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6

       3황자가 유폐되어 있었던 저택으로 출동한 마법사와 방위국 요원은, 격렬한 전투의 흔적과 함께 아무도 남지 않은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3황자를 탈출시킨 서큐버스 협조자는 흑마법사 세력에게 잡혀 끌려간 것으로 보이며, 참변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이에 분노한 3황자는 서큐버스 여왕을 추적하는 일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아는 바를 모두 토해내고, 신체검사에도 흔쾌히 응했는데.

       

       환상 마법 자문 역으로 참여한 식별명 『미친 마법사』에 의한 정밀검정 끝에, 방위국 측은 아주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제국 서부의 엘메스트 영지에, 『둥지』와 연결된 거대 게이트가 존재한다는 거지.”

       

       “『둥지』의 입구는 3황자의 머리에 있는 게 아니었습니까?”

       

       “있지. 그런데 데이터 송수신 속도와 용량이 제한된⋯⋯ 그러니까, 좁은 입구야. 일주일에 한 번, 한 명의 서큐버스가 오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고.”

       

       아카데미에는 많은 서큐버스가 침투할 필요가 없었으니 좁은 입구를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대역폭이 제한되어 있으니 공격도 더디지만 방어에도 유리하다.

       

       만일 3황자가 포획당하더라도 큰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한, 서큐버스 측의 안전책이었다. 본래라면 이 좁은 통로만으로는 그 어떤 정보도 캐낼 수 없었을 것이나.

       

       서큐버스 1인분의 정보량을 이용하여 거대 게이트의 위치까지 파악해 낸, 미친 마법사가 한 수 위에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거대 게이트⋯⋯ 왜 만든 걸까요? 선배님은 아십니까?”

       

       “몽마는 실체와 정보 사이를 오가는 특이한 생명체지. 하지만 그 사이의 변환이 딸깍 하고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건 아니란 말이야. 핑발레즈는 알겠지만, 시간이 꽤 걸리고⋯⋯ 변환 도중에는 취약해.”

       

       “저는 선배한테 물어봤습니다만.”

       

       ‘파일을 usb로 옮기는 도중에 뽑아버리면 오류 나고 그러지 않느냐’, 미친 마법사는 그런 난해하고 알아들을 수 없는 비유를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 기반 이세계 『둥지』에서 살고 있는 서큐버스들이 안전하게 현실로 나오기 위해서는, 잘 만들어진 통로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실의 물건을 『둥지』로 가져가기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다.

       

       “사람의 영혼을 잡아다가 좁은 통로로 전송시키려면 하루 종일 걸릴걸. 몽마가 흩어져서 정기든 뭐든 뽑아서 『둥지』로 가져와야 할 텐데, 그러려면 출입구는 필요하다 이거고.”

       

       “어느 쪽이건 중요한 시설이군요.”

       

       “무너뜨리기만 해도 피해가 클 거야. 벌집 입구를 막아버리는 셈이니까, 안에서 나올 길을 만드는 데만 오랜 세월이 걸리겠지.”

       

       이와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2황자 이리드는 엘메스트 영지에 방위국 산하의 무력부대 『말살대』 파견을 결정. 목적은 거대 게이트의 폐쇄로 잡았다.

       

       이에, 대 서큐버스전에 혁혁한 전과를 갖고 있으며, 매혹 내성이 뛰어난 현장 요원 유리 랜스터의 배속을 다시금『말살대』로 변경. 

       

       『둥지 입구 폐쇄 작전』이 시작되었다.

       

       ===============================================================

       

       나와 유나는 핑발레즈를 배웅해 주기 위해서 아카데미 남문에 모여 있었다. 유나는 근처 노점상에서 막대사탕 하나를 사서 쪽쪽 빨고 있었는데, 당분이 들어가고 있는데도 표정이 우중충했다.

       

       내 표정도 아마 유나와 똑 닮은 꼴일 것이다. 얼굴에서 비라도 내리는 마냥 우울해하고 있겠지.

       

       날씨도 우중충하고.

       

       로데루스 백업하러 간다고 둘이 떠났을 때와는 다르다. 이번 핑발레즈의 출정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이 없는 데다가⋯⋯.

       

       우리가 함께 가면 어떠냐는 제안을 핑발레즈가 한사코 거절해서, 나나 유나나 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같이 가면 얼마나 좋은가?

       

       어디까지나 『둥지 입구 폐쇄 작전』이니 서큐버스 여왕과 맞장 뜰 생각은 없다든가,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도움을 요청하기 좀 그렇다든가.

       

       거절하는 이유는 많았지만, 본심은 그게 아닐 터다. 내 생각에는⋯⋯ 보여주고 싶지 않다. 그런 감정에 가까워 보였다.

       

       대체 무엇을?

