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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5

       소피아의 뺨에 홍조가 피어올랐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리따운 소녀의 모습이었다.

       

       언제나 고풍스러움을 추구하던 소피아에게 저런 면이 있을 줄이야.

       기분이 좋아져 나도 모르게 엄마라는 단어를 또 중얼거렸다.

       

       “엄마··· 근데 왜 엄마예요?”

       

       “크흠.”

       

       소피아가 얼굴을 붉히며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나를 피해 도망을 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뭔가 잘못을 저지르기라도 한 건가?

       쉬이 다가서지 못하고 소피아만 바라보았다.

       

       큼큼.

       몇 번이고 목을 가다듬은 소피아가 레비나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여기까지만 하자꾸나.”

       

       “잉?! 벌써 그만하냐?!”

       

       아쉬움을 토로하는 레비나스의 머리를 소피아가 쓰다듬었다.

       아이를 어루고 달래는 모습이 천상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사람의 자유 의지를 빼앗는 건 해선 안 될 일이다. 겨울이에게 더 미안해지기 전에 그만두자꾸나.”

       

       “웅···!”

       

       레비나스가 동전을 들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돌아오세요 하면서 동전을 흔들었다.

       

       진실을 알려줄 시간이었다.

       장난은 마지막에 진실을 알려주어야 장난으로 끝나니까.

       끝까지 속이면 그건 못된 짓일 뿐이었다.

       

       “레비나스, 나 사실 최면 안 걸렸어.”

       

       “헉! 그러냐?!”

       

       “응. 사실 최면 걸린 척 장난친 거야.”

       

       “이럴 수가! 레비나스는 또 속았다!”

       

       나름 재밌는 장난이었는지, 레비나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근처에 있던 새벽이는 딱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장난쳤다는 사실을 눈치챈듯싶었다.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 재밌는 놀이가 되었으려나.

       혼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데, 어째선지 소피아의 반응이 이상했다.

       

       “자, 장난··· 장난이었더냐···?”

       

       “네에···”

       

       내가 뭐 실수라도 한 건가?

       괜히 손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으니, 소피아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하··· 본녀가 미련했다. 겨울이 네게 속았구나.”

       

       “죄,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아이들 놀이에 주책없이 끼어든 어른의 잘못이지.”

       

       소피아가 터덜거리며 소파까지 걸어갔다.

       나는 재빨리 그녀의 옆에 걸터 앉았다.

       눈치를 봐야 했기에 함부로 말을 꺼내진 못했다.

       

       “녀석, 걱정하기는.”

       

       소피아의 손이 머리위로 올라온다.

       성모와 같은 상냥함이 느껴졌다.

       

       엄마라고 불러보라 한 것도 그렇고, 설마 소피아에겐 아이가 있는 걸까?

       의문이 생겨 소피아의 어깨를 콕콕 눌렀다.

       

       “소피아.”

       

       “음?”

       

       “혹시 자녀가 있나요?”

       

       “···그래, 슬하의 딸이 세 명 정도 있지.”

       

       혹시나 싶었는데 딸이 세 명이나 있다고?

       놀란 눈으로 소피아를 위아래로 훑었다.

       

       소피아의 몸은 작았으나, 수인족의 육체는 튼튼했다.

       이 세계에는 포션이라는 만능 치료 물약이 있었고.

       노력만 한다면 어떻게든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딸은 어디에 있어요?”

       

       “바로 옆에 있단다.”

       

       “네?”

       

       딸이 어디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형을 가지고 노는 레비나스와 새벽이 밖에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둘에 토끼 하나. 총 세 명 있구나.”

       

       “아···”

       

       딸이 우리를 말하는 거였구나.

       헤 벌어졌던 입이 미소를 머금기 시작했다.

       

       “저도 사실 소피아가 엄마처럼 느껴지긴 해요.”

       

       “그, 그러더냐···?”

       

       “네. 제 주변에서 제일 믿음직스러운 어른이거든요.”

