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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엔리는 팀게임을 하면서 자신이 잘 해낼 것이란 확신을 지닌 적이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하위권을 맴도는 유저였고 팀 게임에서 하위 티어 유저의 확신이란 팀을 파멸로 이끌게 했으니까.

       

       대개의 대회에서 그녀의 역할은 상위티어의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인형이었다.

       

       그녀가 저지른 실수 때문에 한 번의 대회를 그르친 후부터 항상 그랬고 그래야만 했다.

       

       이번 대회는 달랐다.

       

       이전에는 실버 아니면 높아봐야 골드에서 출전을 했던 그녀가 이번엔 다이아라는 티어를 앞에 달고 출전을 했단 것도.

       

       항상 기피 매물 취급당하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관심을 가져주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라는 지시 대신 알아서 판단하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엔리님. 지금 엔리님은 잘 해주고 계세요. 그러니까 기죽지 말고 본인의 판단을 믿어도 괜찮아요.’

       ‘맞아요! 엔리가 없었으면 이 팀 진작에 망했을 걸요?’

       ‘엔리. 자신감을 가져라. 그대를 가르친 것이 누구인데 망설이는 것이냐. 나는 그대를 그리 나약하게 키운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의 신용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도.

       

       – 대 황 리

       – 이게 다이아지! 이게 다이아지! 이게 다이아지!

       – 얼마나 더해줘! 얼마나 더해줘! 얼마나 더해줘!

       – 이 팀의 에이스 누구? 프로조차 모독한 여자. 엔황.

       

       항상 비난을 쏟아내기 바빴던 대회의 채팅창에서 그녀를 칭찬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모든 것이 달랐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단 한 사람에게서 시작되었다.

       

       아라. 현실에서 맘편히 만날 친구를 바라다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

       

       고고하면서도 때로는 바보 같다는 모순적인 설명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사람.

       

       아라가 엔리를 구해주었기에.

       

       아라가 엔리에게 아피스에 관해 알려 주었기에.

       

       아라가 다른 팀원들의 수준을 끌어 올려 주었기에.

       

       엔리는 지금 여기에 있었다.

       

       심호흡을 끝마친 엔리는 눈을 떴다.

       

       이미 일전에 두 번의 승리를 거두었기에 이제 한 번의 승리만을 더한다면 대회는 끝이 난다.

       

       처음 팀이 결성되었을 때는 이런 풍경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모두들 결성된 엔리의 팀을 보면서 말했다.

       

       저 팀은 망했다고. 희망이 없다고.

       

       역사상 최악의 팀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여느 때처럼 용사냥꾼을 고르고 나서 게임에 들어오니 팀원들이 모습이 보였다.

       

       두 번의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그들의 분위기 속에 신남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에 들어오기 전 아라가 살벌하게 분위기를 잡은 탓이었다.

       

       “화령님. 진짜 살벌하시네.”

       

       배민황이 키득거리며 말을 꺼내자.

       

       “그러게요. 덕분에 방금 전까지 신났던 게 싹 가라앉았어요.”

       

       나희가 살짝 낮아진 목소리로 말을 받았고.

       

       “유리한 데 조금 흥내도 되는 거 아닌가요?”

       

       나비린이 여느 때처럼 투정을 부렸고.

       

       “그래도 화령님이 하신 말이 맞죠. 신을 내는 건 이기고 나서로 충분하니까요.”

       

       바니가 모두들 중재했다.

       

       이제는 너무도 익숙해진 팀의 모습을 보던 엔리는 자기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엔리님.”

       

       나비린이 부르는 소리에 엔리가 고갤 돌렸다.

       

       “왜요?”

       “나중에 회식 날 잡히면 화령님 포획해서 데려다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했다.

       

       “제가요?”

       “실친이시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내가 아라 씨를 강제로 움직일 수 있을까?

       

       엔리는 성인 남성을 가뿐히 쓰러트리던 아라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끌고 가려다가 오히려 포획당할 것 같은데.

       

       “화령님 덕에 실력이 많이 늘어서 고마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한 방 먹여야겠어요.”

