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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째깍, 째각…….

         

       고요한 서고에,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요란히 울려퍼진다.

         

       태엽으로 움직이는 초침이 아닌, 아리아의 마력에 그 근본을 둔 초침.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멜리나의 시간 마법을, 아리아가 온전히 제 것으로 화했다는 소리였다.

         

       “……후후, 어지럽구나.”

         

       사흘이라는 한정된 시간.

       그렇기 때문에 아리아는 사고를 찰나의 단위로 쪼개어, 시간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녀가 실제로 체감한 시간은 그 수십 배. 그럼에도 시간은 금세 흘러가버렸다.

         

       “이렇게 십 수년을 반복하다보면 시간 마법에 진리에 닿을 수 있겠구나.”

         

       아리아는 그렇게 말한 뒤, 파리한 안색으로 몸을 일으켜세웠다.

         

       “그러면, 올리비아처럼 회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겠지. 짐은 이제 그 가능성을 읽었노라.”

       “……믿어도 되는 거겠지?”

       “후후. 여태껏 가르쳐놓고 이제와 의심해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물론 의심하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만, 자네는 너무 과해.”

         

       아리아는 의자를 연성한 다음 그 위에 앉아 가쁜 숨을 내쉬었다.

         

       “떠나기 전에, 만민 위에 군림하는 황제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해주마.”

       “…….”

       “첫째로, 올리비아를 믿어라.”

         

       올리비아의 수많은 생을 엿본 멜리나의 기억. 아리아는 그런 그녀의 심상을 읽었다.

         

       수천 번의 구원 끝에 왜 몰살을 일으켰는지, 끝내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마신과의 전투를 직접 겪어본 자로서, 올리비아의 ‘몰살’이 마신의 짓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마신은, 인간이 고통 없이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

         

       고통이라는 개념 자체를 바꿔, 차라리 죽음이 축복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인간을 기만한다.

         

       그러면서도 끝내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 그 악독함을, 아리아는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기억한다.

         

       하지만 ‘몰살’회차의 올리비아는, 모두를 고통 없이 죽였다.

         

       “그리고 짐을 믿어라.”

        “……제 입으로 그렇게 말하면 부끄럽지도 않은가?”

        “후후.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으니 황제인 것이니라.”

         

       츠츠츠츳…….

         

       멜리나의 육신이 점차 입자로 변해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녀에게 허락된 시간이 다 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런 멜리나에게, 아리아가 넌지시 말했다.

         

       “다시 눈을 뜨면, 세상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만.”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부정어에, 멜리나가 고개를 치켜든다.

         

       “만약 세상이 조금도 바뀌어 있지 않다면, 짐의 조언을 기억하거라.”

       “……!!”

         

       멜리나가 눈을 치켜뜬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녀의 입가는 이미 입자로 화해 사라진 뒤였으므로.

         

       사아아악…….

         

       멜리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텅 비어버린 자리를 보며, 아리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할 일이 아주 많겠구나…….”

         

       이제부터 [회귀]하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내야 할 테니까.

         

       그리고…….

         

         

       *****

         

         

       바깥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제국이 국경 지대에 병력 배치를 완료했다는 소문이 들려왔기 때문이리라.

         

       그나마 아이테르를 믿는 성기사들은 동요가 덜했지만, 동부 연합군은 유독 그 정도가 심했다. 믿고 의지할 기둥이 없으니, 불길한 기류를 더욱 선명하게 느꼈기 때문이리라.

         

       막사에 들어온지 며칠 되지 않은 올리비아조차 귓동냥으로 그 기류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으니.

         

       ‘……도박수라.’

         

       올리비아는 눈을 감은 채로 생각에 잠겼다.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직접적으로 물어봐야 하나?

         

       한참 고민을 하던 와중에, 리브가의 막사에 연결해두었던 마력사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성녀님. 인근에 거주하던 민간인들의 대피를 완료했습니다. 제국 측에서도 피난 완료 의사를 보내왔습니다.]

       [수고했어요. 병력은 얼마나 모였죠?]

       [성소를 방비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전원이 집결했습니다.]

         

       총력전.

         

       제국은 남부와 서부에도 여력을 남겨놓은 모양이지만, 상대적으로 약소국인 신성 왕국으로서는 여력을 남겨둘 여지가 없었다.

         

       제국이 수많은 명분들을 내걸은 반면, 신성 왕국이 내걸은 명분은 단 하나.

         

       성전(聖戰).

         

       신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전쟁.

         

       단순하면서도, 그 무엇보다 확실한 명분이었다.

         

       [첩보대는 어떻게 되었죠?]

       [3개 대대 전부 괴멸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실력있는 자들을 암중에 풀어둔 모양입니다.]

       [……간자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마세요.]

         

       그 ‘실력 있는’ 자들이 누구인지, 올리비아는 대충 알 것만 같았다.

         

       아마 암주의 휘하에 있는 자들이겠지.

         

       올리비아는 마력사를 거둔 다음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멜리나의 자리에서 쉴새없이 들려오는 달그닥거리는 소리. 도대체 무슨 연구길래 아침부터 저렇게 몰두하는 걸까.

         

       올리비아는 눈을 부비며 멜리나를 향해 다가갔다.

