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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일주일이 지난 어느 밤.

         

       나와 세나는 마차를 타고 로만의 한 여관을 향해 가고 있다.

         

       정보부의 보고에 따르면 오늘 밤 아몬과 마족 숭배자들이 로만 시에 있는 여관에서 회합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기적인 회합을 하고 있지만 마법에 능통한 자들이기에 도청 마법을 설치하기보다는 그들의 신원 확보를 주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조금 다를 것이다.

         

       “대공 전하, 정말 괜찮은 걸까요? 차라리 성기사단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살짝 걱정스럽다는 듯 말하는 세나에게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그건 안 됩니다. 아직 마족 숭배자의 규모를 알 수 없습니다. 저들이 로만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마족 숭배자라는 집단 전체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어둠 속에 숨어있는 자들까지 전부 끄집어낼 수 있습니다.”

         

       내 말에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듯하지만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는 세나.

         

       그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하지만 정말 마족 숭배자라면 저희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 말에 내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말한다.

         

       “만일에 대비해서 근방에 병사들을 많이 배치해 뒀고, 제 여동생도 잠복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내가 알기로는 아몬을 포함해서 5명이 모인다.

         

       그들 모두 마기를 다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원군을 배치 해놨다.

         

       “저희는 그냥 마족 숭배자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위층 여관방에서 그들을 지켜보면 됩니다.”

         

       그들이 모이는 여관 주인에게 거금을 주어 아몬 일행에게 201호 방을 주게끔 만들고, 그 위층 방을 개조해서 위에서 아래를 볼 수 있게끔 구조를 짜뒀다.

         

       내 말에 불안한 얼굴이 풀리지 않는 세나.

         

       이내 마차가 멈추자.

         

       내가 문을 열고 내리고, 뒤따라 내리는 세나의 손을 잡아준다.

         

       “고… 고맙습니다.”

         

       살포시 얼굴이 빨개지는 세나를 보며 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들어가시지요.”

         

       허름한 여관.

         

       카운터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아 내가 초인종을 누른다.

         

       -딸랑…

         

       “네! 나가요.”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안쪽에서 나오며 말한다.

         

       “몇 분인가요?”

         

       “두 사람입니다. 혹시 301호 방이 있습니까?”

         

       내 말에 그 남자의 표정이 살짝 굳어진다.

         

       “값이 좀 나갈 텐데 괜찮으십니까?”

         

       “알고 있습니다만 이미 선불로 냈습니다.”

         

       서로의 암호를 말하자, 남자가 키를 주면서 말한다.

         

       “네. 열쇠는 여기 있습니다. 부디 오늘 하루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여관방으로 향하자.

         

       “세나 씨?”

         

       세나를 부르자 한껏 얼굴이 달아오르며 주뼛주뼛 답하는 세나.

         

       “네에! 가… 가요!”

         

       그렇게 그녀와 여관방으로 들어간다.

         

       -타악!

         

       “세나 씨?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으세요?”

         

       남자랑 단둘이 여관에 온건 처음이라 그러는 걸까?

         

       세상 물정 모르는 수녀 세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조금 궁금하기는 하지만 괜히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주뼛주뼛 안절부절못하는 세나를 보니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뭐해요? 여기 앉아있어요.”

         

       내가 소파를 툭툭 치자, 세나가 머뭇거리며 연초록 눈동자를 마구 굴리며 말한다.

         

       “저… 저는 서 있는 게 편해요.”

         

       답답해 보이는 그녀.

         

       여기서 괜히 나서는 건 오지랖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일부러 침대로 향한다.

         

       “그럼 저는 여기서 있을게요.”

         

       앞으로 마족 숭배자들이 모이려면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그 사이에 아랫방을 염탐할 수 있는 구멍이 이상은 없는지 살짝 확인한다.

         

       아직 아무도 없는 불 꺼진 방.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으로 희미하게 가구들을 보며 생각한다.

         

       나쁘지 않네.

         

       작은 구멍치고 잘 보인다.

         

       현재 아랫방을 기준으로 양옆 맞은편 방까지 정보부 요원들이 배치되어 있다.

         

       나나 세나야 아래 상황을 염탐하고, 좌우 방에서는 저들의 대화록 형태로 기록할 것이다.

         

       “좋아 이상 없네.”

         

       내가 바닥에서 일어난다.

         

       그렇게 나는 침대에 누워서 시간이 가길 기다리고, 세나는 내가 없는 소파에 앉아 시간을 기다린다.

         

       -또각,또각.

