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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원작에서도 보긴 했지만, 이 세계의 수영복은 생각보다 대담했다.

        

       생각해보면 진짜 애니메이션에서나 보는 비키니는 의외로 보기 힘든 디자인이다. 물론 해변에 놀러 가면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수영복 디자인이라는 것이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애초에 수영복 자체를 안 입는 사람도 있다. 그냥 옷을 입고 물에 들어갔다가 갈아입는 사람도 많으니까.

        

       상반신을 거의 다 가리는 수영복도 많았던 것 같은데.

        

       누가 이런 류의 게임 아니랄까 봐,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입은 수영복은 죄다 어떻게든 피부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래도 원피스 형태라면 있었지만.

        

       수영복은…… 서로 골라주었다. 물론 남자 캐릭터 둘은 빼고.

        

       나, 앨리스, 클레어, 샤를로트. 그리고 미아 크로우필드나 소피아, 레나. 로티도 마찬가지고.

        

       자의가 포함되지 않았기에, 우리들의 수영복은 자연스럽게 대담한 디자인이 되고 말았다.

        

       “이, 이래서야 바니걸 때랑 뭐가 다르냐고.”

        

       “적어도 남자들이 우리를 건드릴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그냥 마음을 놓아버리니 앨리스처럼 당황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시선이 모여드는 것이 굉장히 짜증 나고 부끄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시선은 경외심에 가까운 시선이었다. 바니걸 때처럼 이 몸을 노리는 끈적한 시선과는 달랐다.

        

       그게 그거인가? 뭐 아무튼.

        

       앨리스와 나는 서로 전형적인 비키니를 골라주었다. 나는 검은색, 앨리스는 하늘색. 어째 지난번 바니걸 때와 배색이 비슷하긴 하다만,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그리고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샤를로트와 클레어도 비슷하게 비키니를 입게 되었다.

        

       클레어는 머리카락 색깔에 맞는 짙은 푸른색이었다. 그래도 얘는 천의 면적이 나보다는 훨씬 넓었다. 내 것처럼 작은 천 두 개를 끈으로 이어둔 것 같은 디자인도 아니고. 디자인만 보면 두꺼운 천을 묶어둔 것 같아서 풀리지 않을까 싶은 모습이긴 했지만, 실제로는 그저 생긴 게 그럴 뿐이고, 안에는 단단하게 결착된 진짜 끈이 있어서 풀려버릴 일은 없었다.

        

       하긴, 귀족한테 파는 수영복인데 튼튼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샤를로트의 수영복은 흰색이었다. 노출도 자체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위에 반투명한 상의를 하나 걸치고 있어서 조금은 피부를 가리고 있었다.

        

       물론 ‘반투명’했기에 사람에 따라 더 야하게 볼 여지는 있었다.

        

       게다가 샤를로트는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이 시대에 저런 반투명한 재질의 옷이 방수일 리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천연고무에 천을 붙여 압착시킨 것이 방수 천인데, 당연히 가운데 고무가 끼면 저렇게 반투명할 수 없다.

        

       당연히 샤를로트가 물에 들어갔다가는 저 천이 몸에 딱 달라붙으리라.

        

       ……아마 옷이 몸에 달라붙어 속옷이 비쳐 보이는 것 같은 모습이 되고 말겠지.

        

       원작에서는 그랬다.

        

       미리 경고라도 해줄 걸 그랬나?

        

       “흐, 흥. 황녀씩이나 되는 사람이 그렇게 자기 몸에 자신이 없나요?”

        

       “뭐? 그러는 너야말로 몸을 가리는 상의를 입고 있잖아. 자신 없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이, 이 피부는 햇볕에 약하니까요. 혹시 화상이라도 입을지 모르잖아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거든?”

        

       서로 공격적으로 수영복을 고르는 우리 사이에 끼어서 은근히 놀리다가 상황에 휘말려버려서 그런 수영복을 입게 되었으니, 샤를로트도 반쯤은 억지로 그런 수영복을 입고 있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굳이 싸움에 휘말린 것은 아니었던 나머지 사람들은—

        

       소피아는 그냥저냥 무난하게 클레어와 비슷한 디자인의 수영복이었다. 이쪽도 머리카락 색에 맞춰서 보라색. 다만 동공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일행’의 몸매가 자기 몸매와 여러모로 비교되기 때문이리라.

        

       특히 특정 부위의 크기가.

        

       ……걱정하지 마라. 이쪽이 이상한 거지 그쪽은 보통이니까. 이쪽을 향하는 시선을 보면 확실하게 그럴 것이다.

        

       옆에 있는 레나, 로티, 미아 크로우필드랑 비교하면 답이 나오잖아.

        

       …….

        

       그나저나, 여자 진짜 많네. 아니, 귀족반을 말하는 게 아니라. 몰려다니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남자라고는 레오와 제이크 둘뿐이잖아. 제이크야 바라보는 애가 로티 하나뿐이라고 해도, 레오는…… 이 복 받은 놈.

        

       나와 앨리스의 모습이 좀 너무 튀어서 그렇지, 나머지 아이들도 그렇게 안 어울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척 잘 어울리는 수영복이다.

