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5

       

       

       

       

       

       “알렉스! 벌써 왔어?”

       

       레키온은 알렉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색했다. 

       

       알렉스를 만난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쁜 얼굴이었다. 

       

       “진짜 속 보인다, 속 보여.”

       “하하하! 내가 원래 좀 겉과 속이 투명한 사람이잖아, 알렉스.”

       “말이나 못하면….”

       

       알렉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찾았어? 못 찾았을 리가 없지. 알렉스가 누군데.”

       “찾았다. 투호르반에 있었어. 테이머랑 그 아내, 그리고 사역마까지 함께 머물면서 빵집 투어를 하고 있더군.”

       “아아, 투호르반! 나도 거기 한번 가 보고 싶었는데. 빵이 그렇게 맛있다며? 종류별로 한 번씩만 먹어 보고 싶네.”

       “맛있긴 했지.”

       “뭐야, 너도 먹고 왔어? 종류별로? 나만 빼고?”

       

       레키온의 물음에 알렉스는 아차 하며 헛기침을 했다. 

       

       “크흠. 뭐, 양질의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현장에 머물며 최대한 많은 정보량을 확보해야 하니까.”

       “하긴. 잠깐 있을 것도 아니고 거기 머무는 동안 맛있는 것도 좀 먹고 그러면 좋지.”

       

       레키온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키온의 손에는 어느새 짧뚱한 팔을 활짝 편 귀여운 아르 인형이 들려 있었다. 

       

       “그래서, 아르의 실물을 본 소감은 어때? 제대로 귀여웠어?”

       “제대로 귀여운 건 또 뭐야. 뭐, 그 인형이랑 똑같이 생기긴 했더라.”

       “와!! 역시!”

       

       레키온이 아르 인형을 껴안으며 소리쳤다. 

       

       “안 되겠다. 당장 투호르반으로 가야지!”

       

       진짜로 당장 출발할 기세로 레키온은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진정해. 이미 지금쯤 투호르반을 떠났을 테니까.”

       “응? 그러면?”

       “내가 들은 게 맞는다면, 그리고 중간에 그 사람들이 갑자기 목적지를 변경한 게 아니라면 지금쯤 베나콘으로 가고 있는 중일 거야. 내일쯤이면 도착하겠지.”

       

       알렉스의 대답에 레키온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구나. 근데 왠지 알렉스 너답지 않게 확답을 삼가네. 무슨 일 있었어?”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알렉스는 타깃에게 위치 추적이 가능한 초소형 아티팩트를 붙여 놓았을 테고, 그랬으면 ‘내가 들은 게 맞는다면’이나 ‘갑자기 목적지를 변경한 게 아니라면’이라는 사족을 붙이지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지.’

       

       알렉스는 그 먼 거리에서 은신을 쓴 자신이 있던 곳을 정확하게 쳐다봤던 실비아의 시선을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했다.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는군.’

       

       만약 알렉스가 그걸 대수롭지 않은 우연으로 생각하고 안일하게 접근해 정보를 알아내려 했다면, 일이 완전히 꼬여 버렸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신력을 온전히 발휘해 먼 거리에서 은신과 투시, 감각 확장을 통해 정보를 알아냈기에 그나마 목적지라도 알아낸 거라고 봐야 했다. 

       

       “후우…. 레키온. 잘 들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가 잘 믿기지 않을 수도 있어.”

       “알렉스 네 말인데 믿기지 않아도 믿어야지. 뭐든 말해 봐.”

       

       알렉스는 결국 모든 걸 빠짐없이 털어놓기로 했다.

       

       “네가 들고 있는 인형의 모델, 아르는 와이번이 아니야.”

       “응? 그럼 뭔데?”

       

       알렉스는 혹시라도 주변에 엿듣는 이가 없는지 기감을 넓혀 확인한 후에야 대답했다.

       

       “아르는…. 드래곤이야.”

       “…뭐?”

       

       알렉스는 투호르반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투호르반에 도착해서 정보를 수집하려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었는데, 이미 아르는 근방에서 유명해져 있더라고. 빵을 좋아해서 매일 빵집에 다니다 보니 그 귀여운 모습에 사람들이 빠졌는지 어딜 가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어.”

       “역시 실물 아르의 귀여움이구나.”

