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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멤버들의 사생활 논란 때문에 그룹이 휘청이는 경우가 있죠.”

         

       “사생활 논란?”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박유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뭐 예를 들어 마약같은 거요. 한 멤버가 마약하다 걸려서 끝내 그룹 해체된 뉴스 보신 적 없으세요?”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하긴 아이돌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직업인데 마약같은 범죄 사실은 이미지에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손상을 입힐 터.

         

       그런 거 한 번 걸리는 순간 아이돌 인생은 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아이돌의 고된 삶 때문에 자극이 강한 마약에 빠지는 경우가 더러 있다는 인터넷 기사를 한 번 봤던 것 같기도하고….’

         

       그런 것을 전문적으로 구해다 주는 브로커가 있다나?

         

       하지만….

         

       “…우리 루키즈 멤버들은 마약이랑은 좀 거리가 멀어 보이는데.”

         

       “하핫, 그렇죠. 우리 순둥이 멤버들이 마약 같은 걸 할 리가.”

         

       “그러면 마약 말고는 뭐가 있지?”

         

       그래, 아무래도 루키즈와 마약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였다.

         

       이에 내가 박유정에게 다른 것에 대해 묻자 박유정이 잠시 턱을 괴다가 말했다.

         

       “음…, 도박? 도박 같은 것도 걸리면 이미지 손상이 심하죠.”

         

       “도박?”

         

       도박…. 확실히 도박도 아이돌이 하다 걸리면 무척이나 치명타일 것 같다.

         

       하지만 그것 역시 루키즈와 연관이 없어 보였다.

         

       이에 나는 또다시 고민에 빠졌다가….

         

       “아.”

         

       최근 들어 무척이나 논란인 주제를 하나 떠올렸다.

         

       “학폭.”

         

       학폭.

         

       이른바 학교 폭력.

         

       최근 많은 연예인, 유투버들이 과거 학폭 이력이 드러나며 나락으로 빠지곤 했다.

         

       특히 학폭은 아이돌들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수많은 학생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아이돌이 사실은 학창 시절 친구들을 괴롭혔다?

         

       그러면 팬들은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터.

         

       학폭은 정말 아이돌들에게는 무조건 피해야 할 지뢰와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근데 뭐…, 학폭도 우리 루키즈랑 전혀 연이 없어 보이긴 해.”

         

       학폭 역시 우리 루키즈와 전혀 관련 없는 것 같긴 했다.

         

       나는 자고 있는 멤버들의 얼굴을 한 명씩 살폈다.

         

       이혜정.

         

       저 심성 고운 이혜정이 학폭을 했을 리는 절대 없다. 패스.

         

       나한나.

         

       누가 봐도 학창 시절 잠만 잤을 것 같다. 패스.

         

       서유진.

         

       안하무인 시절에는 무척이나 오만방자하긴 했어도 애초에 심성은 순수한 애다.

         

       그런 서유진이 애들을 괴롭히지는 않았을 것 같다, 패스.

         

       유 설.

         

       다소 까칠하고 무서운 면이 있긴 해도…, 역시 누군가를 괴롭힐 사람은 아니다.

         

       그리고 유 설은 어린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에 열중한데다 고등학생 때는 데뷔 준비하느라 학교도 잘 못 갔다고 했었다. 패스.

         

       마지막으로…, 박유정.

         

       ‘유정이야 뭐…, 절대 아니지.’

         

       박유정은 누가 봐도 유쾌한 인싸 스타일이다.

         

       워낙 친화력이 강해서 나아아에서도 박유정이랑 안 친한 사람이 없었다.

         

       박유정은 오히려 학교에서 소외되는 애들이 있었으면 다가가서 친하게 지내 줬을 것 같다.

         

       패스.

         

       무조건 패스.

         

       그래도 나는 멤버 중 유일하게 박유정이 깨어 있는 김에 장난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유정아, 너 학폭 안 했지?”

         

       “네.”

         

       “그래, 네가 그럴 리 없지. 우리 루키즈 멤버들 중에 학폭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 분명해. 그러면 학폭 걱정도 안 해도 되고…. 남은 게 뭐가 있지….”

         

       나는 그리 혼잣말하며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박유정도 생각에 빠진 건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5분 정도 대기실에 침묵이 흐르던 그때였다.