        

       레나는…… 어째서인지 나와 비슷한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이 조금 붉기는 했지만, 태도가 당당해서 그런지 마냥 야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건 나보다 한 살 어리다는 인식이 내 머릿속에 확실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미아 크로우필드는 검은 원피스 형태다. 중요 부위의 절대적인 크기 자체는 나나 앨리스에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미아 크로우필드는 키가 우리 중에서는 조금 작은 편이었다. 그래서 비율적으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그녀를 향해 몰리는 시선을 생각하면, 그건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리고 로티.

        

       로티도 비슷하게 원피스 형태의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미아 크로우필드는 오히려 원피스 형태였기에 이상하게 몸매가 강조되어 보였다면, 시원시원하게 뻗은 형태의 로티는 다른 의미로 그 수영복이 잘 어울렸다. 미아보다 키가 살짝 크고, 비율도 잘 잡힌 몸매였기에 마치 수영선수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검은 원피스 수영복 옆에 흰색으로 선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 분위기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제이크 쪽을 보니, 로티에게서 시선을 전혀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음.

        

       내가 저 둘 꽁냥거리는 걸 보겠다고 그런 일까지 벌이기는 했지만, 막상 이런 분위기를 보니 이상하게 배가 아팠다.

        

       젠장, 나도 남자 캐릭터가 되었어야 했는데. 물론 애초에 선택지를 받지 못하긴 했지만.

        

       할 말을 잊고 눈 둘 곳을 찾지 못하는 레오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는데, 저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이런 이벤트도 있었다.

        

       제니퍼한테 속아서 몹시 공격적인 디자인의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캐롤린.

        

       평소에 보이는 모습이— 아니, 이런 상황에서조차 그 얼굴은 순진무구하고 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얼굴인 캐롤린이, 내가 입은 비키니보다도 더 아슬아슬한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손으로 몸을 가렸다가 내렸다가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괜히 가리면 오히려 손과 팔에 가려서 벌거벗은 것 같은 모습이 되어버리고, 그렇다고 손을 내리면 그 수영복이 눈에 그대로 들어와 버리고.

        

       참고로 한국에서 이 게임은 15세 이용가를 먹었는데,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선정성이었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그 원인 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으로 캐롤린의 저 장면을 지목했다.

        

       게임 그래픽이 리얼하지 못해서 다행이지, 만약 조금만 그래픽이 더 좋았어도 좀 아슬아슬했을 것 같다.

        

       나는 캐롤린의 몸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캐롤린 이벤트를 꼬박꼬박 챙기면 저런 장면 한 번 더 보게 되는데. 그것도 학교 수영장에서.

        

       그 인연 이벤트는 이 장면과 꽤 중요하게 연결되는 이벤트였다.

        

       이 세계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을까?

        

       나는 레오를 보았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레오는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어째 원작보다 더 더 숙맥이 된 것 같은데.

        

       착각인가?

        

       *

        

       그래도 캐롤린 덕분에 우리 쪽을 향했던 시선이 한순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었고, 우리는 그 틈에 얼른 움직여서 바닷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휴우.”

        

       자리에 앉은 앨리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이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는 것은 다행이네요…….”

        

       “뭐, 일단은 린드버러 소유니까.”

        

       샤를로트의 말에 제이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좋아!”

        

       우리끼리 모여 자리를 잡자, 클레어가 외쳤다.

        

       “그럼 바다까지 왔으니까 마음껏 즐겨야지! 생각해보니까 나 바다는 처음이야!”

        

       아…… 그런가?

        

       하긴, 귀족이라도 바다 같은 곳에 마음껏 놀러 오기는 어렵겠지. 학교에 다니지 않더라도 배워야 할 것이 엄청 많으니까.

        

       “언니도 그렇지? 얼른 가서 놀자!”

        

       클레어가 얼른 내 팔을 잡아서 일으키는 것에 순간 따라 일어나려다가, 문득 내 머릿속에 한가지 스쳐 지나가는 사실이 있었다.

        

       나 수영 못하는데?

        

       아니, 그보다, 클레어는 수영할 수 있나? 레오는 원작에서 수영할 줄 알았으니, 클레어도 할 줄 알 가능성이 매우 컸다.

        

       “잠깐.”

        

       순간 튀어나온 나의 목소리를 듣고 클레어가 멈칫했다.

        

       “……그보다, 먼저 마실 거라도 가지고 오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좋아.

        

       어차피 앨리스도 수영은 못 한다.

        

       그렇다면 나보다 앨리스가 먼저 물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유리하다.

        

       “아, 맞다!”

        

       다행히 클레어는 내 말에 그렇게 반응했지만—

        

       “그, 그러면 나도 같이 가.”

        

       내 생각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한순간이라도 물에 들어가는 시간을 미루려는 것인지, 앨리스는 곧장 우리를 따라 일어났다.

        

       ……아무래도, 나보다 앨리스를 먼저 물에 넣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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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Overly Diligent

Status: Completed Author:
I got transported into a steampunk-themed JRPG developed by a Japanese game company. Somehow, I ended up becoming an executive in the villain faction. However, the protagonist and their party are excessively dilig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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