지며 순식간에 황궁 서고로 되돌아온다.

         

       “언제 보아도 참으로 끔찍하기 그지 없구나. 저걸 다섯이서 어떻게 소멸시켰는지…….”

       “저걸……소멸시켰다고?”

        “소멸시켰으니 이리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지 않겠느냐.”

         

       아리아는 다시 주제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간접적으로 경험해보아서 알겠지만, 마신이라는 존재가 워낙 초월적인 탓에, 소멸하는 그 순간에도 쉽게 사라져주지 않는다. 자신의 일부를 ‘잔재’의 형태로 남기지.”

       “그렇다면…….”

       “그래, 맞다. 바로 그 ‘잔재’가, 올리비아의 영혼에 각인되는 것이니라.”

         

       그러면서 낮은 웃음을 흘린다.

         

       자조로 가득한, 웃음의 탈을 쓴 울음. 아리아는 다시금 한숨을 참아내지 못한다.

         

       “아무리 올리비아가 강하다고 한들, 방금 보았던 마신보다 강하겠느냐? 당연히 그렇지 않겠지. 결국, 올리비아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마신의 잔재에 잠식당하여 세계를 무너뜨리느냐……아니면 그 전에 죽음을 택하느냐.”

       “…….”

       “그렇기 때문에, 올리비아는 항상 죽음을 택했노라.”

         

       멜리나의 얼굴이 점차 멍해진다. 숨이 가빠진다. 눈 앞이 흐려진다.

         

       정작 그녀 본인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자,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 두자꾸나. 짐이 자네의 질문에 답해주었으니, 자네도 짐의 질문에 답해주어야 이치에 맞겠지.”

         

       가라앉은 분위기를 느낀 아리아가 박수를 쳐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청량한 마력이 멜리나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을 은근슬쩍 날려보냈다.

         

       멜리나가 마음을 가라앉힐때까지 기다리던 아리아가 물었다.

         

       “혹시, 그쪽의 짐의 별명이 멍청하고 우둔한 황녀인가?”

        “그렇지 않다.”

        “흠, 그렇다면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와 사이가 나쁠 이유가 없다만.”

         

       잠시 고민하던 멜리나가 답했다.

         

       “원수다.”

       “……음?”

       “우리 세계의 ‘아리아’는, 그 누구보다 올리비아를 증오하는 사람이다.”

       “……어째서?”

       

       아리아의 눈동자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설마 세계선마다 재능의 총량이 다른 것인가? 그럴 가능성은 낮았다. 당장 눈앞의 멜리나만 해도 자신이 기억하던 멜리나처럼 시공간 마법의 대가였으니까.

         

       멜리나는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올리비아는 대륙을 멸망시켰으며, 자신들은 그 때의 기억을 가지고 회귀했다고.

         

       “……허.”

         

       아리아가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쪽도 참으로 지랄맞은 세계로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lham Senjaya님!

    -뚜알기가 조아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항상 꾸준한 후원! 감사드립니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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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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