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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5

       

       본드가 몇 번이나 하늘을 날며 울부짖었고, 나는 개인적인 점검을 이어갔다.

       

       우선, 본드에겐 룬을 추가로 2개 더 부여했다.

       

       원래 [용언이 맺은 약속]에서 계약 대상에게 부여할 수 있는 룬은 최대 3개였지만, 레벨이 3으로 오르면서 제한이 5개로 늘었다.

       아마 룬 레벨이 오를 때마다 부여 가능한 룬 개수도 증가하는 모양이었다.

       

       참고로 계약 가능한 괴수 목록도 ‘(1/1)’에서 ‘(1/2)’로 증가했다.

       

       

       [‘지구력(노멀/Lv.10)’ 룬을 계약자 ‘본 드래곤’에 부여합니다. 해당 룬이 홀더 정보에서 삭제됩니다.]

       [‘암흑의 공포(레어/Lv.6)’ 룬을 계약자 ‘본 드래곤’에 부여합니다. 해당 룬이 홀더 정보에서 삭제됩니다.]

       

       

       이번 작전을 통해 획득한 15개의 룬.

       그중 내게 가장 필요없는 룬과 본드에겐 괜찮아 보이는 룬 두 개를 줬다.

       

       [지구력]은 이미 상위호환인 [단단한 지구력]이 있어 불필요했고, [암흑의 공포]는 어둠을 다루는 특수룬 중 꽤 괜찮은 레어룬이지만 나보단 본드에게 어울릴 것 같았다.

       

       “부여했던 룬을 다시 가져올 순 없나?”

       

       뭔가 아쉬움이 남아 이리저리 시도해봤는데, 그런 기능은 없었다.

       

       룬은 한 번 주면 끝이었다.

       

       “…신중하게 줘야겠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룬 획득을 통해 상승했던 능력치들엔 변함이 없다는 거다.

       

       고레벨의 룬들을 획득해 능력치를 올리고, 불필요한 룬은 계약자에게 넘기고.

       

       상당히 효율적인 방식의 룬 분배였다.

       

       “나머지 룬들은….”

       

       크게 살펴볼 룬들은 많지 않았다.

       

       마법사 계열의 공통룬인 [플로리안 주문]은 차수연의 [견딜 수 없는 중력]을 조금 더 활용해보기 위해 가져왔고, 상태 이상 화살공격이 가능한 [까다로운 화살촉]도 언젠가 써먹을 데가 있지 않을까 해서 획득했다.

       

       이렇듯 이번에 획득한 룬들의 대부분은 공통룬 위주였다.

       

       남들에겐 없는, 특이 룬을 꼽으라면 딱 3개뿐.

       [어둠에 가린 검], [현혹의 손길], 그리고 황동연에게서 얻은 [죽음의 군단장]뿐이었다.

       

       “황성연한테선… 승리 판정이 안 된 것 같고.”

       

       황성연은 전투 도중 도망치긴 했지만, 아쉽게도 결투 승리 판정을 받지 못했다.

       

       내 공격이 그에게 그다지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그의 움직임이 전략적인 후퇴였다는 점 등이 반영된 것 같았다.

       

       S급 홀더일 확률이 높은 그의 룬을 얻었다면, 전력상 큰 도움이 됐을 텐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머지 룬은 다음에 점검하고.”

       

       저주 계열 룬들인 [어둠에 가린 검]과 [현혹의 손길].

       그리고 계약 계열 룬인 [죽음의 군단장].

       

       이 녀석들은 직접 괴수들과 싸울 때, 혹은 새로이 괴수와 계약을 맺을 때 확인해보야 할 것 같았다.

       

       

       크아아아아-.

       

       

       “그만 좀 짖어라, 임마.”

       

       신나서 하늘을 맴도는 본드를 그대로 둔 채.

       나는 홉고블린 부락을 빠져나왔다.

       

       

       

       * * *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그리고 바로 혼났습니다.

       

       본드의 소환을 마치고 돌아온 집 앞.

       

       김채은이 한쪽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는지, 돌아온 날 마주한 그녀의 얼굴이 잔뜩 뿔이 나 있었다. 

       

       “…미안.”

