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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5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기는 미뤄졌다.

       

       

       로웬이 아카데미 외부 강사로 부임하는 기간이 끝나는 날. 15일이라는 시간 뒤로 미뤄졌다.

       

       

       -아직은…. 이길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제가 스승님의 제자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방금 훈련을 마친 뒤라 체력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냥 지금 하는 게 덜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둘러댈 핑계도 있으니까요.

       -너는 닥쳐…!

       -말이 참 험하네요. 나름 생각해서 한 말인데.

       

       

       구차한 미하일의 변명 덕분에 로웬은 절연을 피해갈 수 있었다. 따졌기야 했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도 않았고.

       

       

       -그쯤 하지.

       -컨디션 조절도 실력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라. 미하일은 내 제자가 된 지….

       -그건 잘나신 제자 분이 증명하면 될 일 아니겠습니까. 똑같은 오러 사용자에 무기도 있고 게다가 제국의 검에게 인정받은 재능인데, 뭐가 두려워서 결투를 피하는 겁니까.

       -응해줄 수 없다.

       -겁쟁이시군요. 제국의 검은.

       

       

       변신할 시간을 기다려 달라는 히어로처럼 구차하게 변명을 늘어놓는 미하일과 로웬의 만담에 짜증이 났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늘 승부가 이루어지면 한나도 미하일도 받아들이지 못할 테니까.

       

       

       찝찝함만 남는 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로웬의 고집을 꺾기 위해서는 더더욱 그럴 수 없었고.

       

       

       단지 하나 걱정되는 것은 미하일의 성장세. 슬슬 정체되어있던 미하일의 성장이 시작될 스토리가 찾아오고 있다.

       

       

       명색의 남주인공이고 소설의 마지막에 세계관 최강자로 거듭나는 녀석이니까. 무시할 수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그리고 재능으로.

       물론 로웬 지도와 고난 그리고 기연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미하일은 자신의 힘으로 그 자리에 올라온 괴물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순 없었다.

       

       

       많은 고난이 그와 함께했으니까.

       

       

       그래서 걱정이 된다. 과연 한나가 미하일의 성장세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가 말이다.

       

       

       소설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

       

       

       히스타니아 한나.

       

       

       그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자, 동시에 너무나도 많은 걸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변수가 많았다.

       

       

       푸른 창의 말만 놓고 보자면 로웬을 넘어설 재능 즉 ‘제국의 제일 검’이 될 재능을 지닌 건 분명했지만 재능의 꽃이 언제 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일이니까.

       

       

       그것이 20대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30대가 될 수도 있는 명확하지 않은 정보에서 저울이 기울어진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든 간에 미하일은 고난을 겪을 테고 그것을 이겨낼 테니까.

       

       

       “흐음…”

       

       

       확실한 것은 그거겠지.

       

       

       어떻게든 이기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자, 한나의 믿음에 대한 나의 보답이었다.

       

       

       제자가 용기를 냈는데, 스승이 가만히 앉아서 ‘힘내라!’라고 응원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내가 로웬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한나에게도 그것을 알려주면 될 뿐이었다.

       

       

       그리고 미하일은 14일 동안 기적처럼 성장할 수 없었고 성장에 대한 스토리가 시작하기에는 아직 멀었다.

       

       

       설령 미하일이 로웬의 지도로 단기간에 성장했다 하더라도, 우리도 성장할 테니까.

       

       

       나는 미하일과 로웬이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한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시무룩해 하고 있냐고.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습니까?”

       “아… 그냥 복잡해서요. 마음도 그렇고 이길 수 있을까 싶어서…. 여러모로 심란하네요.”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나는 떠나는 로웬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도 한나 씨도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저 굳건한 등을.

       제국의 검의 뒷모습을 보면서.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길 수 있습니다. 저희는요.”

       

       

       아직 강해질 수 있다.

       

       

       나도 한나도.