         

       “…제일 중요한 걸 빼 먹었잖아요.”

         

       “…음?”

         

       “…….”

         

       나와 박유정만 깨어 있는 줄 알았는데…, 그 사이에 다른 목소리가 하나 끼어들었다.

         

       이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소파에 누워 있던 나한나가 부스스한 얼굴로 우리 쪽을 보고 있었다.

         

       “미안, 한나야. 우리 때문에 깬 거야?”

         

       “…그건 아니에요. 그것보다 아까부터 두 사람 말 듣고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거 하나 빠졌잖아요.”

         

       “제일 중요한 거? 그게 뭔데?”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묻자 나한나가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스캔들이요.”

         

       “아.”

         

       스캔들…. 즉, 열애설인가.

         

       하긴…, 옛날부터 아이돌에게 있어 열애설은 부정적인 느낌을 많이 주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열애설 정도로 큰 타격을 받지는 않잖아.”

         

       시대가 변했다.

         

       옛날이야 아이돌이 연애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난리쳤지.

         

       요즘은 아이돌도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견해가 강해서 아이돌의 연애에 관해 무척이나 관대해졌다.

         

       고작 한 멤버의 열애설로 그룹 전체가 휘청이는 경우가 이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뭐 그렇긴 하죠. 그래도 아직까지 기획사들은 본인 소속 연예인들의 열애설을 무서워해요. 특히 저희 같은 신인들은 열애설 한 번 났다 하면 팬들 엄청 이탈하죠.”

         

       “그래, 근데 우리 루키즈 중에 열애설이 날 만한 사람이 있을까? 이렇게 바쁜데 이성 만날 시간이 어디 있어.”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하자 5분 동안 말이 없던 박유정이 다시 흐흐 웃으며 내게 능글맞게 입을 열었다.

         

       “어머, 언니. 그게 무슨 순진한 말이에요? 6.25 때도 아기는 태어났답니다.”

         

       박유정이 그렇게 운을 떼자 그녀와 죽이 척척 맞는 나한나 역시 흐흐 웃으며 말을 더했다.

         

       “맞아요. 그리고 제가 볼 때…, 만약 루키즈 중에 열애설이 나면 언니가 제일 먼저 날 것 같은데요?”

         

       “뭐? 나?”

         

       나한나가 갑자기 나를 지목하자 나는 순간 얼이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나는 이성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나는 누군가와의 연애에 전혀 관심도 없고 할 생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생의 영향 때문인지 나는 그 어떤 이성을 보고도 설레본 적이 없다.

         

       내가 남자랑 연애? 말도 안 된다.

         

       차라리 내가 여자랑 연애하는 게 더 확률이 높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에이, 나는 그런 거 절대 없을 거야.”

         

       이에 내가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니 박유정과 나한나가 뒷골목 불량배들처럼 건들건들 내 옆으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언니. 그게 언니 마음대로 돼요? 남자들이 계속 언니 마음을 흔들걸요? 어제 보니까 남돌들이 다 언니보고 힐끔대던데?”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크크, 언니도 결국 언젠가는 함락되게 되어 있어요”

         

       “…1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기는 개뿔. 내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고백 받았을 것 같니?”

         

       “에이…, 일반인들 말고 연예인한테 고백받은 적은 없잖아요. 안 그래요?”

         

       박유정이 크크 웃으며 묻자 나는 담담하게 답했다.

         

       “아니? 연예인들한테 고백받은 적 많은데? 어제도 받았어. dm으로 나랑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다고 하더라.”

         

       “예에-?! 진짜요?”

         

       “누, 누군데요? 누구한테 그런 dm이 왔는데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한 것에 박유정과 나한나가 놀라 자빠지자 나는 태연하게 메시지 내역을 그녀들에게 보여 주었다.

         

       상대는 3대 기획사는 아니어도 꽤나 큰 회사의 유명한 1군 남돌이었다.

         

       모솔인 나를 놀려 먹으려던 박유정과 나한나는 실제로 dm 고백을 받은 내 폰 화면을 보더니….

         

       “와…, 인증 마크 있는 것 보니까 이거 진짜네요….”

         

       “이 사람 노래 많이 들었었는데…. 이 사람이 예린 언니한테 고백을…?”

