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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하늘도시 히포드롬만큼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자연경관은 없었다.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구름 위에 떠다니는 섬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셀 수도 없는 비유와 격언, 그림과 노래가 그것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하늘도시가 인류의 건축사와 공학사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는 논하기 미묘했다.

       왜냐면 히포드롬은 건설된 도시가 아니라 ‘발견’된 도시였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백 대의 비행선이 오가는 현재의 히포드롬을 아는 사람으로서는 믿기 힘든 일이겠지만, 이곳이 인류의 발길을 허용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하늘섬이 인류의 금지로 여겨졌던 것은 기술의 발전이 모자라서가 아니었다.

       비행선이 개발되기 이전에도 하늘섬에 오르기 위한 시도는 많이 있었다.

         

       사람들은 연이나 열기구를 타고 혹은 그리폰 따위의 날짐승을 조련하여 하늘섬을 정복하기 위해 도전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이전까지 잘 날던 것들이 하늘섬 근처로 다가가면 무언가 강력한 힘에 밀려났다.

         

       일부 학자들은 마차가 빨리 달릴 때 부는 바람을 예로 들며, 그 현상에 대해 나름의 이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목격담이 많았다.

         

       성직자들은 하늘섬은 신께서 접근을 허락하지 않기에 못 간다는 논리를 폈다. 계속 하늘섬에 도전하면 신벌이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늘섬은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았었다.

         

       물론, 지금은 그 괴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밝혀진 지 오래였다.

         

       하늘섬 위에는 고대 문명이 세웠던 도시가 있었다.

       땅딸막한 키에 부리와 깃털을 가진 조인족(鳥人族)이 그 주민이었다.

       그들은 인류가 컬럼비아에 이주하기 전에 대륙을 지배하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현재의 지식으로는 측량하기 힘든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늘섬 주변을 둘러싼 힘은 그들이 만든 장치에서 발생한 강력한 역장(力場)이었다.

       섬을 공중에 띄울 수 있었던 것도 그 힘 덕분이었다.

         

       인류는 그것의 원리에 대해서는 완벽히 밝혀내지 못했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은 알아냈다.

       어떻게 역장의 일부를 닫고 열며, 어떻게 섬의 고도와 속도를 조절하는지 말이다.

         

       그렇게 인류는 고대인들이 남기고 간 자취 위에 현재의 도시를 세웠다.

         

       물론 도시가 현재와 같이 발전하는 데는 상당한 세월이 걸렸다.

       지상과의 교통망 문제, 건축물의 개선과 보수를 위한 자재 조달, 식량 공급 문제, 도시의 소유권 분쟁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류는 상당한 시간 동안 기술적, 제도적 발전을 거쳐야 했다.

         

       본격적으로 하늘도시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비행선이 발명된 이후였다.

       항공 물류의 혁신과 함께 도시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혹시나 도시가 추락할지 모른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그것이 히포드롬에 살고싶어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공중 주거지에 사는 특권을 원하는 사람은 많았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던 섬이었다.

       하늘섬이 하늘에 있는 걸 당연하게 여길 만큼 충분한 세월이 흘렀다.

       그것은 하늘섬이 땅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긴 세월이었다.

         

       학자들은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비행선 100대가 동시에 섬을 들이받는다고 해도 안전할 거라고 자신했다.

         

       그래서 비행선 한 대가 히포드롬의 중심부를 강타했을 때는, 주민들은 ‘하필이면’ 화약을 잔뜩 싣고 있던 비행선이 ‘하필이면’ 사고로 추락했다고 현장에 휘말린 사람들을 걱정했지, 섬의 안전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두 번째 비행선이 재차 같은 장소에 들이받고 나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역장 생성장치가 손상을 입으면서 도시 전체가 열병에 걸린 환자처럼 떨리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 같은 종류의 화물을 실은 비행선이 추락하는 일이 우연일 리 없었다.

       그 ‘사고들’은 히포드롬에 대한 공격이었다.

         

       테러가 일어났을 때는 도시 전체가 한창 축제 분위기로 젖어 있던 무렵이었다.

       거리는 통상의 치안 인력으로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혼잡했고, 도시의 수뇌부 절반은 술에 취해 도시 곳곳에 뒹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벌어진 테러였다.

       활기차던 거리는 순식간에 공포의 현장으로 변했고, 아무도 그 혼란을 통제할 수 없었다.