       

       현실에서도 저렇게 거만한 지 보고야 말겠다는 나비린의 말에 엔리는 말없이 웃음을 지었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죠. 이제 경기 시작하니까.”

       “벌써요?”

       “갑시다! 화령님을 만나러!”

       “여기선 우승을 언급해야 하지 않아요?!”

       

       *

       

       <이 팀이 여기까지 올라오는 걸 상상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경매가 진행되던 그 날!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처음 감독을 해보는 사람이라 실수를 했다고! 역사상 최악의 팀이 결성되었다고!>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들이 처참한 결과를 내길 바라는 기원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저주를 견디지 못합니다! 심지어 프로들 중에서도 그 저주를 이겨내는 이는 드뭅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절벽의 아래에서부터 올라온 이들의 모습을!>

       <지금 이 자리에 언더독은 없습니다! 바닥에 널부러 졌던 강아지는 자라나 짐승이 되어 우승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팀! 복수하고 싶은 사람들! 아쓰대에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갑니다!>

       <오늘로 저들은 증명했습니다! 세상에 최악의 팀 따위는 없다는 것을! 있는 것은 그저 최악이라 지레 짐작하고 포기한 팀 뿐이라는 것을!>

       <경기 종료됩니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들! 제 6회차 아쓰대의 우승을 거머쥡니다!>

       

       *

       

       <정말로 뒤풀이 나올 거에요?>

       “그럴 생각인데요.”

       

       성적을 거두면 생각을 해보겠다 했는데 우승을 거머쥐고 돌아왔으니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나.

       

       본인이 딱히 다른 이들을 만나는 걸 꺼려할 이유도 없는 지라 그냥 하루 녀석들과 어울려 준다 생각하고 나갈 생각이었다마는.

       

       <으으. 저만의 작은 아라 씨가 세상 바깥으로 나오다니.>

       “제가 엔리 씨 인형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내가 어디 그대가 없는 곳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그대와 함께 놀러가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 왜 저런 반응인 건지 원.

       

       마음이 복잡한 듯 무어라 중얼거리는 엔리의 말을 흘려들으며 버스에서 내린 나는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이제는 이러한 행동들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매일 같이 비슷한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지.

       

       지금이라면 눈을 감은 채로도 학교와 집을 왔다갔다할 수 있으리라.

       

       뭐어. 나는 눈을 감더라도 기감으로 모든 걸 느낄 수 있으니 아무런 의미가 없는 소리긴 하다만.

       

       “저기요!”

       

       건물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경비원이 나를 불렀다.

       

       평소 오며가며 인사를 나누는 사이이기는 했다만 따로 나를 부를 이유는 없을 터인데.

       

       무언가 온 것이 있나?

       

       지난 번에 인형들을 보관하기 위해 시켰던 장이 드디어 온 것인가?!

       

       그 생각이 든 나는 엔리에게 양해를 구한 후에 빠르게 경비에게로 다가갔지만 그가 내게 건네준 것은 한 손으로도 들 수 있을 자그마한 상자였다.

       

       “이것 뿐인가요?”

       “예. 따로 더 온 건 없습니다.”

       

       내가 이런 자그마한 물건을 시킨 적이 있었던가?

       

       <택배 왔어요?>

       “네.”

       <뭔데요?>

       “몰라요. 집에 가서 열어보려고요.”

       

       나는 집 안에 도착하자마자 상자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비녀였다.

       

       어릴 적 어머님께서 내게 선물했던 것과 똑같이 생긴 비녀 말이다.

       

       아아. 아피스 사 측에서 이를 제작해 보내준다고 이야길 했었지.

       

       정확한 일자는 정해진 게 없다 하여 기억에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그게 오늘 온 것인가.

       

       현실에서 비녀를 받게 되었지만 감회가 그리 새롭진 않았다.

       

       이 비녀가 어머님이 주셨던 것과 모양만 같을 뿐인 다른 물건이기도 하고.

       

       다른 세상에서 지겹도록 끼고 다니는 것이 이 비녀이기도 하니 말이다.

