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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실종…, 상태라고요.”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분위기가 더없이 무거워졌다.

         

       “그렇네. 아마 보름쯤 된 것 같군.”

         

       보름.

         

       무척이나 공교로웠다.

         

       그날은 백우진이 뒤늦게 날아온 서찰을 받고 요녕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날이었기에.

         

       이것이 과연 우연일까.

         

       “현무단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고 있나.”

       “기이한 형태의 마물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네. 보름 전쯤인가, 현무단주가 내게 말하더군. 그 기이한 형태의 마물을 곧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일세.”

         

       여름부터 지금까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던 마물의 정체를 보름 전에 겨우 단서를 찾았다, 라.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일부러 계속 시간을 허비시키다 때가 되어서 실마리를 던져준 듯한 음모의 냄새.

         

       “그렇게 말한 이유에 대해서도 들으신 바 있으십니까?”

       “자세히는 아니지만,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이곳을 괴롭히는 이민족들과 연관이 되어 있을 거라고 얘기를 하더군.”

         

       이민족.

         

       한족과의 융화를 거부하고 거친 들판에서 살아가는 선비, 흉노 등을 일컫는 말.

         

       지금도 그들은 요녕 일대를 오가며 약탈을 일삼고 있다고 들었다.

         

       그런 그들이, 마교에서 만든 마물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건 대체 무슨 뜻일까.

         

       “그들은 마지막 단서를 찾기 위해 북쪽으로 향했네.”

       “북쪽이라면….”

         

       모용진천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요녕보다 더 위, 중원 바깥에 있는 이민족들이 활개치는 초원 말일세.”

         

       그의 말을 들은 순간, 난데없이 찾아온 불길함이 그의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 * *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기 시작하는 초저녁즈음.

         

       백우진을 비롯한 신룡조원들은 어젯밤 머물렀던 객잔으로 돌아왔다.

         

       “객잔주께 말해놓을 테니, 저녁 먹을 사람들은 먹고 쉴 사람은 쉬어.”

       “조, 조장.”

       “우진아….”

         

       조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말을 건넨 뒤,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후우.”

         

       작은 한숨을 내쉬며 방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는 백우진.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호리병을 풀어 술을 들이켰다.

         

       당장에라도 모용진천이 말한 이민족들의 초원을 향해 달려가고 싶었으나, 참았다.

         

       정확히는 그의 만류에 의해 참았다고 봐야겠지.

         

       그는 말했다.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는 알고 있다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그곳으로 안내해줄 테니 하루 편히 쉬고 있으라고 말이다.

         

       백우진은 이를 수락했다.

         

       자신을 비롯한 조원들에게 휴식이 조금 더 필요한 것도 사실이고, 확실치는 않아도 근처까지 데려다줄 수 있다면 오차 범위를 크게 줄일 수도 있을 테니.

         

       “불안한가 보구나.”

         

       하루 종일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혈수마녀가 그의 뒤편에 살포시 내려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백우진이 입술을 삐죽였다.

         

       “…사내의 방에 너무 자연스럽게 침입하시는 거 아닙니까?”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녀에게도 방이 있는데 말이다.

         

       “하하! 웃기는 얘기를 하는구나. 내 눈에 네놈이 사내로 보일 것 같으냐?”

         

       가볍게 웃어넘기는 듯한 그녀의 말투에 발끈한 백우진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혈수마녀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가, 갑자기 뭐냐.”

         

       난데없는 박력에 혈수마녀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그 모습을 본 백우진이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마음 같아선 이놈이 얼마나 사내다운지 보여드리려 했는데, 기분이 내키지 않아서 못 하겠습니다.”

         

       다시금 자리에 앉아 술을 연거푸 들이켜는 백우진을 향해 혈수마녀의 걱정어린 눈빛이 쏟아졌다.

         

       “형이 잘못되었을까 그리도 걱정되느냐.”

       “그런 마음도 없잖아 있기는 합니다만….”

         

       백우진은 고개를 저었다.

         

       요동치는 이 마음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좀처럼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커다란 변고가 생기지는 않은 듯한데….’

         

       백무혁에 대한 생각은 학관을 떠나올 때와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더 안심하게 되었다.

         

       모용진천은 백무혁을 비롯한 현무단이 이곳을 떠난 날이 정확히 보름 전이라고 했다.

         

       그날은 백우진이 서찰을 받고 요녕으로 떠날 채비를 마친 날이기도 했다.

         

       ‘날 노리는 건 확실해.’

         

       만약 놈들이 공들여 잡은 인질을 덧없이 죽일 정도로 멍청한 놈들이라면 마교 놈들은 지금까지 운빨 하나로 살아남은 집단으로 봐야 한다.

         

       백우진은 이러한 사실을 그녀에게 모두 알려주었다.

         

       “그러니 이리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럼에도 불안하지 않으냐?”

         

       혈수마녀의 단어 선택은 그야말로 탁월했다.

         

       백우진은 허벅지를 탁 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 바로 그겁니다. 그럼에도란 말이 딱 맞아요.”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전혀 불안을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닌 것을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불안했다.

         

       “허….”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혈수마녀의 눈이 또 다른 감정을 품었다.

         

       그것은 분명 동정이었다.

         

       그 감정을 읽어낸 백우진이 눈가를 좁히며 물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네놈이 불쌍해서 그렇느니라.”

       “제가요? 왜요?”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백우진.

         

       “네놈이 지금 그 불안함의 정체를 모르는 이유 자체가 불쌍한 것이니라.”

       “…아니, 모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백우진이 발끈하자, 혈수마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알고 싶어 했던 이유를 알려주었다.

