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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4

       “…….”

        

       음.

        

       어색하다.

        

       마음이 한결 편해져서, 그리고 입에 단 것을 넣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반쯤 충동적으로 양혜인을 방으로 불렀다. 소희의 업무용 핸드폰을 이용해서 불렀더니, 양혜인은 얼마 걸리지 않아서 바로 내 방으로 왔다.

        

       그게 기뻐서 그랬다기보다는, 아마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생활화되어있을 뿐이리라. 양혜인은 아직도 내 직속 메이드 중 한 명이었고, 그 이전부터 이미 몇 년 동안 이런 일을 해왔으니까.

        

       양혜인은 내가 어떤 시킬 일이 있어서 불렀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소희도 일단은 내 메이드이긴 했지만, 미성년자라서 명목상으로는 퇴근 시간 이후에는 일을 시키지 않는다. 거기에 내 친구였던지라 내가 일부러 일을 시키지도 않았고.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메이드와 고용주의 관계라고 해도, 내가 자꾸 일을 시키고 소희가 계속 일을 맡아서 하다 보면, 그 관계는 깨질 수밖에 없다. 서로의 사이에 일종의 계급이 생겨버리니까.

        

       그러니까…… 역시 내 밑에서 일하는 두 메이드 중, ‘진짜 제대로 된’ 메이드를 고르라고 하면 양혜인을 고를 수밖에 없다. 이건 소희가 일을 못 하고 잘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

        

       문제는, 그 살갑지만은 않다는 관계 때문에, 지금 상황이 엄청나게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나는 과자를 다 먹고 치우기도 전에 양혜인을 불렀다. 다 먹고 부르면 그건 배려가 아니라 일 시키려고 부른 게 되어버리니까. 이 쓰레기도 일단은 같이 치워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양혜인과 그렇게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없다.

        

       아니,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양혜인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당연히 이런 때아닌 과자 파티에 양혜인이 끼어 있으면 다 같이 불편해진다는 말이다.

        

       ……아, 이 기분 언제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언제 느껴봤는지를 모르겠네.

        

       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사라도 이 상황이 엄청나게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러게,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과자, 안 좋아해요?”

        

       “아닙니다. 좋아합니다.”

        

       내 질문을 받고서야, 양혜인은 기계적으로 움직여서 과자를 하나 집어다가 입에 넣었다.

        

       ……무슨 과자인지 보고 입에 넣은 거 맞지?

        

       이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걸로 넣은 거 맞지?

        

       제발 맞았으면 좋겠다. 안 그러면 정말로 부른 게 미안해질 것 같아.

        

       아, 그래, 생각났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대충 알 것 같아.

        

       그러니까, 지금 이 상황은 그런 상황이다.

        

       학교 내에서 다른 동기들과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 아싸가, 어쩌다가 인싸들 술자리에 끼게 된 상황.

        

       인싸들은 같은 동기니까 불렀는데, 막상 온 아싸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노래방에 가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사전에 2차, 3차 같은 말은 존재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나눠봐도 취미나 관심사가 완전히 달라서 말이 통하지 않거나, 평소에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서 할 이야기가 없는 상대.

        

       그리고 그 상황을 내가 바로 떠올리지 못한 이유도 있었다.

        

       그래, 내 기억 속에서 그 ‘아싸’는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격이 모나지는 않아서 과 모임이나 조별 과제 뒤풀이 할 때는 꼬박꼬박 불러주긴 했지만, 보통 나는 1차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갔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고, 많이 마시지도 못했으니까.

        

       평소에 웹소설을 읽거나 인터넷 방송을 보거나 남들이 별로 하지 않는 싱글 플레이 게임을 주로 하던 나는 그 애들과 별로 나눌 이야기도 없었고.

        

       ……지금 그 상황을 바로 떠올리지 못한 탓은, 바로 내 위치가 당시와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 내에서는 여전히 인싸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 쪽이 다수였으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양혜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이건 사라의 기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본 사라의 기억 속에서, 사라가 양혜인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본 적은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이 자리에…… 양혜인 씨를 부른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에요. 지금까지 대화를 나눈 기억도 없고, 아마 앞으로 얼굴도 오래 볼 사이이니 조금은 서로 알고 있는 것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친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라고 하려다가, 얼른 말을 바꾸었다.

        

       친해지고 싶어서라는 말은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

        

       사실 말하는 내 쪽에서도 좀 부담스럽다.

        

       실제로는 나와 나이 차가 거의 나지 않거나, 어쩌면 나보다 어릴 수도 있는 상대였지만, 지금 당장은 내 겉모습이 양혜인보다 훨씬 어리다. 그런데 ‘친해지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것이 묘하게 거부감이 느껴졌다.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그렇습니까.”

        

       양혜인은 공손하게 대답할 뿐이었다.

        

       …….

        

       어느새 양혜인은 양손을 모으고 내 말을 경청하는 자세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과자를 먹던 것도 멈췄다.

        

       그렇다고 저기 대고 과자 먹으라고 일부러 말하는 것도 조금 그렇다. 혹시 진짜로 이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르잖아. 세상에는 단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

        

       “…….”

        

       다시 침묵.

        

       아, 내가 질문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런데 뭐라고 물어야 하는 거지?

        

       취미라도 물어야 하나?

        

       “아, 선배!”

        

       결국 그 상황을 못 견디고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소희였다.

