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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머물고 있는 여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메이벨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기껏 찾아온 단서가 큰 도움이 되질 않았으니, 불안해하는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일단, 제대로 식사를 하자꾸나. 그리고…. 음. 목욕탕에 가보도록 할까.”

       

       “네? 목욕이요? 아직 엄마를 찾는 일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요? 끝나고 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음. 그랬지만, 조금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느냐.”

       

       

       내 말에 메이벨은 자신의 뺨을 부풀렸다. 자그마한 녀석이 그래봤자 귀여울 뿐인데 말이지.

       

       

       “내가 아니라 너를 위해 가려는 것이니, 잔말 말고 따라오거라. 우선은 식사부터.”

       

       “네에…. 분명, 뭔가 생각하는 것이 있으신거겠죠. 믿고 있을게요.”

       

       

       그렇게 나와 메이벨은 여관으로 돌아가던 길을 살짝 틀어, 식당을 찾아갔다.

       

       

       – – – – – – – – – – – – – – – – – – – –

       

       

       식당은, 음.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그저 그랬다.

       

       술안주로 먹을만한 고기 요리는 괜찮았지만, 이 시대의 요리란…. 음. 조금 간이 약한 편이었으니까.

       

       향신료도 부족하고, 간을 맞출만한 건 소금 정도가 고작이고, 그것도 엄청 귀하고.

       

       아무튼, 조금씩 나아져가는 이 세계에도 요리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었다.

       

       하지만.

       

       

       “고기가 많아서 좋았네요.”

       

       “그래. 그렇겠지.”

       

       

       시골의 여자아이에게는…. 아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으리라.

       

       뭐, 많이 부족했던 식사는 넘어가고. 

       

       

       “엄마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목욕하는건 괜찮은걸까요?”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 걱정하지 말거라.”

       

       

       그렇게 나와 메이벨은 함께 목욕탕으로 향했다.

       

       

       – – – – – – – – – – – – – – – – – – – –

       

       

       목욕탕 자체는 시대를 생각하면 평범했다.

       

       목욕탕이라기보단, 온천에 가깝다고 할까. 상수도를 통해 흘러들어오는 물들을 뜨겁게 끓여서 탕에 넣어서 만드는 느낌의 목욕탕.

       

       뭐, 원시적인 목욕탕이니까 어쩔 수 없겠지. 그냥 뜨거운 물을 끼얹어서 몸을 씻어내는 것이 고작이었으니.

       

       뭐, 이걸로도 괜찮겠지. 응.

       

       

       “뜨거운 물에 씻는다는게….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네요.”

       

       “지금까지는 어떻게 씻어왔길래?”

       

       “그야, 차가운 물에 씻거나, 그것도 힘들면 물에 적신 천으로 몸을 닦는 것 정도로요. 그것도 겨울에는 힘들지만요.”

       

       

       음…. 하긴, 물을 끓이는 땔깜도 공짜는 아니니까.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마법이나 정령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이렇게 돈을 받고 물을 끓여주는 서비스가 있기 마련이리라.

       

       

       “그런데, 갑자기 목욕은 왜 하신 건가요?”

       

       “후훗. 그건 말이다.”

       

       

       나는 마력을 사용하여 손바닥 위에 자그마한 비눗방울을 만들어냈다.

       

       정확하게는, 비눗방울을 닮은 마력의 덩어리지만. 뭐, 세세한건 넘어가고.

       

       

       “아까 사제에게서 네 어머니로 추정되는 자에게서 냄새가 났다는 말을 듣고, 한가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어서 말이다.”

       

       “짐작이요?”

       

       “그래. 아르멘에 들어올때 경비병에게 듣지 않았느냐? 이 아르멘은 굉장히 깨끗한 곳이라고.”

       

       

       내 말에 메이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그리고 더러운 물을 처리하는 하수도. 이러한 설비가 잘 구성되어 있는 도시. 이런 도시에서 냄새가 나는 사람이 흔할리가 없지 않겠느냐?”

