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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5

       갑작스레 내 이야기를 해달라니….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하면 전생에 내가 고아였던 것과 묻지마 칼부림에 의해 칼이 복부에 찔려 죽은 것까지 모두 말해야 했다.

         

       아무리 회귀자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해도 나와 오아라는 오늘 처음 본 사이.

         

       그런 예민한 이야기들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런데 이런 내 기색이 표정에 모두 드러났던 걸까.

         

       “앗, 제가 너무 강요하듯이 말했네요.”

         

       오아라가 곤란하게 해서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작게 숙였다가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예린 님이랑 얼른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제가 급하게 굴었어요.”

         

       “…아니에요. 하지만…, 역시 저희가 오늘 처음 본 사이라 그런지…, 제 이야기를 하기 조금 꺼려지네요.”

         

       “그건 그렇죠. 그러면 음…, 이건 어떨까요? 제가 먼저 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아라 님의 이야기를요?”

         

       나는 내가 왜 회귀를 하게 된 건지 그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하나 짚이는 것은 있었다.

         

       전생에서 나는 죽어 가며…, 고아였던 삶을 원망하고 가족이 생기길 간절히 원했었다.

         

       그 간절한 마음이 내가 다시 태어나는데 어떤 영향을 끼쳤을 터.

         

       평범한 사람이 평범하게 살다가 다시 기회를 얻어 새 인생을 살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눈앞의 오아라도 전생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오아라는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

         

       “네, 제 이야기를 먼저 해드릴게요. 저는요….”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

       

         

         

       시간이 많이 없었기에 길게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오아라는 자신의 전생을 짧게 축약하여 내게 말해주었다.

         

       “…전생에서도 아이돌을 하셨다고요?”

         

       “네, 하핫, 물론 전생에서는 폭삭 망해 버렸지만요.”

         

       오아라는 자신이 전생에서도 아이돌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생과 달리 전생에서는 자신이 데뷔했던 걸그룹은 망해 버렸고 실의에 빠진 와중에 죽었다가 다시 태어났다고.

         

       “혹시 전생에서 소속된 그룹이 어디였나요? 혹시 제가 아는….”

         

       “아뇨, 워낙 작은 그룹인데다 아예 망해 버려서요. 말해도 예린 님이 모를 거예요.”

         

       본인의 과거가 부끄러웠던 건지 오아라는 전생에서 자신이 속했던 그룹을 절대 이야기하지 않았다.

         

       사실 뭐…, 전생에서 나는 아이돌에 관심이 없었기에 오아라가 알려 줘도 몰랐을 것이다.

         

       이에 나는 더 캐묻지 않고 그녀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정보를 정리했다.

         

       ‘먼저 오아라는 나와 달리 전생에서도 오아라였다.’

         

       전생에서 나는 다른 존재였고 이번 생에서 하예린의 몸으로 태어났다.

         

       하지만 오아라는 말하는 것으로 보아 전생에서도 오아라인 듯했다.

         

       그 흥미로운 사실에 내가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빠지려던 그때였다.

         

       턱.

         

       “예린 님.”

         

       오아라가 내 손을 부여 잡고 다시 올망졸망한 눈으로 말했다.

         

       “제 이야기를 해주었으니 이제 예린 님 이야기도 해주세요.”

         

       “아….”

         

       확실히…, 남 이야기를 다 들어놓고 정작 내 이야기를 빼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지.

         

       이에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생에서 저는 고아였어요.”

         

       아무에게도…, 심지어 형제기획 식구들과 루키즈 멤버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풀어낸 순간이었다.

         

       나는 전생에서 고아였던 것, 가족을 바라며 죽었던 것 그래서 하예린으로 다시 태어나 부모에게 이용당하며 살았던 것까지 그녀에게 말했다.

         

       솔직히…, 조금 후련했다.

         

       오아라는 그런 내 이야기를 천천히 듣고는 웃음기를 지우고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제가 아이돌을 하기 위해 다시 태어났다면 예린 님은 가족을 얻고 싶어서 태어난 셈이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전생에서는 아이돌에 대해 일절 관심 없으셨구요?”

         

       “네, 전혀 관심 없었어요. 연예계에 대한 뉴스도 잘 안 봤고….”

         

       “…그래서 루키즈로 데뷔한 거구나. 미래를 잘 몰라서.”

         

       “…네?”