         

       “이거 완전 순….”

         

       “…개새끼네.”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분개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에요? 예린 언니 아직 19살인데! 아직 생일 안 지나서 만으로 17살인데! 이, 이 미친놈이 고백을…!!”

         

       “‘예린 씨 음원 잘 들었어요.’ , ‘예린 씨를 진지하게 알아가고 싶어요.’ 이, 이 미친 새끼 26살 처먹은 새끼가 감히 고등학생을!! 언니! 빨리 차단해요! 차단!”

         

       “…진작에 차단했지. 아예 대꾸도 안 하고 차단했어.”

         

       아이돌 연습생부터 유명 아이돌. 그리고 드라마에서 몇 번 본 배우들까지.

         

       처음 인별 계정을 만든 이후로 이렇게 종종 연예인들에게 고백이 오곤 했다.

         

       물론 고백이 오는 족족 즉시 차단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런 내가 불안했는지 양 옆의 박유정고 나한나가 새파래진 얼굴로 내 양쪽 팔을 잡으며 애타게 말했다.

         

       “언니! 아까는 장난쳐서 죄송해요!”

         

       “10번 쳐서 안 넘어가는 나무는 존재해요! 세계수 그런 거 있잖아요! 그러니까 앞으로도 이렇게 남자들에게 철벽치셔야 해요. 네?”

         

       “당연히 그럴 거야. 근데 왜 이렇게 오버들이야.”

         

       “…저희는 언니가 괜히 이상한 남자랑 만날까 봐.”

         

       “뭐?”

         

       뜬금없는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박유정과 나한나가 걱정스럽다는 듯 한마디씩 했다.

         

       “…언니는 연애하면 남자한테 엄청 헌신적일 것 같아요.”

         

       “…막 남자가 돈 달라하면 돈 바치고 집안일 하라 하면 집안일할 것 같고.”

         

       “…아니, 내가 바보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

         

       나는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하려다가 뜨끔하고 입을 다물었다.

         

       돈 벌어 오라 하면 돈 벌어 오고.

         

       집안일 하라 하면 집안일 하고.

         

       …이거 다 내가 부모한테 당했던 것들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니 동생들이 내가 남자 잘못 만날까 봐 걱정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갔다.

         

       “언니. 앞으로 남자 만나고 싶으시면 저희한테 미리 허락 받으셔야 해요.”

         

       “아니다. 그냥 언니는 연애랑 결혼 같은 거 절대 하지 말고 평생 저희랑 살아요.”

         

       “알겠… 아니, 알겠어가 아니라…. 어쩌다가 얘기가 여기까지 왔지?”

         

       우리 루키즈가 무슨 위기를 겪게 될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보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멤버들의 면면을 둘러보니….

         

       ‘열애설도 아닐 것 같은데….’

         

       루키즈에서 열애설이 날 확률도 극히 적어 보였다.

         

       ‘그러면 뭘까….’

         

       지금 말한 열애설, 마약, 도박, 학폭 모두 루키즈와는 거의 연관이 없어 보인다.

         

       ‘루키즈는 어차피 얼마 안 가서 말할 그룹이거든.’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루키즈를 궁지로 모는 걸까.

         

       “하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되려 머리만 심하게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이에 나는 시간을 한 번 보고….

         

       슥.

         

       “엇, 언니. 어디 가세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방송국 산책 좀 하게.”

         

       지금 시간이 오후 2시.

         

       본방 시작까지는 3시간 남았다.

         

       그간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지금이 가장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을 때였다.

         

       나는 이 타이밍을 활용하여 머리도 식힐 겸 잠시 방송국 내부를 걸어 볼 생각이었다.

         

       “언니, 혹시 몰래 숨겨둔 남친 만나러 가는 거 아니시죠? 안 돼요, 언니 배필은 저희가 직접 고를 거예요.”

         

       “…그런 거 아니야. 얼른 다녀올게.”

         

       나는 박유정의 장난을 받아치고 대기실 문밖으로 나섰다.

         

       탁.

         

       역시 복도는 한산했다.

         

       “그러면 어디로 가 볼까.”

         

       데뷔를 한 이후 혼자만의 시간이 거의 없어서 조금 아쉬웠었는데 이렇게라도 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디로 갈지 고민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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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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