       

       <택배 안에 뭐 들어 있었어요?>

       “비녀요.”

       <아피스 튜토리얼 클리어 보상이요?>

       “네.”

       <그게 드디어 온 거에요?! 사진 찍어서 보내 줘요!>

       

       손에 든 비녀를 카메라로 찍어서 보내 주었더니 엔리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이거 말고요!>

       “네?”

       

       사진을 보내 달라기에 보내주었는데 이거 말고라고 하면 대체 그대는 무얼 바란 것인가?

       

       <당연히 아라 씨가 비녀를 착용한 사진을 보내달란 거죠!>

       

       그 소리더냐?

       

       그렇다면 진작에 그리 말을 할 것이지.

       

       나는 화장대에 앉아서는 스마트폰을 내려 놓고 두 손으로 머리를 매만졌다.

       

       아직 비녀를 끼기에는 머리가 짧은 듯 싶다만 어떻게 잘 하면 될 것 같긴 하구나.

       

       이리저리 고심을 해가며 비녀를 착용하고 나니 나름대로 모양새가 잡혔다.

       

       봐줄만 하긴 하다만 잘 어울리는 지는 모르겠구나.

       

       본인이 단발에 비녀를 껴 본 적은 없는지라.

       

       이제 착용은 다 했으니 사진을 찍어서 보내주기만 하면 된다마는.

       

       카메라 화면을 볼 수가 없으니 영 찍는 것이 불편하구나.

       

       내 직접 화면을 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어찌저찌 고생을 해가며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더니 엔리가 웃음을 흘렸다.

       

       <아라 씨. 혹시 셀카 기능 쓸 줄 몰라요?>

       “셀카? 그건 또 뭔가요?”

       <진짜로 몰라요?! 아직 이십대 초반인 사람이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죠?!>

       

       그야 내가 이십대가 아니니까 그렇지.

       

       신분증 상으로는 이십대라 적혀 있지만 나의 실 나이는 엔리에 비해 몇 배는 많을 것이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노친네라 부를만한 나이인지라.

       

       나는 엔리의 설명에 따라 차근차근 스마트폰의 기능을 조작했다.

       

       그러자 내가 바라던 대로 화면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과연! 본인이 불편하다 생각했던 것은 이미 다른 이들도 불편하다 생각하고 다른 방안을 강구한 것이로구나.

       

       <와아. 진짜 잘 어울려요! 입고 있는 옷이 후드티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후드티가 뭐 어때서요.”

       

       입기 편한데다가 펑퍼짐하여서 옷가짐을 신경 쓸 이유도 없고 주머니도 달려 있어서 무얼 가지기도 편한 이 후드티의 무엇이 이상하다 그러는 지 모르겠구나.

       

       <아라 씨. 내일 뒤풀이 할 때도 그 후드티 입고 나올 생각이죠?!>

       “그렇죠?”

       

       사람을 만난다고 따로 신경을 쓰고 그러는 것은 질색이다.

       

       그 놈들이 뭐 그리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내가 신경을 써야 한단 말인가.

       

       어차피 한 번 보고나서 다시 볼지 안 볼지도 모르는 녀석들이거늘.

       

       <그건 안 돼요. 아라 씨의 후줄근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요.>

       “후줄근하다뇨.”

       

       내 평소 모습이 뭐 어떻다고 그러는 것이냐.

       

       머리도 말끔하고 옷도 제대로 된 걸 입는데 후줄근하다는 건 너무하지 않나?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내일 직접 찾아가서 코디를 해줄 게요!>

       “네? 괜히 그럴 필요 없어요.”

       <아뇨! 이건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딱히 그대의 의사를 물은 게 아니었다마는. 그대가 좋아하건 싫어하건 그게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

       

       내가 싫다는 소리다.

       

       네가 여기에 찾아오면 또 여러 괴상한 옷들을 입힐 게 분명하니까!

       

       <내일 반드시 갈게요!>

       “오지 마세…”

       

       엔리는 제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아. 그냥 뒤풀이고 뭐고 나가지 말 것을 그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라가 질색하는 시간이 다가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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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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