         

       방안에 울리는 시계 돌아가는 톱니바퀴 소리가 오늘따라 크게 들릴 정도로 방안에 어색함이 감돈다.

         

       하아… 도저히 못 참겠네.

         

       더 이상 본능을 이기기 힘든 내가 세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세나 수녀. 저 더 이상 참기 힘들군요.”

         

       “네에엣?!”

         

       내 말에 세나가 과한 반응을 하며 말한다.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성큼성큼 걸어가자… 그녀가 과하게 어깨를 떤다.

         

       “이… 이러지 마세요! 저… 저는 신을 모시는 수녀입니다.”

         

       눈을 질끈 감고 자기 어깨를 감싸는 그녀를 보며 내가 속으로 어이가 없다.

         

       참나, 수녀라는 작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원작 속에서 제일 변태인 히로인으로 기억되는 그녀이기에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세나 수녀. 도대체 무슨 망상을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잠을 너무 못 자 조금 자두겠습니다. 아래층에 인기척이 느껴지면 깨워주십시오.”

         

       그렇게 말하고는 침대에 눕는다.

         

       푹신한 베개.

         

       그 위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는다.

         

       “대공… 일어나세요.”

         

       무언가 나를 흔드는 손길에 눈이 떠진다.

         

       “으음… 세나 수녀?”

         

       “쉬잇… 밑에 사람들이 들어왔어요.”

         

       그 말에 내 정신이 번뜩 든다.

         

       “알았습니다. 이리로.”

         

       내가 바닥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가리키자, 세나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둘 다 작은 구멍에 눈을 가져간다.

         

         

         

       ***

         

         

       구멍으로 보이는 방.

         

       방안에 환한 촛불을 들고 있는 남자들이 총 5명이 보인다.

         

       그들 모두 긴 로브를 뒤집어써서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는다.

         

       저 중에 아몬이 있다는 뜻이겠지?

         

       “알파, 도대체 황궁은 언제 무너트릴 수 있는 것인가?”

         

       천장에서 봤을 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방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 아무래도 흰 가면을 쓴 것처럼 보인다.

         

       “베타 성급하게 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 목소리는… 아몬이다.

         

       한 번밖에 못 들어봤지만, 분명히 저번의 레스토랑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

         

       “제길… 위대한 그 분께서 지금 얼마나 화가 많이 나신 줄 아는가? 계획이 너무 많이 틀어지지 않았나?! 분명 이맘때쯤 마왕님을 지옥에서 부활시켰어야 했을 텐데!”

         

       그 말에 아몬이 답한다.

         

       “나도 발로랑이 자식 손에 그리 죽을 줄 알았나? 그분께 걱정하지 말라고 일러두라고. 곧 평등당이 내 손에 떨어진다 그러면 제국이 혼란스러워질 테고, 그만큼 인신 공양할 제물이 늘어 한결 수월해질 거다.”

         

       그때 다른 남자가 입을 연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왕님의 그릇은 어떻게 구할 것인가? 지금 황제와 조이 황녀를 제외한 황족들은 너무 어리거나 나이가 너무 많다. 황궁을 무너트리려면 대공국 병사들을 물리쳐야 할 텐데, 저런 잡졸들로 어떻게 황궁을 무너트리겠는가?”

         

       실제로 로만 출신이 아닌 내 병사들은 내가 명령만 내린다면 이 도시를 폐허로 만들 수 있다.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해도 직업 군인과 농사나 상인들이 곡괭이나 삽을 든다고 동수로 두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게 마족 숭배자들의 얘기를 들으며 세나를 바라보자, 세나가 놀라 구멍을 바라보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고 바들바들 떠는 것이 보인다.

         

       경악에 찬 눈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겨우 이런 걸 보고 저렇게 놀라면 어떻게?

         

       물론 이곳 사람들에게 엄청난 재앙이나 다름없겠지만 나름 교황청에서 높은 수녀인 세나가 저리 유약하다니.

         

       원작의 굳건하고 강한 의지를 지닌 그녀와 사뭇 다른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다.

         

       하긴…

         

       원작과 다르게 제국이 막장이 아니어서 그런 걸지도.

         

       발로랑의 쿠데타가 성공한 이후에 로만은 절망에 빠졌다고 묘사된다.

         

       대공군은 닥치는 대로 학살과 약탈을 자행하고, 교황청에 들어가 교황을 개처럼 끌고 나와 강제로 조이의 즉위식이 거행하려 하지만 교황이 끝내 거부해 그 자리에서 죽고 추기경들을 모아 1시간도 안 되는 졸속 회의 끝에 교황을 새로 추대한다고 한다.