       

       “크흠···”

       

       소피아가 뺨을 긁적였다.

       입가에 미소를 띤 채로.

       그녀가 기뻐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 였으니까.

       

       가족간의 정은 언제 느껴도 참 좋았다.

       

       

       **

       

       

       즐거운 그림 그리기 시간!

       테이블 앞에 앉은 레비나스가 크레용을 들었다.

       오늘의 주제는 가족이었다.

       

       소피아를 엄마로 두고, 새벽이를 첫째 언니로 그렸다.

       그리고 레비나스가 둘째 언니였다.

       

       당연하게도 겨울이는 막내였다.

       가장 어리고 키도 제일 작았으니까.

       믿음직스러운 겨울이지만, 아직은 여렸다.

       레비나스는 그림 속 겨울을 언니들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묘사했다.

       

       “킥킥.”

       

       여름이도 엄마 같긴 한데.

       엄마를 두 명으로 할까?!

       레비나스는 마음이 가는 대로 가족들의 역할을 정했다.

       

       사실 레비나스는 누가 무슨 역할을 하든지 상관없었다.

       모두가 엄마이자 친구이자 언니였으니까.

       한여름을 언니 자리에 둬도 되었고, 엄마 자리에 둬도 상관없었다.

       

       물론 그중에서 겨울이는 제외였다.

       겨울이는 언제나 레비나스의 여동생이었다.

       정말로 든든하고 강하고 멋있지만, 여동생 이외의 역할은 주고 싶지 않았다.

       

       “웅···”

       

       한 사람씩 역할을 부여해 나가던 레비나스는, 비어있는 역할을 보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엄마만큼이나 중요한 ‘아빠’의 자리가 없다.

       아빠는 마스터로 하는 게 좋으려나?

       고민하던 레비나스는 그림을 그리다 말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스터의 사무실로 올라갔다.

       

       “마스터야! 아저씨 마스터야!”

       

       레비나스가 최상층 복도를 달렸다.

       지나가면서 안면을 튼 경호원과 하이파이브도 하기도 했다.

       레비나스 특유의 천진난만함에 입꼬리를 올린 경호원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다.

       

       “마스터야!”

       

       “응.”

       

       무슨일이야.

       마스터가 눈빛으로 물었다.

       

       “마스터가 아빠 해라!”

       

       “아빠?”

       

       “응! 아빠!”

       

       레비나스가 종이를 내밀어 보였다.

       나름 성의있게 그린 그림에 마스터가 관심을 보였다.

       

       ‘소피아가 엄마인가.’

       

       소피아는 강진호를 아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고령의 인물이었다.

       손윗사람이었으나, 겉모습은 어린 소녀였다.

       

       여러 의미로 차이가 많이 난다.

       아이의 장난일 지라도, 부부 관계가 되는 건 위험했다.

       아버지는 좀 그렇고 후견인, 대부 정도는 되어줄 수 있었다.

       이미 옛적에 그리 마음먹었으니까.

       

       “나이 때문에 아빠는 힘들고, 큰아빠는 할 수 있겠다.”

       

       “큰아빠···! 알았다!”

       

       큰아빠라니.

       아빠보다 굉장한 아빠 같다.

       기뻤으나, 진짜 아빠는 아니었다.

       

       새로운 아빠를 찾아봐야겠다.

       레비나스는 마스터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훈련장으로 내려갔다.

       이 시간에는 훈련장에 최진혁이 있었다.

       

       “거인아!”

       

       레비나스가 최진혁을 향해 달려갔다.

       제 몸통만 한 덤벨을 들어 올리는 최진혁이 신기했다.

       

       레비나스가  근처에 있는 덤벨을 들어보았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위험하니까, 기구는 건드리면 안 돼.”

       

       “응!”

       

       위험한 거구나.

       말을 잘 듣는 레비나스는 기구에서 멀리 떨어지며 물었다.

       

       “거인아! 레비나스 아빠 할래?”

       

       “아빠?”

       

       “응!”

       

       레비나스가 다시금 종이를 내밀어 보였다.