        

       “취미가 십자수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소희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 놀라운 말이었다.

        

       “아, 둘이 이야기할 상황이 많았거든.”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희를 바라보자, 소희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긴, 지금은 아니지만 얼마 전만 해도 아침마다 업무 준비하기 위해 둘이 함께 1층으로 내려가곤 했다. 일하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지는 않았을 테니 어떤 내용이건 대화를 나누긴 했을 거고.

        

       “십자수 해요?”

        

       어쨌거나, 소희가 만들어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었기에 나는 얼른 그렇게 물었다.

        

       “네, 가끔, 시간 날 때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양혜인은 나의 격한 반응에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것도 당연하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양혜인의 개인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사실, 실제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다만 이제는 확실하게 내 편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다.

        

       “십자수…….”

        

       나는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가려다가, 거기서 또 말이 끊어졌다.

        

       그렇다. 십자수라니.

        

       내 주변에서 십자수를 무려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아니, 취미가 아니라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주변에 죄다 게임이나 만화만 머리에 가득한 친구들 뿐이었으니까.

        

       ……아니지. 아마 여자친구가 있었어도 취미가 십자수는 아니었을 것 같은데. 십자수가 그렇게 메이저한 취미였나?

        

       내가 십자수에 대해 가진 관심도는 내가 이전에 양혜인에게 가지고 있던 관심보다 더 미약했다.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세상에 그런 게 있다’ 정도였다.

        

       “십자수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결국, 나는 그런 장인 인터뷰에나 나올 법한 틀에 박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내 질문을 들은 양혜인은 잠깐 고민하다가,

        

       “차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잘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성실하게 대답해주었다.

        

       “시간이요?”

        

       “예. 아가씨께서 학교에 가신 뒤에는 일정이랄 것이 별로 없기에.”

        

       “아…….”

        

       그러니까, 이 취미는 이 직업을 얻고 나서 가진 취미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시간을 보내려면 다른 할 것도 많지 않나? 인터넷이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하다못해 독서도 있었고.

        

       아니, 뭐…… 십자수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내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 사람은 분명 메이드를 하기 전에도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을 거라고.

        

       “그럼…… 혹시 좋아하는 음식 같은 건 있나요?”

        

       내 말이 막힌 것을 보고, 하늘이가 얼른 대화에 끼어들었다.

        

       “좋아하는 음식…… 그렇네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라기보다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음식을 좋아합니다.”

        

       양혜인은 이번에도 성실하게 대답했다.

        

       ……눈앞에 꽤 극단적으로 달달하고 짠 과자들을 두고서.

        

       설마 진짜로 과자가 싫어서 안 집어먹고 있는 건가?

        

       “혹시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가 있나요?”

        

       이번에는 수아가 그렇게 물었다.

        

       “평소에 음악은 잘 듣지 않습니다.”

        

       “…….”

        

       나는 양혜인이 평소에 저택에서 뭘 하면서 나를 기다릴지 상상해보았다.

        

       사용인도 없는 사용인 휴게실에서 혼자 음악도 TV도 틀어두지 않은 채로 의자에 앉아 십자수를 하는 양혜인을.

        

       그것도 메이드 복을 입은 채로.

        

       ……이상하게도, 양혜인에게 엄청나게 잘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태클을 걸 수가 없네.

        

       “…….”

        

       그리고 또 침묵.

        

       양혜인이 과자를 집어 먹지 않으니, 왠지 우리도 집어먹기가 미안했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거 일부러 사두고 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 사람이 엄청나게 즐겁게 뭔가를 할 수 있으려면, 대체 뭘 골라와야 하는 걸까?

        

       나는 한번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처음에는 이런 상황에 부닥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최나경이 정말 신기할 정도로 적절하게 사람을 뽑았다고, 나는 마지못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소설너무재밌당님, 후원 감사합니다!

    캐릭터들을 처음 만들때 독자 여러분께서 좋아하실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너무나 다행입니다. 스토리만큼이나 캐릭터들이 중요한 소설이라 등장인물들이 최대한 개성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궁리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자기만족으로 시작했지만, 이렇게 서비스를 시작한 이상 지금은 여러분께서 읽으실 때 느끼는 기분이 제일 중요하겠죠. 물론 소설에 따라 그 지향점이 다를 수 밖에 없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읽으며 즐거울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제가 쓸 때 느끼는 즐거움을 조금이나마 느끼실 수 있으셨다면, 이 소설의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군번님, 후원 감사합니다!

    작가에게 있어서 최고의 칭찬은 그 작가가 쓴 소설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이 ‘재미 없도록’ 의도해서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니까요. 설령 어떤 장르에 대한 극도의 풍자나 비판을 담으려고 해도, 그걸 사람들에게 알리려면 결국 ‘재미있어야’합니다. 최소한 흥미로워야 하고요.

    그런 이미에서, 저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건, 제가 소설을 제대로 쓰고 있다는 확인이기도 합니다. 모든 분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글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저의 소설이 누군가에겐 충분히 읽을만 하고, 돈과 시간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뜻이니까요.

    저의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이, 앞으로도 돈과 시간을 계속 투자해 읽어주실만큼 재미있는 소설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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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I Don’t Want to Become a Villainess

Q악역 영애가 되긴 싫어
Status: Completed Author:
I fell into the single-player game 'If You Wish' and decided to struggle to avoid becoming a villainess with a terrible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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