         

       뭐…

         

       그런 상황에 비해서 그냥 제국민이 시위만 하는 상황이면 그리 나쁘지 않겠지.

         

       그렇다 보니 소설 속 명석한 머리를 갖고 있지만 폭군 테오도라와 굳건한 의지를 지닌 반석 같은 성녀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지 않아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니까.”

         

       고민? 대충 듣기만 해도 엄청 엉성해 보이는 마족 숭배자들의 회의를 보며 어이가 없다.

         

       요아네스나 사비넬리처럼 체계적인 계획도 없고 그냥 묻지 말라는 식으로 일 처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황궁에서 내가 뼈 빠지게 일하는 것에 비하면 매우 근거가 없는 주장을 하는 아몬.

         

       “잘 생각해 봐! 아무리 대공군이 강해도 로만의 수십 만 명의 시민이 황궁을 공격하면 무너질 수밖에 없어! 소수는 절대다수를 이길 수 없지.”

         

       참나…

         

       어이가 없다 한숨만 나온다.

         

       정규군과 민병대는 차이가 엄청나다.

         

       특히 이런 화약 무기가 없는 곳일수록 더 심하다.

         

       말 그대로 하루 종일 무거운 갑옷과 무기를 들고 전투와 전쟁 준비를 하는 기사와 농민이 싸운다면 기사가 이길 수밖에 없다.

         

       만약 기사 100명과 농민 1,000명이 싸운다고 하면 나는 기사 100명이 이긴다는 것에 전 재산을 걸 것이다.

         

       그도 그럴게…

         

       마나를 다룰 줄 아는 기사들이 중무장한 채로 말을 타고 민병대를 공격하면…

         

       농민들은 겁에 질려 도망칠 수밖에 없다.

         

       평범한 민병대가 기사들의 무거운 갑옷을 뚫기도 힘들고 앞에서 자기 동료가 죽어 나가는 걸 처음 본 민병대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이걸 쉽게 표현한다면 공포가 전염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절대 이길 수 없을 거 같은 강자들과 목숨을 건 싸움.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피를 흘리며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동료를 보고 두려움과 공포를 못 느끼면 그게 이상한 거지.

         

       경험이 많은 정규군이라고 하더라도 아군이 압도적으로 패하는 걸 보면 도망치려 하는데…

         

       하물며 생업에 종사만 하는 사람이라면 더 손쉽게 무너질 것이다.

         

       실제로 외전에서 발로랑은 몇만도 안되는 대공군으로 로만 시를 철저히 짓밟았다.

         

       근데 아몬이 저리 생각 없이 말하는 걸 보며 속으로 어이가 없다 못해 바보처럼 느껴진다.

         

       저런 놈을 상대하자고 내가 이렇게 오래 준비한 걸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알파! 진짜 자네는 평민이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대공국의 군대는 민병대로 어떻게 할 수 있지 않네! 한 번 더 그런 해괴한 소리를 한다면 위대한 분께 자네의 무식함을 아뢰겠네.”

         

       “아니! 델타까지 왜 그러는 건데?”

         

       지금까지 잠자코 듣던 델타라는 남자가 화를 내며 말한다.

         

       “지금 그분께서 바빌론 제국을 무너트리지 못하고 제국에 오게 된 걸 얼마나 된걸. 얼마나 기분 나빠 하시는지 모르나?”

         

       베타라는 남자가 나서자, 다른 사람들도 나서서 말한다.

         

       “안 그래도 니케아에서 아드리아와 야를 쪽에 병력을 배치해 인신 공양 제물을 얻기도 힘든데. 그런 한가로운 말이나 한다니. 나 원 어이가 없군.”

         

       “저런 놈이 알파라니. 단장한테 자네를 정직시키라 일러야 하겠군.”

         

       그때 아몬이 말한다.

         

       “하하, 농담이고. 사실 위층 방에서 음허하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신의 끄나풀을 골려주려고 한 것뿐이야.”

         

       소름 돋는 아몬의 말에 나와 세나가 얼어붙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저한테 큰힘이 됩니다!

    그리고 비공개로 후원해주신 분 너무 감사드려요!

    다들 사랑해요!

    ps. 늦게 올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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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I Became the Master of the Empress

여황제의 주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y say to leave when the applause dies down, and so I tried to depart.

I intended to give the Empress, who had married me despite her utter disdain, the gift of our marriage annulment…

But the Empress glares at me and says,

[ Did you really think… I would let you go? ]

Something is going terrib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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