       

       

       오만한 생각이지만 나는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연과 고난 그리고 운이 따라준다면 설령 그것이 제국의 검이라도 이교도의 사도라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오만한 생각이지만 말이지.

       

       

       이번 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경각심이라고 해야 할까, 멈춰있는 내 자신에 대한 경고라고 해야 할까. 로웬을 앞에 두고 이겨내려는 모습에서 나는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고.

       

       

       경쟁자의 스승보다 약한 것은 쪽팔리니까, 최소한 라이벌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제자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스승의 의무니까.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한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차분하게 내려앉는 한나의 머리카락에 한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들지를 못하고 있었다.

       

       

       “죄송해요. 멋대로 일을 벌여서.”

       “괜찮습니다.”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매번 도움만 받기만 해서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한나 씨한테 많은 도움을 받았던걸요. 미안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죄책감에 고개를 들지 못하는 한나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습니다.”

       

       

       어두운 밤이었다.

       

       

       낮이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고 함께 있을 시간은 길었다.

       

       

       나는 한나의 손을 잡고 연무장 겉에 둥그렇게 놓여있는 의자로 끌고 갔다. 이유를 알지 못하고 끌려오는 한나는 그저 묵묵하게 내게 이끌려 오고 있었다.

       

       

       나는 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의자에 깔아줬다. 아무리 청소가 잘 되어있는 아카데미라 해도 먼지는 있었으니까.

       

       

       숙녀의 옷에 먼지를 묻지 않게 해주는 것이 신사의 의무이기에 나는 한나를 의자에 앉히고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별이 참 많이 떠 있네요.”

       

       

       시작은 작은 인사로.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 때문에 경황이 없던 마음을 차분하게 내려놓자는 의미에서 나는 인사를 건넸고 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인사에 답을 해줬다.

       

       

       “그러게요… 별이 참 많네요. 이렇게 많이 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그렇죠?”

       

       

       음…

       

       

       “가끔은 이런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하늘만 바라보는 여유가 말이죠.”

       “…”

       “많이 힘드셨죠?”

       “…”

       

       

       조용하게 물어오는 질문에 한나는 답이 없었다.

       

       

       노력에 대한 과정을 물어보는 사람은 적었을 테니까. 달려라, 넘어져도 달려라, 혹은 달리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말에 익숙할 테니, 나는 한나의 답을 보채지 않았다.

       

       

       그저 나는 지금까지 한나를 봐오면서 느낀 생각을 조용하게 말할 뿐이었다.

       

       

       “많이 힘드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목적지가 없는 경주가 얼마나 힘들지 아니까요.”

       “…”

       “그런 데 그거 아시나요?”

       

       

       나는 한나의 옆에 앉고서 반짝이는 별을 가리켰다. 저 별의 이름을 북극성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이세계니까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장 빛나는 별이기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넘겼다.

       

       

       “별들은 자신을 태우면서 빛나고 있다는 거. 아프고 힘든데 왜 저렇게 노력을 하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빛내고 있는 별이 미련해 보이고 그러죠.”

       

       

       나는 별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한나를 보며 말했다.

       

       

       “많은 사람이 별이 빛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알아봐 주지 않는데, 예쁘다라고 하는 게 웃기죠.”

       

       

       “근데, 저는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 별이 개고생하면서 빛나고 있다는 것을요.”

       

       

       “오늘로 한 명 더 늘게 되었네요.”

       

       

       나는 한나를 보면서 방긋 미소를 지었다.

       

       

       바람이 차갑다.

       

       

       서늘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밤을 노래하듯이 차갑고 동시에 따뜻하게 불어오고 있다.

       

       

       바람은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흩날렸고 나는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한나는 리카르도를 보고 있었다.

       

       

       은은하게 반짝이 저 별처럼 환한 빛을 내는 리카르도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반짝이고.

       화려하고.

       동시에 따뜻하고.

       

       

       몽글몽글하게 몰려오는 감정에 한나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리카르도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나는 한나의 침묵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데 무언갈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비난받고. 미움받고. 욕을 먹는데 굳이 이런 고생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말이죠.”