         

       순간 알 수 없는 중얼거림에 흠칫했지만 오아라는 다시금 작게 미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예린 님. 저희 시간도 얼마 안 남았는데 제일 중요한 걸 이야기기 안 했어요.”

         

       “제일 중요한 거라면….”

         

       “서로의 상태창이요.”

         

       지금부터 본론이라는 듯 은근한 목소리로 다가왔다.

         

       “제 상태창이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저는 예린 님의 상태창이 엄청 궁금한데?”

         

       “…….”

         

       솔직히…, 나도 궁금하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으로 보아 우리 둘의 상태창 시스템은 거의 똑같은 듯했다.

         

       그렇다면 오아라의 전체 스탯은 어느 정도일까? 나처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무엇보다….

         

       오아라의 특성은 무엇일까?

         

       내 특성은 천마(天魔)다.

         

       오아라도 나와 같은 회귀자라면 천마(天魔)만큼이나 놀라운 특성을 지니고 있을 터.

         

       ‘궁금하다…. 무척이나 궁금하다.’

         

       오아라 또한 이런 나와 같은 마음이었나보다.

         

       그녀는 대기실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흘끔이고는 내게 말했다.

         

       “예린 님. 아무래도 현실적으로 저희가 모든 상태창 내용을 공유할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저희…, 서로의 특성만 공개하는 건 어때요?”

         

       “특성…, 만요?”

         

       “네, 이번에도 저 먼저 말씀드릴게요.”

         

       이번에도 오아라가 자신의 특성 먼저 밝히겠다 하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게서 동의의 뜻을 확인한 오아라가 잠시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나는 혹여라도 그녀가 내게 거짓말을 할 가능성을 상정하며 그녀의 표정을 주시했다.

         

       이윽고 그녀가 특성을 밝히고….

         

       “제 특성은…, 주인공이에요.”

         

       “…주인공이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은 설 언니 특성인데?’

         

       주인공 특성은 이미 유 설이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특성 보유자가 여러 명일 수 있나?’

         

       …아니.

         

       다른 평범한 특성도 아니고 주인공이 여러 명이라니…, 나는 아니라고 본다.

         

       ‘거짓말.’

         

       곧바로 나는 오아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게서 그런 기색을 또 읽었는지 오아라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한 번 웃고는 말을 이었다.

         

       “하핫, 물론 주인공 특성은 밖에 있는 설 언니… 아니, 유 설 님의 특성이죠. 제 특성은 그냥 주인공이 아니에요.”

         

       “그냥 주인공이 아니라면….”

         

       이어지는 오아라의 대답에 나는 또다시 혼란스러웠다.

         

       “진(眞) 주인공.”

         

       “……!”

         

       “제 특성은 진(眞) 주인공이에요.”

         

       그리고 전생에서 자주 읽던 소설 전개를 대입하여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 설은 전생에서도 마치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대스타였으니까.

         

       유 설이 원래 주인공 즉, 페이크 주인공이라면….

         

       눈앞의 오아라는 회귀를 통해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새로운 주인공. 즉, 진(眞) 주인공.

         

       “…….”

         

       눈빛을 보아 오아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진(眞) 주인공이라니….’

         

       내 놀란 표정을 보고 오아라가 내 눈앞에서 손을 휘휘 저으며 장난스레 물었다.

         

       “많이 놀라셨나 보네요. 헉, 혹시 예린 님의 특성도 진(眞) 주인공인 건 아니죠? 더블 주인공은 싫은데.”

         

       “아뇨, 제 특성은….”

         

       내 특성은 천마(天魔).

         

       …솔직히 주인공과는 대척점에 있는 극과 극의 특성이다.

         

       마치 상태창이 오아라와 나는 어쩔 수 없는 적대관계라고 말하는 것 같달까.

         

       ‘내 특성을 사실대로 밝히는 게 맞을까?’

         

       나는 순간 내 특성을 거짓으로 밝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연기력 : 18]

         

       역시 낮은 연기력이 마음에 걸렸다.

         

       내가 어쭙잖게 거짓말을 쳤다간 바로 들킬 게 분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롱초롱.

         

       오아라는 진(眞) 주인공이라는 어쩌면 비밀로 하는 게 나았을 수도 있는 자신의 특성까지 밝히며 진실된 태도를 보였는데 그런 그녀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무척이나 양심에 찔렸다.

         

       거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천마 특성을 가진 나는 주인공 특성을 가진 유 설과도 끝내 친해지지 않았던가.