         

       술에 취하지 않은 수뇌부 절반은 축제의 중심지인 원더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그들은 테러 직후 즉각 대응에 나서려 했다.

       그러나 그들은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었다.

         

       연이은 폭발의 충격 때문인지 하늘도시의 역장이 오작동을 일으켰다.

       거대한 힘의 장막이 원더 스테이지를 둘러쌌다.

         

       그것은 그곳과 외부의 출입을 차단해버렸다.

         

       “으아아! 앞에 안 가고 뭐 해!”

       “닥쳐! 아무리 밀어도 안 나가진단 말이다!”

       “그만 밀라고! 앞에 있는 사람들 죽겠다!”

         

       수백, 수천 명의 사람이 역장이 생성된 지역을 통과하려고 애썼지만, 보이지 않는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끼기긱. 끼긱.

       원더 스테이지 구역 전체에서 쇠가 비틀리는 소리가 났다.

       돌로 된 바닥이 금이 가며 무너져 내렸고, 섬과 섬을 잇는 쇠사슬과 철근이 뚝뚝 끊어졌다.

         

       원더 스테이지가 본섬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려 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밟고 있는 땅이 붕괴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대부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을 죽이려는 존재를 피해 이곳까지 도망쳐 온 것뿐이었다.

         

       “으아아! 왔다!”

       “놈들이 바로 뒤에 있다!”

       “제발 나가게 해줘!”

         

       후미에 있는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다들 뒤를 돌아봤다.

       거리의 저편에서 인간의 살과 뼈와 내장을 제멋대로 뒤섞어 놓은 것 같은 형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에엑!”

       “인간!”

       “머, 먹는다!”

         

       그것들은 듣기만 해도 소름 돋는 단어 몇 개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살육이 벌어졌다.

         

       모두가 원더 스테이지에서 빠져나가려고 난리를 피우고 있는 그때, 파이렌은 역으로 원더 스테이지의 중심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스승님!”

         

       그녀는 키우는 동물의 후각을 이용해 스승님의 냄새를 쫓았다.

         

       “스승님!”

         

       그러나 아무리 가도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것은 죽은 사람들뿐이었다.

       혹은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틀린 무언가나.

         

       그렇게 한참을 돌아다니던 그녀는 곧 하나의 신형을 마주하고 멈춰 섰다.

         

       그것은 곰만큼이나 거대한 검은 늑대였다.

       파이렌도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스승님이 기르던 동물이었다.

       녀석은 온몸이 베이고 뜯겨 넝마가 된 채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죽어 있었다.

         

       늑대는 누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한 것이 분명했다.

       파이렌은 직감적으로 그가 몸으로 가로막고 있던 폐허 근방을 뒤졌다.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든 뼈와 살들이 너부러져 있었다.

       스승님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살펴본 지 얼마 되지 않아, 돌무더기 구석에서 사람의 신음이 들렸다.

         

       “끄으윽.”

         

       무심코 그곳으로 다가가려던 그녀의 앞을 뱀이 막아섰다.

       그는 위협적인 소리를 내며 그곳을 노려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상대가 인간이 아닌 괴물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떨리는 숨을 고르며 말을 꺼냈다.

         

       “저는 레카체프의 조교인 파이렌이라고 합니다! 당신은 누구죠?”

         

       꽤 오래 침묵이 흘렀다.

       혹시 상대가 그새 죽은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 때쯤에 대답이 들려왔다.

         

       “파이렌?”

         

       목소리의 주인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십여 개의 단단한 갑각으로 뒤덮인 다리가 바닥을 기었다.

       등에 얹힌 따개비가 움직일 때마다 딸각거리는 소리를 냈다.

         

       파이렌은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마치 신이 소라와 게를 교배한 어떤 생물을 만들려다 실패해서 내다버린 것처럼 생겼다.

         

       “괴, 괴물!”

         

       파이렌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뱀이 그것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독니를 세웠다.

         

       오늘 여기서 만난 괴물들은 일단 사람을 보면 달려들고 보았다.

       반사적으로 그의 접근을 경계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눈인지 코인지 입인지조차 알 수 없는 검은 살덩이가 꿈틀거렸다.

         

       “크으윽.”

         

       놈이 다시 신음을 흘렸다.

         

       파이렌은 그 괴물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껍질과 살은 모래성처럼 천천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나를 네 유리병에 담아다오.”

       “……뭐라고?”

         

       괴물이 정상적인 말을 건넸다는 것도 놀랐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가 말한 내용이었다.