         

       “가족이기 때문 아니냐.”

       “…….”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당연히 그러한 게다.”

       “아.”

         

       백우진은 깨달았다.

         

       자신이 왜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저 답답해 했는지를.

         

       “제아무리 아무 일 아니라고 확신해도, 제 눈으로 직접 무사한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가족 아니더냐.”

         

       그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걸 보아, 네놈도 지독히 외로운 놈이구나.”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할 만한 가족이란 존재가 없었기에.

         

       달리 말하면 백무혁이 짧은 시간 동안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할 정도로 정을 주었고, 이를 받아들인 백우진이 그를 어렴풋이나마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단 뜻이기도 했다.

         

       ‘이미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구나.’

         

       내 진짜 가족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정도에 불과하다 여겼건만.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앞서 나아가고 있었던 것.

         

       “지독히 외로운 놈이라….”

         

       혈수마녀가 입에 담은 그 말이 삶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다.

         

       “맞네요, 그거.”

         

       처연한 웃음으로 수긍했다.

         

       이방인.

         

       그는 언제나 그런 존재였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지구에서도 누구와도 섞이지 못하고 매번 겉돌았다.

         

       판타지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그곳에선 무려 용사였다.

         

       마왕으로부터 세상을 구해낸 용사.

         

       한때 세상 전체가 자신을 반긴다고 여겼던 적도 있었지만, 아니었다.

         

       그녀에게 원독어린 말을 들었을 때 깨달았다.

         

       이곳 또한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님을.

         

       그렇게 돌고 돌아 이곳에까지 도달했다.

         

       이곳은 어떨까.

         

       마음이야 간절히 이곳에 있고 싶지만, 모르겠다.

         

       여정은 아직 한창이고,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가봐야 아는 것이니.

         

       애처롭게 웃고 있는 백우진의 모습에 혈수마녀가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어깨를 붙잡고 강제로 몸을 일으켰다.

         

       놀라 휘둥그레진 그의 눈과 혈수마녀의 결연한 눈빛이 마주했을 때.

         

       “에이잇! 사내놈이 그딴 말 한마디에 의기소침해져선!”

         

       짜증과 위로가 섞인 기묘한 말투.

         

       그와 동시에 혈수마녀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팔을 제 품으로 끌어당겼다.

         

       현경 고수의 힘은 과연 어마어마했다.

         

       백우진은 그대로 팔과 함께 딸려가 그녀의 풍만한 가슴 위에 얼굴을 묻게 되었다.

         

       잠시 헤벌쭉 하는 사이, 등짝에 무언가가 내리꽂혔다.

         

       그를 끌어안은 혈수마녀의 손이었다.

         

       나름대로 위로한답시고 등을 토닥이려는 것 같은데 이렇게 아파서야.

         

       “괘, 괜찮다. 지금까지 외로웠으면 이제부터 가득 채우면 되는 일이니.”

         

       생각보다 괜찮다.

         

       서투른 그녀의 말투와 그보다 더 서투른 아픈 토닥임에 울적함이 가신다.

         

       “무슨 아픔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혈수마녀는 모른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신이 보기 이전의 그가 어떠한 인간이었는지.

         

       “걱정 말거라.”

         

       혈수마녀의 두 팔이 그를 단단히 붙들었다.

         

       “내 너에게 약조하마.”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나, 나 또한 이 세상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몸 아니더냐. 내 언제나 네 곁의 한 자리를 채워줄 터이니, 혼자라는 생각은 말거라.”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따뜻한 목소리.

         

       “아, 알겠느냐?!”

         

       마지막에 좀 오류가 나긴 했지만, 오히려 좋다.

         

       “믿어도 됩니까?”

       “무, 무얼 말이냐.”

       “언제나 제 곁을 지켜주신단 말 말입니다.”

       “무, 물론이다! 내 너에게 단 한 번도 거짓을 말한 적이…, 어, 없느니라!”

         

       마지막 말끝을 흐리는 건 무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가 아닐까.

         

       백우진은 조금씩 힘을 주어 그녀의 품에서 떨어져 나왔다.

         

       낯이 뜨겁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선영이나 제갈연지한테 고백을 했을 때보다 더 뜨겁다.

         

       “그…, 바,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이를 참지 못한 백우진은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복도를 빠르게 뛰어 계단을 내려간 그가 향한 곳은 아침에 몸을 풀었던 뒷마당이었다.

         

       “후우…!”

         

       그곳에 도착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는 폐에 들어찬 숨을 마음껏 내뱉었다.

         

       “엄청 부끄럽네.”

         

       좋으면서도, 부끄럽다.

         

       무슨 일이 생겨도 곁을 지켜줄 우군이 생겼음은 든든하지만, 그녀에게 자신의 민낯을 들킨 것만 같아 부끄러웠다.

         

       백우진은 문득 자신을 끌어안기 직전, 혈수마녀가 짓고 있던 표정을 떠올렸다.

         

       “…예뻤지, 음.”

         

       앙칼진 외모에 장착되어 있던 차가움이 녹아내린 그 표정은 그야말로 심장을 쿵 떨어지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이러다 진짜 반할지도 모르겠네.”

         

       저도 모르게 읊조리는 사이.

         

       “누구한테 반해…?”

         

       어둠 속에서 맑은 눈동자 한 쌍이 반짝인다.

         

       이쪽을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신예화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_ _)

    중요한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리는 바람에 이제야 집에 도착했네요.

    내일은 늦지 않도록 예약을 걸든, 제시간에 집에 오든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고, 저는 내일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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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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