         

       이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제 특성은….”

         

       “…….”

         

       “천마(天魔) 입니다.”

         

       결국 사실대로 말하였다.

         

       내게서 천마(天魔)라는 특성을 전해 들은 오아라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천마(天魔)가 뭐죠…?”

         

       “아.”

         

       고개를 갸웃하며 내게 물었다.

         

       나는 그때 무협을 안 읽어 본 여자들에게는 천마(天魔)라는 단어가 무척이나 낯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마는 말이죠….”

         

       이에 나는 핸드폰을 켜고 다양한 무협 웹툰 이미지를 통해 천마가 무엇인지 보여 주었다.

         

       “무협이라는 세계관에서 보통 이렇게 최종 보스로 나오는 캐릭터예요.”

         

       “아아….”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 착한 천마들도 많아요.”

         

       그러면서 나는 혹여 오아라가 나를 경계할 것을 고려해 요리하는 천마, 아이들 가르치는 천마 등등 새롭게 해석되는 천마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그제서야 오아라가 모든 것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제 모두 이해했어.”

         

       그리고는….

         

       턱.

         

       “그러니까 예린이는 내가 쓰러뜨려야 할 악역인 거네?”

         

       “……네?”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으면서 미소 지었다.

         

       나는 순간 그녀의 말과 표정에서 오는 괴리감에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아, 혹시 반말해서 기분 나쁜 건 아니지? 내가 예린이보다 1살 많으니 말 편하게 할게. 그리고 우리는 적이잖아.”

         

       “…적이라니, 그게 무슨….”

         

       “…너도 받았을 거 아니야. 최고의 아이돌이 되라는 퀘스트.”

         

       “……!”

         

       맞다.

         

       나는 부모를 버린 날 상태창에게서 처음으로 퀘스트를 받았었다.

         

       [유일 퀘스트]

         

       [내용 : 최고의 아이돌이 되어라.]

         

       [실패 시 페널티 : 허무(虛無).]

         

       [성공 시 보상 :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한 가지.]

         

       다름 아닌 최고의 아이돌이 되라는 퀘스트를.

         

       “최고의 아이돌이 여러 명일 리 없잖아. 기준이 뭔지는 몰라도…, 너랑 나 둘 중 한 명은 퀘스트에 실패할 수 밖에 없어.”

         

       “…….”

         

       “내 상태창에는 퀘스트 실패 시 페널티가 허무(虛無)라고 나오는데 예린이 너도 같니?”

         

       “……!”

         

       …같다.

         

       “후후, 다행히 예린이는 연기를 못하구나. 그래 너랑 나랑 실패 시 페널티가 같은 것 같은데 우리 같이 생각해보자. 허무(虛無)의 의미는 뭘까?”

         

       “…….”

         

       “어쩌면 아무것도 없던 전생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아닐까?”

         

       “……!”

         

       …오아라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이번 생에서 살았던 19년간의 하예린으로서의 인생, 그리고 이번 생에 맺은 형제기획, 루키즈 등등 다양한 인연들.

         

       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는 것만큼 허무한 일은 없을 거니까.

         

       ‘…싫어.’

         

       …정말 상상만 해도 싫다.

         

       이런 면에서도 마음이 통했는지 오아라가 얼굴을 구기며 말을 이었다.

         

       “…나는 절대로 못 돌아가. 미안하지만 최고의 아이돌…. 그거 내가 해야겠어.”

         

       “…….”

         

       그리고는 순간 움찔할 정도의 적개심이 담긴 눈으로 나를 한 번 응시했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안심된다는 듯 말했다.

         

       “네 영상 봤어. 너 잘하더라. 그래서 다행이야. 네가 다른 그룹에 갔으면 위험할 뻔했는데 루키즈를 선택한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되겠어.”

         

       “루키즈가 왜요…?”

         

       나는 그녀가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하는 다음 말에 그만 얼어 붙고 말았다.

         

       “루키즈는 어차피 얼마 안 가서 망할 그룹이거든.”

         

       “……그게 무슨.”

         

       처음에는 당연히 내게 겁을 주려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바꿔보려 해도 이미 늦었어. 너희는 곧 한동안 이슈 거리가 되었다가…, 활동기 절반도 못 채우고 대중들에게 잊혀질 거야.”

         

       그녀의 얼굴에는 그 어떤 거짓의 기색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진실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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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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