       

       그래서 그녀를 보자마자, 곧바로 사과부터 했다.

       

       그도 그럴 게…

       어제부터 24시간.

       거기에 추가로 밖에 나갔다 온 2시간이다.

       

       어제 잠들기 전에 지인들에게 이틀 정도 쉰다고 미리 문자를 보내놓긴 했지만, 그 이후 아예 연락이 안 되는 건 또 다른 문제.

       

       무려 26시간 동안 연락 없이 잠수를 타고 있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내 사과에 김채은은 잠깐 팔짱을 풀더니, 이내 살짝 흔들리는 눈빛으로 물었다.

       

       “설마 나 피하는 거야?”

       

       …예?

       얘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걸까.

       

       김명현 교수가 들으면 내 몸을 한 30번은 넘게 베어낼 법한 말에, 나는 깜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나 어젠 너무 피곤해서 잠자느라 정신이 없었어. 다른 사람들 연락도 거의 못 받았어. 이틀 정도 쉰다는 문자 못 봤어?”

       “…봤어.”

       “그렇다니까. 나 진짜 온종일 자느라 아무것도 못 했어. 방금도 잠깐 나갔다 온 거야.”

       

       그 말에 김채은의 표정이 살짝 누그러졌다.

       

       역시 만국을 통틀어, 아프고 힘들다는 사람 앞에선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는 법이다.

       

       그녀는 한결 밝아진 말투로 내게 물었다.

       

       “진짜 피하는 거 아니지?”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심심한 거 다 아니까, 여기로 오기나 해.”

       

       쐐기를 박는 내 말에 그녀가 웃음을 지었다.

       

       “헤헤. 얼마나 잤는데?”

       “하루 내내 잤나? 8시에 자서, 8시에 일어났으니까.”

       “우아- 도재현, 완전 잠만보.”

       

       김채은이 유치한 말을 뱉으며 내게 달라붙었다.

       

       이제야 돌아왔네.

       내가 알던 김채은으로.

       

       요즘 들어 자꾸 서운해하는 모습을 보여서 난감했었는데, 전처럼 활발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한편으론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무신경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지,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못했었으니까.

       

       확실히 그간 <빌런> 때문에, 내가 조급하긴 했던 모양이다.

       

       “잠은 채은이 네가 훨씬 많이 자잖아.”

       “헤헤- 그건 맞아.”

       

       내게 팔짱을 끼며, 전처럼 웃음을 짓는 김채은.

       

       모든 위험이 끝나고, 평화로운 다음 날이라 그런 걸까.

       유독 이 웃음이 보기 좋았다.

       

       

       띠딕-

       띡- 띡-

       

       

       자연스럽게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다.

       

       김채은이 오기 전 온종일 잠만 자긴 했지만, 한동안 집을 오래 비워놔서 다행히 안이 더럽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김채은이 우리 집에 놀러오는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나는 거실 쪽에 어질러진 옷가지를 가볍게 정리하며 김채은에게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

       

       김채은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답했다.

       

       “아직.”

       “아직? 지금 11시 다 돼가는데? 집에 교수님 안 계셔?”

       “응응. 아빠는 이번 사건 땜에 엄청 바쁘셔. 요즘 아카데미가 계속 난리잖아.”

       

       그 말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는 습격 사건이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총 2주간 휴강을 선언했다.

       

       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사건이기도 하고, 국내 협회 및 클랜, 외신 등 다양한 곳에서 관심을 집중하고 있기에… 그 열기를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달콤한 휴식을 얻었지만, 아카데미 교수진과는 무관한 이야기였다.

       

       습격으로 난장판이 된 아카데미의 재운영.

       각각 계열마다 재정립하게 될 강의 방향.

       <빌런> 클랜과 관련된 잔여 스파이 색출 등…

       

       교수들은 개인적으로 혹은 계열 교수로서 해야할 일들이 조금씩 있었다.

       

       그중 김명현 교수는 탁원호 교수를 대신해, 이번 작전의 총괄을 맡았던 아카데미 교수.

       

       사건 전후처리를 총괄해 담당했기에, 당연히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밥 먹자. 너, 엄청 배고프겠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배고픈 건 나다.

