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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겨울의 눈꼬리는 언제나 아래로 내려가 있다.

       온순하고 상냥해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눈이었다.

       

       가족들과 눈이 마주칠 때면 빵싯 웃어주고, 꼬리도 흔들어 준다.

       몸에 밴 행동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런 겨울이가 갑작스레 변해 버렸다.

       눈매는 올라갔고, 입은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순한 아이가 장난꾸러기가 되어 버렸음에도 사랑스러움은 여전했다.

       겨울의 빼어난 외모 덕분이었다.

       

       ‘우리 겨울이는 뭘 해도 예쁘네···’

       

       겨울이는 욕을 해도 사랑스럽지 않을까?

       한여름은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했다.

       어여쁨을 연기하는 아역배우도 한 수 아니, 이십 수 정도는 접고 들어가야 하는 외모였으니까.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겨울의 귀여움은 그야말로 반칙이었다.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어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 겨울이 우리 애란 말이지.’

       

       한여름이 히죽거리며 겨울을 품에 안았다.

       겨울이 평소처럼 얌전히 있지 못하고 품속에서 꼼지락거렸다.

       

       “놀자! 놀자!”

       

       “으, 응···!”

       

       겨울이의 최면을 풀어줘야 하는데.

       그 수고비는 같이 노는 걸로 할까.

       한여름은 나름대로 합리화하며 겨울의 말랑한 뺨을 잡아당겼다.

       세상 무엇보다도 부드러운 뺨이었다.

       

       “근데 우리 뭐 하고 노냐?!”

       

       “글쎄? 겨울이는 하고 싶은 거 있어?”

       

       “꼬리! 꼬리 물기닷!”

       

       “꼬리 물기?”

       

       그게 뭐지?

       의문을 표하는 한여름의 입 앞으로 하얀 꼬리가 다가왔다.

       어서 물라는 듯이 꼬리 끝만 까닥이며 한여름을 유혹했다.

       

       ‘헉!’

       

       이걸 입에 물라고?

       언니를 행복사 시키려는 겨울이의 계략인가!

       

       한여름이 겨울의 꼬리를 붙잡는 순간이었다.

       레비나스가 다가와 겨울의 꼬리를 뇸 물어버렸다.

       

       키득키득.

       두 아이가 장난스레 웃었다.

       근처에 있던 새벽이가 조금 머뭇거리다가 제 꼬리를 겨울의 입에 물렸다.

       

       아니 내 꼬리가!

       모두가 즐기는 상황에서, 꼬리를 빼앗겨버린 한여름만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나쁘지는 않았다.

       

       “겨울아, 근데 왜 갑자기 꼬리 물기가 하고 싶었어?”

       

       “꼬리는 소중하니까!”

       

       “아···”

       

       평소와 다른 어리숙한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한여름은 겨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소피아에게 들었던 설명 덕분이었다.

       

       수인족에게 꼬리는 눈과 손만큼이나 소중한 신체 부위였다.

       꼬리를 움직여 감정과 생각을 전달하고, 전투 때에도 꼬리로 수신호를 보낸다.

       꼬리는 수인족만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였다.

       

       그 소중한 꼬리를 타인에게 맡긴다?

       수인족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애정 표현이었다.

       

       나 너 신뢰함!

       증거로 내 꼬리 줄게!

       

       겨울이 제가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리기 위한 놀이를 고른 것이었다.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놀이란 말인가!

       한여름은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올라가는 입꼬리를 도무지 막을 수가 없었다.

       

       “겨울아, 언니가 그렇게 좋아?”

       

       “응! 좋아!”

       

       “헛···!”

       

       부끄러움이 많아 좋다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 아이인데.

       지금의 겨울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어쩌면 겨울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정을 억제해 왔던 걸지도 몰랐다.

       애정 표현을 마구 표출하는 겨울이는 여러모로 위험했으니까.

       

       “여름아! 겨울이 안아주라!”

       

       “헉! 이미 안고 있는데 어떡하지?!”

       

       “헉! 그럼 더 꼭 안아주라!”

       

       “······!”

       

       어머니.

       여기가 천국인가 봅니다.

       한여름이 겨울의 몸을 꼭 안아주었다.

       

       겨울의 작은 몸이 품속에서 꼼지락거릴 때면, 모성애가 충만하게 차올랐다.

       언니가 아니라 엄마를 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며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였다.

       

       “레, 레비나스두!”

       

       “응! 레비나스 좋아!”

       

       겨울이 레비나스를 향해 손을 뻗었다.

       곧바로 레비나스의 품에 안겨서 되는대로 뺨을 문질렀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겨울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우···! 우아···!”

       

       레비나스의 귀가 쭈뼛 솟아올랐다.

       안아주기만 하던 겨울이 이렇게 안겨들다니.

       환희에 가득 찬 몸이 어찌할 줄 모르고 들썩이기만 했다.

       

       “우, 우아! 우아···!”

       

       “레비나스, 왜 고장 났어.”

       

       “와, 왕이가! 왕이가! 우아!”

       

       동동동-

       레비나스가 겨울을 품에 안은 채 발을 굴렸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옆으로 다가온 새벽이가 두 팔을 좌우로 벌렸다.

       제 품에도 안겨들라는 의미였다.

       

       주기 싫은데!

       레비나스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겨울을 건네주었다.

       가족간에 욕심을 부리는 건 금물이었다.

       

       “새벽이도 조아!”

       

       꼬옥-!

       겨울이 품에 안기자, 새벽이가 흠칫 몸을 떨었다.

       언제나 무뚝뚝하던 새벽이마저 감정적으로 함락되었다.

       

       세상에.

       맙소사.

       보는 것도 정말 귀엽네.

       

       찰칵찰칵-

       한여름이 스마트폰을 꺼내 아이들의 모습을 찍었다.