       

       모르겠다. 우리가 어떤 사이인가. 서로 쓰리사이즈도 알고, 냄새도 알고,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게 더 많은 것 같은데⋯⋯.

       

       또각. 또각.

       

       구두 굽 울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가벼운 농담을 입에 담으려고 했다.

       

       “⋯⋯⋯⋯.”

       

       새까만 정복.

       

       핑발레즈는⋯⋯ 아니, 유리 랜스터는. 무엇 하나 꾸밈 없는, 그저 새까맣기만 한 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안쪽의 와이셔츠도, 장갑도, 까맣기만 하다.

       

       몸매를 드러내던 딱 달라붙는 정장 핏이 아니다. 제복은 움직임에 걸리적거리지 않도록 펑퍼짐하고, 고급스럽다기보다는 거칠다.

       

       표정. 표정은⋯⋯ 평소의 무표정과는 다르다. 고요하게 가라앉은 노란색 눈동자는, 상처 입은 사슴을 조용히 내려다보는 늑대의 것과 비슷한 색채를 띠고 있었다.

       

       혓바닥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 제복이 그녀에게 이렇게까지 어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사람의 목숨줄을 뜯어내는 반복 작업을 너무나도 간단히 해버릴 것 같았다. 피비린내가 난다.

       

       그녀는 가볍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어조가 다르다. 날이 서 있다.

       

       “기다리고 계셨습니까?”

       

       “아, 으응⋯⋯. 기다렸어! 배웅해주려구⋯⋯ 저, 얼른 뭐라도 말 좀 해 봐⋯⋯!”

       

       유나가 파닥거리면서 내 허벅지를 때렸다. 그녀도 낯선 유리 랜스터의 모습에 크게 당황한 듯싶었다. 

       

       나는, 회심의 농담을 뱉었다.

       

       “잘 어울리네, 핑발레즈. 이게 바로 그 ‘고독한 한 마리의 늑대’ 모드인가?”

       

       “칭찬은 감사히 듣겠습니다.”

       

       “⋯⋯⋯⋯.”

       

       놀리듯이 말을 걸었으니, 반격을 해 온다거나. 능청스럽게 넘긴다거나.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러는 당신은 환상의 여인?’ 이러면서.

       

       하지만 유리 랜스터는 농담을 받아주지 않았다.

       

       히끅. 유나가 딸꾹질을 시작했다. 묘하게 쌀쌀한 분위기에 크게 놀란 것 같았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딸꾹질을 하고 싶었다.

       

       그런 분위기에 유리 랜스터는 못을 박았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래.”

       

       끊어내는 듯한 말이다. 나는 그 순간에 매달리려던 마음을 버렸다. 가지 마 핑발레즈 라든가, 마지막으로 식사 한 끼 정도는 괜찮잖아 라든가.

       

       붙잡을 말이 산더미처럼 많았는데, 그녀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일부러 끊은 모양이다.

       

       유리 랜스터는 우리를 지나쳐 걸어갔다. 나와 유나는 망연하게 그녀의 뒷모습을 눈으로 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브이. 하고.

       

       떠나가던 유리 랜스터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로, 피스 사인을 쥐고는 가볍게 흔들었다. 그제야 나와 유나는 긴장이 풀려서, 어깨에서 힘을 빼고.

       

       얄밉게 겁을 잔뜩 주고 도망가는 그녀의 뒷통수에 작별 인사를 내뱉었다.

       

       “⋯⋯얼른 돌아와 핑발레즈,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 그래! 안 돌아오면, 나, 찾아갈지도 몰라⋯⋯!!”

       

       살랑살랑. 핑발레즈의 포니테일이 흔들렸다.

       

       촛불처럼 흔들리던 분홍색 머리카락은, 점점 멀어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나는 망막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흔적을 한참이나 쫓다가, 어딘가 휑한 마음으로 유나와 함께 연구실로 돌아갔다. 저놈의 까만 제복을 숨겼어야 했나 되뇌면서.

       

       툭. 투둑.

       

       “아, 비다.”

       

       “⋯⋯아이씨. 하필 또 이런 날에.”

       

       물방울이 콧잔등을 때렸다. 혹시, 설마하니 내가 울었나 싶어서 고개를 들었는데, 다행히도 비였다. 저어 서쪽으로부터 까만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늘아, 네가 나 대신 울어준다 이거냐.

       

       그렇다면 굳이 울 필요 없다고 답해주고 싶다. 그렇게 슬플 일도 아니다. 누가 보면 영영 헤어지는 줄 알겠어 아주. 응? 돌아올 건데.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린 왕자에서도 그러지 않았던가. 기다림은 내 삶을 두근거리는 즐거움으로 채워 줄 것이다. 재회의 기쁨은 제곱이 될 테지.