       

       24시간 동안 밥을 안 먹고 잠만 잤더니, 이건 허기진 수준을 넘어서 영양부족 수준으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때문에 안 그래도 돌아오자마자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마침 김채은도 공복 상태.

       오랜만에 같이 먹으면 될 것 같았다.

       

       “어디서? 나가서?”

       “아니, 집에서 해 먹어야지. 좀 귀찮긴 해도.”

       “집에 재료 없지 않아?”

       

       김채은이 동그래진 눈으로 내게 물었다.

       

       <안티 빌런> 활동 이후, 거의 일주일 가까이 비워뒀던 집.

       워낙 오래 집을 비웠던 탓에, 방들도 휑하고 집 안에 먹을 것도 딱히 없다.

       

       집에서 해 먹고 싶어도, 준비물들이 없는 것이다.

       

       ‘얘는 잘도 이런 걸 알고 있네.’

       

       그 날카로운 지적에 순간 헛웃음이 나온다.

       

       가만 보면 김채은은, 때때로 나보다 우리 집에 대해 더 빠삭한 것 같다.

       워낙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서 그런가?

       

       나는 냉장고 쪽으로 걸아가 문을 열며 말했다.

       

       “당연히 미리 준비해뒀지.”

       “어?”

       

       집에서 해 먹고 싶어도, 준비물이 없어야 맞지만…

       나도 마냥 한량처럼 집에 와서 잠만 잤던 건 아니다.

       

       혹여나 싶은 생각에 어제 미리 사 뒀던 음식 재료들이, 다행히 타이밍에 맞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잘게 썰어진 야채들과 베이컨 조각들, 그리고 큼지막한 건면.

       그 위쪽엔 커다란 고깃덩이와 각종 향신료, 치즈 등도 마련되어 있었다.

       

       냉장고 안에 가득한 그 재료들을 둘러보던 김채은이 살짝 입을 벌렸다.

       

       “우와… 이거 다 뭐야? 뭐 만들려고?”

       

       몇 번이나 봤던 재료들일 텐데, 뭐가 그리 신기한지 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재료들을 쿡쿡 찔러댔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진다.

       

       나는 짤막하게 질문에 답해줬다.

        

       “위쪽 재료는 파스타. 아래쪽 재료는 스테이크.”

       “…파스타?”

       “응. 크림 파스타 먹고 싶댔잖아. 작전 나가기 전에. 그래서 어제 집에 오기 전에 재료 사놨어. 혹시 너 오면 만들어주려고.”

       “아…!”

       

       내 대답에 김채은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로 날 봤다.

       

       …까먹은 건가?

       분명 그때 서운해하면서 말했던 터라, 꼭 안 까먹고 만들어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나는 냉장고 안의 재료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그녀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스테이크는 엘본으로 할 거야.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대충 티본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의외로 내가 너한테 엘본은 해준 적 없더라고.”

       “…….”

       

       김채은에게 메인 디쉬를 설명하는 내 목소리엔, 왠지 모르게 들뜬 톤이 얹어져 있었다.

       

       오랜만에 펼치는 [요리]라 그런가.

       나도 몰래 흥이 절로 나는 것 같다.

       

       나는 신난 얼굴로 재료들을 개봉하고, 음식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음음- 음…?”

       

       그렇게 조리기구들을 옮겨 요리를 시작하려던 찰나.

       

       어디선가 뚫어지듯 쳐다보는 시선에, 나는 문득 고개를 돌렸다.

       

       “…….”

       “……?”

       

       김채은이었다.

       

       그녀는 뭔가 촉촉해진 눈망울로, 한참 동안 날 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래?’

       

       뭔가 격하게 감동한 것 같은데…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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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Scam Rune in the Academy

Acquired the Academy Scam Rune Got the Academy Scam Rune チートルーンを手に入れたモブの成り上がり ~主役たちのルーンを奪える俺、世界最強になります~ (JP) 아카데미 사기 룬을 얻었다 (KR)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Possessed an extra with a single rune.

After obtaining 7 runes directly according to the original Hidden Piece…

A fraudulent rune called [Rune Hunter] was cre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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