       

       “그건 그렇겠지만….”

       

       “거기서, 한가지 가능성이 떠올랐지. 네 어미가 그런 냄새가 나는 곳에 있었기에, 그 냄새가 배여있다는 가능성.”

       

       “네…?”

       

       

       메이벨은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간단한 이야기란다. 네 어머니는…. 아마도, 하수도 또는 그 부근에 있을 확률이 높을테니.”

       

       “하수도요…?”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제가 이 아르멘에는 수인이 드문 편이라고 말했었잖느냐.”

       

       “네. 그랬었죠.”

       

       “다른 곳에 있다가 이 아르멘에 와서 편지를 보냈을 가능성이 없진 않으나, 그 가능성은 높지 않을 터. 그렇다면 네 어머니가 이곳 아르멘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몇가지 단서를 내밀었다.

       

       

       “보기 드문 수인, 퀴퀴한 냄새, 그리고 아르멘의 하수도. 이 요소들을 모두 생각한다면….”

       

       “엄마가, 하수도에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지. 뭐, 다른 곳에 있다가 이곳에 들려서 편지를 보낸 것이라면…. 헛짚은거지만.”

       

       

       하지만, 나는 왠지 이 아르멘에 메이벨의 어머니가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러니.

       

       

       “하수도에 직접 들어가서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냄새가 나는 곳을 무턱대고 들어가고 싶진 않으니, 약간의 손을 쓰는 것이란다.”

       

       “그 손을 쓴다는게…. 그 방울인가요?”

       

       “그래. 대충…. 원격에서 조종할 수 있고, 나와 시각과 청각을 공유하는 방울이지.”

       

       

       덤으로 어둠 속에서도 훤하게 볼 수 있는 기능도 있지만, 그런걸 다 설명해주긴 귀찮고.

       

       

       “아하! 그래서 목욕탕으로 오신거군요!”

       

       “대충 그런거지.”

       

       

       이 시대의 목욕을 한번 보고 싶어졌다는 이유도 있긴 하지만, 큰 이유는 그쪽이지.

       

       나는 마력으로 만든 방울을 슬며시 물에 띄워 떠내려보냈다.

       

       터지지 않고 물과 함께 떠내려가는 방울은 천천히 흘러가더니 목욕탕의 배수구를 통해 떠밀려갔다.

       

       

       “자, 대충 준비는 되었으니 이제 저 방울을 이용해 하수도를 둘러보자꾸나.”

       

       

       만약, 하수도 아래에서 메이벨의 어머니를 찾는다면…. 음. 들어가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저 아래로 내려가는 수 밖에.

       

       그렇게 나와 메이벨은 목욕을 끝마치고서 여관으로 돌아갔다.

       

       

       – – – – – – – – – – – – – – – – – – – –

       

       

       “흐음….”

       

       “왜 그러시나요?”

       

       

       숙소로 잡은 여관에서, 나는 마력의 방울을 원격 조작하며 하수도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지하 하수도. 돌을 깎아 만든듯한 투박한 하수도는 솔직히…. 사람이 다니기에는 굉장히 힘든 곳이었다.

       

       여기저기에 오물을 처리하는 슬라임들이 덕지덕지 붙어있고, 오물이 섞인 물에 휩쓸려 내려가곤 하는 모습.

       

       현대적인 하수도를 아주 약간 생각했었지만…. 역시, 어림없었구만.

       

       이런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인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

       

       

       “여기가 아닌건가…?”

       

       “네?”

       

       “하수도를 한참 찾아보고 있다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구나. 내가 헛다리를 짚은 건지….”

       

       

       내 말에 메이벨의 가느다란 꼬리가 축 처진다. 정말로 아쉬워하는군.

       

       끙. 여기가 아니면…. 하는 수 없나.

       

       원하는 것을 찾게 해주는 물건을 만드는 수 밖에.

       

       어떤 물건으로 만들까? 역시 대중적인 이미지의 나침반?

       

       아니, 그건 좀 심심하잖아. 으음. 원하는 것을 찾는다. 찾는다라….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메이벨을 바라보았다.