       동영상과 사진을 섞어 쉬지 않고 찍었다.

       

       “우리 겨울이 며짤?”

       

       한여름은 조금 무리해서 겨울의 애교를 유도했다.

       이러한 겨울을 보는 게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있는 탓이었다.

       오늘은 우연치 않게 최면에 걸렸으나, 앞으로 최면은 금지였다.

       

       아무리 귀여워도 금지였다.

       

       “겨울이는··· 몰라!”

       

       “몰라?”

       

       “응!”

       

       겨울이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여름은 그런 겨울의 앞에 손가락 여덟 개를 펼쳐 보였다.

       

       “겨울이는 여덟 살!”

       

       “여덟···! 우아아!”

       

       겨울이 손가락 일곱 개를 폈다.

       손가락 하나가 부족해 한여름이 대신 펴주었다.

       

       “겨울이 완전 애기다 그치?”

       

       “응···!”

       

       킥킥.

       겨울이 웃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안겨들었다.

       한참 동안 ‘안기 놀이’를 하던 겨울이 소파에 걸터앉았다.

       

       미소를 머금은 눈은 쉴새 없이 가족들을 훑었고, 입은 새벽이의 꼬리를 물고 있었다.

       평소 레비나스가 하는 행동이었다.

       

       “음뭅!”

       

       “응?”

       

       “뭅무무웁!”

       

       꼬리를 문 겨울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알지 못했다.

       다만, 흔들리는 꼬리를 통해 대강의 감정은 알 수 있었다.

       

       “응. 언니도 겨울이 사랑해.”

       

       “으뭅!”

       

       겨울이 좋다며 몸을 들썩인다.

       제 꼬리를 한여름의 입 쪽으로 내밀어 주기도 했다.

       같이 물면서 놀자는 의미임을 모르지 않았다.

       

       ‘꼬리!’

       

       겨울이는 사람의 자제력을 잃게 한단 말이지.

       이걸 내가 해도 괜찮은 걸까?

       

       어른으로서 하면 안 된다는 건 알지만, 겨울이 내어준 신뢰였다.

       최소한 흉내 정도는···!

       

       한여름이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일을 마친 소피아가 현관문을 열고 나타났다.

       

       우다다다-!

       조건 반사적으로 겨울이 소피아를 향해 달려갔다.

       한여름은 이번에도 꼬리를 놓쳐버렸다.

       

       다음에 또 기회가 오면 그땐 고민하지 말자.

       한여름이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상어야! 상어야!”

       

       “상어···?”

       

       천진난만한 겨울의 목소리에 소피아가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달려드는 겨울을 망설임 없이 받아주었다.

       

       “겨울이가 정말 좋아하는 상어가 왔냐?!”

       

       “그래, 왔다만···”

       

       겨울이 상태가 왜 이러느냐?

       소피아가 눈빛으로 물었다.

       한여름이 눈동자로 레비나스를 가리키고는, 입 모양으로만 ‘최면’을 말했다.

       

       “아이고야.”

       

       소피아는 겨울이 감정표현에 솔직해지는 최면에 걸렸으리라 생각했다.

       조금 달랐지만, 딱히 틀리지는 않았다.

       

       “상어야! 겨울이랑 놀자!”

       

       “요 녀석, 왜 갑자기 상어라고 부르더냐?”

       

       소피아가 불만을 표하면서도 품에 안긴 겨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떤 겨울이든 사랑스럽기는 매한가지구나.

       소피아는 한여름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상어는 머싯는 상어다!”

       

       “맞다!”

       

       겨울의 단호한 답변에, 레비나스가 동의했다.

       멋있어서 좋다는 아이들에게 불만을 표할 수도 없었다.

       

       “흐, 흠··· 그럴거면 차라리 엄마라 부르거라.”

       

       “···엄마?”

       

       “그래, 엄마.”

       

       아이가 최면에 걸린 상황을 이용한다는 게 올바르지 못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도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엄마 소리를 한 번만 더 듣고 최면을 풀어주자.

       소피아가 마음먹는 순간이었다.

       

       “겨울이 엄마는··· 돌아가셨는데?”

       

       겨울의 입에서 충격적인 말이 터져 나왔다.

       최면이라는 건 때때로 잠들어 있는 기억을 꺼내는 법이었다.

       

       

       **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천진난만한 얼굴에서 충격적인 말이 터져 나왔다.

       한여름은 서둘러 새벽이와 레비나스를 방으로 돌려보냈다.

       

       “엄마는 내장이··· 피랑 내장?”

       

       겨울이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뭔가 떠오를락 말락 해서 머리가 답답했다.

       

       뭔가 엄청난 일이 있던 거 같은데.

       왜 기억이 안 나는 거지?

       겨울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 겨울아···”

       

       한여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단어 조합을 통해 겨울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피와 내장.

       겨울이 어머니는 그런 식으로 돌아가신 건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비참한 죽음이었다.

       

       한여름은 겨울의 기억을 지워준 새벽이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내장을 드러내며 죽어나간 어머니의 모습은 여덟 살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겨울아.”

       

       소피아가 온화한 목소리로 겨울을 불렀다.

       창백해진 한여름과는 달리, 소피아는 여유로움을 내보였다.

       적어도 겉모습만큼은 그랬다.

       

       “웅?”

       

       “어미는 여기 있지 않더냐.”

       

       “엄마··· 소피아?”

       

       “그래, 소피아다.”

       

       소피아다.

       겨울이 방긋 웃었다.

       겨울은 소피아가 정말 좋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 500자 쓰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네요…!

    그리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굴뚝새님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Prologue P님 5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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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I Was Kidnapped By The Strongest Guild

최강 길드에 납치당했다
Score 8.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When I opened my eyes, I was in a den of mon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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