       “…그래서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어. 은신을 쓴 상태로 추적을 하고 여관에 들어갔을 때 대화를 들으려고 했는데.”

       “했는데?”

       “아르가 말을 하더라. 그것도 꽤나 유창한 대륙어로.”

       “말을… 했다고?”

       

       레키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래. 계약자뿐 아니라 타인과도 완벽한 소통이 가능할 정도였어.”

       “예를 들면? 뭐 어떻게 말했는데?”

       “…….”

       

       -히히히! 레온 핥짝!

       

       아르가 했던 말들을 떠올린 알렉스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따라하긴 좀 그렇고. 어쨌든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는 쀼 소리만 내다가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말을 했어. 내가 놀라서 투시 마법으로 보니, 와이번이 아닌 완전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해 있더라고.”

       “완전한 드래곤의 모습? 여관 방 안에서 그게 돼? 드래곤이면 엄청 클 거 아니야.”

       “아무래도 성체가 아니라 그런지, 크기도 이 정도쯤이었고 생긴 것도 좀 둥글둥글하게 생겼었어.”

       

       알렉스는 손짓으로 원래 아르의 크기를 대략적으로 허공에 그려 보였다. 

       

       “오오…. 그 모습은 어땠어? 귀여웠어?”

       “뭐, 네가 좋아할 것 같긴 했다만. 여튼 간에, 아르는 드래곤인 걸 들키지 않으려고 폴리모프를 통해 사람들 앞에서는 더 어릴 때의 모습으로 있는 것 같아. 용족은 새끼 때의 모습이 다들 비슷비슷해서 구분하기가 어려우니까 말이지.”

       “그렇구나…!”

       “그리고 이건 내 추측인데….”

       

       알렉스는 대륙 남부에서 활약했던 맛집 탐방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그 가족의 딸도 내 생각엔 아르와 동일 인물인 것 같아. 그리고 그렇게 뒷골목 세력들을 깔끔하게 다 정리할 정도면, 계약자인 레온이나 그 옆에 있는 실비아라는 사람의 실력도 출중하단 소리겠고. 특히 그 실비아라는 여자, 심상치 않아. 내가 추적기를 못 단 이유도 그 사람 때문이거든. 하마터면 내 은신을 들킬 뻔했으니까.”

       “뭐? 알렉스 네 은신을?”

       

       레키온은 놀라서 아르 인형을 놓칠 뻔했다. 

       

       “그래. 공식적으로는 B급 용병이지만, 정체를 숨긴 드래곤과 함께 다니는 용병이 그냥 B급 용병일 리가 없지. 다행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완벽히 은신하니 들키진 않았지만, 만약 거리가 가깝다면 또 간파당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야…. 그건 그러네. 드래곤이랑 다닐 정도면 실력이 엄청나겠어. 나중에 한번 대련이라도 해 보고 싶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조심하라는 거야. 네가 생각하던 평범한 용병들이 아니니까 말이야.”

       

       알렉스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레키온은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으로 알렉스를 보며 아르 인형을 쓰다듬었다. 

       

       “근데 오히려 그럼 좋은 거 아니야? 뒷골목 세력을 쓸어 버렸다는 걸 보니 나쁜 사람들도 아닌 것 같고…. 네 말대로 엄청 강하다면 친해진 다음에 같이 싸우러 갈 수도 있지 않을까?”

       “…너는 정말 머릿속이 꽃밭이구나.”

       “긍정적이라고 해 줘.”

       

       레키온이 씨익 웃었다. 

       

       “어쨌든 베나콘이라고 했지? 바로 출발해야겠다. 어서 실물 아르를 만나 보고 싶어.”

       

       알렉스는 작게 한숨을 쉰 뒤, 레키온에게 물었다. 

       

       “근데 너, 가서 만나면 뭐라고 할 건데? 나한테 의뢰를 해서 뒤를 밟아 목적지를 알아내고 만나러 왔다고 할 건 아니지?”

       

       레키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나를 뭘로 보는 거야?”

       

       그리고 엄지를 치켜올려 보였다. 

       

       “내가 다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오히려 불안한데.”

       

       ***

       

       덜커덩. 덜커덩.

       

       “드디어 도착했구만.”

       

       나는 마차의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저 멀리 보이는 베나콘의 성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마차 안으로 들인 뒤 푹신한 매트를 깐 넓은 마차 바닥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르를 내려다보았다. 