       

       저 아이가 찾는…, 음….

       

       순간, 머리속에 한가지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다.

       

       어느 유명한 탄막 슈팅 게임의 캐릭터. 쥐의 귀가 달려 있는 캐릭터. 물건을 찾는 정도의 능력이 있던 캐릭터.

       

       그렇지. 다우징으로 하자. 다우징이 좋겠어.

       

       그렇게 뭘 만들지 생각에 빠져 있던 도중.

       

       

       첨벙.

       

       

       하수도에서 소리가 들렸다.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과는 달리, 무게감 있는 무언가가 물 속으로 파고드는 소리.

       

       나는 소리가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작은 키의 사람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어두운 하수도를 나아가고 있었다.

       

       

       “찾았다.”

       

       “네?”

       

       “하수도에 사람이 있구나.”

       

       

       나는 방울을 움직여 그 사람의 형체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꼬여 있는 하수도를 이리저리 내려가는 작은 형체.

       

       나는 그 형체의 뒤를 따라가며 하수도의 구조를 조금씩 머릿속에 새겨넣기 시작했다.

       

       그저 오물을 처리하기 위한 구조라고 보기 어려운 하수도.

       

       그 복잡한 길을 능숙하게 내려가는 작은 인간. 아마도, 쥐 수인.

       

       아무래도…. 내 짐작이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사람의 뒤를 쫓고 있으니, 위치를 확인한 후 내려가도록 하자꾸나.”

       

       “네엣!”

       

       

       근데, 정말로 지하 하수도에 쥐 수인이라니….

       

       음…. 뭔가, 인간의 도시 아래에 쥐의 지하도시를 만들어놓은 어느 게임이 생각나는데. 그래-그래.

       

       뭐, 그 게임에서 나오는 사악한 쥐 인간들과 달리, 쥐 수인들은…. 그렇게 사악하진 않으니까.

       

       그냥…. 좀 이런저런 일들이 있을 뿐일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계속해서 작은 덩치의 인간의 뒤를 따라갔고.

       

       

       “호오….”

       

       

       하수도에서 빠져나온 작은 덩치의 인간이 도착한 곳은, 땅 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 존재하고 있었다.

       

       

       “지하에 작은 마을이 있구나.”

       

       “네? 지하에요?”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지만…. 모두가 쥐 수인이로구나. 마치 다른 인간들의 시선을 피해서 만든 것 같은 마을이로고.”

       

       “네?”

       

       

       나는 얼빠진 목소리를 내는 메이벨을 무시한 채, 작은 마을을 둘러보았다.

       

       음. 이런 마을이 있다면…. 냄새나는 하수도를 지나올 필요는 없겠구만.

       

       나는 머릿속에서 하수도의 구조를 지워버린 후, 마을의 좌표를 기억했다.

       

       

       “출발할 준비를 해오거라. 순간이동으로 바로 이동할터이니.”

       

       “아, 네!”

       

       

       쥐 수인만이 있는 마을이라. 상당히 흥미롭군 그래.

       

       어찌하여 아르멘의 지하에 이런 마을이 있는 것일까? 왜 쥐 수인들은 이 곳에 있는 것일까?

       

       잘은 모르지만…. 무언가 냄새가 나고 있었다.

       

       아주 수상한, 음모의 냄새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쥐 인간? 그거 미덴하임 촌놈-멍청이들이나 믿는 거짓말-헛소문 아닌가? 그래-그래!

    하지만 여기의 쥐 인간은 그렇게까지 사악하진 않을겁니다. 아마도요.

    오늘도, 내일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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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Whether You Call Me a Guardian Dragon or Not, I’m Going to Sleep

늬들이 날 수호룡이라 부르든 말든 난 잘거야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The story of a human reincarnated as the Creator God of a new world, and her observation logs of the burgeoning new world and life. — Dragons, which have existed since before the birth of human civilization, became the guardian dragons of the empire. But whether you guys call me that or not, I’m going to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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