       

       그러니 이 쓸쓸함은 기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죽음을 각오하는 경우는 둘 중 하나.

       

       죽음보다도 무거운 사명을 짊어졌든가, 아니면 삶이 죽음보다도 가볍든가. 삶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알고서도 목숨을 걸 만큼 용기 있는 사람은 드물기에, 세상에는 대체로 후자가 많다.

       

       그리고 『말살대』는, 자신의 삶이 가볍기 짝이 없는 이들만이 모인 곳이다.

       

       모든 것을 잃었다. 앞으로 살아간들 행복을 손에 넣을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 목숨을 복수에 쓰고 싶다. 내게서 삶을 앗아간 놈의 목을 비트는 일에, 목숨을 버리고 싶다.

       

       그래서 목숨을 걸 수 있다. 사지로 망설임 없이 나아갈 수 있다.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상관없다. 그렇게 비틀린 영혼들만이 모인 이곳에는, 그들 나름의 끈끈한 유대가 있었다. 소속감이 있었다.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끼리의 유대다.

       

       그렇기에⋯⋯ 『말살대』로부터 도망쳤다가 이제서야 돌아온 녀석은. 

       

       인생을 즐길 걸 다 즐겨 놓고, 이제 와서 ‘나도 사실 상처가 있었다’며 말살대에 다시 끼어든 녀석은. 밉다.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 소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소리 높여 동료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말살대를 나갔다는 건 죽을 각오도 버렸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돌아온다니, 그게 말이 되는 일이야?!”

       

       “야, 꼬맹아. 경고⋯⋯ 아니지, 충고하는데. 분홍 머리 랜스터는 건드리지 마라.”

       

       말살대의 애꾸 노인이 모닥불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과거를 기억하는 사려 깊은 노인의 충고는, 광분한 소년의 귀에는 닿지 않았다.

       

       “과거에 좀 날렸다는 건 알겠어. 알겠다고. 이 작전에 참여해야 한다는 건 알겠어! 그러면 굳이 말살대에 배속되지 않고, 그냥 일반 요원 신분으로 참여할 수 있었잖아! 삶으로 도망친 겁쟁이를⋯⋯ 왜 다시 받아주는 건데!”

       

       소년은, 그녀가 말살대의 이름을 더럽힌다고 생각했다.

       

       여기는 목숨을 걸 각오가 있는 자들의 모임이다. 소문을 듣자 하니, 방위국 현장 요원으로 활동하며 같은 여자에게 그렇게 꼬리를 치고 다녔다던데.

       

       그런 정신머리로, 말살대에 돌아온다고?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 된다. 삶의 행복을 즐기는 녀석이, 손아귀에 기쁨을 거머쥔 녀석이, 소년의 유일한 자랑거리인 말살대의 이름마저 가져간다니.

       

       속이 부글거릴 정도로 질투가 끓는다. 그리고 그 질투를, 명예로 포장하며. 벌떡 일어난 소년은 따져 묻기 위해서 다가갔다.

       

       그녀, 유리 랜스터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루터기에 앉아 있었다. 

       

       어쩐지, 그녀의 주변은 공기가 끈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닭살이 돋았다. 위협을 미리 감지한 소년의 신체가 말하고 있는 거다. 하지 말라고. 벌집을 건드리지 말라고.

       

       그러나 어린 소년의 치기 어린 마음은 본능보다도 선행하였기에, 결국 그녀의 앞에 서서, 억눌린 분노를 토해냈다.

       

       “⋯⋯말살대에서 나가!”

       

       “⋯⋯⋯⋯.”

       

       왜, 냐고 물으면. 그녀의 죄를 낱낱이 불러 줄 생각이었다. 겁쟁이처럼 나갔으니, 그대로 나간 채로 있으라며 꾸짖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말없이 고요하게. 일언반구도 없이 몸을 일으켰다.

       

       “나, 나가⋯⋯!! 너한테는, 삶으로 도망친 너한테는 자격이, 자격이 없어! 행복을 다 누리면서 머물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야, 말살대는⋯⋯!!”

       

       그렇지? 그렇잖아.

       

       소년은 동의를 구하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말살대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소년의 분노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경력이 쌓인 이들, 유리 랜스터를 기억하는 이들의 눈에 스치는 것은⋯⋯ 애잔함. 그들은 소년을 아주 가엾고 불쌍한 사람처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 이유는, 곧바로, 몸으로 알 수 있었다.

       

       꽈악.

       

       “⋯⋯켁?!”

       

       순식간에 목이 붙잡혔다. 몸이 들어 올려진다. 억센 손아귀에 조여진 목이, 스스로의 체중에 의해 더욱 졸린다. 숨통이 단번에 틀어막혀 헐떡인다.