         

       그는 지금 그녀의 인스피라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가 각성한 지 얼마 안 된 능력이었다.

       그것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녀의 스승밖에 없었다.

         

       “다, 당신이 어떻게?”

       “어서 담아! 시간이 없다!”

         

       그의 일갈에 잠시 고민하던 파이렌은 품에서 유리병을 꺼냈다.

       그가 어떻게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아는지 모르지만, 일단 그를 구하고 보기로 했다.

         

       그녀의 유리병 속 세상은 신기한 곳이었다.

       안에 들어간 동물은 마치 시간의 진행이 멈춘 것처럼 늙지도 변하지도 않은 채 쾌적한 상태를 유지했다. 먹이를 넣어줄 필요도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으로 저 괴물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가 특정한 단어를 말하자 괴물은 그녀의 유리병 속으로 스르르 빨려 들어갔다.

         

       -병에 담기 위한 조건이 있어요. 일단 상대가 인간이 아니어야 해요. 적어도 제가 인간으로 인식하면 안 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상대의 동의가 필요해요. 절대 강제로 가둘 수는 없어요.

         

       병 속의 악마는 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것은 며칠 전 그녀가 그녀의 스승에게 말한 내용이었다.

         

       유리병 안에 들어온 그는 곧 몸이 안정되는 걸 느꼈다.

       도박은 성공했다.

       이곳에서는 그의 몸이 붕괴하던 것이 멈췄다.

         

       그는 원래 플라스크 안에서 꾸준히 특정한 약물을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몸이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러한 조치 없이도 플라스크 안에 있는 것처럼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

         

       병 속의 악마는 유리병 너머로 그녀를 관찰했다.

       쓸만한 능력이었다.

       그가 살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했다.

         

       그 과학자의 손아귀에서 탈출해 기어이 들어간 곳이 다시 유리병이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만족하기로 했다. 언제 처분당할지 모르던 시절보다는 나았다.

         

       병 속의 악마는 그녀에게 원더 스테이지를 탈출할 것을 지시했다.

       그의 힘 덕분에 그녀는 괴물들을 마주하지 않고, 역장의 빈틈을 찾아 그 지옥도에서 겨우 나올 수 있었다.

         

       “여기다! 여기 생존자가 있다!”

         

       수십 대의 비행선이 지상에서 생존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원더 스테이지는 결국 붕괴해서 바닷속에 추락했지만, 딱 경계에 있던 사람들은 다행히 그전에 뛰어내려 살 수 있었다.

         

       “혹시 원더 스테이지 안쪽에 계셨습니까?”

         

       조사관의 질문에 파이렌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긴급 구호소에는 그녀 말고 수백 명의 생존자가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중 원더 스테이지 안에 있었다는 몇 명은 따로 불려가서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았다.

         

       조사 자체는 별거 아니었다.

       신체검사와 더불어 원더 스테이지 내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자세한 질문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 과정에서 그녀의 품에 있는 유리병 속 생물이 발견된다면, 그가 어떤 일을 당할지가 문제였다.

         

       그녀는 원더 스테이지에서 탈출하고 이곳에서 몸을 회복하는 동안 한 가지 가설을 머릿속에 세웠다.

         

       그곳에서 보았던 괴물들은 모두 사람을 기반으로 했다.

       그 복장들로 보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확실했다.

         

       파이렌은 유리병 안에 웅크린 괴물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당신은 혹시……?”

         

       그녀가 가설을 세우는 동안 악마 역시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가짜 사도였다.

       그것도 세상 모든 이야기를 수집한다는 소문과 명성과 험담의 마신, 시네페쿠스의 사도였다.

         

       그는 유리 너머로 파이렌을 응시했다.

       그는 그녀의 과거를 모두 돌이켜봤다.

         

       스승에 대한 강한 의존과 비뚤어진 소유욕을 지닌 여자였다.

       당장 유리병을 들여다보는 그녀의 눈에 어떤 희열이 스치는 것이 보였다.

       괴물의 모습이나마 스승을 손에 넣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쾌감이 그 정체였다.

         

       그런 그녀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연기할 준비를 마쳤다.

         

       “……알아차렸구나, 피리. 그래. 나란다. 네 스승인 우르수스란다.”

         

       병 속의 악마가 속삭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도로시 님, 50코인 후원!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연휴도 끝났겠다 내일부터는 연재 주기를 다시 성실히 당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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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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