       최진혁은 레비나스가 가족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걸 금세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아빠가 될 나이는 아니라서. 삼촌은 어때?”

       

       “삼촌···! 좋다···!”

       

       거인이가 삼촌.

       마스터가 큰아빠.

       가족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다.

       

       근데 중요한 아빠가 없네!

       이젠 아는 어른 남자도 없는데, 아빠를 어디서 구하지!

       레비나스가 아빠를 구하기 위해 공원으로 향했다.

       

       “하··· 나는 언제 여자 만나고 언제 결혼하냐···”

       

       공원 벤치에 앉은 두 남자가 대화를 나눈다.

       조금 떨어져 있었으나 레비나스의 귀에는 다 들렸다.

       

       ‘결혼!’

       

       남자가 여자와 결혼하면 아빠가 된다.

       아빠가 필요했던 레비나스는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는?”

       

       “모아둔 돈이 얼마 없다고 헤어지자더라.”

       

       “오우···”

       

       슬픈 대화가 오갔다.

       돈이 없다고 헤어지다니.

       소피아는 돈 없어도 우리를 잘 돌봐주는데!

       

       레비나스는 불쌍한 남자에게 아빠 자리를 권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진짜 아빠가 아닌 놀이였으니까.

       놀이에서 아빠 역할을 누구에게 주든 상관은 없었다.

       

       “아빠 되고싶냐?!”

       

       “으, 응?”

       

       “레비나스가 아빠 만들어 주겠다!”

       

       갑작스러운 레비나스의 등장에 두 남자가 흠칫거렸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결혼을 논하던 남자였다.

       

       “여자라도 소개시켜 주게?”

       

       그의 장난스런 물음에 레비나스가 꽤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놀이는 항상 진지하게 임하는 레비나스였다.

       

       “응! 엄청 예쁘다!”

       

       “엄청···?”

       

       기본적으로 수인족들은 다 예뻤다.

       그런 수인족의 입에서 엄청 예쁘다는 단어가 나오다니.

       아이의 제안이었으나, 조금 혹할 수밖에 없었다.

       

       “어른이야? 성인?”

       

       “응! 어른이다! 레비나스보다 키도 크다!”

       

       진실이었다.

       소피아는 레비나스보다 이 센티 정도 컸다.

       그럼에도 키가 백사십을 넘어서진 못했다.

       

       “오···”

       

       수인족이 말하는 엄청 예쁜 어른.

       혹시 엔시아인가?!

       나에게도 봄이 오는 건가!

       

       감격에 찬 그가 벤치에서 일어났다.

       어린아이의 소개였으나, 남녀의 만남이라는 건 모르는 법이었다.

       

       “소개! 소개해주라!”

       

       “응!”

       

       레비나스가 그를 이끌고 길드 건물로 향했다.

       미녀가 많기로 소문난 길드 건물에 입성하자, 그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그는 레비나스가 큐피트처럼 느껴졌다.

       

       “여긴···”

       

       길드 거래소로 들어온 레비나스가 소피아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웬일인지 소피아랑 겨울이랑 같이 의자에 앉아있었다.

       

       “상어야!”

       

       레비나스가 그의 옷소매를 잡고 달렸다.

       아주 해맑은 얼굴로 모두에게 선포했다.

       

       “레비나스가 아빠 데려왔다!”

       

       “아버지를?”

       

       “응! 상어가 엄마다! 둘이 아빠 엄마 해라!”

       

       거래소 내 사람들은 레비나스가 가족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아무도 이상한 눈길을 보내지 않았다.

       아이들과 놀아주는구나 하는 정도의 시선밖엔 없었다.

       

       그러나, 사건의 당사자는 달랐다.

       많이 쳐 줘봐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수인족 아이가 엄마?

       근데 아빠가 나라고?

       이 쓰레기 같은!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 추천 또한 감사합니다! 언제나 힘이 되네용!

    우우… 초딩이랑… 우우…

    ───
    Prologue P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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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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