       

       힘으로 억누르려는 거냐? 안다. 알고 있었다. 네가 우화에 도달했다는 것쯤은 안다. 하지만 힘의 문제가 아니야. 나는 굴복하지 않아⋯⋯!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반항심 어린 눈빛으로 유리 랜스터를 노려보았지만. 착오였다.

       

       빠악!

       

       두개골 안에서 섬광탄이 터진 듯한 느낌. 주먹이다. 주먹에 맞았을 텐데, 공성 망치로 후려친 것 같다. 볼이 단번에 찢겨 나가고, 이빨이 부러져 우수수 떨어진다.

       

       폭력에는, 굴하지.

       

       빡! 빠악!

       

       연거푸 주먹이 날아온다. 지면에 내동댕이쳐진다. 그리고 구둣발이 날아온다. 피가 터지고, 뼈가 부러진다. 소년은 반항하려고 했다. 단검을 휘둘러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무용하다.

       

       기술도, 완력도, 상대가 되지 않는다.

       

       으깨진다. 소년은 말 그대로 곤죽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주먹이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묵묵하게, 일정한 박자로. 기계적으로 폭력은 이어진다.

       

       격통 속에서 소년은 생각했다. 왜⋯⋯ 멈추지 않지. 이러다가는, 나는 죽는데. 죽어버릴 텐데⋯⋯?

       

       소년은 팅팅 부어오른 눈으로, 폭력의 진원지를 올려다본다. 어둠 속에서 노랗게 번뜩인다. 누린내가 나는 듯한, 무심한 눈이 허공에 떠 있다.

       

       그제서야 소년은 이해했다.

       

       『말살대』는, 목숨을 내버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목숨을 내버렸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유리 랜스터에게 있어서 소년은 방해다. 그가 소리 높여 성토하면, 말살대 내부에서 그녀의 위치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하면 작전의 성공률은 낮아진다. 그렇기에 완전히 배제한다.

       

       소년을 때려죽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는다.

       

       서큐버스의 첩자가 아니냐며, 그런 음탕하고 둔해 보이는 몸으로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체술만 갈고 닦아서 뭘 할 수 있겠느냐며⋯⋯.

       

       그러한 이야기들을, 유리 랜스터는 주먹으로 잠재워 왔다. 일말의 온정도 없이.

       

       비록, 그동안은 말살대로부터 멀어져 있었으나──.

       

       C의 도움을 받아 말살대로부터 이탈하고, 잡다한 업무를 이행하고, 농담 따먹기를 하고, 마법사와 어울리는 그 모든 순간에도. 심중에 눌어붙은 증오는 사라지지 않았기에.

       

       적응은 빨랐다. 그저 그것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사, 사려⋯⋯ 사려주⋯⋯.”

       

       소년의 가냘픈 애원이 있고서야 주먹이 멈췄다. 

       

       소년은 이해했다. 폭력이 멎은 이유는,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겠다는 온정이 아니라⋯⋯ 고기방패는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좋다, 는. 계산에 의한 것이라는 걸.

       

       유리 랜스터는 소년의 제복에 피 묻은 주먹을 닦아 내며 명령했다.

       

       “세리스.”

       

       “예, 선배님!”

       

       “치우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의무대로 옮기고, 못 써먹을 것 같으면 두고 가겠습니다!”

       

       세리스는 희열에 가까운 미소를 띄우고, 유혈이 낭자한 현장을 정리했다. 돌아왔다. 동경하던 선배가 말살대에 비로소 돌아왔다.

       

       빙 둘러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말살대원들 사이로 웃음이 번진다. 귀환한 동료를 환영하는, 반가움이 가득한 미소였다.

       

       변하지 않았다. 사라지지 않았다.

       

       말살대의 미친개가 다시 나타났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어제 쪼매 늦었으니께 오늘은 좀 일찍 왔심더. 다들 맛점하시구요.
    그르믄 마이 프렌즈, 내일 또 만나요!
    다음화 보기


           


Otherworld TRPG Game Master

Otherworld TRPG Game Master

Another World TRPG Game Master, 이세계 TRPG 게임마스터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a wizard of the Illusion Magic School and decided to create a virtual reality with illusion magic to play a tabletop role-playing game (TRPG). It was great to create a virtual reality, but I was in trouble because there were no suitable players. During that time, I received an offer to be the professor from the Royal Academy. The offer was to use illusion magic to fill the students’ lack of practical experience safely. And so, I became a professor at the academy. “Send me back, send me back to that world right now-!” “Outer god, someday an outer god will be our doom, we’ll all die!!” “I am not the bastard of the Redburn Ducal Family. I am the foremost disciple of the Great Namgung Clan, Namgung Qinghui!” But it seems there is a bit of a misunderstanding. This isn’t a spell for dimensional travel, kids. It’s fiction…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