       

       

       “그런데 말이죠.”

       

       

       나는 작은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내 입으로 말하긴 오글거리지만 동시에 한나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언젠가는 다 알아봐 주더라고요.”

       

       

       “이상하게 말이죠.”

       

       

       “제가 한나 씨의 노력을 아는 것처럼 말입니다.”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별을 향해 뻗었던 손을 거뒀다. 아무래도 이런 낯뜨거운 말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다.

       

       

       후끈하게 달아오르는 얼굴을 저으며 나는 한나에게 말했다.

       

       

       “춥지 않나요?”

       “아니요. 춥지 않아요. 집사님은 괜찮으세요?”

       “추워요.”

       

       

       장난스럽게 뱉은 말에 한나의 눈은 동그랗게 떠졌다. 자신이 입은 외투라도 벗어줄 것처럼 움찔거리는 한나의 모습에 작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장난입니다.”

       “뭐에요…!”

       “비싼 옷을 사서 그런가 춥지가 않습니다.”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한나와 나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지냈는지.

       이번 겨울은 너무 춥지 않았냐는 이야기.

       

       

       주가 된 이야기는 아무래도 아가씨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제이자 한나가 공감해 줄 수 있는 이야기였으니까.

       

       

       -공녀님이 돈을 벌고 있다고요?

       

       

       누군가와 함께 아가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지.

       

       

       -다음에 제가 하는 부업을 소개해드리러 가야겠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공녀님이 다이어트를…?

       -네. 살을 뺀다고 갑자기 그러더군요.

       -아프신 거 아니에요?

       

       

       타인과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고.

       

       

       -집사님은 초콜릿을 왜 싫어하세요?

       -아가씨가 좋아하니까요.

       -으하하…! 뭐에요 그게.

       -반쯤 진심이기도 한데, 너무 달아서 말이죠.

       

       

       나에 대해서 궁금해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고마웠다.

       

       

       내게 이 세계에서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적었다. 전생도 마찬가지고.

       

       

       까다로운 성격을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은 적었고 아가씨를 중심으로 살아왔으니까.

       

       

       좁아진 인간관계에 대해서 후회는 없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자.

       아름다운 사람이었으니까.

       아쉬움 또한 없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나는 먼지가 묻은 바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나는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들었다. 사소한 움직임에도 따라오는 한나의 시선에 나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연무장을 바라봤다.

       

       

       “이제 긴장이 좀 풀렸나요?”

       “네.”

       

       

       한나의 대답을 들은 나는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었다. 이제 스승으로서 일을 해야 할 시간이 찾아왔으니까.

       

       

       나는 가벼운 목소리로 한나에게 말했다.

       

       

       “그럼 시작해보죠. 이왕 이길 거면 힘들게 이기는 것보다 확실하게 이기는 게 좋으니까요.”

       

       

       천천히 한나도 몸을 일으켜 세운다.

       

       

       올곧은 눈을 뜨면서 나를 바라보는 한나의 눈빛에 믿음직스럽다는 생각이든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예전보다 훨씬 강도 있게 가르칠 거니까 말이죠.”

       

       

       -끄덕.

       

       

       “이길 수 있습니다.”

       

       

       연무장으로 내려가기 전.

       

       

       한나는 내 옷깃을 잡고 말했다.

       

       

       “저기 집사님.”

       “네.”

       

       

       깊은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숙인 한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한테 왜 이렇게 잘 해주시는 거예요?”

       

       

       나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답했다.

       

       

       “예쁘니까요.”

       

       

       한나는 한참을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붉힌 채로 한참을 제자리에서 서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후원 감사]

    한지훈_293님 1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정 언제나 노력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맛있게 드리기 위해…!
    단지 부족할 뿐…!
    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님에게 오늘 비가 오는 날씨에 최고로 어울리는 요정…! 전의 요정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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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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