         

       “……스승님. 아침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하고 계세요?”

       “…….”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멜리나의 몸은 마치 얼어붙은 사람처럼 굳어 있었다.

         

       그 모습에, 올리비아가 흠칫 놀라 뒤로 물러난 순간.

         

       “……아…….”

         

       멜리나의 멍한 눈동자가, 조금씩 초점을 되찾았다. 그녀는 생기를 되찾은 눈으로 올리비아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돌아……왔구나.”

       “……네?”

         

       커다란 마법적 결계가 펼쳐진 막사.

         

       처음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풍경에, 멜리나는 입을 다문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정녕 황제는 실패한 것인가?

         

       – 짐의 조언을 기억하거라.

         

       귓가에서 맴도는 황제 아리아의 음성.

         

       올리비아와, 자신을 믿으라는 조언.

         

       황제는 일이 이렇게 될 것이라는 걸 미리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멜리나는 얕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리비야. 방금 나는 다른 세계선에 다녀왔단다.”

        “……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고 반문하려던 올리비아의 얼굴이 굳는다. 멜리나의 혼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질적인 마력의 잔향을 느낀 탓이다.

         

       이 세계의 것이 아니다.

         

       올리비아는 순수한 의문을 담아 물었다.

         

       “어떻게요?”

        “……예전에 네가 보여줬던 마법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음, 그래도 정말 성공할 줄은 몰랐구나. 꽤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멜리나는 약간 지쳐 보였다. 애써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직 진리에 도달하지 못한 그녀가, 세계선을 넘기 위해 어떤 대가를 치뤘을까.

         

       기력. 어쩌면 생명력.

         

       올리비아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비틀었다.

         

       “그 세상에서는 아리아가 황제더구나. 키엘은, 무려 대공이었지.”

         

       ‘그 세상’이 어디인지, 단숨에 깨달은 올리비아가 눈을 부릅뜬다.

       

        “너는 잠시 여기 있거라. 확인해볼 것이 있단다.”

         

       터억.

         

       서둘러 막사를 빠져나가려는 멜리나를, 올리비아가 붙잡았다.

         

       “스승님. 아리아랑 무슨 얘기 하셨어요? 아니, 애초에 그 세계에 며칠 동안 있으셨는데요?”

       “사흘 동안 머물렀단다.”

       “……지금 아리아한테 가시려는 거죠.”

       “…….”

       

       멜리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시기 전에, 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설명해주세요.”

         

       잠시 망설이던 멜리나의 뇌리에, 또다시 음성이 맴돈다.

       

       – 올리비아를 믿어라.

         

       ‘……네 조언이 없었어도 그리했을 것이다.’

         

       화풀이하듯 인상을 굳힌 멜리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멜리나는 간단히 상황을 설명했다. 황제 아리아를 만난 것. 그녀에게 사흘 동안 시간 마법을 가르친 것. 그리고 마지막에 전해들었던 수상한 조언까지.

         

       “가지 마세요. 아니, 가면 안돼요.”

         

       올리비아는 진지하게 얼굴을 굳혔다.

         

       며칠 뒤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래서 지금 적진에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지금의 멜리나에게 그런 말은 오히려 독이다.

         

       “아리아가 그랬다면서요. 절 믿으라고. 그러니까, 믿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올리비아의 사고는 한 가지 사실만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스쳐 지나가듯 떠오르는 예전 기억.

         

       [내게 도와달라고 말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이라면, 그때의 나한테 가서 도움을 청하라는 말이야.]

         

       락테아를 마스터했다고 자부하던 자신조차, 미처 알지 못했던 이면의 이야기.

         

       엔딩 이후의 세계.

         

       그러니까, ‘올리비아’의 세계.

         

       멜리나의 말대로라면, 황제 아리아는 회귀에 성공했을 것이다. 수백, 수천 번을 회귀하여, 끝끝내 ‘올리비아’의 시간을 따라잡았을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 ‘올리비아’의 시간을.

         

       그렇다면, 영겁의 시간을 함께한 두 천재가.

         

       과연 마신의 잔재를 소멸시킬 방법 하나를 알아내지 못했을까?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나는 매우, 엄청나게, 그 누구와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명석하고 유능한 사람이야.]

         

       [그런 내가 너를 돕는다면, 네가 추구하는 완벽한 결말에 도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

         

       올리비아의 입가에, 조금 어이 없다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올리비아가 허탈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답을 얻어내고는 한다.

         

       ‘……설마 정신계통 마법사라고 착각할 줄이야.’

         

       정말로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15명의 회귀자.

         

       마지막으로 죽인 회귀자는 아리아다.

         

       이 두 문장 속에 숨겨진 모순을, 이제서야 알아차리다니.

         

       [14번째]가 누구인지, 이제는 알 것 같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Ilham Senjaya님!!!!

    -뚜알기가 조아님 30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항상 작가의 야식을 담당해주셔서 캄사드립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I Became the Witch Who Destroyed the World

세계를 멸망시킨 마녀가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destroyed the world to see its Annhiliation Ending.

And I possessed my Character Olivia in the game.

However… … .

[The world is rebuilt.] – NPCs killed by you return.

– Princess Aria hates you.

– Sword Saint Kiel wants to slit your throat.

… … Isn’t that a bit of a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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