       

       “뀨우우…. 큐우….”

       

       아르는 통통한 꼬리를 오른쪽으로 내놓은 채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 

       좋은 꿈을 꾸는지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는데, 벌어진 입 옆으로 침이 똑 흘러내렸다. 

       

       “아직 침 흘리면서 자는 건 여전하네.”

       

       하긴, 나도 어릴 땐 한 번 자고 일어나면 베개가 침으로 흥건했던 때가 있었다. 

       

       ‘침이 많은 건 건강하다는 뜻이라니까, 뭐.’

       

       우리 귀여운 아르가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으로도 나에겐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마차가 베나콘에 도착할 무렵, 나는 아르의 배를 손바닥으로 둥글게 문지르며 아르를 깨웠다. 

       

       “아르야, 일어나. 다 왔어.”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르를 부르자, 아르는 부스스 눈을 떴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뀨우…. 5분만 더 잘랭….”

       “벌써 도착해서 곧 검문 하는데? 아르 그 모습으로 계속 있으면 경비 아저씨한테 걸릴 거야.”

       

       그러자 별안간 아르의 몸이 줄어들어, 금세 말랑콩떡 모드로 변했다. 

       

       “뀨…. 이러면 대지? 큐우우….”

       

       아르는 말랑한 모습이 된 채로 옆으로 돌아 누웠다. 

       

       “어허….”

       

       그 모습이 정말 귀엽긴 했지만, 일어날 때는 일어나야 하는 법.

       

       “그래. 더 자, 아르야.”

       “큐우….”

       “실비아 씨랑 나는 가서 검문 받고 들어갈 테니까, 아르는 여기서 살아. 알겠지?”

       “…쀼?”

       

       마침 마차가 멈추고 검문이 시작되자, 나는 실비아에게 말했다. 

       

       “실비아 씨, 그냥 여기서 바로 내려서 검문 받고 들어가시죠. 어차피 마차는 여기까지 운행하기로 하고 빌린 거니….”

       “좋아요. 아르야, 우린 갈게. 더 자렴.”

       

       실비아도 나와 눈짓을 교환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아르에게 인사를 했다. 

       우리는 진짜로 일어나 마차에서 내리기 위해 문을 열었다.

       

       “쀼, 쀼우…! 아르 일어나께…! 히잉!”

       

       아르는 우리가 진짜 가나 실눈으로 힐끗 바라보다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벌떡 일어났다. 

       

       “푸흣. 그래. 바로 일어나니까 좋네, 아르.”

       “히이잉….”

       

       우리는 그렇게 검문을 받고 베나콘에 도착했고.

       먼저 용병 길드에 들러서 얼굴 도장을 찍어 두기로 했다. 

       

       ‘일단 용병 길드 쪽에서 가벼운 의뢰 몇 개를 하면서 얼굴을 알려 두고, 혹시라도 기사단에서 낸 공고가 없는지도 체크를 해 봐야지.’

       

       베나콘으로 오는 길에 들른 곳들에서 레키온에 관한 소문을 들은 바, 레키온은 최근에 작은 기사단의 단장으로 부임되었다고 했다.

       

       ‘황실 직속 기사단이면 그럴 일이 없겠지만, 작은 기사단에서는 손이 모자랄 때 용병을 고용하는 일이 종종 있으니까.’

       

       어떻게든 점접을 만들 건덕지를 하나라도 늘려 놓는 게 중요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레키온을 직접 만날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후우….’

       

       오는 길에 고민을 해 봤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개연성 있게 레키온과 대면할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 이렇게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뀨우움.”

       

       그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르는 내 품에 안긴 채 여유롭게 하품을 하고 있었고.

       

       “우와, 사역마가 너무 귀엽네요!”

       

       이런 아르를 본 누군가가 또 호들갑을 떨며 나에게 접근해 왔다.

       

       ‘이젠 진짜 길만 걸어도 어그로가 끌리네.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는데.’

       

       얘기가 길어지면 피곤하니 대충 몇 마디 하고 돌려보내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린 나는 입을 떡 벌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시네마틱님 5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Hatchling

I Picked Up a Hatchling

해츨링을 주웠다
Status: Ongoing Author:
But this guy is just too cut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